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하나둘씩 부모의 손을 잡고서는 총총히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밝은 햇빛으로 가득 찼던 골목 사이사이가 노랗고 붉은 햇볕으로 가득차기 시작하였다.
까악, 까악어디선가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
한편, 기울어진 시소에 앉아있는 붉은 머리의소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채 그것을 부럽다는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고개를 거세게 흔들고서는 자신이 돌아야 할곳으로 돌아갔다.
"아……."
낡은 무가에 도착해 녹슨 정문을 밀어내 집으로 들어갔던 소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걸렸다.언제나 자신의 신발밖에 없던 신발장에 흙투성이 낡은 구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소년은 환하게 웃으며 일명 [세계일주]라는 변명으로 전세계적으로 활동을 하는 아버지를 부르면서 거실로 달려간다.
"여ㅡ, 오랜만이구나. 시로"
아버지라 불린 남성(에미야 키리츠쿠)은 담배를 꼬나문채로 툇마루에 앉아있던 빙그레, 웃으면서 자신의 양아들 [에미야 시로]에게 팔을 벌렸다. 그리고는 부자(父子)는 서로를 향해 꼬옥, 안으면서 서로의 체온을 서로에게 다시 한번 각인 시킨다.
"이번에는 어디 갔다왔어? 아버지?"
소년은 언제 텅빈 표정을 지었는지 모르겠다는 마냥 저 높은 하늘의 태양마냥 순수한 웃음을 지으면서 여행의 목적지를 물었다. 그리고는 키리츠쿠는 자신이 다녀왔던 외국의 지명과 그곳의 명물이 뭐니 저니 하는 쓰잘떼기 없는 말까지 하면서 시로와의 대화에 참여했다. 그리고는 그들은 저녁을 먹고서는 툇마루에 털썩, 앉아 휘엉청 떠오른 달을 보면서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크흠, 시로야. 아버지가 마술사 라는걸 알고 있지?"
따스하게 다려놓은 정종을 자그마한 술잔에 따르면서 한잔 들이키고서는 키리츠쿠는 자신의 옆에 앉아 다리를 전후로 흔들고 있는 시로에게 말했다.
"응, 아버지는 마술사잖아."
"어릴 적, 나는 정의의 아군을 동경했었단다."
"뭐야 그거, 과거형이잖아."
시로의 말에 키리츠쿠는 쓰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아, 유감스럽지만 히어로는 기간한정인데다가 어른이 되면 자칭하는 것이 어려워지니까, 그런것, 좀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좋았을텐데"
그리고는 키리츠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담배를 물었다. 찰칵, 라이터가 켜지면서 키리츠쿠의 담배에 불을 붙혔다. 키리츠쿠는 쓰게 웃으면서 시로가 들고 있던 라이터를 빼앗으면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렇구나.. 그러면 어쩔 수 없네."
"그렇지. 정말로 어쩔수 없었어."
깊은 슬픔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맞장구 치면서 키리츠쿠는 안타깝다는듯이 담배에 진득히 붙어있던 담뱃재를 정원에 털어놓았다. 그것을 보고 있던 시로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에 있는 재털이를 가져와 키리츠쿠에게 건내주었다.
"응, 어쩔 수 없이 내가 정의의 아군을 해줄께. 아버지는 늙어버렸으니까 무리지만, 나라면 괜찮겠지. 맡겨두라고. 아버지의 꿈은.."
시로는 침을 꿀꺽 삼키고서는
"내가 확실히 이뤄줄테니까."
단호하게 말하면서 주먹을 쥐어 허공을 향해 갈긴다. 키리츠쿠는 쓰게 웃으면서 시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담아 주었다.
"고맙구나. 시로. 하지만, 그것보다 나는 네가 좀더 [행복] 해졌으면 좋겠어."
"[행복]? 어째서? 나는 충분히 [행복]해."
아버지를 만났다. 에미야가(家)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1년중 9할은 혼자 있는 날이었지만, 전과는 다르게 혼자라는 사실이 아닌것을 알고 있었기에 힘들지 않았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것이 조금은 어린애취급이라고 생각했는지 시로는 입을 비쭉, 내밀면서 키리츠쿠의 말에 대답했다.
