소설리스트

00096 15.남편의 친구를 탐하는 아내 (96/109)

00096  15.남편의 친구를 탐하는 아내  =========================================================================

                                    

15.남편 친구를 탐하는 아내(2)

남편은 뒷걸음을 치면서 김현미의 스커트 밑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고개를 숙이고 보지 않는 한 팬티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넓적다리가 훤히 드러난 모습이 무척이나 매혹적이고 섹시 해 보였다. 

“당신이 이 옷을 고집한다면 팬티를 입고 가지 않겠어요. 그래도 되죠?”

그러나 김현미 생각은 달랐다. 다른 남자들이 아니고 남편의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하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거 좋겠군.”

남편은 갑자기 김현미를 와락 껴안았다. 팬티를 입지 않고 친구들과 앉아 있는 김현미의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 성욕이 왈칵 밀려왔기 때문이다.

“오……옷이 구겨지잖아요.”

김현미는 옷을 벗은 다음에 비단으로 된 브래지어를 했다. 브래지어는 스트랩시스 형으로 어깨 끈이 없었다. 그리고 유방 전체를 감싸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젖꼭지를 살짝 덮을 정도만 감싸고 있는 스타일이었다.

“이 천은 실크야 절대로 구겨지지 않아.”

김현미가 등을 돌려 지퍼를 올려 달라고 할 때였다. 남편은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어깨에 깊숙이 키스를 하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이어지는 화제는 영화감독인 장두일이 이끌어 가고 있었다. 장두일 비슷한 업에 종사하는 문요섭에게 영화나 사진 쪽에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다, 장두일이 입을 다물 때는 김동수가 나섰다. 

중소기업 규모의 음반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김동수는 파리의 여자들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려 했다. 다행이라면 남편이 예술 쪽으로도 일가견이 있고, 여자 쪽에도 관심이 많은 터라 대답이 막히는 것 없이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홍일점인 김현미는 조금씩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호텔에 남아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야외 풀장에서 수영이나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의 친구들 앞이라 지루한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미소를 잃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끔 회를 집어먹었다.

“그런데 말야. 자네는 정말 자식을 안 낳을 작정인가?”

인터폰을 눌러서 술 한 병을 더시키고 난 김동수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물었다.

“하하하. 내 인생을 살기도 벅찬데 자식 부양까지 하란 말인가?”

남편은 의식적으로 김현미의 어깨를 살짝 끌어 않았다 놓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것도 좋은 거야. 나도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자식은 안 낳고 싶어. 남편이 이 

친구처럼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어. 막 말로 말해서 자식을 키워 놓았다고 해서 우리가 자식들한테 도움을 받으며 살건 아니잖아. 놈들이 자라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대의 순정이란 말일세. 그런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허리가 희도록 사는 것보다는, 김현미 씨처럼 예쁜 마누라 얻어서 유유 작작하며 사는 것도 좋지.”

소주 한잔을 홀짝 비우고 나서 문요섭에게 권하고 난 장두일이 바람이 새어 나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말은 인생을 즐기는 것도 좋고. 김현미 씨 같은 미인을 만나서 탱자탱자하며 사는 것도 좋다 이거야.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그것도 타고난 여복이 있어야 가능한 거야. 그리고 나는 이미 늦었어, 벌써 꿩새 울었나 보군. 그러고 보니 문 작가는 아직 가능성이 있군. 정말 부럽네.” 

김동수는 김현미를 슬쩍 쳐다보고 나서 문요섭에게 고개를 돌리고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문요섭은 이렇다 할 표정이 없이 묵묵히 술을 마셨다.

“여복이 타고나야 김현미 씨 같은 미인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남편이 이 친구처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남편이 이 친구는 총각 때도 독신을 고집했잖아. 그 뿐인 줄 알어? 김현미 씨와 결혼을 하자마자 정관 수술을 해 버렸다고. 그럼 말 끝난 거 아닌가?  

문요섭이 표정 없이 따라 주는 술잔을 받으며 장두일이 대신 대답했다.

“허! 완벽하군. 완벽해! 하긴 그 정도 되니까 김현미 씨 같은 미인을 아내로 얻을 수 있는 거지. 정말 부럽네 부러워.”

김현미는 김동수의 말을 한 쪽 귀로 흘려보내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리창 에 투영되는 방안 풍경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유리창 가까이 있는 문요섭을 슬쩍 바라보았다.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란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오늘 따라 고독하고 쓸쓸해 보였다.

