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7 15.남편의 친구를 탐하는 아내 =========================================================================
15.남편 친구를 탐하는 아내(3)
“치! 당신은 은근히 터치하는 것으로 만족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잖아요.”
김현미는 부드럽게 웃고 있는 남편을 밉지 않은 시선으로 노려보고 나서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미친 듯이 남자의 손가락을 두 손으로 잡고 빨고 있었다. 마치 남자의 남편을 빨고 있는 듯 한 표정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꽃잎이 촉촉하게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관객들은 누구 하나 숨소리도 크게 내지 않고, 술잔까지 조용히 내려놓았다. 할 말이 있으면 옆 사람의 귀에 대고 소리 나지 않게 소곤거리면서도 시선은 무대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남녀는 절정에 이르는 표현을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서로의 몸을 쓰다듬어 주는가 하면, 흥분에 들뜬 표정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애무하기도 하면서 섹스를 하는 몸짓을 해 보였다. 그런가 하면 여자 뒤로 남자가 가서 후배위를 하는 몸짓을 해 보이기도 하고, 정면으로 달라붙어서, 하나가 된 몸짓으로 고통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김현미는 스스로 빈 잔에 술을 채우고 나서 사내를 슬쩍 바라보았다. 사내는 줄곧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조금 전보다, 더 구체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은 알고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평범한 미소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듯 한 미소였다.
순간 김현미는 다리를 꼬고 앉으며 사내에게 슬쩍 미소를 보냈다. 허벅지가 짓눌려 지면서 촉촉하게 젖어오고 있던 꽃잎에 아리한 쾌감이 전혀 져 왔다. 슬쩍 엉덩이를 들었다가 놓으며 다시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넓적다리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그러자 짓눌려 있던 꽃잎의 날개가 비벼지는 듯 한 느낌이 살아나면 짜릿한 전율이 허리를 비틀게 했다.
저 남자도 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까?
문득 제주 행 카훼리호에서 만난 백건섭이 엉덩이를 슬슬 쓰다듬어 주던 감촉이 살아났다. 순간, 꽃잎에서 감당 할 수 없을 정도의 애액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팬티를 입지 않은 탓에 스커트가 젖어 버릴 것 같았다.
“바람 좀 쐬고 오겠어요.”
김현미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발코니에 가서 시원한 바닷바람이라도 맞아야 감당 할 수 없는 흥분 속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들고 있던 핸드백을 남편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런 것은 별로 안 좋아 하나 보지?”
“그냥 그래요. 담배 좀 주시겠어요.”
김현미는 남편이 건네주는 담뱃갑과 라이터를 들고 일어섰다. 발코니는 바다 쪽에 있었다. 손님이 별로 없는 테이블 사이를 걸어서 발코니로 나가는 문을 열고 나갔다. 순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바람이 불어왔다.
“휴!”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스커트를 적실만큼 흥분해 있던 전율이 빠르게 갈아 앉는 것을 느끼며 발코니의 난간에 기대어 섰다. 멀리 검푸른 수평선 위에 고깃배가 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다를 등지고 돌아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길게 연기를 흡입하고 내 뱉는 순간 가슴이 한 결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누……누구예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발코니로 들어오는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남편일 거라고 생각한 김현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과 다른 느낌의 남자가 갑자기 등 뒤에서 부드럽게 껴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읍!”
김현미를 등 뒤에서 껴 않고 있던 사내는 김현미가 고개를 돌리지 마자 입술을 더듬었다. 김현미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앞에 와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홀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던 사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이상하게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가만히 있어요.”
김현미의 몸이 늘어지는 것을 본 사내는 부드럽게 속삭이면서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당연히 입고 있어야 할 팬티가 없는 것을 보고 일순간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습기를 감지하면서, 이내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안에 남……남편이 있어요.”
김현미는 다짜고짜 사내가 스커트를 걷어 올리는 것을 보고 놀란 나머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내의 손끝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꽃잎을 문지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사내의 지퍼 부분을 더듬었다. 놀랍도록 거대한 심벌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속삭였다.
“난 어제도 저 스트립쇼를 봤어요. 끝나려면 아직 이십 분은 더 있어야 할 겁니다.”
