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20)

- 어린 시절의 짧은 기억 둘

다음 날, 학교에 간 나는 하루 종일 사타구니를 긁어 대느라고 거의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산수시간인지, 국어시간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몰래 사타구니를 긁어 댔는데...

내 짝궁인 선영이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셋째 시간쯤 되니까 뭔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아무리 몰래 긁는다고는 했지만 선영이는 옆에서 계속 꼼지락거리는 나를 힐끔거리고 자주 쳐다 보았다.

세상에는 가난과 사랑은 감출 수가 없다고 했는데 아마 가려운 것도 그만큼이나 감추기 힘든 게 아닐까?

'너 왜 그래?'

'뭐가?'

'왜 자꾸 긁냐구?'

'가려우니까 그렇지.'

'어디가 가려운데...?'

'몰라.'

'어디가 가려운 지도 몰라?'

'모른다니까. 자꾸 말시키지 마.'

나는 약간 챙피하기도 하고 가려워서 짜증도 났다.

'너 목욕도 안하지?'

'뭐?'

'그러니까 가렵지. 목욕을 자주 해야 안가렵다구.'

'뭐야, 이 기지배가. 지금 가려운 건 옻이 올라서 그런 거야. 알지도 못하면서...'

'옻이 올랐어? 어디에?'

'몰라, 물어보지 마, 병신같은 게 자꾸...'

내가 심술궂게 쏘아 붙이자 선영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다시 칠판을 쳐다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선영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내가 욕을 한 것에 대해 곧 후회했다.

아무튼 이 옻 때문에 수난은 계속 되었다.

다음 시간이 미술시간였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야, 정현우!'

'예?'

'너 책상 밑에서 뭐하고 있어?'

도시에서 성장한 여선생님은 가느란 목소리에 하얀피부, 약간 신경질적인 타입의 여자였다.

'저... 아무 것도 안했는데요.'

'뭘 아무 것도 안해? 책상 밑에 있는 거 내놔 봐.'

하지만, 책상 밑에는 하루 종일 긁어 대서 벌겋게 부어오른 나의 불쌍한 고추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빈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무 것도 없는데요?'

'너 만화책 본 거 아냐?' 예나 지금이나 선생들의 상상력은 늘 이 정도다.

'아닌데요.'

선생님은 자신이 놀림을 당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긴, 분명히 저 맹랑한 꼬마녀석이 수업시간에 감히 책상 밑에서 몰래 만화책을 본 게 분명한데 마치 비둘기를 날려보낸 마술사처럼 빈 손을 들어보이니 열이 받을만도 했겠지.

선생님은 또각또각 내 앞으로 걸어왔다.

'너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 나와 봐.'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선생님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은 여자 게쉬타포처럼 확신을 갖고 책상 밑을 뒤졌지만 의심할만한 물건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선생님들이란 원래 그렇게 합리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점점 더 열을 받은 선생님은 급기야 나의 뺨을 한 대 내리친 것이다.

'이 녀석이 선생님을 놀려? 너 복도에 나가서 손들고 서 있어.'

나는 이게 웬 참변인가 싶었지만 차마 고추를 긁었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복도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고추는 마음껏 긁을 수 있을 테니까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선영이가 나섰다.

'쟤, 옻 올라서 그래요.'

'뭐?'

선영이는 내가 억울하게 당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나 보다.

착하고 예쁜 선영이...

그런데, 불행하게도 선생님은 옻이 무엇인지 몰랐다.

'옷이 뭐야?'

'옻나무 만지면 올르는 거 있어요. 되게 가려워요.'

누군가가 대답했다.

아이들은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했지만 선생님은 오해에 대한 미안함보다 자신이 모르는 '옻'에 대해 더 심각하게 생각했다.

'너 그럼 병원에 갔다 왔어?'

'아니요.'

'뭐? 그럼 어떡하려고 그래? 너 빨리 집에 가서 부모님하고 같이 병원에 가봐.'

선생님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뜻밖의 간단하고도 행복한 결론을 내려줬다. 아마도 선생님은 옻이 옴과 비슷한 것으로 잘못하면 아이들에게 전염이 되는, 그래서 잘못하면 자신의 보드랍고 예쁜 피부에도 옮을 수 있는 심각한 질병 쯤으로 파악한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선생들의 무지와 몰인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아마 학교를 다녀본 모든 사람들은 다 알리라.

