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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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은 올해 스무 두 살이다.

     첫 경험은 고 2 겨울 방학 때 이미 치렀다.

     상대는 비슷한 나이의 남자 친구다.

     대부분의 여자가 그렇듯이 김화진의 첫 경험도 남자의 

     요구로 얼떨결에 치렀다.

     지금 생각하면 상대를 사랑한다는 그런 감정은 없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싫지 않은 남자 친구 정도다.

     처녀성을 그에게 준 것에도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열 일곱 살에 들어서면서 주변 친구들 사이에 성경험을 

     치른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전에 이미 치른 아이들도 있었던 것 같지만 말을 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친구 사이에 성경험을 치른 

     아이들이 하나 둘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 경험을 치른 아이들은 친한 친구에게 절대로 비밀이라는 

     단서와 함께 자기 경험을 틀어 놓는다.

     경험을 친구들에게 틀어 놓는 아이들이 심리 저변에는 

     상대를 자극해 공범자로 만들어 놓고 싶어하는 심리와 

     너와는 달리 나는 어른이 되었다는 약간은 우쭐한 기분도 

     도사리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서 가장 

     친한 한 친구가 너에게만 말하는 절대 비밀이라면서 성을 

     체험한 고백을 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성을 경험했다는 고백을 듣는 김화진의 

     심리는 복잡했다.

     고백을 듣는 그 순간에는 친구의 일이지만 엄청난 일을 

     벌리고 말았다는 두렵다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두렵다는 기분과 함께 호기심 같은 것이 

     일어났다.

     호기심이 일어나면서 과정을 계속 물었다.

     친구는 생각보다 덜 아프더라는 말을 하면서 김화진에게도 

     성을 경험해 보라는 말을 했다.

     친구의 말에 

     "싫어!"

     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반발은 강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김화진 자신도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름방학 때 성경험을 했다는 아이들이 한 

     둘씩 늘어났고 직접 말은 하지 않지만 눈치로 보아 성을 

     경험한 것 같은 아이들이 늘어갔다.

     성을 경험한 아이들은 서로가 자기가 경험을 얘기하고 

     화제도 이성과 관련된 쪽으로 흐른다.

     성을 경험한 아이들이 성에 관한 얘기를 할 때 김화진이 

     끼여들 구석은 없었다.

     듣고만 있는다.

     그러는 사이 김화진은 소외감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소외감은 어떤 콤플렉스 같은 것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을 경험 보아도 

     좋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 해 겨울방학.

     김화진은 성을 경험한 친구를 통해 한 남학생을 

     소개받았다.

     지난여름 방학 때 김화진의 친구에게 성을 경험시켜 준 

     남학생의 친구였다.

     만난지 열흘만에 그 남자가 이끄는 대로 여관으로 따라가 

     첫 경험을 치른다.

     애당초 사랑한다는 그런 감정도 없었고 처녀성이 

     소중하다는 그런 생각도 없이 치른 첫 경험이다.

     첫 경험을 치른 직후 김화진의 심리는 한마디도 담담 

     그것이었다.

     아팠다는 기억 뿐 처녀성을 상실해 슬프다는 기분도 들지 

     않았다.

     첫 경험 이후 하나 분명한 것은 있었다.

     남자와의 성행위가 혼자 즐기는 자위보다는 감동이 훨씬 

     덜하다는 것이었다.

     첫 경험을 한 그날 김화진은 집으로 돌아와 자위행위를 

     했다.

     첫 경험 직후 자위행위를 하는 김화진의 심리 저변에는 

     남자와의 행위가 혼자 하는 자위행위보다 감흥이 덜한 

     것인지 확인해 보고 충동 같은 것이 깔려 있었다.

     결과는 역시 같았다. 

     남자와의 행위가 주는 감동은 자위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 

     김화진이 내린 결론이다.

     그후에도 그 남자 관계를 계속해 왔다.

     김화진이 원해서가 아니다. 

     남자가 원할 때 만 김화진이 못 이겨 따랐다.

     별 감흥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친한 남자 

     친구가 원하니 따른다는 그런 심리다.