사내는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김현미가 더듬고 있던 지퍼를 열었다. 이어서 빠르게 팬티 안에 들어 있는 남편을 끄집어냈다. 그와 동시에 떨어져 나 가 있던 김현미의 손을 잡아 당겨서 미끌미끌한 용액에 젖어 있는 남편을 만지게 했다.
“하지만 당신 파트너가 있잖아요.”
김현미는 무겁게 와 닿는 사내의 남편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남편의 것 보다 길지는 않았으나 굵기는 훨씬 굵은 편이었다. 이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라고 생각하면서 빠르게 물었다.
“괜찮아요. 형수니까…….”
“형수하고 그런 것을 같이 볼 수 있나요?”
“그런 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리고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닌 걸로 생각하는데…….”
사내는 김현미의 스커트를 배 위로 치켜올렸다. 이어서 손가락을 굽혀서 꽃샘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문질렀다. 순간, 손바닥이 흥건해 지도록 애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여기선 위험해요.”
사내의 손이 꽃샘을 자극하는 통에 김현미는 허리를 뒤로 꺾었다. 순간, 비릿한 바람이 불어와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아래를 내려다 봤다. 절벽 아래로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 위라는 것을 알고 다급하게 속삭였다.
“그렇군요. 이쪽으로 와요.”
사내는 김현미의 꽃잎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급하게 벽 쪽으로 돌아섰다.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가자 홀을 사이에 둔 벽에 닿았다.
“옷이 구겨지잖아요.”
사내의 남편이 막 꽃샘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찰나였다. 김현미는 급하게 사내를 밀어냈다. 그리고 스커트의 후크를 땄다. 낙엽처럼 흘러내리는 스커트를 벗어서 어디에다 둘까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구석에 서 있는 파초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파초 사이에 스커트를 끼워 놓고 돌아섰다.
“그대로 가만히 있어 봐요.”
사내는 흥분한 얼굴로 가까이 오고 있는 김현미를 세웠다. 뒤로 두 발자국 물러서면서 발코니의 불빛에 눈부시도록 빛나는 그녀의 하체를 바라보았다. 놀랍도록 많은 음모 때문에 꽃잎의 실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윳빛 피부를 덮고 있는 역삼각형의 수풀 지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클라이맥스에 도달 해 버릴 지경이었다.
“추워요.”
김현미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내의 시선이 꽃잎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거부하며 빠르게 앞으로 다가갔다.
“오랄을 해 주겠소?”
김현미에게 리드 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사내가 자존심이 상한 얼굴로 물었다.
“그건 침대에서나 하는 거잖아요.”
김현미는 사내의 어깨를 끌어당기면서 왼 발로 그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이어서 단단하게 서 있는 남편을 살며시 움켜잡았다. 기름에 젖어 있는 바나나처럼 미끌 거리는 남편을 쥐고 꽃잎의 문 앞에 댔다.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의 남편이 묵직하게 질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헉!”
사내는 놀랍도록 젖어 있는 김현미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그녀가 어깨를 한껏 치켜올리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빠……빠르게 해 줘요.”
사내의 어깨를 잡고 있던 김현미는 까치발을 뛰면서 그의 목을 껴안았다. 질 끝까지 와 닿는 듯 한 느낌이 드는 남편이 피스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조……좋아요!”
사내의 거친 숨소리가 귀 곁에 와 닿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입술을 더듬었다. 사내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오는가 했더니, 자신의 혀를 이끌고 나갔다. 사내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
사내는 양손으로 김현미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위로 치켜올렸다. 뜨거운 물이 질퍽거리는 샘물 속에 남편이 꽉 조이는 것을 느끼며 엉덩이의 갈라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곳에도 뜨거운 윤활유가 맺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순간 매끄러운 감촉과 함께 단단하게 오므리려 있는 항문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거길 만져줘요. 거긴 너무 좋아요.”
사내의 손이 미끌미끌하게 항문에 와 닿는 것을 느낀 김현미는 격정에 몸을 떨면서 헐떡거렸다. 사내의 손가락이 항문 속으로 들어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활짝 열려 있는 꽃잎에다, 엉덩이를 치켜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항문이 열려지지 않는 것 같았다.
