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20)

- 어린 시절의 짧은 기억 셋

내가 목욕탕을 향해 걸어갈 때 웬지 모를 흥분과 기대로 인해 나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목욕탕 문을 열자, 목욕탕 안은 뜨거운 수증기로 인해 뿌옇게 흐려 있었고 끈적끈적한 습기와 비누냄새와 물냄새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우선 그 뿌연 수증기 안 쪽에 엄마의 벗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등을 돌린 채 물을 끼얹고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엄마의 커다란 엉덩이였다. 엄마는 작은 목욕용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커다란 엉덩이 속에 파묻혀 마치 엄마의 엉덩이가 공중에 약간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엄마를 향해 다가갔다.

엄마는 '얘, 문 닫어.' 하셨다.

나는 문을 닫고 엉거주춤 엄마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엄마의 알몸이 뿜어내는 알 수 없는 묘한 흥분이 수증기와 함께 나를 감싸고 있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엄마는 등 뒤로 비누를 건넸다.

'자, 우선 이걸로 골고루 비누칠 해.'

나는 비누를 받아 들고 엄마의 등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손에 비누를 비벼 맨 손으로 엄마의 등을 문질렀는데 미끌미끌한 감촉이 엄마의 부드러운 살과 마주쳐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어깨 위부터 문질렀는데 엄마의 등 뒤에 서 있으니 어깨 넘어로 엄마의 커다란 젖꼭지가 살짝 살짝 눈에 들어왔다.

비누칠을 하면서 비로소 나는 엄마의 벗은 뒷모습을 천천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엄마의 피부는 뜨거운 물과 수증기로 인해 발갛게 익어 있어 밖에서 뛰노느라 햇빛에 그을린 나의 갈색 피부에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내가 갑자기 촌놈이 된 기분이었다.

우리 집은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들에 나가 일을 하지도 않았고 다른 동네 아줌마들과 달리 늘 좋은 로션냄새가 났었다.

아마 그 부드럽고 하얀 피부는 다 그 덕었을 것이다.

나는 뜻 밖에 엄마의 등이 좁은 것을 알았다.

아빠의 등을 밀어줄 때는 하도 넓어서 혼자 운동장 청소를 다하는 막막한 기분이었는데 엄마는 커다란 엉덩이와 가슴과는 대조적으로 허리 위부터 어깨까지 선이 예쁜 곡선의 가느란 상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미끌미끌한 비누가 묻은 손으로 엄마의 등을 문지르는 게 재밌게 느껴졌다. 그러다 허리를 지나고 차츰 밑으로 내려와 마침내 엄마의 모든 비밀을 간직한 것 같은 커다란 엉덩이 바로 위에 도달했다.

엄마의 엉덩이는 동그랗고 중간에 갈라진 틈이 있었는데 의자에 짖눌려 있었다. 나는 비누칠을 어디까지 해야할 지 몰라 손이 계속 허리께를 맴돌고 있었다.

'골고루 좀 칠해.' 엄마가 말했다.

그러자, 나는 웬지 약간의 용기가 생긴 기분이 들어 손을 좀 더 밑으로 내렸다. 허리와 엉덩이의 중간부분,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엉덩이가 시작되기 위해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부분까지 비누칠을 했다. 바로 밑에 엄마의 엉덩이가 갈라지는 곳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나는 더 내려갈지 어떨 지 몰라 망설이는데 엄마가 말했다.

'그 바가지로 물 끼얹어.'

나는 옆에 있는 바가지를 집어 물을 떠서 엄마의 등에 끼얹었다.

그러자, 발갛게 물든 엄마의 등이 더 선명한 색으로 드러났다.

'이제 이걸로 박박 밀어, 알았지?'

나는 엄마가 건네준 이태리 타월로 엄마의 등을 밀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여자들이 그 부드럽고 예쁜 피부를 왜 그렇게 꺼칠꺼칠한 화학섬유로 밀어대는 지 이해가 안된다.

하지만, 나는 그 거친 타월로 엄마의 등을 밀기 시작했다.

사실, 때를 미는데 때가 별로 안나오면 다소 실망스러운 법이다.

뭔가 시커멓고 굵은 때가 박박 밀려야 뭔가 미는 사람도 신이 나고 성취욕을 느끼게 마련인데 그날 엄마의 등에서는 별로 때가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워낙 자주 목욕을 하기 때문에 나올 것도 별로 없고 당시의 우리 동네는 먼지도 많지 않아 때도 잘 안생기니까 당연한 것이었지만.