"아니, 시로우는 좀더 좀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
"알았어. 알았어. 아버지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버지가 [졌다!!!!] 라고 좌절할때까지 행복해질테니까,"
"하하하, 그래. 그래. 내가 졌다!!! 라고 소리 지를때까지 행복해지렴."
"그것도 그렇지만, 아버지의 꿈도 이루어줄께. 어때, 이거라면 아버지도 불평없겠지?"
"흐음.. 글쎄다..."
키리츠쿠는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필터부분까지 태워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서는 새로운 담배를 물었다.
"뭐야, 그 반응은....."
시로는 불만스럽게 다시 한번 입을 비쭉, 내밀면서 키리치쿠의 모습에 말했다.
"하하하, 알았어. 시로가 내 꿈을 이루어줬으면 정말로 좋겠어."
자신의 양아들이 이제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 받겠다는 사실이 그다지 기쁘지 않지만, 시로의 단호한 대답에 쓰게 웃으면서 키리츠쿠는 대답했다.
"고마워. 시로. 아아, 안심했어."
키리츠쿠는 안심했다는 듯이 눈을 감으면서 툇마루의 기둥에 몸을 기대었다.
그런 키리츠쿠의 모습은 너무나도 온화하고 아름다웠기에 시로는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빙그레, 웃으면서 키리츠쿠의 팔에 몸을 기대자 당연하다는듯이 키리츠쿠는 시로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었다.
"아버지."
"응?"
시로는 다정스럽게 키리츠쿠를 부르자, 키리츠쿠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대답했다.
"내가 행복하게 살길 바래?"
"아아, 당연하지."
"그럼 나 여자 꼬시는 방법을 가르켜줘."
"하아?!"
갑작스레 여자를 꼬시는 방법을 가르켜달라는 시로의 강력한 발언에 단번에 잠이 깨버린 키리츠쿠는 시로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왜냐하면 오늘 아침에 놀이터에서 만난 형이 말하기를 [남자가 행복해지려면 여러명의 여자들과 동침하는 수밖에 없어. 시로. 너라면 가능할꺼야. 내 꿈을 대신 이루어줘.] 라면서 울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그 형의 꿈을 이루어줄꺼야."
"아,아아 그,그그래"
등뒤에서 폭포와 같은 식은땀이 흘러내리는것을 느끼면서 키리츠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을 해주고서는 시로에게 물어보았다.
"그 녀석 이름이 뭔데?"
"요코시마 타다오 라고 한거 같아."
"으음, 처음 듣는 이름인데?"
"응!, 오늘 잠깐 이 동네 온거래. 내일은 다른 동네에 간다고 했어..... 나는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타다오형은 참 착한데..."
왠지 모르게 암울한 오오라를 내뿜어내면서 고개를 푹 숙이는 시로를 보면서 키리츠쿠는 이마에 달린 식은땀을 닦으면서 시로의 붉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담아 주었다.
"아,아아알았으니까, 그런 표정은 짓지마."
의외로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 민감한것인지 키리츠쿠는 눈시울이 붉어져서 울것 만같은 시로의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면서 거실로 들어가 어느곳 한켠에 숨겨져 있던 비밀의 책을 가져왔다. 왠지 모르게 핑크색으로 도배되는것과 동시에 가까이 가서는 안된다는 오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크흠, 이,이건 아무나 보여주는건 아니지만, 시로에게 물려주어야 겠어."
"[여자, 이렇게 하면 1시간도 되지 않아 옷을 벗는다?] 어째서 제목이 의문형이야?"
"크흠. 아,아직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이지. 시로. 사실 그 책은 나의 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시대로부터 내려온 고대의 비법이란다. 뭐,뭐야. 그 눈은. 아,아아버지는 한번도 사용한적이 없단다. 시로야."
시로의 눈이 가늘게 띄어지면서 키리츠쿠를 의심스럽게 쳐다보고서는 키리츠쿠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서는 마지못해 고개를 흔든다. 그제서야 안심했다는듯이 한숨을 내쉬는 키리츠쿠 였다.
역시 우리집에 매일 같이 전화오는 누나들의 목소리가 틀리고 애절한건 내 착각이 아니었어. 라고 생각한 시로는 자신의 의문을 완벽하게 해결하고나서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서는 키리츠쿠에게 오른 손을 내밀고서는 쫙 편다.
"뭐, 뭐뭐니?"
"줘야지. 아버지."
