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슬픈 여체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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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주는 꿈을 꾸고 있다.
꿈속이기는 하지만 자기는 한 마리의 암 표범이 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암 표범이 된 자기는 앞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엉덩이를
뒤로 내밀고 있다.
내민 엉덩이를 수표범이 두 앞발로 강하게 끌어안고 있다.
뒤에서 두 다리로 강하게 끌어안은 수표범의 상징이 자기
속에 들어와 있다.
꿈속이지만 자기 속에 들어와 있는 수표범의 상징이
너무나도 거대하다.
자신의 주머니 피부가 당장 터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몰려온다.
지연주는 도망가려고 한다.
도망가려고 발버둥 해 보지만 뒤에서 강한 힘으로 엉덩이를
끌어안고 있는 수표범의 두 다리 힘 앞에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수표범이 강한 힘으로 자신의 상징을 암표범이 되어 있는
지연주의 엎드린 두 엉덩이 협곡 사이에 마구 밀쳐 넣는다.
수표범이 허리를 밀치고 허리를 밀칠 때마다 강한 힘으로
파고 들어오는 거대한 상징의 충격에 지연주는 꿈길이기는
하지만
"아아악! 아아악"
하고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지연주는 자신이 외치는 처절한 비명에 꿈길에서 깨어나
서서히 현실로 돌아온다.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자신의 입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아아악! 아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조금씩 가깝게 들린다.
지연주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꿈길에서
깨어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반쯤 돌아온 의식 속에서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을
파악하려고 필사의 안간힘을 쓴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지금 자기가 있는 곳은 윤미숙의 아파트
거실 카펫 위다.
어제 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기를 윤미숙은 마치
목마른 사슴이 물을 반기듯 바로 끌어안았다.
자기를 끌어안은 윤미숙은 그곳이 거실인데도 이미
발가벗은 상태였다.
발가벗은 윤미숙은 급히 자기 옷을 벗겼다.
지연주가 발가벗겨 지면서 두 여자는 바로 거실 카펫에
무너져 내렸다.
무너져 내린 두 여자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의 계곡에 얼굴을 처박았다.
얼굴을 쳐 밖은 두 여자는 혀로 상대의 계곡과 문 언저리를
핥기 시작했다.
계곡을 핥던 지연주는 혀로 전해 오는 윤미숙의 향기가
다른 때에 비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향기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허로 느껴지는 미각도 달랐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연주는 자신이 의식이 몸을
떠나 아물아물해 갔다.
그리고는 자기가 한 마리 암 표범이 되어 거대한 수표범의
상징을 받아들이며 뜨겁게 외치고 있다.
그것이 아물아물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지연주의
의식에 떠오르는 기억의 전부다.
지연주의 의식이 조금 더 현실로 돌아온다.
의식이 조금 더 돌아오면서 침대에 엎드려 있는 자기를
발견한다.
조금 전 꿈속에서 본 그대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
모습으로 엎드려 있다.
엄청나게 뜨거우면서도 거대한 덩어리가 엎드려 있는 자기
속을 밀치고 들어오고 밀치고 들어 왔다가는 다시 나가는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덩어리가 출입운동을 반복할 때마다 자신의 주머니 피부가
당장 터질 것 같고 뜨거운 열기는 동굴 내부에 화상을 입혀
놓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면서 엎드려 있는 자기 주머니
입구에서 출입운동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 거대하고 뜨거운
덩어리가 꿈길에서 격은 수표범의 상징 같다는 생각이 들기
의식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현실이다.
현실 세계에서 수표범의 상징이 인간인 자기 속을
출입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지금 자기가 엎드려져 있는 윤미숙의 침실 침대다.
윤미숙의 침실 침대라면 자기 속을 출입하고 있을 상징은
고무제품뿐이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윤미숙의 손으로 넣었다 빼었다 하는
고무 제품의 감촉도 아니다.
고무 제품은 이토록 단단하지도 않고 또 뜨겁고 거대하지도
않다.
그 고무 제품은 자기가 구입해 온 것이다.
성능이나 크기 길이도 알고 있다.
지금 자기 속으로 출입운동을 반복하고 있는 덩어리는
크기도 길이도 굵기도 심지어는 박력까지도 고무 제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연주는 지금까지 이렇게 거대하고 단단한 남자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조차 해 보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얼까?'
남자에 틀림없다.
몽롱한 의식을 가다듬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은 남자
같다.
'남자라면 누굴까?.'
전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윤미숙 언니 혼자 사는 아파트에 남자가 있다는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성폭행범들이 들어온 걸까?'
지연주는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성폭행범들이 침입했다면 윤미숙도 자기처럼 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미숙의 소리도 또 누군가 당하고 있는 것 같은
움직임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이제 지연주의 의식은 거의 현실로 돌아왔다.
거대한 상징은 계속 출입반복운동을 한다.
당장 터질 것 같은 압박감과 함께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강렬한 자극이 전신으로 번져 간다.
뜨겁고 강렬한 자극에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아아악! 아아악!"
하는 비명이 흘러나온다.
지연주는 자기 입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연주는 이제 자기 속에 거대한 상징을 반복출입시키고
있는 상대가 누구라도 좋았다.
지금 지연주의 의식 속에는 상대가 누구 건 반복운동을
끝없이 계속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 하나 뿐이다.
자신의 소망이 상대에게 통했는지 남자는 더욱 세차게
밀어붙인다.
"아아악! 아아악!"
지연주가 더욱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그때부터 지연주는 자신의 정신이 또 다시 아물아물 몸을
떠나고 있는 것을 의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