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100 16. 간통을 즐기는 아내 (100/109)

00100  16. 간통을 즐기는 아내  =========================================================================

                                    

16. 간통을 즐기는 아내(1)

문요섭은 턱을 치켜올리며 뜨거운 숨을 내쉬고 있는 김현미의 입술을 덮었다. 동시에 젤리처럼 부드러워진 그녀의 입을 빨아 들였다. 불처럼 뜨거운 숨소리와 함께, 종이처럼 엷은가 하면, 불에 갓 구워낸 소시지처럼 뜨거운 그녀의 혀가 입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것을 부드럽게 휘어 돌리는가 하면, 빨아 당기면서 허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을 박스형의 팬티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

김현미는 다시 문요섭의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오자, 숨을 내 쉴 수가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쾌감이 온 몸으로 번져 가는 것을 느끼며 얼른 가랑이를 벌려주었다. 꽃잎의 둔덕을 더듬고 있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순간, 짜릿짜릿한 전율이 발끝부터 밀려오면서 온 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옷장에 몸을 기대면서 한 쪽 다리를 올려서 그의 옆구리를 감았다.

“아!……우린 이러면 안 됩니다.”

김현미의 꽃샘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런가 하면 말미잘처럼 움찔거리면서 손가락을 자극하고 있는 쾌감에 떨던 문요섭은 뜨겁게 중얼거리면서, 말과 다르게 갑자기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질 안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아!……조……좀 더 자극적으로 해 줘요…….”

김현미는 손가락 두 개가 갑자기 질 속으로 들어 올 줄은 조금도 예측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통증을 느낄 정도로 밀려들어오는 두 개의 손가락 감촉에 눈이 뒤집혀 지는 듯 한 전율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문요섭의 어깨에 힘껏 매달리면서 엉덩이를 앞으로 밀었다.

“아……안 됩니다. 우린 이러면 다시 얼굴을 볼 수 없을 겁니다.”

문요섭은 생각 같아서는 김현미의 팬티 가랑이 사이로 심벌을 깊숙이 밀어 넣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까물어 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여 유린하고 싶었다. 하지만 김현미가 엉덩이를 앞으로 내밀며 헐떡거리고 있는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상철의 얼굴이 떠올랐다. 상철과 섹스를 했을 때도 이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그녀를 떠밀어내고 뒷걸음 쳤다.

“왜……왜 그러는 거죠?”

수면 밖에 까지 낚아 올리던 대어를 갑자기 놓쳐 버린 것 꼴이 되어 버린 김현미가 헐떡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난 김현미 씨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상철이 도 놓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요섭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지 지퍼를 올리려고 했다. 맑은 물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심벌은 아직 죽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단단하게 서 있는 그것을 지퍼 안으로 집어넣기 위해서 바지를 앞으로 잡아당기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야 했다. 

그렇게 해서 심벌을 바지 안으로 집어넣은 다음에 테이블 앞으로 갔다. 그곳에는 상철과 함께 마시던 양주병이 있었다.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 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잔에 술을 절반 만 따랐다. 숨을 길게 내 쉬고 나서 한 모금 마시자, 온 몸이 터져 나 가 버릴 것 같던 흥분이 조금은 식어 가는 것 같았다.

“이해를 할 수 없군요. 우리가 섹스를 했다 해도, 남편은 화를 내지 않아요. 그리고 여자를 이렇게…….”

김현미는 이상하게 조금 전처럼 수치심이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다른 남자가 그랬다가는 수치심을 견디다 못해 울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여느 남자와 확연하게 다른 문요섭에게서는 이상하게도 존경심이 샘솟을 것을 느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사과를 할 것까지는 없어요. 하지만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분이군요. 남편이 안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을 가지고, 혼자서 고민하고 절망하고 있다니…….”

“어떤 일이든지 처음이 어려운 겁니다. 특히 남녀 관계는 처음 관계를 맺기가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자석에 이끌러 가듯 서로 끌리게 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김현미 씨와 섹스를 하게 되면, 상철이 가 곁에 있어도 김현미 씨 와 섹스만 생각하게 될지 모릅니다. 솔직히 그 점이 두렵습니다.”