“허……헉!”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사내의 손가락이 윤활유에 질퍽거리는 항문 속으로 억지로 파고 들어오는 찰나였다. 사내는 거칠게 숨을 토해내고 나서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조……좋았어요.”
김현미는 사내와 다르게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내가 사정을 하면서도 항문을 부드럽게 애무하는 감촉에 하늘로 불끈 치솟는 듯 한 기분 속에 사로 잡혀 버렸다.
“담배 한 가치 주시겠어요.”
김현미는 사내가 건네주는 손수건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는 꽃샘을 깨끗하게 닦았다. 사내의 정액과, 꽃샘에서 흘러나온 윤활유로 걸레가 되어 버린 손수건을 들고 발코니 난간으로 갔다. 파도 소리가 철썩이는 밤바다에 손수건을 날려 버리고 나서 스커트를 입었다. 구겨져 있는 부분을 바르게 잡은 다음에 사내에게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사내는 피우던 담배를 김현미에게 건네주었다. 이어서 좋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다음에 홀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좋았어요…….
김현미는 닫혀 있는 문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나서 발코니 난간으로 갔다. 바람이 무척 시원했다. 수평선 끝에는 여전히 고깃배의 불빛이 파도를 따라서 유영을 하고 있었다.
“춥지 않아?”
“아뇨?”
김현미가 꽁초를 바다 속에 던져 버렸을 때였다. 남편이 발코니로 나와서 부드럽게 물었다. 김현미는 옆으로 와서 멈추는 남편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어깨를 휘어 감게 했다. 그리고 살며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졸린 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한 말을 해야겠군.”
남편이 김현미의 어깨를 힘주어 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왜요?”
김현미는 갑자기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남자와 격렬하게 섹스 하는 모습을 남편이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설령, 남편이 그것을 봤다고 해서 트집을 잡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친구들이 삼차를 가자는 데, 당신이 피곤해 보여서 말야.”
“아! 저는 괜찮아요.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니까 재미있게 놀다가 오세요. 저는 먼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겠어요.”
김현미는 어깨를 감싸고 있는 남편의 손을 잡아 당겨서 가볍게 키스를 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김현미가 꽁초를 바다 속에 던져 버렸을 때였다. 남편이 발코니로 나와서 부드럽게 물었다. 김현미는 옆으로 와서 멈추는 남편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어깨를 휘어 감게 했다. 그리고 살며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졸린 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태양이 정오를 비켜 갈 시간이었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난 김현미는 베란다로 나갔다. 해변은 비어 있었다. 해변이 끝나는 지점의 바위에 올라앉은 남자 한 명이 한가롭게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바람이 불어 올 때마다 넓적다리를 겨우 덮은 잠옷 자락이 휘날렸다. 그 사이로 검은색의 비키니 팬티가 보였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편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김현미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나서 다시 수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멀리 어선 한 척이 항구 쪽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 위 하늘에 갈매기 몇 마리가 어선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괜찮아. 어서 들어 와.”
김현미는 남편의 목소리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문 앞에는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멘 문요섭이 서 있었다.
“어머!”
김현미는 귀밑을 빨갛게 물들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잠옷 자락이 흩날렸다. 그 안의 팬티가 훤하게 노출되고 있었다. 얼른 잠옷 자락을 누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하십니까?”
문요섭은 김현미와 다르게 얼굴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그녀와 교차되어 베란다로 나갔다.
“친구 분이 계셨으면 말씀을 하지 그랬어요.”
베란다에 서있는 문요섭을 의식한 김현미는 남편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괜찮아. 당신의 알몸까지 찍은 저 친구잖아. 어서 옷을 갈아입어. 제주 의 오일장 구경하러 가기로 했으니까?”
남편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친구 앞에서 아내의 섹시한 모습을 보여 줬다는 자랑스러움이 얼굴에 역력하게 배어 있는 모습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싫어요.”