"뭐,뭐뭘?"
키리츠쿠는 다시 한번 식은 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것을 느끼면서 자신의 앞에 당당히 앉아 데빌 스마일을 짓고 있는 시로를 향해 말했다.
"알면서 시치미를 떼는건 정말로 나쁜짓이라고 배웠는데... 뭐, 아버지는 제외해줄께. 그러니까, 왜 정의의 아군이 되려면 수련도 받아야 되는거잖아. 아버지."
"그,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만화를 보면 정의의 아군이 후계자한테 능력도 넘겨주고 하는데, 아버지는 그런것도 없는거야? 아들을 사지(死地)로 강제로 밀어놓으면서 그냥 아무것도 없이 가는거야? 아버지는 그,그런 인물이었어? 아무리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건 너,너무..흑.."
천천히 설명을 하다가 그 역활에 충실하여 감정이 벅차오르는것을 느끼면서 시로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메달리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시로가 말하는것이 틀리지만, 키리츠쿠는 자신의 잘못을 느끼고서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시로는 놀랬다.
정말로 이런것이 있을줄이야. 만약 말을 안했더라면 자신은 벌써 친부모를 찾으로 삼천도로 향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조금은 키리츠쿠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시로였다.
"크흑... 아버지가 잘못했어. 시로!!"
자신의 아들을 사지(死地)로 밀어넣을뻔 했다는 사실에 키리츠쿠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시로를 꽉,껴안는다.
예스. 공략완료인가. 라고 생각한 시로는 자신의 어깨에서 콧물을 흘쩍이면서 울고 있는 키리츠쿠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면서 키리츠쿠의 귓가에 속삭였다.
"에구, 괜찮아.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아. 아버지는 언제나 나에게는 정의의 아군이니까, 그리고 그 능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아버지가 가르켜주지 않았더라고 해도 나는 아버지를 워,원망하지 않아.. . 흑... 흑..."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뭍고서는 훌쩍이는 시로를 보자 또다시 가슴 한켠이 시리며 죄책감에 키리츠쿠는 무심코 시로를 좀더 꽈악, 안아준다. 그리고는 자신의 양복의 어깨가 시로의 눈물로 천천히 젖어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내일부터 연습을 시켜주겠다고 하면서 시로의 등을 두드렸다.
허나 키리츠쿠가 모르는것이 있었다면, 어깨에 묻은것은 눈물이 아니라 시로의 침이었다.
어쨋든 달이 그들을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채 다른곳에 달빛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의 울음소리를 날이 새도록 멈추지 않았고, 그들이 잠이 들었을때는 아침이었다.
학교에 가야 되지만, 일단은 패스 하자고 생각한 시로는 아버지인 키리츠쿠의 품안에서 에헤헤, 웃으면서 자신의 분홍빛 파라다이스를 꿈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키리츠쿠는 자신의 모든것을 시로에게 물려주겠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천천히 감았다.
"읏…….."
날카로운 햇빛의 기운을 이기지 못해 시로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눈을 찡그렸다. 어젯밤 키리츠쿠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새벽에 잠이 들었던 부자(父子)는 결국,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시로는 자신의 몸에 덮혀진 얇은 이불을 들고서는 키리츠쿠의 몸에 덮어주고서는 욕탕으로 들어간다.
"읏차!!"
이제 막 초등학생 5학년에 진입한 시로에게는 키리츠쿠의 키에 맞게 설치되어 있는 샤워기를 꺼내려고 하는데에는 상당한 힘이 든다. 까치발로 겨우 그것을 꺼내 놓고서는 바닥에 놓은 뒤에 옷을 천천히 벗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따스한 물을 틀고서는 샤워기에서 물방울이 빠르게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뜨거운 김이 시로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머리 아파....."
시로가 머리를 감는 동안 문이 벌컥, 열리면서 키리츠쿠가 걸어들어왔다. 아무래도 어젯밤 자신과 이야기를 하면서 상당한 량의 술을 마신걸로 기억한 시로는 오늘 식사는 속을 데필수 있는 국으로 하는것으로 결정을 하면서 자신의 옆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 키리츠쿠에게 말했다.
"아버지, 나 샤워기 좀 줘. 눈 감아서 안보여."