전혀 예기치 못한 일로 수업을 빼먹고 그것도 혼자서 집으로 간다는 것이 얼마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지... 간혹, 선생님의 사정으로 한 시간을 대충 자습으로만 때워도 뭔가 흥분되고 즐거운데 이건 순전히 복권을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혼자 연신 키득대며 미류나무가 서 있는 도로를 따라 집으로 나는 듯 달려왔다. 나는 가려움도 거짓말처럼 잊고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까지 온전히 나에게 내려진 이 축복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몰라 그저 마음만 조급했던 것이다.

'엄마!'

대뜸 문을 열고 들어와 나는 엄마부터 찾았다.

그런데, 엄마의 모습이 안보였다.

나는 엄마가 밖으로 나갔나 싶어 다시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어? 너 웬 일야?'

그 때 목욕탕 문이 열리며 엄마의 얼굴이 나왔다. 보니까 안에서 목욕을 하고 계셨는 지 머리와 얼굴이 젖어 있었고 짧은 여름용 나시도 여기저기 물이 튀어 살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곧 뒤이어 동생 지연이의 얼굴도 나타났다.

'오빠, 학교 벌써 끝났어?'

지연이는 엄마와 함께 목욕을 하는 중이었나 보다.

'아니, 선생님이 일찍 가라고 그래서 왔어.'

'왜?'

엄마가 놀라 물었다.

'옻 올랐다고 병원에 가보래.'

'뭐? 병원에 가긴 무슨 옻오른 것 같고...'

'나 밥 줘. 배고파.'

'밥은 이따 먹고 너도 옷 벗고 들어와. 목욕하게.'

'나 배고프단 말야, 밥부터 줘.'

'이 녀석이, 너 어제 보니까 까마귀가 보면 형님하게 생겼어. 목욕부터 하고 먹어.'

나는 이 소중한 시간을 목욕으로 보낸다는 너무 아까웠지만 할 수 없이 옷을 벗고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지연이도 옷을 다 벗고 목욕을 하고 있었고 엄마는 헐렁한 반바지에 나시차림으로 지연이의 때를 밀고 있었다.

'너 참, 어떻게 됐어, 이제 안가려워?'

하며, 엄마는 내 고추를 잡고 살펴 보셨다.

'몰라, 가려워.'

'옻오른 게 원래 오래가. 목욕하고 밤나무 삶은 물로 다시 한 번 씻어야겠다. 우선 그 탕 안에 들어가 있어. 지연이부터 씻기고.'

커다란 욕조에는 뜨거운 물이 가득차 있어 수증기가 욕탕안에 가득차 있었다.

'싫어, 뜨겁단 말야.'

'때를 불려야 씻지, 너 빨리 안들어 갈래?'

엄마가 눈을 부라리자 나는 그제서야 마지 못해 잔뜩 엄살을 부리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다. 처음엔 데인 것처럼 뜨거웠지만 잠깐 앉아 있으니까 그저 참을만했다.

엄마는 조그만 욕실용 의자에 커다란 엉덩이를 붙인 채 지연이의 몸에 비누칠을 하고 구석구석 씻기고 있었다.

'니들, 이제 앞으로 니들끼리 목욕해. 엄마 이제 힘들어 죽겠다. 하루종일 빨래해야지, 밥해야지, 설겆이 해야지, 니들 목욕까지 시킬려니까.'

엄마는 뭐라고 연신 궁시렁거리시면서 지연이를 씻겨 줬는데 짧고 헐렁한 나시 밖으로 커다란 가슴이 이따금씩 삐져나올 것 같았다.

지연이는 바로 내 코 앞에 엉덩이를 대고 서 있었는데 아직 사춘기가 멀었는지 어린애의 엉덩이답게 좁고 앙증맞았다.

'돌아서'

엄마는 지연이의 앞 쪽을 다 닦고 돌려 세워 뒤 쪽을 씻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연이의 잠지(내가 어릴 때 엄마는 여자의 성기를 이렇게 불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쁘고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가 바로 내 코 앞에 위치해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지연이는 장난스럽게 나를 향해 혀를 낼름 내밀었다 집어 넣었다. 나도 같이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평소에도 같이 목욕을 하곤 했지만 한 번도 지연이의 잠지에 대해 신경을 쓴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비누거품에 쌓여 있어 확실하게는 안보였지만 가운데 살짝 갈라져 있는 틈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지연이도 물 속에 잠긴 내 고추를 자꾸 힐끔거리며 쳐다 보았지만 나는 모른 척 했다. 다만, 괜히 어색해져서 물 속으로 잠수를 했다 나오곤 하며 장난을 쳤다.

