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샐러리맨들에겐 정말 반갑지 않은 요일이다. 어제의 기억들 때문인지 멍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인터넷 기사만 무의미하게 검색하다 오전이 다 가버렸다. 월요병 때문인지 입맛도 없었지만 자리에만 앉아있기 답답해서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는 건물 지하에 있는 구내식당을 이용하지만 왠지 맑은 공기가 마시고 싶어서 다른 직원들에게는 약속이 있다고 말하고 거리로 나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온통 한끼를 때우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나왔지만 이 분주한 시간대에 혼자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기란 쉽지가 않다. 혼자 밥먹는것도 그렇지만 여러명 앉을 자리를 떡하니 혼자 차지하고 앉아있을 자신도 없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곳이 얼마전에 새로 오픈한 패스트 푸드점이였다. 2층창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면서 간단히 요기하기에는 딱인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어이 신상병”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반가운 얼굴이 날 보며 웃고있었다.
“어.. 박병장님 아니세요. 여긴 어쩐일이세요.”
“어쩐일이긴 밥먹으러 왔지. 이 근처에서 일하나봐”
“아.. 네..박병장님도 그럼 근처에 계세요?”
“어 이거 바로 옆건물..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벌써 한 10년은 된거 같네”
“그러게요. 잘 지내시죠. 혼자 오셨어요?”
“어.. 햄버거나 사다가 사무실에서 먹을려구,”
“왜 여기서 안드시구요?”
“하하 여기 이 시간에 앉을라면 한참 기다려야되. 잘됬네. 오랜만에 만났는데 사가지고 우리 사무실 올라가서 같이 먹자구”
“넵.. 박병장님 명령이신데요.”
박병장은 내 군대시절 사수였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른생활 사나이’ 그 단어 하나면 된다. 그 때 당시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군대에 와서 정말 열심히 생활을 했었다. 자상하고 뛰어난 인품으로 다른 고참들이 후임병들을 괴롭히면 중간에서 못하게 하곤 했다.
항상 불의를 보면 못 참아 했고 늘 나라걱정 사회걱정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항상 여자 따먹는 예기였는데 그런 예기도 싫어했다. 나도 처음에는 희한한 사람이다 생각 했었는데 나중에 같이 근무서면서 그의 자라온 환경을 듣고 이해 할 수 있었다. 왜 그런지를.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언론사 사장인데 말 그대로 난봉꾼이였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늘 눈물을 달고 살았고 그걸 보며 자란 그는 자신은 절대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군대도 집에서 빼준다고 했는데 대학원 까지 마치고 본인이 지원해서 들어왔다고했다. 참 본 받고 싶은 고참이였고 내게도 잘 해 줬었는데 사람사는게 그렇듯 제대후 서로 연락이 뜸해져 버렸었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가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거의 빈 책상이였고 2명 정도 되는 직원만 남아서 전화기를 붙들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의 방은 제일 안쪽 구석에 창가쪽 벽면을 다 차지하고있었다. 거의 전체 사무실을 5등분 해서 제일 끝의 5분의 1정도 되는 넓은 공간을 그 혼자 사용하고 있었다. 밖에서는 안이 안보였는데 그의 방안에 들어가 보니 바깥 사무실이 훤히 다 보였다. 이중 유리로 되어 있어서 내부는 보호하고 직원들은 감시하기 쉽도록 만들어 진 것 같았다.
“이야.. 이 넓은 방을 혼자 다 쓰시는 거예요?”
“뭐.. 좀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에 형님이 만들어 놓고 쓰시던 방이라서 일단은 그냥 놔두고 있어. 사실 이쪽으로 온지 일주일 밖에 안됬어. 형님이 원래 여기 편집장이셨는데 새로 잡지를 하나 런칭하게 되서 그 쪽으로 가셨고 내가 대신 여기를 하게 됬어. 난 원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었는데 어머니가 시간강사하고 있느니 차라리 아버지 일을 도와주라고 간절히 원하셔서 거기 일 정리하고 오게 됬지. ”
“이야 여기서 편집장님이 밖을 딱 감시하고 있으면 직원들 농땡이 못 피겠어요. 박병장님 자리에 앉으면 직원들 머리통 움직이는거까지 다 보이겠네요. ”
“나도 좀 비인간적인거 같긴 해 자꾸 직원들 움직임이 보이니까 자꾸 보게되고 내 일에 집중도 잘 안되는 것 같고. 뭐. 천천히 이것저것 바꿔 봐야지.”
쇼파에 앉아서 보니 유리벽 밖으로 내 시선을 사로잡는 걸 발견했다.
“유리 밖 오른쪽 벽에 책상이랑 의자가 하나 보이는데 거긴 비서 자린가요? 문 왼쪽에 탕비실이 있는거 보니까 위치상 딱 비서자린데. 비서두 있구 좋으시겠다. 남자들의 로망인데”
비서가 저 자리에 앉는다면 여기 위치에서 책상 밑 비서의 아랫 부분이 정면으로 보이게 되어있다. 만약 비서가 짧은 치마를 입고 조금만 방심하면 여기서 비서의 치마속을 감상하는건 식은 죽 먹기였다. 아무래도 전에 여기를 사용하던 형님이란 사람은 아버지를 닮아서 난봉꾼 변태였던게 분명하다. 그리고 왼쪽의 탕비실의 구조는 더더욱 나의 생각을 확실하게 했다.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과 생수통의 위치가 보통은 테이블위에 놓여져 있는데 여기는 바닥에 그냥 놓여져 있었다. 비서가 차를 준비하려면 그 앞에서 허리를 숙여서 준비를 해야되고 이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서의 업된 엉덩이만 보이게 되서 자극적인 모습이 될게 뻔했다.
