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20화. 앞으로, 조만간, 반드시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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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잠을 잘 시간이 되자 용준의 머릿속에는 온갖 상상이 맴돌았다.
펠라치오를 하면서 자신을 요염하게 바라보던 은경의 얼굴.
그리고 가슴을 만지면 안 되겠냐는 질문을 하자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듯 했던 그녀와의 기억.
도대체 어떤 모습이 그녀의 진짜 모습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아줌마는 왜 나한테 사까시를 해준 걸까? 설마 날 정말로 좋아해서? 아니면···.’
결론은 단순했다. 최소한 은경 역시 자신을 원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굳이 방안에 들어와서 자신의 바지를 벗기고 몸 위에 올라타 20분이 넘는 시간동안 꼬추를 빨아줬다는 것.
분명 그 이유였다.
‘남편이랑 헤어진지 꽤 됐다고 하던데···. 역시 여자들도 남자들이랑 똑같은 거구나. 섹스에 한번 맛들리면, 오랫동안 못해서 괴롭다고 하던데.’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은경의 성적 욕구를 해소할 마루타가 된다고 하더라도 용준은 그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자신 역시 은경의 몸을 통해 쾌락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테니까. 아니 오히려 자신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학원에 가기 위해 거실로 나왔을 때 은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주방 식탁 위에 작은 포스트잇으로 씌여진 편지.
[공부 열심히 하구 밥 먹구 가 – 아줌마가]
식탁 위에 놓인 갈비찜과 김치찌개를 발견한 용준은 기분이 좋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남편이 밤일을 잘하면 다음날 식탁이 달라진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줌마도 기분이 좋았던 거야! 내 꼬추가 크니까···. 그런 꼬추를 처음 빨아본 아줌마라서 기분이 좋았던 거야! 분명해. 그게 틀림없어!’
용준은 웃는 얼굴로 아침밥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갈비의 짭쪼름한 맛이 좋았고, 느끼함을 잡아주는 김치찌개의 청량함과 얼큰함은 환상적이었다.
마치 은경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재빨리 해치운 용준은 평소와 달리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학원으로 향했다.
한편, 아침일찍 집을 나선 은경은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자신이 정말로 못 할 짓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죄책감이 그녀의 아침 기분을 침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빳빳하게 발기된 채 자신의 입술과 손을 간절히 기다리던 용준의 모습이 생각날 때면 자기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순진하고 귀여운 녀석.
용준이는 얼굴도 잘 생겼지만 몸도 좋았다.
괜히 체대를 지망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탄탄하고 넓은 가슴팍과 힘이 넘치는 허벅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심볼을 만지다가 실수인 척 은근히 쓰다듬었던 용준의 복근.
빨래판처럼 탄탄한 것은 아니지만 지방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단한 왕(王)자도 환상적이었다.
남편인 종국이 생각났다.
그 역시 평소 운동을 통해 멋진 몸을 만들긴 했지만 한번 배신을 당한 후로는 그를 미워하게 됐다.
그가 하는 모든 말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자기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도, 다시 합치고 싶다는 말도.
그저 은경 자신을 희롱하기 위한 놀이에 불과하다는 의심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젯밤 봤던 용준의 튼실한 심볼이 아른거릴 때면 남편과의 잠자리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잠자리에서만큼은 환상적인 시간을 만끽하게 했던 남편의 밤기술.
물론 그 기술은 튼실한 하드웨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젯밤 봤던, 꽤나 크고 듬직한 용준의 심볼을 능가하는 남편의 성기.
20cm는 충분히 넘을만큼 길쭉한 그의 심볼은 굵기까지 완벽했다.
처음 섹스를 하던 밤이 생각났다.
아직은 남자를 제대로 모르던 은경.
첫날밤 허름한 여관방에서 봤던 그의 심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어, 어머!”
“왜?”
“이,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커···.”
“흐흐. 놀랐어?”
“그러엄. 자기 원래부터 이렇게 컸어···?”
“유전인가봐. 아버지랑 어릴적 목욕탕 가면 동네 사람들이 다들 쳐다봤거든. 시골 깡촌이라서 그런지 동네 남자치고 아버지 사이즈를 쑥덕대지 않는 사람이 없었지. 물론 동네 아줌마들도 나이랑 상관없이 히히덕거리는 거 같았고. 내가 몇 번이나 들었거든.”
“정말? 아버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왜? 우리 아부지 것도 얼마나 큰지 궁금해?”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
연애시절, 어쩌면 종국이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더 악착같이 일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안쓰러움을 느꼈던 은경은 잠자리에서 처음으로 그의 아버지를 언급했다.
물론 그런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종국은 농담으로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여줬지만.
어쨌든 그날 밤은 은경의 섹스라이프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짜릿함을 안겨줬다.
‘자지가 크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들을 순식간에 거짓말로 만들어버린 종국과의 첫날 밤.
은경은 사정을 마친 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해서 자신의 몸 위로 올라타는 종국의 건장한 몸에 깔린 채 몇 번이나 울음을 터트렸는지 모른다.
그것은 아픔보다는 기쁨과 희열의 울음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제대로 느껴본 오르가즘.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절정은 처음이었다.
밤새도록 자신에게 완전히 지배당한 은경을 마음껏 안아준 종국은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었고, 그런 모습에 반해버린 은경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었었다.
연애기간이 끝나고 결혼을 한 후 신혼집에 들어갔을 때도 은경의 기쁨은 계속됐다.
밤마다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오는 남편.
그의 몸에 짓눌리고 깔리고 엎어진 채 은경은 보다 능숙하고 야하면서 저속적이기까지 한 기쁨을 맛봤다.
