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포카혼타스를 닮은 여자 (4/45)

 # 4

4화. 포카혼타스를 닮은 여자

────────────────

하루하루가 바쁘고 만나는 사람도 늘어났지만 마음 속이 텅 비어있는 듯한 공허함은 그 어떤 걸로도 채울 수 없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남편과 결혼을 하고, 자신의 청춘을 다 바쳐 함께 했던 남편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은 어느새 그녀의 가슴 속 응어리가 되어 남아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걸로도 채울 수 없는 구멍난 가슴. 절대로 메워질 것 같지 않은 안타까움과 외로움이 그녀가 처한 현실이었다.

더욱 더 운동에 신경을 쓰며 그런 자신을 다잡으려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아침 일찍 조깅을 나가 동네를 한 바퀴 돈 후 곧바로 헬스장에 가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쏟는 생활의 반복.

하지만 그것도 얼마 후 시들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요가였다. 

남들보다 훨씬 예쁜 몸 그리고 아직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얻기 위해 그녀는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함께 운동하는 동네 아줌마들은 샤워실에서 아직도 처녀같기만한 은경의 몸을 보고 감탄하거나 질투에 젖어 비아냥대기도 했다.

그런 생활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최소한 외롭다거나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들었으니까. 나중에 가서는 그런 반응들을 오히려 은근히 즐기게 되기도 했다.

오늘도 그랬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운동들로 몸을 탄탄히 하고, 그 후에 하는 샤워는 은경의 기분을 상쾌하고 개운하게 바꿔주곤 했다.

오전 늦게까지 운동을 한 은경은 오후에 잠시 건물에 들러 관리인을 만난 뒤 나른한 기분을 즐길 겸 친구인 정숙의 집을 찾았었다. 그러다가 용준을 만나게 되었던 거고···.

커피와 간단한 다과 그리고 과일까지 깍아서 돌아온 정숙은 베테랑 아줌마다운 수다 솜씨를 뽐내며 은경을 맞았다. 두 사람은 또 다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은경아?”

“응?”

“조금 조심스러운 질문인데···. 혼자 사는 거 어때? 외롭다거나 힘들지 않아? 너도 결혼한지 꽤 됐었잖아?”

“혼자 사는 거···.”

자신의 눈치를 보며 꺼내놓은 친구의 질문. 은경은 다소 민감한 그 물음에 곧바로 대답을 해주진 못 했다. 하지만 잠시 후 얼굴에 미소를 띈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정숙은 다행이라는 듯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훨씬 좋아. 정말로 내 삶을 사는 거 같구.”

“그래? 다행이다.”

“유럽도 다녀왔구, 미국이랑 중남미 지역도 몇 군데 다녀왔어. 물론 못 가본 데가 더 많지만. 아프리카만 가면 5대양 6대주 모두 가보는 건데. 후훗.”

“정말? 대단하다. 난 제주도 다녀온 게 전부인데···.”

“너도 갈 수 있을 거야. 괜찮으면 우리 둘이서 여행이나 가자. 둘만의··· 우정여행?”

“좋지. 호호. 그럼 잘 부탁할게.”

“기집애. 이럴 땐 꼭 애교를 부리더라. 호호호. 맥주 있으면 가져와봐. 목이 탄다. 얘.”

“그렇지? 잠시만 기다려. 시앗이 해놓은 거 있으니까 얼른 대령할게~ 호홋.”

저녁 식사까지 마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계속 나누었다.

정숙의 집에 도착한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할 이야기들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아있었다. 그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고있을 때 용준이 돌아왔다.

“용준아, 엄마 친구야. 은경이 아줌마. 인사해~.”

“은경이··· 아줌마?”

“아까는 고마웠어. 잘생긴 용준아. 네 덕분에 이렇게 엄마도 만나구 술도···. 후훗. 고마워.”

“네, 그럼 말씀 나누세요.”

용준은 고개만 꾸뻑 숙여 인사를 한 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생각보다 딱딱한 반응. 거실에 남은 두 여자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정숙이 말했다.

“요즘들어 더 말이 없어졌네···. 재수생이다 보니까 힘든가봐.”