“하하.. 그러면 얼마나 좋겠나. 물론 원래 비서자리였던건 맞아 그런데 형님이 데리고 있던 친구라 형님이 데리고 가버렸어. 그리고 난 비서같은거 필요 없거든.”
“그래도 집중해서 일하고 있을때 전화오면 짜증나지 않을까요? 누가 대신 받아서 처리해 주는게 능률면에선 좋을 것 같은데요.”
“사실 나도 그게 좀 불편하긴 할거 같아. 아직은 업무 익히는 단계라 전화가 많이 오는편은 아닌데 앞으로 바빠지면 좀 곤란하겠지. 뭐 필요하면 그 때 가서 구하지 뭐”
“집은 편안하시죠? 결혼식에도 못가봐서 죄송해요.”
“뭐 나도 자네 결혼식에 못 간거 같은데.”
“자녀는?”
“어 아들하나 딸하나”
“이야 100점짜리 사모님을 두셨네요.”
“어.. 근데 지금 모두 캐나다에 가 있어. 애들 교육 때문에. 나는 그냥 여기서 시켜도 된다고 했는데 와이프가 하도 고집을 부려서 말이야.”
“이런 기러기 아빠셨구나. 혼자 외로우시겠어요. 얼마나 되셨는데요.”
“좀 있으면 2년이야. 그래도 전화는 자주 와.”
“박병장님이야 우리나라 대표 바른생활 사나이니까 모르겠는데 사모님 혼자 외국에 두시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티비에서 보니까 거기서 애인도 만들고 한다던데.”
순간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나는 괜한 말을 했나 싶었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가 말을 꺼냈다.
“사실 와이프가 이혼하자고 해.”
“네? 그 무슨..”
“나같이 답답한 바른생활하고는 더 이상 숨막혀서 못 살겠데. 처음엔 나의 이런 모습에 끌렸었는데 같이 살다보니 숨이 막혔었데. 그래서 돌파구를 찾은게 애들 유학이였고 거기서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하네.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친구라면?”
“섹스파트너들이지. 나랑 살때는 섹스는 그냥 애 낳기 위한 방법인 줄만 알고 살았는데 거기서 개방적인 남자들을 만나면서 내가 지금껏 왜 이런걸 모르고 살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데. 처음엔 그냥 즐기기만 하자고 생각 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남자들에 길들여져서 나랑 더 이상 살 자신도 없고 해서 이혼을 하자고 하더군.”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물론 절대 안된다고했지. 바람핀거 다 이해할테니 이혼만은 안된다고, 그리고 바꿔보도록 노력한다고 말했어.”
“사모님을 많이 사랑하시는군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난 그 사람 없이는 살 수없어. 애들은 또 어떻하구.”
“그런데 바뀌실 수 있겠어요? 40넘게 그렇게 사셨는데.”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내가 바뀐다고 한들 아내가 돌아올까? 그리고 다른 남자들과 잔 아내를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그거야 어떻게 마음먹냐에 따른거겠죠. 제가 박병장님 스타일을 잘 아니까 옆에서 도와드릴께요. 제 생각에 박병장님의 보수적인 성격을 개방시키실 필요가 있어요. 너무 바르게만 살려고 하시지 말고 이제부터 하나둘씩 일탈을 해보세요. ”
“일탈이라.”
“사모님 말고 다른여자랑 관계해보신적 있으세요?”
“없어. 어떻게 그런 일을..”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내가 당장 다른 여자랑 자라고 해도 못할 위인이다. 자신의 실제 성격이 그럴 수도 있지만 난 모든 남자의 본능을 믿는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끌리게 되어있다. 게이가 아니라면. 단지 대부분의 그런 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의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 틀 안에서 살아가는거다. 그런 사람들에겐 한번이 중요하다. 한번 그 틀이 깨어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음흉한 속내를 한번 들키게 만들어야 된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묘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물론 박병장님이 어떻게 그러시겠어요. 제가 잘 아는데. 그건 뭐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아까 비서 예기나 다시 해보죠.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추천해 줄 만한 사람이 있는데 한번 써보시면 어떨까요.”
“비서라.. 글쎄.. ”
“꼭 단순히 비서라고 생각하기 보다 가끔씩 말동무도 될 수 있고 그런 사람이면 좋겠죠.”
“자네가 추천하는 사람이라면 뭐 확실하겠지. 그럼 이력서 한번 가져와 보라구 해.”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니. 뭔데?”
“그냥 저를 믿으시고 이력서 없이 그냥 채용해 주세요. 그리고 박병장님이랑 저랑은 잘 모르는 사이로 해주시구요. 물론 그 친구에게도 저랑 박병장님이랑 모르는 사이라고 하고 아는 분이 부탁해서 구해주는걸로 할테니까요.”
“그래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나?”
“그래야 서로 일 처리하기 쉽죠. 공과사도 분별되고. ‘
“그냥 아무 정보 없이 채용하라구? 그럴 순 없지.”