저 분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김현미는 유리창에 투영되는 문요섭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사진을 찍어 줄 때 카메라의 파인더를 노려보던 모습은 열정적이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때는 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일부러 자극적인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애써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갖가지 포즈를 원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독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역시 예술가는 틀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미 씨가 만약 내 영화에 출연한다면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지. 김현미 씨 의 저 미소는 정말 아름다운 미소야. 우리나라 배우들은 몽땅 이미테이션에 불과 해. 하지만 김현미 씨의 미소는 오리지널 진품이라고. 어때? 남편아 제수 씨 영화배우 한번 안 만들어 볼래? 내가 백 프로 스타로 만들어 줄게.”

“당신 생각은 어때. 당신의 그 환상적인 몸매를 보면 관객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장두일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편이 김현미에게 물었다.

“후후후……영화배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끼란 것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김현미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표정을 짓고 있다 가 소리 죽여 웃었다. 문득 여기 앉아 있는 남자들 중에, 꽃샘에 향수를 뿌린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남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남자들이 만약 꽃샘에 향수를 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떠한 표정을 지을 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래, 김동수 씨는 화를 낼 거야. 그리고 장 감독님은 혀로 핥아 주겠다고 달려들겠지. 저! 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문요섭 씨는 어떤 표정을 지을 까. 향기가 나는 꽃샘을 사진 찍겠다고 달려들지도 모르지…….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냐.”

김현미가 친구들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는 것을 본 남편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다른 남자들과 틀렸다. 아내의 아름다운 몸매를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것을 은근히 즐겼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김현미 역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 인색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까지 출연해서 익명의 관객들에게 나체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스크린을 통해 보여 주는 것은 성으로부터의 자유롭고 싶은 프리섹스와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현미 씨 의 마스크는 너무 예술적이어서 영화에 어울리지는 않을 겁니다.”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던 문요섭이 김현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무겁게 한마디 던졌다.

“자네의 말은 내 아내의 이미지가 너무 예술적이라서 자칫 조작된 상품으로 전략될 수 있다는 말인가?”

남편이 술을 한 모금 마시다 말고 술잔을 든 채 이해 할 수 있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 내 말이 그 말일세. 김현미 씨는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해. 사진이나 영화로서는 김현미 씨의 살아 있는 예술적인 감각을 찾아 볼 수 없어. 그러므로 김현미 씨가 예술이 대상이 될 때는 이미 조작된 예술에 불과하다는 거지.”

김현미는 그 말을 듣고 감격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왜 파인더를 그렇게 충혈 된  눈빛으로 노려 보았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문요섭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중요 부분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내 지워 버렸다. 그가 성적인 불구가 아닌 이상 그런 감정을 갖고 있었더라면 사진을 찍는 그날 자신을 원하고도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이면 예술이지. 조작된 예술은 또 뭔가? 

음반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김동수도 자칭 예술가는 아니지만 음악이란 예능 장르 속에 살고 있다. 문요섭과 남편을 번갈아 쳐다보며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그만 하고 술이나 마시자고. 하지만 종합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 김현미 씨는 완벽해. 예술적으로도 완벽하고 상업적으로 도 완벽해. 내 말을 듣고 남편이 저 놈의 어깨가 더 치켜 올라가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난 맞는다면 맞는다고 말하고 다르다면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할 수 없어. 그럼 된 건가?”

장두일이 손을 내저으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장 감독이 오랜만에 정확하게 집었군. 맞는 말이야. 난 내 아내만큼 완벽한 여자를 본 적이 없어.”

“야 임마. 마누라 자랑은 팔불출이라는 것도 모르냐……하지만 그 말은 너한테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네 놈은 충분히 자랑하고도 남을만한 마누라를 갖고 있으니까 말야.”

남편의 말에 이어서 김동수가 붉게 충혈 된 눈빛으로 한마디 했다.

마누라를 갖고 있다니?

김현미는 김동수의 말이 기분 나쁘게 들렸다. 자신은 법적으로 공인된 남편의 아내 일 뿐이지, 소유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고 못 들은 척 했다.

“동수 자네는 가수들 등쳐서 판이나 만들어 팔 줄 알지. 진정한 에로티즘을 즐길 수 있는 안목은 없어. 남편이 이 친구에게 김현미 씨는 소유물이 아냐. 친구 같은 존재이자 인생을 같이 즐기는 동반자야. 내 말 틀렸습니까?”

문요섭은 한번 입이 터지자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나 표정이 없는 것은 여전했다. 김동수를 바라보던 시선을 김현미에게 돌렸다. 그리고 코로 담배 연기를 내 품으며 지그시 응시했다.