김현미는 말과 다르게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옷 장 앞에 서서 문요섭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잠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제주의 오일장은 여느 읍 소재지의 오일장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오일장 입구 참외와 수박 등을 파는 노점이 있었고, 그 옆에는 푸성귀를 파는 좌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안에는 생선 가게, 옷가게, 각종 주방용품을 싸게 파는 노점이 있는가 하면, 강아지 몇 마리를 박스 안에 가두어 둔 할머니, 잡화 등을 파는 천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육지부의 여느 오일장 보다 많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끔 걸음을 멈추고 길을 터 주어야 할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감귤 주산지인데도 수입 오렌지를 산더미처럼 싸 놓고 파는 상인도 있었다. 그들은 김현미 일행이 지나 갈 때마다 물건을 흥정하다가, 혹은 물건을 비닐봉지에 담다가, 어떤 사람은 부채질을 하다 멈추고 김현미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김현미는 어깨가 노출되는 블라우스에 눈처럼 흰 칠 부 쫄바지에 같은 색의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었다. 그 탓에 그녀의 엉덩이는 하늘로 향해 탄력 있게 치켜 올라가 있었다.
길고 쭉 뻗은 팔목에는 푸른색의 산호를 깎아 만든 팔찌가 걸려 있었고, 맨살의 어깨를 덮는 머리카락은 걸을 때마다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렸다. 거기에다 선글라스를 쓰고 미소를 잃지 않고 걷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들의 뭇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옆에서 걷고 있는 남편은 여자처럼 흰 얼굴에 아랍인을 연상시킬 만큼 단단한 턱을 소유하고 있었다. 원색의 와이셔츠에 얇은 모시 바지를 입고 걷고 있었다. 반대편의 문요섭은 검은태 안경에 카메라를 들고 가다 가끔 걸음을 멈추고 세터를 눌러 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한 눈에 보더라도 제주에 관광을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십대의 남자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걷고 있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를 본다면 김현미가 그렇고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여자 일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김현미의 몸에서 풍기는 청조 한가하면, 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이미지는 그런 생각을 버리게 했다.
그 보다는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거나, 재벌의 딸쯤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었고. 남편과, 문요섭을 그녀의 매니저나 보디가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줄지어 늘어서 있는 노점상을 지나서 음식을 파는 간이식당 가로 접어들었다. 모든
식당 앞에는 순대를 비롯해서, 갈색의 족발. 잡채. 파전 등을 수북하게 쌓아 놓고 손님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제주에 왔으니까 옥수수 막걸리 한 잔 하고 가는 것도 좋겠지?”
뜨거운 태양 아래 소나무 몇 그루가 서있는 식당 앞에서 걸음을 멈춘 문요섭이 남편에게 물었다.
“좋아. 그렇지 않아도 차가운 맥주가 생각나던 참이었군. 당신은 어때?”
남편이 선글라스를 벗고 식당 앞에 쌓아 놓은 음식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 분이 좋다면 전 괜찮아요.”
김현미는 별로 식욕이 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옥수수 막걸리라면 맛이 어떤 지 한 잔정도 하고 싶었다.
그들은 앞치마를 한 여자의 안내로 식당 뒤에 있는 공터로 들어갔다. 비치파라솔 몇 개가 세워져 있었고. 손님들은 그 곳에서 시뻘게진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난 별로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없는데. 약간 텁텁하다는 느낌이 들뿐야. 당신은 어때?”
옥수수 막걸리 한 잔을 절반 정도 마시고 난 남편이 입술을 문지르며 김현미에게 물었다.
“옥수수 향이 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술이 차가워서 그런지 마실 만 해요.”
김현미는 젓가락으로 파전을 먹기 좋게 찢어 놓으며 문요섭을 바라보았다.
“난 괜찮아. 딱 좋은 걸.”
문요섭은 의자에 비스듬하게 기대며 오른 발 위에 왼발을 걸쳤다. 그런 자세로 카메라의 렌즈를 돌리면서 아무려면 어떠냐 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요섭 씨는 언제 서울로 가시게 되나요?”
김현미는 별로 입맛이 동하지 않아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옆자리의 테이블에 있는 이십대 후반의 사내들이 자신을 열심히 훔쳐보고 있는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