“사실. 이웃 부인인데 신랑이 캐나다에 일하러 갔는데 다른여자랑 바람이 나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네요.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더군요. 사모님 일 생각나실까봐 예기 안해드리려한건데 할 수 없죠.”
나의 말에 그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
“작가 지망생이라 글도 꽤 잘 쓰고 기자가 꿈이였다고 하니 비서로만 쓰시지 말고 일도 조금씩 시켜보시고 하세요. 그리고 자기 개인적인 일 노출되는거 알면 불쾌해 할테니 제가 말씀 드린거에 대해선 괜히 물어보지 마시구요.”
“그건 염려마. 남의 치부를 들쳐내는 일 따윈 내 성격상 맞지 않아. 모른체 할테니 한번 오라구 해봐.”
“보시면 마음에 드실껍니다.”
“참 자네는 무슨일 하나.”
“저요? 보안장비 개발업체에 있습니다.”
“보안장비라..”
“CCTV카메라나 출입통제 시스템 같은 장비를 만들어서 외국으로 수출하죠.”
“수출이라.. 애국자구만. 열심히 해서 외화 많이 벌어들이라구.”
“그래야죠. 참 근데 무슨 잡지 만드세요?”
“헬스 관련해서 각종 신상품들 소개하기도 하고 의료장비 소개도 하고 일종의 건강관련 잡지야. 병원이나 헬스장 같은데서 많이 사보지 다이어트 정보도 있고.”
“참 유익한 잡지네요. 그러고 보니 저도 몇 번 본거 같아요.”
“아 참. 자네 컴퓨터 귀신이지. 온 김에 내 컴퓨터 좀 봐줘. 형님이 쓰던건데 뭘 그렇게 많이 깔아놨는지 싹 지우고 정리 좀 했으면 좋겠는데. 괜히 잘못 건드릴까봐 못하고 있었어.”
“제가 잠깐 보죠.”
그가 잠시 화장실에 간다고 나가고 나는 그의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봤다. 바탕화면이 정말 엉망이였다. 각종 게임사이트들 아이콘이 가득하고 쓸때 없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깔려 있었다. 그중에 내 눈을 놀라게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내가 개발해서 만든 CCTV 모니터링 프로그램이였다.
‘이야 여기도 내가 만든 제품을 쓰고 있구나.“ 하며 실행시켜보았다.
실행시킨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모니터 프로그램에 링크된 카메라수가 수십개나 되었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카메라들이 비추고있는 장소들이였다. 이 건물의 일반적인 장소는 기본이고 남녀화장실, 샤워실, 휴게실 등 수 많은 장소들이 감시 대상이였고 모든 카메라가 나이트샷 및 줌기능이 기본으로 되었다. 더군다나 이곳 편집장실도 감시되고있었다. 편집장실을 클릭하자 내 뒤통수가 보였다. 순간 나는 뒤를 돌아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했다. 정말 교묘하게 감춰져 있어서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바깥창문쪽에 여러개의 조명등이 있는데 아마 그중에 하나일 것 같았다. 줌과 회전기능을 이용하자 편집장실 구석구석 모든 지역을 다 감시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방에까지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가 뭘까. 자기가 없을때 누가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려고? 아니면 혹시 그 형님이란 분이 동생을 감시하려고?’
나는 재빠르게 모니터링 서버의 주소를 배껴 적었다. 주소와 비밀번호만 알면 외부에서도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화면을 볼수 가 있고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라 비밀번호 알아내는건 일도 아니였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나 또한 이곳을 감시 할 수 있다는 예기다.
그 때 박병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나는 재빨리 화면을 껐다.
“어때 금방 되겠어?”
“아 이건 나중에 시간을 좀 내서 해야되겠는데요. 일단 그냥 놔두시구요 제가 나중에 와서 봐 드릴께요. 이런, 저도 이제 사무실에 가봐야겠어요. 가까우니까 자주 놀러 올께요.”
“그래. 참 그 친구는 언제 볼 수 있지?”
“네?”
“아.. 그... 내 일 도와줄 친구 말이야.”
“내일 바로 오라고 할께요.”
“그래 생각한 김에 빨리 시키는게 좋겠어. 그래야 일도 빨리 익힐테고”
튀근 후 집에 돌아온 나는 아내에게 잡지사 예기를 해줬다.
“잡지사라구요? ”
“그래, 당신 집에만 있는거 좀 답답해 했자나. 편집장님 전화 같은거 받아드리면서 기사쓰는거도 좀 배우고 , 어렵지는 않을 거야. 당신 어릴때 기자되고 싶었다면서. 글쓰는것도 좋아하고.”
“그거야 그렇지만 갑작스러워서.. 그런데는 어떻게 알았어요?”
“어 거래처 아는 사람 형님이 사람 구하는데 좋은 사람 없냐구 물어보길래 당신 생각이 나더라구. 그래서 와이프란 예기는 안하구 아는 사람이라고만 예기했어. 내 와이프인거 알면 괜히 서로 불편해 할까봐.”
“결혼 한건 예기하지 그랬어요.”
“어 예기했어 유부녀구 남편은 캐나다에 일하러 갔다고 그랬지.”
“캐나다요? 하하. 그런 소린 뭐하러 했어요.”
