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4)

part3-2 아들의 시험성적 by 한야설

"태호얏...! 니가 이럴수 있는거니? "

성적표가 왔다.

엄마는 잔뜩 얼굴을 찌뿌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예상대로 성적표에 기재된 등수는 떨어진정도가 아니라 아예 바닥을 기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이럴수가..엄마는 너만 믿어 왔는데..어떻게.."

"미안해..엄마..사실은....나..여자..."

"꺄하하....놀랐지..?" 갑작스런 엄마의 웃음에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엄..엄마..?"

"역시 내아들이라니까.....이번에도 일등을 하였구나."

"일..등?"

"전교석차도 7계단이나 올라가고."

"하하하..정말이야?..어디 나도 좀 봐 엄마."

나는 엄마 손에서 성적표를 낚아채어 사실이 아닌것 같은 느낌에 눈을 부릅뜨고 보았다.

일등이었다.

'아니..이럴수가! 그렇다면 이게 꿈이 아닌가? '

나는 마치 꿈이라도 꾼것 같아 손으로 머리를 한대 쳤다.

아프지 않았다.

그렇다면 꿈이구나. 순간 엄마의 얼굴표정이 처음보다 더욱 어두워지며 나를 슬프게 쳐다보았다.

엄마 미안해..여자친구때문에..

엄마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것 같이 슬퍼져 갔다. 그런 엄마를 보며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얘..무슨 꿈을 그렇게 꾸니? "

엄마는 내 침대옆에 다소곳이 앉아 내얼굴을 쓰다듬고 계셨다.

"엄마...언제부터 내옆에 있었어? "

"으응..니가 울상을 짓다가 몸을 흔들고 웃을때부터." "그런데 무슨 이상한 꿈이라도 꾼거니?"

"아니야..아무것도.."

"그래? 그럼 얼른 씻고 밥먹어야지. 우리 늦잠꾸러기 왕자병 환자야.."

엄마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나는 심한 좌절감에 빠졌다. 방학이 시작된지 벌써 보름.

어제 친구녀석한테 성적표 왔다고 전화가 왔었다. 내것도 오늘 아니면 내일 정도에 올텐데.

꿈속에서 엄마의 슬픈 얼굴이 곧 사실로 다가올 것이다.

"태호야 얼른 나와서 밥먹어야지...국이랑 다 식겠다."

엄마의 아우성에 나는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엄마는 자주색 에이프런을 두르고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다. 식탁에 앉을까 하다가 엄마를 나도 모르게 뒤에서 끌어 안게 되었다.

"어멋..태호야..왜 이러니?"

"엄마...아무말도 말고 내말좀 들어줘.."

내말에서 무언가 심상찮음을 느꼈는지 엄마는 가만히 하던일을 놓고 허리를 감싼 내손을 꼬옥 쥐었다.

엄마의 따뜻한 손은 나의 손을 타고와 내마음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얻어 엄마의 허리를 좀 더 세게 안으며 말했다.

"엄마..사실은..."

"태호야. 엄마에게 모든지 말해보렴...."

모든지 다 받아줄것같은 엄마의 말에 나는 그냥 눈물이 나왔다.

"흑..엄마..."

"지금..우는거니? " "너 무슨일이 있구나? "

"아니야..일은 무슨.."

말을 하면서도 한번 복받쳐 오르는 감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었다.

엄마의 목뒤에 얼굴을 부비며 나는 바보처럼 울기 시작했다.

"엄마. 미안해.."

"지금 당장 말하고 싶지 않거든 관두렴."

엄마 등의 따뜻한 온기가 내가슴에 닿아 나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기억도 나지않는 어릴때 이후로 한번도 만지지 못하게 하던 젖가슴에 내손을 들어 살짝 올려 놓으셨다.

"슬퍼하지 말고 용기를 내......너에게는 이 엄마가 있잖니.."

나의 속마음을 훤히 아는지 엄마는 손에 힘을 넣어 내 손을 감쌌다.

엄마의 젖가슴은 말랑말랑하니 나의 손에 감겨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나의 손을 위아래로 움직여 엄마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더니 손을 풀었다.

"자..이제 밥 먹어야지...우리 태호.." 약간은 쉰듯한 목소리로 엄마는 나를 식탁으로 밀며 말했다.

"알았어!! 엄마.."

나는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쏜살같이 밥을 목으로 넘겼다. 엄마는 나의 맞은편에 앉아 한손으로 턱을 괴며 나에게 미소를 보냈다.

"케엑..켁켁..."

"저런..급하게 먹으니까 그렇지...자 여기 물.."

사실 밥 먹으면서 좀 전의 엄마의 가슴을 만지던 생각을 했다. 아까전에 엄마의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듯이 쥐고 한참을 있을때 엄마의 심장 맥박이 손으로 전해졌었다. 처음보다는 약간은 커진듯한 가슴 윤곽을 느끼며. 그런데 나중에 엄마가 가슴을 쓰다듬을땐 하마터면 아앗하고 소리를 지를뻔했다. 얇은 여름철의 브라우스 위로 엄마의 젖꼭지가 생생하게 나의 손가락들 사이로 훑어 지는것 때문이었다. 몇달뒤에야 나는 그것이 여성으로서 흥분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것을 엄마에게 직접 들었다.

엄마가 건네준 물을 시원하게 한번에 마셔버렸다. 밥을 먹으며 잠깐잠깐 엄마의 가슴을 훔쳐본 마음이 같이 내려가는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엄마의 말.

"너..혹시 여자친구 생겼니? "

"절..대 그럴리 없잖아...엄마."

"그으래...난 또 혹시나 하고 "

순간 철렁했던 가슴을 긴숨으로 올려세웠다. 엄마가 눈치챈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아니야 엄마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신걸거야. 그냥 시치미를 뚝 떼자.

"내가 엄마를 두고 어떻게 여자친구를 사귀어.." "엄마가 제일 이쁜데..."

"호호호..그래? 엄마가 제일 이뻐? " "엄마가 아들 하나는 잘 낳았네.."

엄마의 순간 부끄러워하는 얼굴은 마치 사춘기 소녀 같았다. 빨갛게 물든 엄마의 얼굴.

정말 우리 엄마가 제일 이쁘다. 

이런저런 엄마와 얘기를 하니 기분이 많이 풀렸다. 밥을 먹고 들어가는 나에게 엄마는 엉덩이를 쑥 내밀며 "뭔지 모르지만..열심히 하는거지? " 하고 말했다. 얼마전에 나한테 엉덩이 맞은거에 대한 복순가 보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며 돌아보지도 안고 뒤를 향해 손으로 승리의 브이 자를 내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