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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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로 돌아온 3일이 지난 오후에 백화점으로 전화의 

     전화가 걸려 왔다.

     박지현이 지정한 장소는 강남의 최고급 레스토랑 

     별실이었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레스토랑에 갔을 때 박지현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호텔에서 밤을 같이 한다.

     그후 박지현은 한 주일 간격으로 강하영에게 연락을 했고 

     때마다 지정 장소는 최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면 특급 관광 

     호텔 객실이다.

     만남의 장소가 호텔 객실일 때는 강하영이 도착하기 전에 

     음식과 술이 준비되어 있다.

     두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만나는 사이 반년이 흐른다.

     그때까지도 박지현은 자기 신상에 관한 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가 사 개월이 접어 들어가던 어느 날.

     에메랄드 백화점 창설 20주년 기념일을 맞았다.

     창사 20주년 기념일을 맞아 에메랄드 호텔 에메랄드 룸에서 

     리셉션이 화려하게 열렸다.

     그 자리에 강하영도 있었다.

     경제계와 정부 관련 부처의 귀빈들이 초청된 리셉션에 

     관리과 과장 대리 정도는 애당초 참여 대상이 아니다.

     강하영은 리셉션장 입구의 접수와 귀빈 안내역이다.

     리셉션장 입구에서 초청 인사 명단을 정리하는 강하영의 

     귀에 

     "회장님 오십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에 강하영이 명단 정리를 멈추고 벌떡 일어난다.

     강하영이 일어났을 때 그룹 산하 계열회사 사장단을 거느린 

     회장은 이미 눈앞에 와 있었다.

     리셉션장 입구에 있던 지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강하영도 허리를 90도로 굽혀 절을 한다.

     리셉션 장으로 들어가던 회장이 잠깐 걸음을 멈추고 특정한 

     누구를 지정하지 않고 

     "준비에 차질은 없겠지?"

     하고 묻는다.

     회장의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들고 

     "예!"

     하고 답한다.

     그 속에 강하영도 있었다.

     고개를 든 강하영의 눈에 장밋빛 드레스를 입고 회장 옆에 

     서 있는 젊은 여자의 모습이 들어온다.

     장밋빛 드레스의 여자를 보는 순간 어디서 보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어디서 본 얼굴이고 자기와는 가까운 사이 같다는 

     생각만 들 뿐 한 순간 누군지 기억에 떠오르지 않는다.

     시선을 장밋빛 드레스의 젊은 여자 얼굴에 보낸다.

     여자도 자기를 보고 있다.

     자기를 바라보는 여자의 표정에 어색한 미소가 흐른다.

     순간 

     '지현이?'

     강하영은 믿어지지가 않는다.

     여자를 다시 본다.

     '분명히 박지현이야!'

     그때 회장이 리셉션 장으로 향해 발길을 돌리고 박지현도 

     따라 들어간다.

     한 순간이지만 강하영이 박지현을 알아보지 못하지 못한 건 

     이런 곳에서 만날 것이라는 자체를 상상조차 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셉션 장으로 들어가는 박지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강하영의 귀에

     "회장님 옆 아가씨가 손녀딸인 모양이지?"

     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강하영이 소리가 들려 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말을 한 것은 그룹 본사에서 나와 있는 직원이다.

     "그 아가씨가 회장님 손녀딸입니까?"

     강하영이 그룹 본사에서 나온 직원에게 묻는다.

     "손녀딸이고 회장님의 유일한 혈육이지요!"

     "그건 또 무슨 애깁니까?"

     강하영이 지나가는 말처럼 묻는다.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는 모양이군요?"

     "4년째 접어듭니다"

     "그럼 외아들이신 당시 그룹 사장님과 부인께서 미국에서 

     돌아오시다가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모르시겠군요!"

     그룹 사원의 말을 듣는 순간 강하영의 머리에 난 부모가 

     없고 할아버지하고 산다던 박지현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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