“아 그 편집장님 가족도 캐나다에 가 있다고 해서 공통점이 있으면 좋을꺼 같아서.”
아내는 당황해 하면서도 들떠보였다. 항상 집에만 있는걸 답답해 했고 친구들은 대부분 버젓한 직장에 다니는데 이제 자신도 잡지사 직원 아닌가 뭐 잘 되면 기자도 될 수 있고.
“그럼 내일부터 출근인가요?”
“뭐 그런거나 마찬가지야. 따로 면접 보고 그런건 없을 거야. 좋은 분이시라니까 염려할꺼도 없고. 참 그리고 내가 당신 취직 기념으로 선물 사왔는데 회사 갈 때 꼭 하고 나가 알았지?”
“우와 반지네요. 너무이뻐요. 새끼 손까락에 끼는거네.”
“사회 생활할 때 결혼반지 끼고 다니는건 여러모로 마이너스야. 처녀행새하라는건 아니지만 구지 나 결혼했어요라고 티내고 다닐 필요는 없을거 같아서 결혼반지 대신 이거 꼭 하고 다녀.”
“그래도 괜찮겠어요? 섭섭하지 않겠어요?”
“아직도 날 몰라? 나 꽉 막힌 사람 아니야. 나도 다 사회 생활 해보고 한 경험에서 그러는거니까 내 말대로 해. 난 당신이 밖에서 우중충한 아줌마처럼 하고 다니는 것 보다. 매력적으로 보여서 사람들한테 인기도 있고 하는게 더 좋다구.”
“고마워요 여보.”
아내는 내 목을 끌어 안고 내 품에 쏘옥 안겼다.
그 반지에는 무선 도청장치가 되어 있었다. 이제 나는 아내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있게 됬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뭘 입고 갈까 분주하게 거울앞에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
“그래도 첫인상이 중요한데 어떻게 입어야 할까요.”
“미니스커트 입어. 첫날부터 시선 확 끌게.. 강렬한 인상이 좋아. 당신 다리는 모두가 인정하자나.”
아내는 내가 칭찬해 주면 약해진다. 그리고 나는 아내의 심리를 잘 알기에 요리하기도 쉽다.
“그래도 첫날부터 어떻게.”
“당신 나 못밋어? 내가 하라는대로 하라구. 이러다가 늦겠어. 나 먼저 내려가서 시동걸고 있을테니까 빨리 입고내려와”
차안에서 기다리는데 아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위아래로 회색 치마정장에 치마는 무릅위로 조금 올라오는 정도, 밝은 비둘기색 스타킹을 신고 노란색 하이힐을 신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이야 우리 색시 진짜 이쁘다. 회사 사람들 다 눈이 휘둥그레지겠는걸..”
“몰라요. 어서 출발하세요.”
확실히 아내는 들떠있었다. 아내의 이런 모습이 너무 좋다. 소녀같은 모습.
아내를 내려주고 사무실로 들어와 재빨리 컴퓨터를 켰다.
잡지사 IP에 접속해서 편집장실 카메라를 연결했다.
그와 아내가 쇼파에 마주보고 앉아 있었고 아내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아내는 다소곳이 그의 말에 응대하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아내를 보고 충분히 만족하고 있을꺼라 생각했다. 저렇게 미인이 올지는 꿈에도 생각 못 했었을테니. 컴퓨터에 이어폰을 연결하는데 두 사람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카메라로 넘겨보니 직원들 앞에서 아내를 소개하고 있었다. 아내가 인사하자 직원들이 박수쳐주고 그렇게 소개가 끝났다.
“신팀장님 아침회의들어가셔야죠.”
“어?.. 어.. 가야지..”
김대리의 말에 아쉬웠지만 모니터를 끄고 회의실로 갔다. 별 안건도 없으면서, 고작 어제 뉴스예기나 날씨 예기나 하면서 왜 아침마다 이러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따라 더 잡설들이 많은 것 같이 느껴졌고 내 머릿속은 빨리 가서 아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고 싶은 생각 뿐이였다. 드디어 회의가 끝나고 재빨리 일어서려는데 사장이 나를 불렀다.
“신팀장 오전에 바쁜일 있나?”
“네? 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계속 안절부절이야. 급한 일 있는 것처럼.”
“아.. 화장실 좀 가려구요.”
“그래? 그럼 갔다와서 내 컴퓨터 좀 고쳐줘. 바이러스 걸렸는지 엄청 느려졌어.”
사장은 내가 자기 컴퓨터 전용 AS기사인지 아나보다. 조금만 컴퓨터가 이상해도 날 호출한다. 처음 신입으로 입사할 때 컴퓨터 조립 잘하고 잘 고친다고 예기했던게 두고두고 후회된다. 아내를 봐야할 시간에 사장 방에서 컴퓨터나 고치고 있어야 하다니.
오전 내내 사장실에서 씨름하고 점심시간이 되자 사장이 같이 밥먹자고해서 또 끌려다니고 식사 후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겨우 내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젠장’
카메라를 연결했지만 다들 밥먹으러 나갔는지 텅텅 비어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당신이예요?”
“그래 오늘 어땠어?”