“그렇구나···. 그래두 정말 잘 생겼다. 어깨 벌어진 것 좀 봐. 후훗. 너, 아들 하나는 잘 키웠다?”

“그렇지? 동네 아줌마들이 난리야. 체대 가려면 저 정도는 돼야 한다던데.”

“체대? 정말?”

“응. 얘가 고등학생 때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그렇구나. 그래두 앞으로 잘 하겠지 뭐.”

은경은 용준이 들어간 방문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근육질의 몸. 그리고 햇볕에 그을린 듯한 구리빛 피부. 하지만 원래는 하얗고 깔끔한 피부를 가졌을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각진 턱선과 광대뼈가 그런 용준을 실제 나이보다 조금 더 성숙해 보이게 할 법도 했지만 짧은 머리 때문인지 얼핏 보면 정말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얼굴이기도 했다.

“가자. 술 좀 더 마셔야지?”

다급히 방으로 돌아온 용준은 살짝 빨라진 심장박동소리를 느끼며 가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휴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집에 갔을 줄 알았는데···.’

재수학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다가 만난 은경. 

멀찌감치에서 그녀를 발견했을 때 용준은 꽤나 매혹적인 은경의 몸매를 몰래 훔쳐보았었다.

학원에서 나름 몸짱이라고 알려진 인기 많은 여학생들과 비교해도 그리 뒤처지지 않는 멋진 몸매.

실제로 길거리를 나가봐도 은경만큼 관리된 몸매를 가진 여자를 보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근육질이 아닌 자연스러운 운동을 통해 곡선을 살린 그녀의 몸매는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용준 또래의 어린 사내들에겐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일만한 몸이었다.

수컷의 갈망.

성에 대한 욕구가 한참 솟구치는 나이에 재수생 생활을 시작한 용준. 

어찌보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불같이 샘솟을 그의 욕구는 재수생활이라는 짜여진 틀에 맞춰져 한없이 눌려지기만 했었다.

학원에 가서 만나는 여학생들은 그저 함께 공부를 하는 동성 친구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그녀들 역시 ‘재수생’이라는 굴레와 무게에 짓눌려 화장을 하거나 예쁜 옷을 입는 등 외모에 신경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 씨발 존나 예쁘네···.’

욕이 나올 정도의 외모. 

몸매도 몸매지만 얼굴도 나쁘지 않았다. 하얀 피부의 용준이 선호하는 밀크초콜릿 같은 까무잡잡한 피부. 하지만 잡티가 보이지 않는 은경의 얼굴은 예전 용준이 봤던 영화 ‘포카혼타스’에 나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시켰다.

그런 연상이 머릿속에 박혀서인지 은경이 엄마의 친구이긴 하지만 결코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학원에서 보는 삼수생 누나들보다 더 어려보이고 예뻐보인다는 생각이 들자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부풀어 오르는 아랫도리를 바지 위로 움켜잡았다.

‘조금만 참어 인마. 밤이 되면 한번 풀어줄테니까.’

엄마와 엄마친구가 있는 집에서 자위를 할 순 없었다. 혹시라도 한참 신이 나서 손을 흔들고 있을 때 들키기라도 한다면?

방문을 잠궈놓는 일이 없는 용준이거니와 시시때때로 문을 덜컹 열고 방안으로 침입하는 엄마의 성격을 알고 있는 그로써는 뻔히 두 명의 여자가 있는 집안에서 그 짓을 할 순 없었다.

‘아줌마가 집에 돌아가고 나면 한번 쳐야지···.’

그래도 바지 위로 성난 불기둥을 만지며 달래주는 건 가능했다. 혹시라도 문이 열리면 곧바로 손을 떼어내면 되니까.

“아아···. 으으···.”

주물럭거리며 바지 앞부분을 만지작거리는 용준.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아까 전 길에서 봤던 은경의 뒷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히프 라인이 빤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은경의 뒤태. 몇 번이나 그 모습을 훔쳐봤는지 모른다. 

학원에서 가져온 필기 내용을 정리해야 되건만 용준은 자신이 재수생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바지 앞부분을 만지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어쩌면 휴지를 갖다대기도 전에 사정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잊은 채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