"아아"
키리츠쿠는 알았다는 듯이 변기에 담겨있는 물을 내리고서는 알몸인채로 쭈그려서 샤워기를 찾고 있는 시로의 손에 샤워기를 가져다 주고서는 물을 틀어준다.
솨아아-
시로의 붉은 머리가 착, 하고 달라붙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시로는 세안과 양치질을 마치고서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는 옷을 입고서는 전투를 하기 위해서 에이프런을 걸치고서는 부엌으로 향했다.
"우으으... 머리가 깨질것 같아."
어느새 식탁에 앉아 머리를 부여잡고서는 중얼거리는 키리츠쿠에게 냉수 한잔을 꺼내다 준다음에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고서는 천천히 요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간단하게 콩나물국으로 결정하였다. 몇일전 까두었던 콩나물을 넣고서는 어느정도 끓기 시작하였을때 여러가지 재료를 넣고서는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시로는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와 식탁에 주절주절, 펼치기 시작하였다. 잠시후, 키리츠쿠의 거친 속을 풀어줄 콩나물국이 키리츠쿠의 앞에 놓아지자 키리츠쿠는 수저를 들어 음미하듯이 천천히 국을 떠서는 먹었다.
"흐음.. 전보다 훨씬더 음식맛이 좋아졌구나."
"당연하지. 요리에게 필요한 혼과 적절한 재료를 첨가했고, 확실하게 요리프로를 보고 있으니까, 실력이 안 늘려고 해도 늘수밖에 없어. 그리고 요리왕 비룡을 보면서 중국 음식에 대한 기초를 쌓고 있으니까 말이지."
"요리O 비룡? 그거 뭔데?"
시로는 자그마한 그릇에 밥을 푸다가 키리츠쿠의 질문에 멈칫, 하고서는 천천히 자신을 바라보는 키리츠쿠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서는 양손을 허리에 올린채로 키리츠쿠에게 말했다.
"요리O 비룡을 모른다는게 말이나 돼?! 요리사에게 꿈에게 심어주는 만화지. 요리에 대한 환상적인 묘사가 정말 좋지. 근데 너무 허구적이라는게 조금 마음에 안들지만 괜찮은 만화야. 그리고 요즘에는 미스터 초밥O을 보면서 초밥에 대한 기초를 대충 쌓고 있어."
"예이, 예이~. 밥이나 가져오세요."
요리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차 눈을 반짝이는 시로를 보다가 키리츠쿠는 한숨을 내쉬면서 대충 말했고, 시로는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키리츠쿠를 보며 입을 삐쭉 내밀었지만, 키리츠쿠에게 밥을 가져다 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시로와 키리츠쿠는 합장을 하고나서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역시 남자 둘이 사는 곳만이라서 인지 밥을 먹을때는 정적이 흐르는것은 당연하였지만 그것이 익숙한듯이 부자는 그것을 무시라도 하는것 마냥 재빠르게 식사를 끝냈다.
"자, 오늘은 아버지가 마무리담당이야. 그럼 나는 학교갈준비를 해야돼. 늦을꺼야."
조용하고 정적이 흐르는 아침식사를 마친 시로는 부엌에 달린 시계를 보면서 키리츠쿠에게 말했고, 키리츠쿠는 속이 덜 풀렸는지 부엌으로 가 콩나물국을 퍼오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로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가방을 챙기고서는 다시 거실로 나왔다. 어느새 식사를 마친것인지 키리츠쿠는 툇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고, 학교에 가려고 하는 시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챘는지 손을 번쩍, 들고서는 말했다.
"다녀와라, 오늘부터 연습을 시작할꺼다."
"응!!!!!"
키리츠쿠가 다른곳에 가지 않고 자신과 있어준다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시로는 환하게 웃으면서 학교로 향했다. 한편, 방에 홀로 남은 키리츠쿠는 한숨을 내쉬면서 담배를 물었다.
"고유시제어(固有時制語)인가……, 그 빌어먹을 걸 가르켜줘야 한다는건가……. 이미 가르켜준다고 약속을 했으니까, 속일수도 없고. 가르켜주기엔 애가 머리가 너무 딸리..는게 아니라, 재능도 없고. 휴우.. 역시 강제로 각인 시키는 수밖에 없는건가...."