     김화진은 남자와 관계를 맺은 날에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집에 돌아와서는 혼자자위를 한다. 

     여전히 자위보다는 감흥이 덜했다.

     김화진이 자위보다는 남자가 더 좋다는 사실을 처음 체험한 

     것은 첫 경험을 치른지 1년이 조금 더 지난 전문대학에 

     입학한 직후다.

     첫 경험을 치른 이후 1년 사이 김화진이 경험한 남자가 세 

     사람으로 늘어나 있었다.

     모두가 비슷한 나이 또래였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가운데 

     자기도 의식 못하는 사이 남자 친구가 바뀌어 갔다.

     어쩌다 보니 바뀌어 있더라는 표현이 차라리 정확한지도 

     모른다.

     김화진에게는 남자가 바뀌어 있다는 그 자체도 큰 의미가 

     없었다.

     대학에 입학한 다음 김화진은 처음으로 나이트클럽에 갔다.

     거기서 30대 초반의 한 직장인 남자를 알게 되었다.

     김화진이 30대 남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대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교사를 빼고는 처음이다.

     그 남자는 친절했고 상냥하게 대했다.

     그 남자는 김화진의 연락처를 물었다.

     김화진은 별 생각 없이 삐삐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다음 날 그 남자에게 삐삐가 왔다. 

     그 남자와는 교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자와 만나기 시작 한지 보름이 지난 어느 날 함께 주말을 

     이용해 동해안으로 놀러 갔다.

     김화진을 자동차에 태워 동해안으로 온 그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방을 하나만 얻었다.

     그날 밤 김화진은 처음으로 자위행위보다 남자가 더 좋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동해안에서 돌아올 때 김화진은 성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게 된 아이로 변해 있었다.

     지난 난들의 일들이 마치 어린아이 장난처럼 느껴졌고 

     상대들이 모두 어린애처럼 여겨졌다.

     동해안에서 돌아온 사흘 후 김화진은 그 남자에게 전화를 

     했다.

     김화진이 남자에게 먼저 전화를 하는 것도 그때가 

     처음이다.

     그때부터 김화진의 성적인 대상은 그 남자 한 사람으로 

     굳어 갔다.

     그 사람과의 사이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남자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고 결혼 예정일도 그리 멀지 않았다.

     그 남자가 결혼을 하면서 두 사람 관계는 끝이 났다.

     그 남자와 마지막 밤을 세우고 나오는 날 아침 김화진은 

     슬프다는 기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했다.

     슬프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앞으로 자기에서 성적인 기쁨을 

     줄 사람이 사라졌다는 아쉬움 같은 기분은 들었다.

     전문대학 시절 2년 동안에도 남자를 경험했다.

     대학시절 남자들도 그때의 30대 같은 감흥을 주지 못했다.

     전문학교를 졸업하면서 에메랄드 백화점에 입사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몇 사람의 남자와 관계를 가져 보았지만 여전히 

     그때 그 사람 같은 만족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벌거벗은 몸으로 반듯이 누워 있는 김화진과 역시 발가벗은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강하영은 에메랄드 백화점이라는 

     같은 조직 속의 과장과 매장 종업원의 관계다.

     오늘 두 사람이 여기 올 때까지 직접적인 유혹을 한 것은 

     강하영이다.

     그러나 강하영이 자기를 유혹하도록 유도한 것은 

     김화진이다.

     김화진은 지금 직장인 에메랄드 백화점이 마음에 들었다.

     오래 근무하고 싶었고 기왕이면 편한 자리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판매직인 김화진 입장에서 보면 절대권력에 가까운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관리과장이다.

     관리과장에게 몸을 제공하는 것으로 자기 위치를 확고히 해 

     놓자는 것이 김화진의 계산이었다.

     그때부터 김화진은 강하영이 매장 순시를 나올 때마다 

     의식적으로 뜨거운 눈길을 보냈다.

     그러던 오늘 강하영이 김화진에게 저녁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했다.

     강하영의 그 말이 유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김화진은 

     기디렸다는 듯이 따랐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러브 호텔에서 벌거벗고 마주 바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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