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3 아들의 시험성적 by 한야설
친구랑 오래간만에 게임방을 갔다. 친구는 공부를 그리 잘하진 못했지만 다른 방면에 있어서는 태호가 따라갈 엄두를 못낼정도로 박학다식했다. 일명 노는것만 잘 하였다. 오랜간만에 게임방엘 가니 친구는 그저께 온 성적표 이야기는 얘기도 꺼내지 않은채 온갖 게임의 전술과 얍삽이 전법을 침을 튀기며 말하는 것이었다.
이자식 정신좀 차려라. 니엄마가 너 그러는거 아시냐. 속으로 그런 욕짓거리를 하며 태호는 게임방을 나왔다.
집으로 들어오자 쇼파에 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태호야..여기앉아 나랑 얘기좀 하자."
모처럼 일찍들어온 영식은 엄한 얼굴로 태호를 쇼파에 앉혔다.
테이블에는 오늘 온것으로 보이는 성적표가 댕그러니 놓여 있었다.
단단히 각오한 얼굴로 태호는 아버지를 마주보았지만 마주잡은 손은 떨고 있었다.
"너..대학 갈거지..? "
"예?....예 아버지.."
"근데 무슨 성적이 이따위야!! "
영식은 쇼파의 쿠션으로 태호를 내리쳤다. 태호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나 눈만은 계속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요즈음 이상한 짓거리 하고 다니지? "
이상한 짓거리? 여자친구랑 만나는것이 이상한 짓거린가? 태호는 반문을 하듯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내가 집에 늦게 들어오니 공부를 게을리 하는 모양인데..."
"그런게..아니라.."
"뭐가 아니야!! " "당신.. 이리좀 와봐.."
영식은 부엌에서 걱정스럽게 태호의 안위를 살피는 경희를 불렀다.
경희는 남편이 무슨말을 할까 염려하며 태호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당신 도대체 집에서 어떻게 하길래, 애가 이 모양이야!! "
"태호는 잘 하고 있어요...여보."
"잘 하고 있는데 성적이 이렇게 개판으로 떨어져...!!! "
점점 엄마에 대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커지자 태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번에 잘할거예요...그렇지 태호야? "
"중학 1학년놈이 이러는데 다음번이 어딨어...!!!"
태호는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자신의 성적때문에 왜 엄마가 혼나야 되는것인지 이해를 할수 없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거욱 커지자 태호는 엄마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엄마한테 그러지 말아요...아버지"
"아니! 이놈의 자식이 애비 말하는데 껴들엇..."
영식의 손이 올라갔다 태호의 뺨으로 내려왔다.
"퍼억.."
"아악.." 뺨을 감싸는 태호와 경희의 비명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태호야...방으로 들어가..어서!!" 경희는 태호가 맞자 남편의 앞을 가로막으며 태호를 가렸다.
"저리 안비켜..!! "
"태호야 얼른..." 경희는 태호의 엉덩이를 때리며 방으로 밀었다.
"공부하면 될꺼 아니예요....!!"
태호는 울면서 소리를 치며 방으로 들어갔다.
"아니..저자식이.."
"여보..그만하세요...저 애 민감한 나이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감싸니까 철이 안드는거야..."
영식은 아들한테 못한 분풀이를 하듯 아내에게 따졌다. 경희는 젊었을때부터 남편의 고지식한 성격과 다소 폭력적인 행동을 쭈욱 견뎌왔듯이 무관심하게 대응했다. 이런식의 싸움은 늘 있어왔지만 아들을 두고 이런적은 없었다.
항상 남편이 소리를 지르다 싸움이 안되자 관두고는 했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남편과 경희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도 화낼 자격이 있는것이었다.
그날밤 태호는 거실에서 들려오는 거친 아버지의 욕설과 어머니의 무응답을 새벽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며 태호는 잠이 올리 없었다.
새벽 세시를 알리는 시계소리.
이불을 덮어쓴 태호에게 살며시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잠이 들었었는지 어느새 엄마와 아버지의 일방적인 싸움은 끝이 난 상태였다.
"태호야.. 자니? "
"아니...안자. 엄마"
태호는 엄마의 손이 자신의 뺨에 올라오는것을 알고 고개를 돌렸다. 엄마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아직은 부은 뺨이 창피했다.
"아직 화가 많이 났구나...우리 태호.. "
"나 화 안났어...엄마" "그냥 엄마가 불쌍해서 그래..."
"엄마가 왜 불쌍하니..? "
"엄마는 왜 아버지같은 사람이랑 결혼했어...?"
"왜..결혼했냐니....사랑하니까 했지"
"사랑하는 사람이 맞아...?"
경희는 아들의 물음에 뾰족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 시대때 결혼이 다 그렇지 뭐..." 경희는 태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까...많이 아팠지? "
"아니..별로.."
"니 아버지가 정말 화가 많이 났었나봐..." "아버질 니가 이해해 드려..알았지?"
"쳇..알았어.."
"그래 착하지 내새끼..."
"엄마..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응?"
"그러자꾸나...얼마만에 같이 자보는지...."
경희는 아들의 침대 한켠에 누웠다. 뺨을 어루만져보니 아직은 많이 부어있었다.
"엄마...사실은 무지 아팠어..."
"그래...내가 보기에도 아플것 같아...이렇게 퉁퉁 부은걸.."
경희는 아들이 안쓰러워 왼팔로는 아들의 머리밑으로 넣어 팔베게를 시키고 오른손으로 뺨을 어루만졌다.
그런 자세는 자연스럽게 태호에게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을수 있게 했다.
엄마의 가슴에서 나는 좋은냄새는 태호를 편안하게하여 곧 잠들게 만들었다.
part4-1 갑작스런 관계
Written by 한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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