“정신 없었어요. 편집장님 뵙고 직원들이랑 인사하고 건물 돌아다니면서 어디에 뭐있는지 파악하고 편집장님이 도와줬으면 하는 일들 적어주셔서 그거 보고, 지금은 편집장님이랑 식사 같이 하고 편의점에 잠깐 들렸어요.”
“편집장은?”
“먼저 올라 가셨어요.”
“그렇구나. 편의점엔 뭐사러 간거야?”
“스타킹 올이 나가서요. 갈아신으려구요.”
그 예기를 듣는 순간 내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 그래? 어디서 갈아신을건데?”
“화장실가서 신어야죠.”
“그러지 말고 자기 자리가서 갈아 신어.”
“왜요?”
“그냥 그러는게 좋을것 같아서.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화장실 냄새 나자나.”
“으이구, 알았어요. 하긴 등 뒤로 칸막이가 높게 되있어서 안보이긴 하니까 그러죠 뭐.”
전화를 끊고 잠시 후 아내가 사무실로 들어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카메라를 편집장실로 전환하자 편집장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고 아내의 책상 아래로 아내의 하반신이 고스란히 보였다. 여기서도 잘 보이는데 편집장의 자리에선 더 잘 보일 것이다. 역시나 편집장의 머리방향으로 보아 아내의 다리로 시선이 가있는게 분명했다. 편집장은 급하게 전화를 끊고 유리앞 아내의 책상앞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았다. 그가 가리는 바람에 나는 아내의 다리를 볼 수 없었지만 아내의 치마속을 훔쳐보는 남자의 뒷모습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편집장도 똑같은 남자이고 뜨거운 욕망이 있는데 자신이 어려서부터 쌓아놓은 벽에 같혀 자신을 포장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을 가둬온 것이다. 왠지 그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나는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여보 왜요? 스타킹 어디서 갈아 신었나 확인해 보려구요? 가끔 보면 당신도 약간 변태같은거 알아요?”
“여보 내 말 잘들어. 벌써 갈아 신은거야?”
“아니요 아직요 이제 갈아 신으려구 포장 뜯고 있었는데.”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해줘. 지금 당신 앞에 내가 앉아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당신은 지금 당신앞에 있는 나를 유혹하려고 하는거야.”
“호호. 그래서요.”
“최대한 관능적이고 섹시하게 천천히 치마를 걷어올려 팬티가 보이게끔. 그리고 천천히 스타킹을 벗어 한쪽씩 눈앞의 남자를 유혹하듯이. 그리고 벗은 스타킹을 손으로 말아서 당신의 팬티위에 살짝 비벼댄 뒤 책상에 올려 놔. 그런 다음 새로 사온 스타킹을 한쪽 다리씩 당신이 생각하는 최대한 매혹적인 자세로 착용해. 자 천천히 해봐 전화 끊지말고. ”
“으휴.. 알았어요. 시작합니다. 지금 의자에서 엉덩이를 살짝들고 치마를 올리고 있어요 당신말대로 아주 천천히.”
“팬티가 보일정도로?”
“그래요 지금 팬티가 훤히 보여요.”
“잠깐. 그 상태로 다리를 살짝 벌려줘 당신 앞에 있는 내가 자세히 볼 수 있게.”
“벌렸어요.”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모니터 속의 편집장이 갑자기 자기 책상으로 뛰어가 핸드폰을 집어들고 헐레벌떡 다시 아내의 책상 앞에 앉았다. 사진을 찍으려는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시간을 벌어줘야 될것 같았다.
“이제 벗을까요?”
“잠깐 그 상태로 마음속으로 열까지 센 뒤 다음단계로 넘어가“
편집장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나중에 저 핸드폰을 확인해보면 편집장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것이다.
“이제 스타킹을 벗고 있어요 . 천천히 말아가면서 밑으로 내려요. 나머지 한쪽도요. 그리고 양쪽을 합쳐서 오른손으로 쥐고 팬티 앞쪽으로 살짝 비벼요. 그걸 책상위에 올려놨어요.”
“잠깐. 혹시 당신 책상밑에 휴지통이있나?”
“있어요.”
“그럼 그걸 천천히 쓰레기통안에 집어 넣어.”
“헤~ 넣습니다요. 그리고 마지막 단계 새 스타킹을 빼서 발가락 끝에 걸고 발목에서부터 천천히 무릅을 지나 허벅지위로 끌어올려요. 나머지 한쪽은 다리를 책상위로 올려서 똑같이 천천히 끌어 내려요. 끝.”
“잘했어. 고마워. 당신 모습 상상하면서 나도 너무 좋았어.”
“으이구. 하여간 못말려요. 서방님. 저도 서방님이 좋으셨다니 좋네요. 그럼 저도 화장실 다녀와서 업무파악 좀 해야겠어요. 이따봐요 서방님.”
“그래. 수고해.”
아내가 자리를 비웠는지 편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갔다. 밖을 잠시 지켜보다가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가더니 급하게 다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의 손에는 내 예상대로 아내가 아침에 신고 나갔던 비둘기색 스타킹이 들려있었다.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더니 아내의 채취가 담긴 스타킹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맏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박병장님 접니다. 뭐하고 계셨어요?”
“어? 어.. 그냥 있지 뭐.”
“오늘 새로온 직원은 어떻게 마음에 드세요?”
“어.. 착실해 보이더군. 일도 열심히 하려는거 같고. 자네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준거 같아 고마워.”