김현미는 문요섭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자유스럽게 사는 부부 관계를 새삼스럽게 강조한다는 것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을 바라보며 당신이 대답을 하라는 듯이 미소를 보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대답을 해 주지. 우린 동등한 관계야. 그렇기 때문에 우린 서로 사생활에 대해서 간섭을 하지 않아. 결혼을 했다고 해서 사 생활을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는 법이니까.”

남편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 여자는 내 소유물이라는 것을 강조나 하듯이 김현미의 손을 잡았다.  

“허! 난 남편이 자네가 사회적으로 능력 있는 친구란 점은 믿어 의심치 않아. 아침에 결혼하고 저녁에 이혼하는 변덕쟁이들이 우글거리는. 그야 말로 윤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볼 수도 없는 프랑스 땅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니까 그 점은 충분히 믿을 수 있어. 그리고 자네가 자유주의자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것이 그 증거가 될 테니까 말일세.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부부는 일심동체야. 즉, 결혼을 하는 순간 오직 부부를 위한 생활만 존재하게 되어 있는 법일세. 바꾸어 말하면 남편은 아내를 위해, 아내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생활은 감수를 하며 살아야 한다는 거지. 이건 내 주장이 아니고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도 그래왔고, 내 아이도 그럴걸. 헌데 어떻게 부부끼리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 관섭을 하지 않을 수 있나?”

“동수 이 친구 취했나 보네. 남편이 가 그런 부부 생활을 원했다면 왜 자식을 안 두겠나. 남편이 가 지향하는 건 진정한 낙원주의란 말일세. 이 집 간판 이름처럼 파라다이스에서 살고 싶은 것이 남편이 꿈이고 현재의 삶이라구.”

장두일이 답답하다는 얼굴로 핀잔을 줬다.

“우리는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부 사이가 틀어지거나 문제 가 된다고 생각 해 본적이 없어. 우린 서로를 존중해 주지. 존중해 준다는 뜻이 뭔가 아나? 상대방을 신뢰하고 믿는 다는 거야? 신뢰와 믿음은 어디서 생기는 건가? 육체의 즐거움에서 믿음이 생긴다고 생각하나? 

물론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지. 그리고 신뢰와 믿음은 사랑이 없으면 존재 할 수가 없어. 우린 사랑해. 어느 한 순간 육체의 즐거움을 즐겼다고 해서 사랑이 식어 버리지는 않아. 정신적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과. 육체의 즐거움은 엄연히 선이 그어져야 되는 것 아닌가?  인간은 누구나. 설령, 결혼을 했다고 해도 육체의 즐거움을 찾고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남편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미소를 잃지 않은 얼굴로 또박또박 말하고 나서 김현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친구 들 분끼리 만난 자리에서 너무 우리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얼굴을 들 수 없군요. 하지만 굳이 한 말씀드린다면 전 남편의 뜻을 존중해요. 그리고 단 한 번도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물론 앞으로도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질문은 김동수가 했다. 그러나 김현미는 문요섭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나 말을 끝내고 나서는 남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잘 들었지. 우리 마나님의 말씀을 잘 들었으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 뚝! 그 대신 건배를 하자구.”

남편이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 말을 들은 김동수는 여전히 이해 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장두일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 거렸고. 문요섭은 표정 없는 얼굴로 김현미를 바라보았다. 김현미는 행복한 얼굴로 남편이 잡고 있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장소를 삼 층에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옮겼다. 꽤 넓어 보이는 나이트클럽에는 손님들이 별로 없었다. 

김현미 일행은 문 앞에 서 있는 웨이터의 안내로 무대 정면의 테이블로 갔다. 웨이터는 김현미에게만 자리를 권했다. 이어서 남자들은 너희들끼리 생각해서 멋대로 앉으라는 표정을 지으며 주문을 받았다.

“양주로 가져오지. 사슴 훈제가 좋겠어.”

남편과 김현미를 사이에 두고 앉은 장두일이 일방적으로 주문을 했다. 그는 식당에서 제일 술을 많이 마신 편이었으나 김현미가 보기에는 별로 취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마침 무대에서는 블루스 타임이 끝나고 사회자가 다음 공연 소개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회자가 게걸음으로 무대 옆으로 사라지면서 무대와 홀의 조명이 꺼졌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카사블랑카의 선율이 은은하게 퍼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무대 중앙에 원형의 불빛이 내려앉았다. 이어서 홀에도 희미한 조명이 밝혀졌다. 그러나 테이블 위에 있는 촛불 때문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스트립쇼를 하자는 건가?”

무대를 등지고 앉아 있던 김동수가 무대를 향해 의자를 돌려 앉으며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글쎄?”