“그 말씀을 들어보니 이해를 할 것 같군요. 예술을 하시는 분이라 집착력이 대단할 것이니까요.” 

“날 이해 해 준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김현미 씨를 정말로 사랑합니다.” 

문요섭은 술잔을 든 채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 주고 나서 이내 돌아섰다.

“다시 오실 거죠?”

김현미는 뜨겁게 부풀어 올라 있던 꽃샘이 간질간질 거리는 것을 느끼며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요. 언제든 올 겁니다.”

문요섭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천천히 돌아서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 가 버렸다.

알 수 없는 사람이야…….

김현미는 뜨거워 질 때로 뜨거워 진 몸을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이상하게도 전율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빠른 속도로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육체에 대한 허전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빠르게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여름밤은 짧다. 김현미는 한 겨울밤처럼 길어질 것 같은 밤 시간을 녹여버리기 의해서 술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굴까?”

코냑을 잔에 따라서 막 마시려고 할 때였다. 방안에 가득 차 있는 무겁고 칙칙한 침묵을 깨고 조용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세탁물을 가져 온 걸까? 아니면 영혜 씨?

코냑잔을 든 채 천천히 문 앞으로 갔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주기 전에 바깥에 귀를 기울이며 누구냐고 목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저, 문요섭입니다.”

“어머! 문 선생님.”

뜻 밖에도 문요섭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다. 김현미는 방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권태와 외로움이 날개를 달고 날아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반갑게 부르짖으며 문을 열어 주었다.

“안녕하셨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문요섭은 검정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타이트한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설레어 왔으나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불쑥 찾아왔는데, 실례가 되지나 않을 까 모르겠군요.”

어색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문요섭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물씬 풍겼다. 하지만 김현미는 상관하지 않았다. 술을 마셨다고 해서 이성을 잃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행동을 할 그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 다른 분도 아니고, 문 선생님이신데, 새삼스럽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 친구는 마라도에 갔죠?”

문요섭은 방을 통과해서 곧장 베란다로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김현미를 바라보았다. 

가운 위로 어깨를 덮고 있는 생머리가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슬쩍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맨발이 보였다. 엄지발가락에 새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발을 보는 순간 아득한 현기증 같은 것이 밀려왔다. 너무 선정적인가 하면, 그 발가락을 애무해 주고 싶은 충동 같은 것이 번쩍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어머! 선생님도 알고 계셨군요.”

김현미는 자신의 발을 잠시 쳐다보던 문요섭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리면서 얼핏 보이는 얼굴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워 보였다. 

“네. 내일이나 돌아 올 거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문요섭은 베란다로 나가서 난간에 기대어 섰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김현미의 발을 지워버리려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렸다. 그리고 노을이 지고 나서 어둠 속에 허리를 묻고 있는 해변을 바라보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래요, 오늘은 바다낚시를 하고 저녁에는 마라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고 내일 온다는 말을 남기도 아침에 나가셨어요.”

김현미는 문요섭이 왜 갑자기 당혹스러워 했는지를 알 것 같았다. 남편이 호텔에 있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불쑥 찾아 올 그가 아니었다. 남편이 없는 줄 알면서도 찾아 온 것도 뜻밖인데, 술까지 마시고 찾아 온 저의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분은 나를 생각하고 찾아 오셨는지도 몰라…….

문요섭이 자신을 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운 속에 들어있는 젖꼭지가 딱딱하게 굳어오는 것을 느꼈다. 

어머…….

바람이 불면서 가운이 펄렁 거렸다. 그와 동시에 가운의 까실까실한 감촉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젖꼭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짜릿한 전율 같은 것이 젖가슴으로 뭉쳐지는 것 같았다.

“상철이 없는 줄 알면서도 왜 찾아 왔느냐고 묻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찾아오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당황하던 표정을 지운 문요섭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우울하게 묻는 목소리에, 김현미는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한편으로는 정말로 문요섭이 다른 볼일이 있어서 찾아 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망스럽기도 했다.

“후후후,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여자라면 몰라도 김현미 씨는 충분히 이해를 해 주실 테니까요.”