키리츠쿠는 까치집이 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벅벅, 긁으면서 비듬을 털어냈다. 그리고는 피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꺼버리고서는 새로운 담배를 물고서는 어떻게 하면 시로에게 가르켜야 잘 가르켜 주었다고 인정 받을수 있을까 에 대한 심각한 고찰을 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키리츠쿠가 고민을 하던 말던, 아니 그러한 고민 자체를 모르고 있는 시로는 수업시간에 수업도 받지 않은채 학교의 옥상에서 마토우 신지와 자리를 표고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들이 앉아 있는 중간에는 여러가지의 카드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하아... 그러니까, 할아버지께서 너는 쓸모가 없다고 하셨단 말이야?"
"뭐, 그 망할 영감탱이는 언제나 그렇지 뭐."
"그 말이 틀린건 아니지만, 엿차. 로얄 스트레이트 플래쉬다. "
"젠장!!,"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와의 도모(혹은 개인적 이득을)를 위해서 포커를 치고 있던 시로는 신지의 할아버지인 마토우 조켄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카드를 신지에게 보여주었다.
"젠장이고 나발이고, 일단은 내가 이겼으니까 약속대로 돈 줘봐."
"이거 사기아냐? 너 임마, 어떻게 된놈이 게임만 했다하면 이기는거야? 그것도 도박쪽으로? 임마. 너 초등학생이 이런 짓을 하고 다니면 너희 아버지께서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어이쿠, 개평없다고 여기서 이렇게 소란피면 안되지. 너 나한테 빚진 돈이 벌써 35만엔이야. 너 그거 어떻게 할래? 법적으로 소송할까?"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시로였지만, 아직은 나이가 들지 않아서 개념이 없는 신지에게는 커다란 협박이었다. 사실 35만엔이란것이 마토의 재력에 비하자면 개껌딱지에 불과하지만, 아직 초등학교 5학년인 신지에게는 커다란 돈이었다.
"야,야야. 우리 친구잖아. 한수 물러줘봐."
"어이쿠, 이제는 동정심으로 하는거봐. 똑바로해!!, 도박의 세계는 그렇게 달콤한게 아냐."
그런 신지가 할수 있는것은 동정심을 자극해 호소를 하는것이었지만, 일단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돈은 결단코 놓아주지 않는 시로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반쯤은 포기한 상태였기에 그다지 슬프지도 않았다.
"젠장!!!, 그럼 총 얼마야."
신지는 바닥에 있던 카드 판을 뒤집어 엎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의 뒷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꺼내고서는 천엔짜리를 몇장 꺼낸다.
" 신지. 아직도 어리구나. 도박에서 감정의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는것을 그렇게도 가르켜주었건만 아직도 이렇게 하다니. 쯧쯧. 만약 이게 [다른 세계]였다면 넌 이미 야쿠자들에게 개처럼 맞았을지도 몰라. 뭐, 어쨋든 공과 사는 똑바로 해야되니까, 오늘가지 빚져온것 까지 하면 총 47만엔이다. 그리고 이자까지 붙히면 총 175만엔이다."
"자,자자잠깐!!! 어째서 이자가 붙는거지?"
갑작스레 이자율까지 붙히는 시로의 말에 신지는 기겁에 시로에게 묻는다. 그러자, 시로는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서 혀를 찼다.
"쯧쯧, 이봐, 친구 세상은 냉정한거야 일단은 친구라는 점을 봐서 어느정도 봐주는거야. 사실은 200만엔이 넘는다고. 친구."
그리고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신지의 어깨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주듯이 쓰담아준다음에 신지의 귓가에 속삭였다.
"도망갈 생각하지마. 그리고 누군가에게 일러받칠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 신지. 만약 네가 어른들에게 일러받친다면 어쩔수 없이 나는 모든 사실을 말할수 밖에 없다고. 나는 알고 있어. 네가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후후훗."
"시,시시시로. 너,너너 도대체 무무무무슨짓이야!!!"
"훗, 난 네가 지난 여름에 여자목...."
"우와아아아!!!!!!!!!!! 갚을께. 갚을테니까, 제발 말하지 말아줘. 할아범의 귓가에 들어간다면 난 갈갈이 찢겨죽을꺼야."
"엥? 아니 그다지 나쁜것도 아니잖아. 괜찮아. 난 이해해. 어렸을때 충동적으로 여자목.."
"우와아아아!!!!!!!!!!!!!, 제발. 갚을테니까."