“별말씀을요.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제 예긴 안 하셨죠?”
“어.. 그럼. ”
“예기는 좀 나눠 보셨어요?”
“뭐 기본적인거 좀 물어보고 앞으로 할 일 좀 설명해 줬지. 첫날이라 일시키기도 뭐하고 해서 말이야.”
“참 박병장님 그거 기억나세요? 군에 있을때 정상병 말이예요.”
“아 그 사이코 같은 녀석.”
“그래요. 완전 변태에다가 매일 밤마다 자기가 여자 꼬신 예기하면서 떠들어대던. 그러다가 박병장님한테 많이 혼났잖아요.”
“그랬지. 그 친구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너무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이라 내가 굉장히 싫어 했었잖아. ”
“근데 정상병이 예기 했던 말중에 그거 기억나세요? 따먹고 싶은 여자에게 몰래 자기 정액을 먹이면 여자가 본능적으로 그 남자에게 성적으로 끌리게 된다고 했었죠.”
“그래 기억나 정말 말도 안되는 쓰레기 같은 예기였지. 괜히 튀고 싶으니까 별소리를 다하더군. 자네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박병장님 근데 제가 나중에 해봤는데요. 정말로 됬어요. 최소한 저한테는.”
“서..설마.. 그 상대 아가씨가 원래 자네한테 마음이 있었겠지.”
“뭐 그랬을 수도 있구요.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요. 아무튼 나중에 놀러 갈께요.”
“그래 바로 옆에 있는데 자주 봐야지.”
전화를 끊고 편집장실 카메라의 마이크 스위치를 켰다. 이어폰을 귀에 깊숙이 꼿고 볼륨을 올렸다.“
편집장이 인터폰을 눌렀다.
“유수경씨 커피 한잔 마셨으면 하는데. ”
“네 금방 준비해드릴께요.”
“아.. 유수경씨것도 같이 준비해 와요. ”
“네 편집장님”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 탕비실로 이동하는게 보였다. 탕비실로 들어가 커피를 준비하기위해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지기 위해 허리를 숙이자 아내의 탐스럽고 터질것 같은 엉덩이가 편집장쪽으로 쑤욱 내밀고 있는 자세가 되어다. 그 모습은 지금 모니터로 보고 있는 나 조차도 당장 달려가 치마를 올리고 뒤에서 박고 싶을만큼 자극적이였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편집장의 심장은 타들어 갈 것이 분명했다.
편집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지와 팬티를 밑으로 내리더니 다시 의자에 앉았다. 아마 아내의 스타킹으로 자위를 하려는것 같았다. 아니 분명히 그러고 있었다. 비록 뒷모습 밖에 볼 수 없지만 아내의 엉덩이를 보면서 열심히 오른손을 움직이는걸 알 수 있었다. 커피를 준비하느라 아내의 엉덩이가 좌우로 왔다갔다 움직일때 마다 그의 손놀림은 더욱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아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움직임을 멈췄다.
“편집장님 어디 안좋으세요? 얼굴이 새빨개 지셨어요.”
아내가 편집장을 보고 놀란듯 말했다.
“아.. 아니야... 거기 탁자에 놓고 잠깐 내 심부름 좀 해주겠나?”
아내가 커피잔들을 내려놓으며 눈을 위로 치켜올려 보며 대답했다.
“뭘 해드릴까요”
아내가 눈을 위로 치켜올리며 처다볼때의 모습은 상당히 섹시하다.
아마도 편집장의 귀에는
‘제가 빨아드릴까요?’
정도로 환청이 들렸을지도 모른다.
“1층 안내데스크에 가서 내 우편물 온 거 있나 좀 확인해줄래요?”
“네 그럴께요.”
아내가 문을 닫고 나가자 편집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거주춤으로 탁자로 걸아갔다. 아내의 스타킹으로 열심히 자신의 물건을 펌프질하면서. 그러다가 잠시 후 온몸이 경직되는듯 하더니 아내의 스타킹에다가 자신의 정액을 뿜어냈다. 그리곤 아내 자리쪽의 커피잔을 집어들더니 그 위로 자신의 물건을 쥐어짜서 남은 정액들을 털어 넣었다. 거기다가 스타킹에 묻은 정액을 아내의 입술이 다을 부분에 발라댔다.
‘개자식 이제는 수경이를 따먹고 싶다는 예기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욕이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일이지만 너무도 순조롭게 반응하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주섬주섬 옷을 고쳐 입고 쇼파에 앉아 스푼으로 자신의 정액이 담긴 아내의 커피를 휘휘 저은 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스럽게 자신의 커피잔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가 다시 들어왔다.
“우편물 온 거 아직 없다던데요.”
“그래? 좀 늦나보네. 이리 와서 앉지.
이런 나 때문에 커피 다 식었겠네. 더 식기전에 어서 들라구.“
아내는 아직 낯설고 어려운 편집장 앞이라 그런지 좀 긴장한 모습이였다. 편집장이 권하자 찻잔을 두손으로 바쳐들고 좀 급하다 싶을 정도로 커피를 들이 마셨다.