“그럼 왜 그런 질문을 하세요?”

“호텔에 도착해서 김현미 씨를 보면 그 말을 할 생각이었거든요.”

“호호호! 그래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군요.”

문요섭의 말이 핵심을 피해서 겉돌고 있다는 것을 느낀 김현미는 일부러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나 마음속은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초조하기만 했다. 

“자신과의 약속이라……”

문요섭은 등을 돌려서 배란다. 기댔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나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김현미를 바라보았다.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김현미의 가운 자락이 펄럭거렸다. 쭉 빠진 허벅지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얼른 고개를 돌리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 뿜었다.

“전 그냥 해 본 말이에요……”

김현미는 문요섭을 향해 옆으로 섰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머리카락을 누르면서 문요섭을 바라보았다. 그 특유의 고뇌하는 표정이 오늘 따라,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다. 마치 왼 종일, 외로움과 허전한 기분 속에 보낸 자신을 거울로 보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문요섭의 속뜻이 궁금하기만 했다. 

“물론 김현미 씨는 그냥 해 본 말이겠지요.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자신에게 묻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걸 묻고 계시냐고 물어봐도 될련지 모르겠군요.”

“못할 거도 없죠. 사람들은 누구나 결혼을 하기 전에 하는 약속이니까……”

“남편은 아내만을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만을 사랑한다는 그런 약속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후후후……미인은 머리가 나쁘다는 말이, 김현미 씨한테는 통하지 않는군요.”

문요섭은 작은 소리로 웃으면서 김현미를 바라보았다. 서늘한 눈매하며, 반듯한 콧날, 그리고 선이 고은 입술은 아무리 봐도 미인이었다. 그녀의 누드 사진을 찍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알몸은 더 환상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보다는 가운을 입고 있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전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에요? 어머 그러고 보니 저 스스로를 미인이라고 자랑하는 꼴이 되어 버렸군요. 죄송해요……하여튼 저도 결혼 전에 그런 약속을 했기 때문에 짐작을 했을 뿐이에요.”

“중요한 것은 상철이나 김현미 씨와 다르게 나는 정신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죠. 더구나 나름대로는 예술적인 사진을 찍고 있다고 자부하는 내가 말입니다. 후후후……한마디로 지독한 아이러니죠. 예술은 창작이고, 창작 활동을 하려면 정신적으로 그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하는 내가 꽉 막힌 벽창호라는 점을 이해 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문 선생님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전 그런 문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어요.”

“존경! 김현미 씨는 진심으로 그 말을 했겠지만 나한테는 비난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군요. 내가 얼마나 이중 적인 성격인 줄 압니까?”

문요섭은 긴장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갑자기 취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김현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참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누구나 문 선생님처럼 이중 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그래요. 상철 씨를 사랑하면서 때로는……”

김현미는 하마터면 다른 남자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는 말을 할 뻔했다.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응접탁자 위에는 문요섭이 들어오기 전에 마시려고 따라 놓은 코냑잔이 있었다. 소파에 앉으면서 코냑잔을 들었다.

“아닙니다. 김현미 씨와 상철이야 말로 진정한 휴머니스트 인 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두 분 사이에는 거짓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두 분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어떤 줄 압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서도 표현을 하지 못한 채 위선적인 말만 늘어놓는 위선자에 불과 합니다.”

문요섭은 김현미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베란다 난간에 등을 기댄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는 김현미를 바라보았다. 오늘 저녁에 김현미를 찾아 온 목적은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막상 허물 같은 가운만 걸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맞는 말씀이세요. 저는 남편을 사랑해요. 하지만 제 몸을 사랑하기도 해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김현미는 자신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문요섭이 지금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남편도 사랑하지만, 내 몸도 사랑한다. 멋진 말이군요. 어쩌면 김현미 씨는 전생에 집시였는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는 전생에 내시였을 겁니다. 김현미 씨처럼 아름다운 왕비를 모시는 내시 말입니다……”

김현미의 모습이 선정적으로 가까이 다가올수록 문요섭은 기분이 참담해 지고 있었다. 