한 동안, 때를 밀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엄마가 군시렁거리는 적당한 잔소리와 신세한탄 등을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듣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아무 말없이 때만 밀고 있자, 뒤를 돌아 보았다.

'너, 왜? 엄마 등 밀어달라고 그래서 화났어?'

'아, 아니.'

나는 황급히 부인을 했다.

엄마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내가 등을 미는 동안 엄마 앞 쪽의 때를 밀었다.

그곳은 내가 함부로 접할 수 없는 곳이다.

나는 다시 엄마의 엉덩이에 가까운 쪽에 다다랐고 여전히 비누칠을 할 때처럼 약간의 망설임이 일었다.

우선, 아까 비누칠을 한 영역까지는 자신있게 때를 밀었지만 그 아래는 분명히 등이 아닌 엉덩이였고 그곳이 나의 손에게 허락된 곳인지 아닌지 잘 몰라 다시 손은 공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다시,

'밑에까지 좀 세게 밀어 봐. 니들 목욕시키느라고 힘들어 죽겠다.' 하는 것이었다. 엄마의 손이 충분이 닿는 곳이었지만 엄마는 나에게 맡겨 힘을 좀 덜려는 것이었으리라. 나의 때수건은 자신있게 좀더 밑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이미 감촉이 달랐다.

그곳은 지방질과 살이 더 많아 등을 밀 때보다 더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엄마의 엉덩이 중간부분까지 그러니까 의자가 가로막고 있는 바로 위부분까지 자신있게 때를 밀었다.

그런데, 엄마의 엉덩이는 크기도 하지만 의자에 눌려 있어서 그 둘레가 허리의 거의 두배는 되는 것 같았다. 나는 폭신한 느낌을 주는 엄마의 엉덩이를 마음껏 유린(?)했다.

그러면서 나는 엄마의 엉덩이가 갈라지는 곳 바로 그 사이를 보고 싶은 욕구가 맹렬히 일어났다. 나는 구체적으로 이런 욕구와 흥분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목표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 지 정확히 모른 채 그냥 뭔가 신기한 볼거리처럼 여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의 엉덩이는 굳게 닫혀 있었다.

'그만 해라. 다 됐다.' 엄마가 말하자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뺏긴 어린아이처럼.

이 때, 엄마는 욕조의 물을 바가지로 푸기 위해 엉덩이를 약간 들었다.

순간, 나는 조그만 욕조용의자 자국이 동그랗게 나 있는 엄마의 엉덩이 전체를 볼 수 있었고 아까부터 궁금해하던 그 틈 사이도 순간적이지만 눈에 강렬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아! 엄마의 엉덩이 아래 쪽 갈라진 틈 사이로 약간의 음모가 삐져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엄마는 특히 몸에 털이 많아 엄마의 커다란 엉덩이로도 다 감추지 못한 것 같았다. 삐져나온 털은 물에 젖어 유난히 검은 색이었고 엄마의 하얀 엉덩이에 달라붙어 대조적으로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순간, 숨이 '헉'하고 막히는 기분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여전히 순진하고 겁많은 어린애였던 것이다.

엄마는 바가지의 물을 퍼서 '자 이제 손 씻고 나가.'하는 것이었다.

나는 바가지의 물로 손에 묻은 비눗물을 씻었다.

고개를 숙이고 손을 씻고 있었지만 나의 가슴은 쿵당거리며 뛰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흥분과 웬지 봐서는 안될 것을 봤다는 죄책감과 그 죄악으로 인한 두려움 인해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안나가고 계속 손을 씻고 있자 엄마는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뭐해, 다 씻어으면 나가지 않고.'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목욕탕 안을 빠져 나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와 동네 뒤 쪽에 있는 저수지까지 단숨에 내달았다.

저수지에 도착하자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잔디가 나 있는 언덕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저수지 쪽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눈에는 한없이 넓게 펼쳐진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나으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그것이 엄마의 음모를 보았다는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단숨에 저수지까지 뛰어 오느라고 숨이 차서 그런 지 알 수는 없었다.

한동안, 숨을 몰아쉬던 나는 차츰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나는 그곳에서 혼자 저수지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집으로 걸어 내려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했다.

나는 이미 어제의 내가 아니었으면 세상은 더 이상 완전한 질서 속에 있지 않았다. 슬프게도 나의 유년은 끝나고 나는 이제 거칠고 불가해한 비밀로 가득찬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이다. 말하자면, 인생에 드리워진 비극의 그림자를 감지할만한 나이가 된 것이었다.

그날 나는 에덴동산을 떠나는 아담처럼 두렵고 막막한 기분으로 저수지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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