그 모습이 마치 편집장에게서 하사받은 소중한 정액을 두손으로 곱게 받아 마시는것 같았다. 아내는 긴장해서인지 커피 맛을 즐긴다기 보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마시듯 순식간에 다 마셔버렸다. 입에서 컵을 떼는데 끈적한게 입술에 붙어서 실처럼 늘어졌다. 아내가 뭔지 보려고 하자 편집장이 시선을 자기쪽으로 돌리려고 말을 걸었다.
“이런 급하기는. 맛이 어떤가?”
그러자 아내는 입술에 끈적이는 액체를 얼른 혀로 핥아 삼키면서 대답했다. 입술에 뭔가 뭍히고 있는 모습이 칠칠하게 보일까봐서 였을거다.
“네? 맛있는데요. 파는거랑 비슷한거 같아요.”
아마 그 순간 편집장의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가 보였을것이다. 자신의 정액을 순식간에 삼키고 맛있어 하다니.
“그렇군. 어때 아까 내가 정리해준거는 다 읽어 봤나?”
“대충은 봤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일단은 바빠지기 전까지 전화 받아서 연결해주고 손님 오시면 차 좀 준비해주고 그러면서 내가 하나씩 일을 늘려 줄테니까 천천히 적응하면 될꺼야.”
“네. 열심히 해 볼께요. 잘 가르쳐 주세요.”
“근데 전에는 어떤일 했었나?”
“대학 졸업하고는 미술방문과외 좀 했었구요. 그 일 그만 둔 뒤로는 글쓰는거 좋아해서 작가준비하고 있었어요. ”
“그럼 조직생활은 한번도 안해본거네.”
“네.”
“회사라는게 좀 그래. 하기싫은일도 억지로 할 줄 알아야되고 어떨때는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을때도 있고 그 순간만 잘 참고 넘어가면 나중에 보면 아무것도 아니고 그렇지. 내가 잘 도와줄테니 우리 앞으로 잘 해보자구.”
“네. 편집장님.”
“그럼 나가서 일봐요. 필요하면 부를테니”
나는 보고싶었다. 앞으로 이 바른생활사나이가 아니 그런척 살아온 남자가 어디까지 본능을 드러낼지 말이다.
그리고 이 불쌍한 인간에게 내 아내를 주고 싶었다.
나는 지금도 회사일은 제쳐두고 모니터 속 화면만 보고 있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변화도 없다. 편집장은 자기 자리에 앉아 가끔씩 아내의 다리를 감상하며 일하는 것 같았고 아내도 자기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다시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병장님, 접니다.”
“앞으로 박병장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군 제대한지가 언젠데 계속 그렇게 부를 거야?”
“넵.. 형님. 그 친구는 아직 일하고 있어요?”
“어”
“아이고 첫날인데 일찍 보내시지 너무 오래 잡고 계신다. 속으로 욕할지도 몰라요.”
“그런가? 그럼 지금이라도 퇴근시켜야겠네.”
“그래요 얼른 퇴근시키세요. 저 지금 컴퓨터 봐 드리러 갈테니까.”
“어 그래? 알았어.”
전화를 끊자마자 아내를 호출하더니 퇴근시켰다. 아내가 나가는 걸 확인하고 거래처 들려서 퇴근한다고 말한 뒤 잡지사 건물로 갔다. 사무실로 들어가려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남자직원 2명이 담배를 피우면서 예기중이였다.
“오늘 새로 비서로 온 여자 말이야. 편집장이랑 무슨 관계같지 않아?”
아내에 관한 예기라고 직감한 나는 소변기대신 문을 열고 대변기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제가 보기에도 그런 거 같던데.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나겠죠?”
“만일 편집장 세컨드가 확실하다면 건드렸다간 바로 사망이지. 지금 편집장이 먼저 있던 새끼 동생이자나 생긴것도 똑같이 생기고 그 피가 어디 가겠어? 먼저 있던 그 개자식도 사모 몰래 지 애인을 비서로 앉혀놓고 지 방에서 맨날 떡쳤자나 그 새끼는 딴 직원들 있건 없건 대놓고 만지더만 그런거 은근히 즐기는거 같았어. 그거 모르고 신입녀석이 괜히 찝쩍댔다가 바로 짤리고 이쪽계통에는 명함도 못 내밀고 결국 이민 갔자나.”
“되게 이쁘던데. 몸 사려야겠네요.”
“당연하지 괜히 편집장 보는데서 다정하게 예기도 하지마. ”
“에이 조만간 환영회 한다고 나이트 갈텐데. 부르스 한 번 출라고 했더만 꿈 깨야겠네요. 팀장님 저 먼저 들어갑니다.”
“그래.. 난 이거 마져 피고 들어갈게.”
변기 물을 내리고 밖으로 나가자 팀장이라 불리던 사람만 있었다.
“본의 아니게 안에서 예기하시는거 들었는데요.”
“네?”
“오늘 새로 왔다는 비서. 편집장님과 아무 사이도 아니예요.”
“누..누구시죠?”
“아.. 저요.. 편집장님이랑 형님 동생 하는 사이죠. 제가 직접 들었는데 아는 사람이 자리 부탁했는데 마침 비서도 필요하고해서 부르게 된거예요. 그런데 그쪽은?”
나의 말에 그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네. 저는 편집장님 바로 밑에서 총 관리를 맞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실무적인건 다 제가 처리하죠. 편집장님은 검토만 하시구요. 오팀장이라고 합니다.”
나는 약간 거들먹거리듯 예기했다.