털썩-
결국, 신지는 시로앞에 무릎을 꿇고서는 넙죽 절을 하면서 꼭 갚을테니까, 제발 가족에게만 알리지 말라며 부탁하고 있었다. 시로는 어쩔수 없다 듯이 어깨를 으쓱이고서는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신지를 똑바로 세웠다.
"똑바로 해!!!!!!!, 넌 남자야!!! 꼬추를 가지고 있는 남자는 아무에게나 무릎을 꿇지 않아!!! 우리에게 복종을 요구할수 있는것은 부모님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뿐이다."
그리고는 신지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주고서는 신지를 교실로 내려가는 옥상 문까지 데려다 준다음에 어깨를 툭툭, 터치한다음에 말했다.
"기억해두는게 좋을꺼야. 신지. 총 175만엔이지만, 갚지 않을 경우에는 네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모든 에로잡지와 동영상을 차압하는것과 동시에 자네의 할아범에게 말할테니까."
왠지 모르게 어두운 오오라를 내뿜는 시로를 보면서 신지는 겁에 질려 어쩔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어깨를 축 늘어트린채 교실로 사라졌다.
끼익, 옥상의 문을 닫고서는 다음 타자를 기다리려고 시로는 피식, 웃으면서 지정된 좌석으로 가서 신지가 뒤덮었던 돗자리를 곱게 펼쳐놓고서는 카드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하였다.
촤르르르륵-
어린아이답지 않게 일단은 어둠의 세계에 깊숙히 몸담은 시로의 손에서 카드가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는 카드를 정돈하게 정리를 해놓은 다음에 바닥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참고로, 시로는 학교에서 성실한 학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그것은 연기였다. 이런 자신의 행실이 아버지인 키리츠쿠에게 흘러가지 않도록 정보가 흘러갈수 있는 루트를 차단하고 있는것은 물론, 정계와 그리고 경찰, 야쿠자들과 연줄을 이으고 있다. 허나 역설적이게도 후유키시에 있는 모든 아주머니들에게서는 자라나면 신랑감 1위로 뽑히고 있었고, 시로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근 남자 초등학생들은 자라나면 악마가 되는 사람 1위로 뽑히고 있다.
부우웅- 부우우웅-
"응?, 이 시간에 왠 일이지?"
그리고 시로가 꺼낸것은 진동하고 있는 휴대폰이었다. 그러나 키리츠쿠는 그것을 사준적이 없었고, 출처는 시로 본인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여보세요?"
"아, 시로군인가. 나 타케시일세."
탁하고 두꺼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로는 눈쌀을 찌푸리면서 타케시라 말한 남성에게 말을 했다.
"이 시간대에는 전화를 안하기로 약조가 되어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크흠, 그건 그렇지만......"
"사실, 이 시간대에는 누군가에게 발칵 될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까, 전화는 금지다 라고 엄명을 내리신분도 타케시씨 겠죠? 그리고 만약 그것을 어겼다가는 현금으로 50만엔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아닌가요?"
"뭐, 그,그건 둘째치고 그녀가 나타났다네. 모든 도박장을 휩쓸고 다니는 마이다스의 손이 나타났다네. 아무래도 자네가 이곳으로 와야 할것 같네."
마이다스의 손.
그것은 언제부턴가 생겨난 이름인지도 모른다. 험한 야쿠자들 사이에서 당당하세 수억대의 돈으로 승부를 하며, 단 한번도 패배는 없는것으로 유래된 일종의 닉네임이었지만 이곳 후유키의 외면에서는 전설로 여겨지고 있었다.
시로가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자, 이곳에 오지 않을꺼 같다고 생각한 타케시는 다급하게 외쳤다.
"흠, 150만엔을 비밀계좌로 넣도록 하지. 아, 물론 50만엔까지 해서."
"흐음, 뭐 적긴하지만 괜찮겠군요. 일단은 그곳으로 가도록 하죠. 이만."
탁, 휴대폰의 폴더를 접은 시로는 주머니에서 붉은 수성펜을 꺼내 [영업끝] 이라 써놓고서는 천천히 타케시가 있는 도박장을 가려고 계단을 내려갔다.
허나 시로는 모르고 있었다. 옥상에 있는 자그마한 소도구실의 옥상에 누워있는 트윈테일의 여자아이가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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