손만 뻗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품에 안 겨올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와 한번 사랑에 빠지게 되면 영영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어쩌면 먼저 아내와 이혼을 한 다음에, 김현미에게도 상철과 이혼을 강요할지도 몰랐다. 

설령 김현미가 거절을 한다 해도, 휴가가 끝나면 상철은 프랑스 행 비행기를 탈 몸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마음을 돌려 놀 기회는 얼마든지 많고,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아!……안 돼. 내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친구와 아내를 버릴 수는 없어……하지만 저 여자는 나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어떤 대가도 원하지 않아. 남편이 말대로 섹스의 기쁨만 가져 갈 뿐이잖아. 그런데 바보처럼 뭘 망설이고 있지?

문요섭은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꿈을 꾸는 눈빛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맞은 편 소파에 앉아서 담배를 눌러 껐다. 

“후후후……그래요. 저는 전생에 집시였는지 몰라요. 플라멩코를 멋들어지게 추는 집시였는지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남자들이 저를 안아 보려고 애를 태운 죄로 이런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선생님은 내시는 아니었을 거예요. 아마, 물 맑은 계곡의 정자에서 비파를 타고 계시는 선인이었을 거예요.”

문요섭은 금방 담배를 껐는데도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 그의 이마에 땀이 베 어 있었다. 김현미는 그가 긴장하고 있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일어섰다. 빈 코냑잔을 가져다가 문요섭 앞에 놓으며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선인이었다면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문요섭은 김현미가 술을 따르는 것을 지켜봤다. 허리를 숙여서 술을 따르고 있는 그녀의 가운이 벌어지면서 우윳빛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것을 보니, 팬티도 입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순간 숨을 죽이고 있던 심벌이 맹렬한 기세로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고통스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누구나 비밀을 간직하는 법이니까요.”

김현미는 문요섭의 저의를 안 이상 어서 빨리 침대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문요섭이  갈등하고 있어서 목이 말랐다. 코냑을 한 모금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소파에 허리를 기대었다. 동시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비밀이라고 말했습니까?”

비밀이란 말이 은밀한 쾌감을 안겨주고 있어서, 문요섭은 갑자기 목이 잠겨 버린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은빛의 포장지 안에 김현미의 팬티가 들어 있다는 것을 혼자만 알고 있는 환상이 짜릿한 전율을 안겨주고 있는 것을 느꼈다. 

“네. 비밀이라고 말했어요.”

김현미는 문요섭이 원하면 그와의 관계를 남편에게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 이건 비밀이 아냐,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야……. 

지금까지 남편과 살아오면서 비밀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모든 일상이 자유스러웠고, 결혼한 여자답지 않게 성적인 자유도 소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남편에게 비밀을 가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불문율을 깨고 오늘 문요섭과 관계를 가지게 된다면 두 번째 비밀을 간직하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난 남편을 사랑해.

영국 속담에도 좋은 거짓말은 약이 된다고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비밀을, 사랑을 영속시키기 위해서 때로는 비밀을 간직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생각을 해 보니 지난밤에 태원을 만나 섹스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남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난밤에 남자를 만났었냐고 물었다면, 태원을 만나서 신비로운 체험을 했었다고 대답을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남편은 그렇게 묻지 않았다. 창녀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바람난 아내에게 추궁을 하는 목소리로 분노를 참으며 지난밤에도 남자를 만났었냐고 물었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드라이브를 하다가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남자를 찾아갔었어요.”

만약 그때 그렇게 대답을 했더라면, 남편은 더욱 불쾌해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과 서울에서 온 지사장들과 낚시를 하면서도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그들에게 남편이 좋은 인상으로 남을 리 없었다. 어쩌면 억지로 자신들을 가이드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오해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문요섭과의 관계를 가지게 된다고 해도 같은 맥락이다. 문요섭과 남편은 오래 된 친구다. 따라서 남편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을 때와, 다른 감정을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술을 마시면서 아내의 테크닉이 어땠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의 문요섭 표정이 선하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것이다. 그도 아니면 심각한 얼굴로 나는 지금도 김현미 씨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을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불상사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밀을 간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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