그러자 엄마가, '가만히 좀 못있어. 자꾸 물 튀잖아.' 하셨다.

'자 다 됐다.' 엄마는 지연이에게 물을 끼얹었다.

그제서야 비눗물에 살짝 덮인 지연이의 잠지가 뚜렷하게 눈이 들어왔는데 가운데 갈라지는 곳을 중심으로 양 쪽으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

'이리 돌아서 고개 숙여, 머리 헹구게.'

엄마는 다시 지연이를 돌려 세웠고 머리를 헹구기 위해 지연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지연이의 앙증맞은 엉덩이가 다시 코 앞에 나타났고 고개를 숙이자 그 틈이 살짝 벌어졌다.

앞 쪽에서 볼 때보다 틈이 좀더 길게 갈라진 느낌이 들었고 잠깐씩 분홍색으로 예쁘게 점을 찍어놓은 듯한 항문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좀 더 고개를 숙이면 갈라진 틈이 약간 더 벌어져 그 안의 속살이 언뜻 보였는데 항문의 색깔보다 더 엷은 분홍색이었다.

나는 약간 웃긴 생각이 들었지만 지연이는 눈이 맵다고 투덜댔다.

잠시 후, 엄마는 지연이에게 물을 몇 번 끼얹고 마른 수건을 쥐어줬다.

'자, 이제 나가서 깨끗이 닦고 옷입어. 그리고, 이제 너 나와.'

지연이가 나가자, 나는 욕조 안에서 나와 엄마 앞에 섰다.

엄마는 허리가 아픈 지 잠깐 쉬면서 다시 내 고추를 만졌다.

'너 아직도 가려워?'

'몰라, 지금은 괜찮아.'

'그러게 조심해야지, 너 맨날 공부도 안하고 밖으로 쏘다니니까 벌받은 거야.' 하시면서 내 고추를 살짝 잡아 당겼다.

그리고 곧 때수건에 비누를 묻혀 내 몸을 골고루 닦기 시작했다.

나는 위에서 엄마를 내려다 보는 자세였기 때문에 엄마의 가슴이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나시는 앞이 많이 파여져 있어 엄마의 커다란 가슴을 채 다 가릴 수가 없었다. 엄마의 커다랗고 검은 색깔의 젖꼭지가 자주 삐져 나왔지만 엄마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엄마가 비누칠을 하기 위해 팔을 들 때마다 겨드랑이의 털이 드러 났는데 평소에도 엄마는 짧은 소매가 있는 옷을 입으면 옆으로 무성하게 삐져나올만큼 털이 많았다. 털들은 매우 곱고 꼬불꼬불하게 꼬여 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는 게 그냥 재밌게 느껴졌다.

이런 호기심은 구체적인 성적 욕망과 거리가 있지만 뭔가 나에게 변화가 생긴게 틀림없었다. 마치 선악과를 먹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 아담처럼 나는 새로운 눈을 가진 것 같았다. 그 눈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것, 또는 관심이 없었던 그 무언가에 대한 맹렬한 호기심을 가진 눈이었다.

엄마가 내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물을 끼얹고 밖으로 나가셨다.

'잠깐만 기다려. 밤물로 씼게.'

잠시 후, 엄마는 대야에 밤나무 삶은 물을 담아 오셨다.

엄마는 어제처럼 내 고추를 정성들여 씻어주기 시작했는데 나의 고추는 다시 조금씩 빳빳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머리 속에는 온갖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엄마의 가슴과 지연이의 잠지, 그리고 항문... 등등.

엄마는 내 고추가 빳빳해지는 걸 알았지만 아랑곳없이 밤나무 삶은 물로 내 사타구니와 고환, 고추를 박박 문질러 닦아 주셨다.

'너 혹시 밤에 이상한 꿈꾸니?'

'응? 아니.'

'그래? 알았어.'

'이상한 꿈이 뭔데?'

'그런 게 있어. 너도 조금 크면 알게 될 거야.'