성교 내내 울음을 터트리는 은경의 입을 막으며 남편은 박음질을 멈추지 않았고, 나중에는 눕혀진 자신의 몸 위로 은경의 자그마한 몸을 올려둔 뒤 방아질을 반대로 찍듯 아래에서 위로 찍어올리는 새로운 체위를 선보여줬다.
그 때의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저 꿈속을 헤매는 기분, 아니 지옥에서 느끼는 희열이 그런 것일까?
마지막에 가서 꺼억거리는 울음을 터트리며 기절해버린 은경. 남편은 그렇게 그녀의 모든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용준이랑 해도 그럴까?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야릇한 상상.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그리구 용준이는 어디까지나 정숙이의 아들이라구. 천은경. 정신차려! 어릴적 기저귀까지 갈아준 아기가 용준이라구! 넌 그런 앨···. 휴우. 아아···. 그래도 너무 좋은 걸 어떡해···.’
‘아줌마’ 소리를 하며 자신에게 손을 뻗치던 용준의 모습.
하지만 20분이 넘는 펠라치오에도 그는 결국 사정을 하진 못 했다.
그 점이 못내 미안할 뿐이었다.
너무도 아름답고 범접할 수 없는 꽃을 꺾은 정원사의 기분이 이럴까?
산속 깊숙이 영험함을 뽐내며 산신(山神)이 되어버린 산삼을 꺾는 심마니의 각오가 이럴까?
깨끗하고 순수하기만 한 영혼을 더럽힌 기분이었다. 그저 그 영혼이 음란함을 원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했던 만행.
‘그래두···. 용준이도 원했을 거야.’
헬스장으로 향하는 은경의 마음은 그래도 무거웠다.
조금 더 열성적으로 운동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지난밤의 기억을 잊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된다는 각오를 다짐하듯이 러닝머신 위에서 몇 시간을 달릴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용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들을 잊고 있었다.
- 가끔 아줌마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테니까···.
그것이 용준에겐 믿을 수 없을만큼 커다란 희망이 되어버린 줄도 모른 채.
“야!”
“야, 장용준!”
“네? 아, 윤진이 형···.”
싱글벙글한 채 학원에 왔지만 책상에 앉자마자 또 다시 은경과의 지난 밤 기억에 빠져든 용준.
그런 용준을 휴식시간에 찾아온 윤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그가 앉은 책상을 두들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소를 띈 채 여전히 딴 생각에 빠져있는 용준. 결국 윤진은 그의 등짝을 조금 세게 후려칠 수 밖에 없었다.
“뭔 생각에 그렇게 빠져있냐? 고민있으면 형님한테 털어놔봐. 얼른.”
“그냥요···.”
“구라치지말구. 너 무슨 일 있지?”
“무슨 일은요···. 근데 왜요?”
“어~. 오늘 너 저녁에 시간있냐?”
“왜요?”
“왜요는. 지난번에 못한 미션, 완수하려구 하지. 오늘 저녁에 클럽으로 달리자. 응? 물 좋은 곳으로 알아뒀단 말야. 너만 가면 3대3 가능하다구.”
세 명이 가야 부킹을 위한 가장 완벽한 팀웍이 완성된다는 윤진의 너스레를 웃어넘기는 용준. 결국 윤진은 그를 설득하길 포기했다.
“너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여친이라도 생겼냐? 어라? 이 자슥 얼굴 빨개지는 거 보소. 야, 정말 맞구나. 여친 생긴 거? 와~ 너 같은 순딩이가···. 대단하네. 어디 여자냐? 혹시 우리 학원생?”
“아니에요.”
“그럼 뭔데? 혹시 대학생이나 직장인이냐?”
“노 코멘트할게요. 그냥···. 저보다 나이가 좀 많아요.”
“정말? 연상녀라···. 흐음···.”
조금 실망한 듯 했지만 그래도 용준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윤진은 방금 전까지 후려쳤던 그의 등을 응원하듯 토닥여줬다.
“혹시라도 형님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라. 초대남 되는 거 빼곤 다 들어줄게. 물론 너희 커플한테만. 흐흐. 형도 연상녀 좋아하니까 나중에 가지라도 치든가.”
용준보다 다섯 살이 많은 5수생 윤진은 그런 식으로 떠보려고 했지만 다행히 그는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윤진의 말을 믿었는지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형···. 사실은요···.”
“그래. 동생아, 뭐든지 말해봐.”
“콘돔 사려구 하는데···.”
“뭐? 벌써 그렇게 진전됐냐? 이 자식 정말···.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아, 아니 아직 한 건 아니구요···.”
“음···. 앞으로, 조만간, 반드시 할 거다?”
“네, 일단은요···.”
“그래. 편의점 가면 널린 게 콘돔이니까 꼭 사라. 웬만하면 초박형으로 사구. 그게 착용감이 죽이거든.”
“편의점···. 근데 좀 부끄러워서···.”
“에라이 순딩아. 잠깐만.”
윤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갑을 열어 귀퉁이에 숨겨져있는 사각형 비닐포장 하나를 꺼냈다.
“일단 이걸로 급한 건 해결하도록 해. 집에 가서 박스째로 줄테니까. 그리구.”
“네.”
“앞으론 니 돈으로 사서 써. 인마!”
마지막으로 등을 토닥여준 용준이 강의실을 떠났고, 용준은 주변 수강생들 몰래 콘돔을 살펴보기 바빴다. 오늘 밤에, 아니 조만간 반드시 쓰고 말 거라는 다짐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