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밴츠를 탄 천사1 (12/30)

     4.             밴츠를 탄 천사

     

     

     

                          1

     

     

     강하영은 바다 낚시를 즐긴다.

     바다 낚시 시즌은 가을부터 시작해 다음해 봄까지가 

     절정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휴가는 언제가 늦가을이 아니면 초겨울을 

     택한다.

     3년 전 그 해도 10월에 휴가를 받아 동해안으로 차를 

     몰았다.

     강하영은 자동차 여행을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언제나 국도를 택한다.

     자동차 여행의 진미는 경관이 단조로운 고속도로보다는 

     국도에 있다.

     강하영의 그날 목적지는 묵호다. 

     제천에서 영월로 들어가 거기서 태백을 경유해 동해안으로 

     빠지는 코스를 택했다.

     차가 영월과 태백의 중간지점에 왔을 때 도로 가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거리가 좁혀지면서 도로 가에 세워진 승용차 앞에 

     선 여자가 손을 드는 모습이 보인다.

     뭔가 구원을 청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하영이 여자 앞에 

     차를 세웠다.

     차를 세운 강하영은 한순간 어리둥절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강하영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원인은 세 가지다.

     여자가 놀랄 만치 아름답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 째 강하영을 놀라게 한 것은 여자의 나이다.

     첫 눈으로 보아 여자의 나이 열 일곱이 아니면 열 여덟 

     정도고 아무리 많이 보아주어도 열 아홉은 아닐 만치 

     애띠다.

     여자라는 표현보다는 소녀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런 

     인상이다.

     한국 도로교통법으로 자동차를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면 만 

     18세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소녀처럼 보이는 여자의 나이는 일단 만 18세는 

     지났다는 뜻이다.

     아무리 보아도 더 어려 보인다.

     강하영의 세 번째 놀라게 한 것은 자동차다.

     강하영은 자동차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

     여자가 세워 놓은 자동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450 컴버트벌 

     스포츠 쿠페다.

     통칭 벤츠 4500 cc 스포츠 카로 불리는 지붕이 열리는 

     차다.

     자동차 잡지를 통해 그런 차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한국에 그런 차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실물을 보는 것도 그때가 처음이다.

     강하영이 알기로는 독일 본국에서도 10만 달러가 넘어서는 

     고급 스포츠 카다..

     이런 차를 수입해 와 등록까지 마치면 최하 1억5천원은 

     들어간다.

     18세를 겨우 넘어선 소녀가 이런 차를 가지고 있다면 

     재벌급 딸이라고 보아야 한다.

     "무슨 일이지요?"

     차에서 내려선 강하영이 미소 지은 얼굴로 소녀에게 

     묻는다.

     "펑크가 났어요!"

     소녀가 울상을 짓고 말한다.

     "제가 갈아 끼워 드리겠습니다"

     소녀가 타이어 갈아 끼우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한 강하영이 

     말한다.

     "스페어 타이어에도 바람이 모두 빠져나가고 없어요. 차 

     사고 한번도 상용하지 않았더니 그 사이 바람이 빠져 버린 

     모양이예요"

     소녀가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흔히 있는 일이다.

     레디얼 타이어는 사용하지 않고 오래 두면 조금씩 공기가 

     빠져나간다.

     그런 상식을 아는 자가 운전자들 최소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스페어 타이어를 점검한다.

     장거리 운행을 나서기 전에는 스페어 타이어를 점검하는 

     것이 운전자의 기본 상식이다.

     이 소녀는 그런 상식을 모르고 스페어 타이어를 한번도 

     점검하지 않았고 그대로 장거리 운행에 나온 모양이다.

     그러다가 외진 국도에서 펑크가 난 다음에야 갈아 끼우려 

     꺼내는 순간 바람이 모두 빠져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장착된 타이어가 펑크가 나고 스페어 타이어까지 

     사용불능이라면 다른 방법이 없다.

     차에 타이어를 싣고 가까운 수리점까지 가 수리를 한 다음 

     다시 돌아와 끼워야 한다.

     "타이어를 싣고 수리점이 있는 곳까지 다녀올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제 차를 이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주시겠어요?"

     소녀의 얼굴이 금세 환해진다.

     강하영이 차에 장착된 펑크 난 타이어를 뽑고 바람이 모두 

     빠져나간 스페어 타이어까지 자기 차 트렁크에 실을 때까지 

     소녀는 자기가 작업을 하거나 도우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구경만 하고 있다.

     작업을 하던 강하영의 눈에 소녀의 차 앞 유리에 붙어 있는 

     에메랄드 백화점 주차 스티커가 들어온다.

     강남 고급 주택 단지를 끼고 있는 에메랄드 백화점은 자체 

     발행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높은 고객에게 무료 주차 

     스티커를 발급하고 있다.

     무료 주차 스티커에는 실버와 골드 주 종류가 있다.

     실버는 연 이용금액이 2천만원 이상인 고객이고 골드는 

     3천만 원을 넘어서는 고객이다.

     주차 스티커의 유효 기간은 1년이다.

     연말을 기준으로 이용금액이 규정 이하면 재발급을 하지 

     않는다.

     강하영이 본 소녀 차에 부착된 무료 주차 스티커는 골드다.

     그건 지금 자기 앞에 서 있는 소녀가 에메랄드 백화점에서 

     카드로만 한 해에 3천만원 이상의 매상을 올려 주는 특별 

     관리 대상 고객이라는 뜻이다.

     강하영이 알기로는 올해 골드 주차 카드를 발급 받아 간 

     고객은 백 명을 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에메랄드 백화점으로서는 머리가 들어지지 않을 

     정도의 거물급 고객이다.

     작업하는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이 바라만 보고 있는 소녀의 

     태도에 약간 심사가 틀어지기는 했지만 골드 스티커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차에 중요한 물건이 있으며 옮겨 싣고 갔다 오는 게 

     안전할 텐데요?"

     작업을 마친 강하영이 말한다.

     "트렁크에 옷과 카메라가 들어 있는 가방이 있어요"

     소녀가 또 다시 당연히 그건 당신이 할 일이라는 듯이 

     강하영에게 키를 내밀며 말한다.

     강하영이 말없이 키를 받아 벤츠의 트렁크를 열러 가방을 

     꺼낸다.

     소녀의 가방은 구치다. 국내에서 브랜드 생산을 한 것이 

     아닌 이탈리아 산이다.

     백화점 직원인 강하영은 가격이 백만 원을 넘어서는 고가 

     품이라는 한 눈에 알아본다.

     '누구 네 딸인지 돈을 처치 못해 안달이 나는 집안인 

     모양이군'

     강하영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가방을 자기 차에 옮겨 

     싣는다.

     그때까지 소녀는 강하영의 차에 탈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다.

     강하영은 소냐가 왜 차에 타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는지 

     알아차린다.

     강하영이 자기 차 문을 열어 준다.

     그때야 소녀가 살짝 미소하며

     "고마워요!"

     하는 목례를 하고 강하영이 열어 주는 차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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