하시면서 엄마는 내 귀두를 잡고 껍질을 뒤로 벗겼다.

그러자, 아직 벗겨지지 않은 귀두에서 하얀 찌꺼기같은 게 끼어 있는 게 보였다. '으이구, 드러워. 너 목욕 좀 자주 하라니까. 냄새나게 이게 뭐야?'

엄마는 껍질을 뒤로 벗기고 그 안까지 깨끗이 닦아 주셨는데 너무 자극적이라 나는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고 엄마의 손을 탁 뿌리쳤다.

'그렇게 하면 아프단 말야.'

'아프긴 뭐가 아파. 너 이 안에 병균들어가면 꼬추 잘라내야 돼.'

잠시 후, 목욕을 끝낸 나는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밖으로 나왔다.

엄마가 고추를 열심히 닦아 주셔서 그랬는 지 고추는 여전히 뻣뻣하게 커진 채 벌겋게 부어오른 것 같았다.

지연이는 옷을 갈아입고 강아지와 놀다 내가 나오자 나를 쳐다 봤다.

그리고, 내 고추가 벌겋게 커진 곳을 보고 '오빠, 꼬추가 왜 그렇게 부었어?'하고 물어봤다.

'몰라, 이 기지배야.' 나는 심술궂게 말하고 재빨리 옷을 입었다.

잠시 후, 엄마는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차려주고 엄마도 목욕을 하시려는 지 다시 목욕탕으로 들어가셨다.

지연이와 나는 밥을 먹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지연이는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그거 알아?'

'뭘?'

'오빠, 조금 있으면 고추에 털난다.'

'병신, 그걸 누가 모른대?'

내가 면박을 주자, 지연이는 '흥'하고 입을 삐죽 내밀고 다시 밥을 먹었다.

하지만, 지연이의 말을 듣고 '정말 내 고추에도 털이 나는 걸까?'하는 묘한 기대와 궁금증, 그리고 알 수 없는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지연이가 다시 말했다.

'언니도 거기에 털났다.'

'뭐?'

'지난 번에 목욕할 때 보니까 언니잠지에도 털났어. 진짜야. 엄마보단 쪼끔이지만.'

나는 뭐라고 할 말이 없어 고개를 숙이고 연신 밥을 퍼 먹으며,

'나도 알어, 병신아.'하고 말했다.

'오빠가 어떻게 알아? 같이 목욕도 안하는데...'

'그냥 알어. 밥이나 먹어.'

나는 머리 속에 멍해진 기분이어서 밥만 퍼넣었지만, '털'이라는 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지연이는 자신에게 없는 '털'에 대해 그저 신기하게만 생각한 것이겠지만 나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누나의 잠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늘 본 지연이와 별로 다를 게 없었는데... 그리고 엄마도?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엄마도 내 앞에서 옷을 다 벗고 같이 목욕을 했었다. 그리고 엄마의 아랫배 아래에 무성하게 털이 났다는 기억은 나지만 어릴 때고, 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 영상이 가물가물할 뿐이었다.

더불어 그것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갑자기 맹렬하게 솟구치는 걸 느꼈다.

밥을 먹고 난 후, 지연이는 강아지와 함께 밖으로 나가고 나는 축복의 시간이 무색하게도 딱히 할 일이 없어 마당에서 빙빙 돌다 방에 들어갔다 하며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욕탕 안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연아! 지연이 밖에 있니?'

'지연이 나갔어.'

'뭐? 망할 년. 저 밥먹고 엄마 등 좀 밀어 달라니까 그것도 꾀가 나서 도망갔구나. 으이구.' 하시더니, '얘, 현우야. 니가 와서 엄마 등 좀 밀어라.'

가끔 아빠의 등을 밀어준 적은 있지만 엄마의 등을 밀어본 적은 없었다. 누나도 있고 지연이도 있으니까 나에게 부탁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빠 등을 몇 번 밀어줬지만 별로 즐거운 일이 못된다.

왜냐하면, 나는 있는 힘껏 밀어도 아빠는 더 세게만 밀라고 하고, 또 어른들의 등판은 얼마나 넓은지... 더구나 시커먼 때가 밀려 손에 닿는 기분은 어떻고... 그런데, 엄마가 등을 밀어달라고 하자 나는 웬지 그렇게 귀찮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리고, 웬지 모를 기대와 흥분이 뱃 속 깊은 곳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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