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치 않아

“남 일에 신경 안 쓸 줄 알았는데 유치한 구석이 있네요.” “워낙 재밌는 경험이라 뇌리에서 잊히질 않아.” 그가 비아냥거리며 다시금 큐대를 움직였다. 이렇게나 얄미운 말을 하는데도 그 모습이 그림 같았다. 말싸움하는 것을 잊고 잠시 구경이라도 하게 만드는 자세였다. 그게 더 불쾌했다. “인생 퍽이나 무료한가 보네요.” 딱! “최근에 생긴 일 중에 가장 재미있었어.” 공을 맞히며 뱉어 낸 그의 말에 유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창피하기도 했고 그에게 열이 받기도 했다. “남의 약점을 쥐고 즐기는 것 보니 인성 알만하네요.” “내가 훔쳐본 것도 아닌데 인성까지야.” 딱. 그가 또다시 득점을 올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당구대 반대쪽으로 걷는 그가 얄미웠다. 일러스트: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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