남편은 김동수의 말에 건성으로 대꾸를 하며 허벅지에 와 닿은 김현미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음악 소리가 커지면서 무대 양쪽에서 남녀가 달려 나왔다. 남자는 벌거벗은 상체에 몸에 꽉 조이는 타이즈를 신고 있었다. 그 탓에 그의 물건 크기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여자는 레이스가 달리지 않은 버터플라이 형 팬티를 입고 있었다. 꽃잎 앞에 플라타너스처럼 생긴 천 조각이 붙어 있었고, 허리와 엉덩이 부분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팬티였다. 브래지어는 젖꼭지 부분을 살짝 가릴 정도였다. 그런 모습에다 매미 허물처럼 얇고 투명한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웨이터가 술과 안주를 가져왔다. 김현미는 장두일이 따라 준 양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손님이 별로 없는 홀을 천천히 돌아다보았다. 무대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줄곧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옆에는 연인이나, 부인으로 보이는 미인이 앉아서 맥주잔을 비우고 있었다.

날 알고 있는 사람일까?

김현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동안 사내를 바라보다가 무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대에서는 남, 여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의 춤사위는 격렬하지 않았으며, 느릿하지도 않았다. 음악의 리듬에 맞춰서 서로를 강렬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나비처럼 춤을 추었다.

“배경 음악이 없는 것이 훨씬 났군.”

문요섭이 건조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 순간이었다. 물결처럼 흐르고 있던 카사블랑카의 선율이 뚝 끊어지면서 남자가 바람처럼 달려가서 여자의 허리를 스치며 조명 밖으로 났다. 순간, 여자는 격정에 불타는 몸짓으로 남자의 손길이 스쳐간 자리를 두 손으로 문지르면서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은 마치 남자를 그리워하며 자위를 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했다.

김현미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남편의 옆에 앉아 있는 문요섭을 바라보았다. 그의 안경알에 투영된 촛불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두 개의 촛불이 일렁거리는 모습은 전위 예술가처럼 보였다. 건너편 테이블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여자와 가볍게 건배를 하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조용히 잔을 내려놓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여자가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피우던 담배를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새 담배에 불을 붙이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여자 모르게 보일 듯 말듯 한 미소를 보냈다.

누구지?

김현미는 사내의 부드러운 미소가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살포시 미소를 보내고 나서 사내의 정체를 생각 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보는 남자였다. 

무대에서는 남자가 벌처럼 날아왔다. 그 순간.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 쪽 발을 한껏 치켜올렸다. 남자는 치켜 올라간 여자의 발을 자신의 어깨에 얹었다. 그리고 갈망하는 눈빛으로 여자의 다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버터플라이형 팬티를 입은 여자의 가랑이 사이가 팽팽해지면서, 꽃잎이 활짝 열려 있는 것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괜찮군.”

장두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들었다. 문요섭은 입으로 담배를 가져갔고, 남편은 허벅지에 와 있는 김현미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김현미는 숨을 죽이고 남자들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모두 긴장한 얼굴로 여자 무희의 가랑이 사이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남자 무희의 손은 무릎을 지나서 허벅지로 천천히 올라갔다. 

넓적다리를 슬슬 쓰다듬기 시작하자, 여자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움찔 거렸다. 그래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넓적다리를  쓰다듬었다. 그런가 했더니 가운데 손가락으로 여자의 꽃샘이 있는 두덕 근처를 지압사처럼 눌러댔다. 여자는 더욱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턱을 하늘로 치켜올렸다.

김현미의 손을 감싸 쥐고 있던 남편은 슬며시 김현미의 손을 끌어 당겼다. 막 일어서려고 꿈틀거리고 있는 남편 위에 슬쩍 얹어서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꿈틀거리던 남편이 순식간에 나무토막처럼 굳어 버리면서, 짜릿한 전율이 밀려왔다.

“지금 하고 싶으세요?”

남편의 남편을 지그시 감싸 쥔 김현미는 옆자리의 장두일을 슬쩍 쳐다보았다. 장두일은 여자 무희가 남자 무희의 다른 손을 끌어당겨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모습에 열중 해 있었다. 다시 고개를 남편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의 귀에 입술을 같다대고 뜨거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아, 좀 진정이 되는 것 같아.”

남편은 김현미를 그윽한 시선으로 쳐다보면서 잡고 있던 손을 슬쩍 놓았다. 이어서 술잔을 들어서 한꺼번에 홀짝 비워 버렸다.

“오늘 왜 그러시는 거예요. 호텔에서도 그러시더니, 여기서 또 그래?”

“후후후. 그런 날도 있기 마련이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