“그러시구나. 명함이나 하나 주슈.”
그가 명함을 꺼내 건내면서 부탁조로 말했다.
“저기, 아까 제가....”
“아.. 걱정마요. 직장생활이다 그렇지 화장실에서 욕도 하고, 그렇게 스트레스 푸는 거지 뭐. 다 이해합니다. 또 내 성격상 그딴 거 고자질하고 그런 체질도 아니고. 나중에 식사나 같이 합시다.”
안절부절하는 그를 뒤로 두고 밖으로 나와 편집장실로 갔다.
“형님, 어제 뵙고 오늘 또 뵙네요.‘
“어서와. 가까운데 있는대 자주 봐야지. 나도 요즘 외롭다고.”
“들어오는데 문 옆에서 향긋한 여자냄새가 나던데 나간지 얼마 안 됬나봐요.”
“어. 조금 전에 갔어.”
“마음에 드신다구요?”
“그래. 얼굴도 미인이고 조신하던데 남편이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여자를 버리고 딴 여자를 만날 수가 있지?”
“부부사이의 일은 둘만이 아는 거니까, 뭐 이유가 있겠죠. 아무튼 잘 해보세요. 형님도 앞으론 즐기면서 사셔야죠.”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야. 쓸데 없는 소리 말게. 나를 잘 안다는 사람이 그런 소리가 나오나.”
“네 알지요. 저한테까지 그럴실 필요 없어요. 다른사람 앞에선 바르게 사시고 제 앞에서만큼은 가슴속 응어리를 남기지 말고 털어놓으세요.”
“무슨 소리야.”
“항상 남의 시선 의식하고 사시면서 그동안 힘들지 않으셨어요? 그러게만 사시면 병납니다. 형님 비밀 지켜 드릴테니 제 앞에서 만큼은 솔직해 지세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듯 하더니 그가 말을 꺼냈다.
“나한테 그렇게 예기해준 사람은 자네가 처음이야. 자네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 나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 내 인생은 전부 가식덩어리야. 아내와 자식 앞에선 모범이 되는 가장이어야 했고 직장에선 존경받는 상사, 친척들 사이에선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유일하게 제대로 인정받는 아들이였지. 항상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그것만 생각하고 살았어. 그런데 지금 나에게 돌아온건 뭔가. 사랑하는 아내마저 나를 떠난다고 하잖아.”
“제가 형님의 억눌린 모든 것들을 같이 풀어드릴께요. 그러니 저한테 만큼은 앞으로 솔직하게 예기해 주셔야되요. 다시 물어볼께요.”
“오늘 온 비서 어땠어요?”
“보는 순간부터 엄청나게 따먹고 싶었고 지금도 맘껏 내맘대로 유린하고 싶어.”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얼마나 좋아요.”
“아 정말. 이렇게 막 말하고 나니까 억눌려 있던 뭔가가 조금씩 풀려나가는거 같아.”
“형님이 이렇게 속 시원하니 털어놓으시니. 좋습니다. 내가 그 여자 따먹게 해 줄께요.”
“자네가 어떻게?”
“그냥 평소대로 생활하시면서 내가 시키는 대로 조금씩 일탈을 시도해 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형님 책상 밑에서 형님 물건을 빨고 있는 그 여자를 볼 수 있을테니. ”
“평소대로?”
“그래요 그냥 평소 하던대로 형님 스타일 있자나요 젠틀하고 원칙적으로 생활하는거.”
“아..알았어.”
그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기 편집장님 좀 뵈러 왔는데요.”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말씀들 나누세요. 저는 컴퓨터 좀 보겠습니다.”
나는 쇼파에서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고 편집장 책상으로가서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램 추가/삭제창을 열고 쓸데없는 것들부터 차례로 지워나가면서 둘의 대화를 들었다.
“저희 시제품이 나와서 잡지에 좀 소개해 주십사하고 이렇게 시제품 몇 개 들고 찾아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어떤 제품이죠?”
“일종의 다이어트 제품인데요. 여자분들 팔뚝살이랑 허벅지살 같은 경우 나이 들면서 축 쳐져 늘어나는걸로 고민이거든요. 이 제품을 사용하면 쳐진 피부를 다시 탄력있게 만들어주는겁니다..”
“어떻게 사용하는거죠?”
“설명서 보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제가 간단히 말로 설명드리죠. 먼저 집에서 반바지랑 반팔같은 편안한 복장을 하고, 팔과 다리에 이 통에 들어있는 크림을 골고루 발라줍니다. 그 다음 이 제품을 팔과 다리에 착용하시고 전원버튼을 눌러주시면 제품 자체에서 저희가 특허 출원한 뜨거운 공기가 발생되거든요. 그럼 아까 바른 크림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쳐진 피부를 탄력있게 잡아주게되죠. 10분정도 작동되면 전원이 자동으로 꺼집니다. 그럼 장치를 제거하시고 집같은 경우는 샤워를 해주셔도 좋고 아니면 물티슈같은걸로 닦아주시면 끝납니다. 장치가 작동되는동안 나오는 공기가 뜨거워서 땀도 많이 흘리게 되 사우나 효과도 있구요. ”
“제품 승인은 다 받으신거겠지요.”
“네 물론 허가완료된 제품입니다. ”
“어떤식으로 실어드려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