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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아줌마 같은 여자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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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아줌마 같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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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같은 여자?”

“나 같은 여자가 어떤 여잔데?”

나름 과감한 대답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용준의 말을 은경의 대답이 순식간에 뛰어넘어버렸다.

순간 당황한 용준의 귀에 은경의 그 다음 말이 천천히 들려왔다.

“아줌마 같은 여자가 네 이상형이니?”

“네···. 일단은요.”

“일단은? 듣기 나쁘지 않네? 호홋.”

은경의 표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자 용준은 용기를 얻었다.

“제 나이 또래 여자애들은 별로에요. 너무 어린 티가 많이 나구··· 챙겨주기 귀찮아요.”

“여자친구 사겨봤구나?”

“고등학교 때 잠깐요.”

은경이 관심을 갖자 용준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만 같은 예전의 기억을 생각해내 말했다.

첫 여자친구.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근처의 웬만한 고교생들은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던 시절.

싸움 하나는 자신있었다. 운동을 하는 것도.

그렇게 단순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던 용준에게 먼저 다가온 옆학교의 2학년 누나. 

이름은 승연이었다. 이승연.

나름 예쁘기로 유명했다. 따라다니는 남학생들도 많았고.

하지만 그런 승연이 만나자마자 말을 걸고 친한 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용준은 그렇게 첫 번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었다. 물론 오토바이에 미친 용준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돼버렸지만.

언젠가 강의를 끝내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갈 때 딱 한번 승연을 본 적이 있었다.

조금 나이가 많은 듯한 남자의 차에 올라타던 첫 여자친구의 모습.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첫눈에 반한 여자는 아니었으니까.

호기심도 별로 없었다. 그녀에 대해 궁금한 건 오직 왜 자기를 좋아했느냐는 것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은경은 아니었다.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성숙한 여자의 향기.

향수를 뿌리거나 화장을 진하게 한 것도 아니었는데 무언가 모르게 용준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은경에겐 있었다.

“근데 아줌마는 애인 없어요? 만나는 남자나 사귀는 사람, 이런 거요···.”

“애인? 후후···. 그런 거 없어. 나 같이 나이 먹은 이혼녀한테 누가 관심을 갖겠니? 요즘엔 돌아온 싱글녀라고 포장해주지만 예전엔 그냥 과부만도 못한 존재였어. 못 나서 남편한테 버림받은 이혼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줌마가 얼마나 예쁜데요.”

“후후. 오늘 귀호강 엄청 한다. 우리 용준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마음속 생각을 말한 용준의 진심이 느껴졌는지 은경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볼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피부에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르르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깜짝 놀라서 은경의 얼굴을 쳐다본 용준만큼이나 그녀 역시 갑작스레 느껴진 이상한 감촉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용준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줌마, 그럼 앞으로 저랑 대화도 많이 하구···. 나중에 데이트도 하면 안 될까요?”

“데이트···?”

용준의 입에서 수줍게 데이트라는 말이 나오자 은경의 얼굴은 순간 붉어졌다.

방금 전의 감전보다 더 놀랍고 쑥스러운 용준의 말. 그렇게 부끄러워 붉어진 은경의 얼굴을 보며 순간 용준은 생각했다.

‘어? 아줌마가 혹시 내 말에 부끄러워하는 건가? 그리구 방금 전에 찌릿찌릿한 기분, 아줌마도 느낀 걸까?’

당황해하는 은경을 보며 용준은 이상하게도 오히려 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언제 저랑 데이트 하실래요?’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 현관쪽에서 철컥 소리가 나며 정숙이 들어왔다.

“은경이 왔구나? 언제 왔··· 어머, 아들도 왔네? 언제 왔어? 밥은 먹었어?”

“치맥 중이지 뭐. 너희 아들 격려도 해줄 겸.”

“어머? 웬일이니? 나두 지금 치킨에 한 잔하구 왔는데.”

계모임에서 치맥을 하고 왔다면서 정숙이 수다를 떨 준비를 했고, 용준은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엄마에게 들킨 심정으로 조용히 거실을 나왔다.

방으로 돌아온 용준은 떨리는 심장 위에 손을 얹은 채 방금 전의 상황을 복기했다.

분명 자기 제안을 은경이 받아들였을 거라는 확신. 그리고 그 순간 자기를 쳐다보던 은경의 물기 젖은 눈동자에는 확실히 호감의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호호호. 다음엔 반찬도 해놓구 그래. 나 요즘 바쁜 거 몰라?”

“어이구···. 아예 나를 가사도우미로 부려먹어라. 요것아!”

“어머. 그거 좋은 생각인데? 이번 기회에 가사도우미 한 명 싸게 부려볼까? 너 한 달에 얼마면 되니? 호호호호.”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정숙의 목소리가 방문 너머로까지 들려왔다.

정숙은 성격도 밝고 잘 웃는 편이긴 하지만 외모적인 측면에선 은경과 너무도 비교가 됐다.

아무리 용준을 낳고 살이 쪘다지만 정숙은 동네 유부녀들 사이에서도 꽤 덩치가 있는 편이었고, 가슴은 원래부터 컸다는 얘기가 있다지만 뱃살도 보기에 별로일 정도로 나와있는 몸매였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옷차림에도 신경을 쓴 은경과 비교해보면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정숙의 몸.

날씬하고 균형잡힌 은경의 몸과 비교해 볼 때 정숙은 거의 10살은 넘게 더 늙어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이어트는 최고의 성형이라고 했던가?

- 나 같이 나이 먹은 이혼녀한테 누가 관심을 갖겠니? 호호호.

엄마처럼 시끄럽지 않고, 약간의 애교가 느껴지는 은경의 코웃음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을 하면서 순간 부끄러운 듯 빨개졌던 은경의 얼굴이 떠오르자 용준은 흥분감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설레임을 느꼈다.

‘아줌마도 분명히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거야. 어쩌면 날 좋아하고 있는지도 몰라. 만약에 엄마만 안 들어왔으면···.’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은경의 손을 잡고 자기쪽으로 잡아당기며 끌어안는 상상.

그리고 그 다음 그녀가 자기한테 했던 것처럼 볼을 쓰다듬어주다가 어느 순간 부끄러워진 은경의 볼을 감싸며 키스를 하는 상상.

아마도 영화에서 본 것처럼 격정적이고 뜨거운 키스는 못 했을 것이다. 수줍은 키스, 아니 입맞춤이라고 해도 조금은 민망할 법한 수줍은 뽀뽀를 했을 거라고 용준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다시금 심장이 뛰었다. 

‘분명히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여줬을 거야. 그것만으로도 날 남자로 생각한다는 반증이었을텐데···. 억울해. 너무 억울해.’

잠자리에 들기 전 다시 은경을 생각한 용준. 서서히 잠에 빠져드는 그의 하체는 자기도 모르게 단단히 발기되고 있었다.

뜨거운 열을 쏟아내진 않지만 탄탄한 용준의 몸처럼 단단하게 발기된 채 속옷 안을 꽉 채운 살덩어리.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용준은 눈을 감았다. 아마도 꿈속에서 또 다른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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