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뭐하는거지.
나 쫌있다가 일하는데.....
미치겠네........
"우와아아아앗!!!!"
한심한 소리를 내면서 토광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허섭쓰레기라고 해도 무방치 않을 물건들이 바닥을 나뒹군다.
심장의 강한 펌프질. 얼굴이 화끈하다.
"뭐,뭐야. 그,그 꿈은?"
"어이, 시로. 괜찮은거야?!!"
토광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 들려온다. 새하얀 빛이 눈을 찌른다.
그리고 그 앞에 당당히 서있는 여자. 황금빛으로 빛을 내는 부드러운 짧은 머리. 본토에서는 찾아 볼수 없는 붉은 눈동자. 그리고 새하얀 블라우스와 보랏빛의 치마를 입고 있는 알퀘이드 였다.
"하아……, 하아……."
거칠어진 호흡은 안정되지 않는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본다면, [저런게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는 거야] 라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그런 내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알퀘이드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토광의 안으로 들어온다.
"시로, 괜찮아? 무슨 일이야?"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호흡은 여전히 거칠다.
방금전까지 느끼고 있던 현실성 있는 감각과 쾌감에 무심코 얼굴이 빨개진다.
"시,시로…….?"
"아!, 아,아무것도 아니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눈치챘는지 알퀘이드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보면서 말을 건다.
무심코 말을 더듬으면서 토광에서 달려나간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도장. 나무결을 흉내낸 낡은 벽지가 도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는 도장의 벽에 몸을 기대면서 털썩, 주저 앉는다.
"미쳐가는 걸까?"
정말로 미친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마술사라던가 마법이니. 어딘가의 전대물에서나 나올법한 어이없는 꿈에 실소를 터트린다. 그렇지만, 방금전 꿈에서 푸른 머리의 여자를 안았던 기억들과 이상한 괴물하고 싸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라도 그 자세를 흉내낼수 있을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쳤구나. 에미야 시로."
탁탁,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강하게 쳐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일상과도 같은 단련을 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상시의 아침이었다.
"……198,199,200. 읏차아아, 끝이다."
언제나처럼 죽도를 양손으로 잡은채 마지막으로 허공을 베면서 간단한 훈련을 마친다.
그리고는 죽도를 원래 있던 자리에다가 가져다 놓은뒤, 도복을 벗고 바지를 벗으려고 하는 순간,
끼이익───.
"어이, 시로. 괜찮은……."
낡은 도장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오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위험하다, 도망쳐라.
근 8년동안 수많은 고통으로 인해 생성된 위험본능이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푸른 검도복을 입고 있는 시키(式)는 눈을 감은채 눈꺼풀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철컥, 그녀가 쥐고 있던 일본도의 검갑에서 싸늘한 검날이 눈을 어지럽힌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된다는 생각에 손을 들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 아,안녕?."
멍청한 자식. 무심코 헛소리를 지껄이는 나 자신에게 거친 욕을 한마디 해주고 난뒤 천천히 손을 바닥으로 떨군다. 시키가 이 시간에 수련을 한다는 것을 깜박하고서는 이곳에서 옷을 벗어버린 내가 바보였다.
"시이이로오오오오오!!!, 이 변지이일자아아아!!!"
"어,어이. 시,시키. 그,그만 두는게 어때?"
그녀는 검갑을 던지면서 내게 달려온다.
신성한 도장이고 나발이고 이곳에서 피를 보자는 심산인것인지 진심으로 나를 베려고 하는 듯 중단으로 벤다. 휘잉, 날카로운 검날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뭐, 이런 일도 한두번도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공격하는 투로(鬪路)는 어느정도 예측할수 있기에 간단히 그녀의 공격을 피해낸다음 재빠르게 몸을 숙여 그녀의 옆을 스쳐지나가 그대로 도망갔다.
다다다다다──!!
"멈춰!!!, 이 변태자식아아아아!!!!"
도망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나를 쫒아왔고, 그리고 그것을 말린 사람은 알퀘이드였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가 정말로 일부러 그런건 아니잖아. 라고 쏘아주고 싶었지만, 여자한테는 그럴 마음따위는 없으므로 패스하도록 하자.
"다녀올께."
"응~, 다녀와. 시로."
오전 7시가 되고 그제서야 교복을 입고서는 현관문에서 나갈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알퀘이드에게 손을 흔들어주면서 인사를 하였고, 알퀘이드는 현관문 밖까지 나와서 나를 맞아주었다. 아무래도 시키(式)는 상당히 화가 난것 같다.
두근──,
심장의 거센 움직임.
그렇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몸을 돌려 알퀘이드를 돌아보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느새 집으로 들어간것인지 아무도 서있지 않았다. 그리고 오로지 나의 시선을 맞아주는 것은 커다란 간판.
[에미야 고아원] 이라고 적혀있을 뿐이었다.
"뭐, 가볼까."
알수 없는 씁쓸함을 느끼면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푸른 바람이 머리를 간질인다. 그렇지만, 울적하게 가라앉은 내 기분은 다시는 뜨지 못할 수면 아래고 깊숙하게 침잠해간다.
그리고 보니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커다란 대화재가 일어났었다.
그리고 그안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 에미야 시로
죽어버린 양친.
그리고 수수한 양복을 입은채 침대에 누워있던 내게 다가와 말을 건 키리츠쿠.
"사실, 난 마법사야."
"아, 그러세요."
라고 대답해주었더니,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키르츠쿠를 보다가 조용히 널스콜을 눌렀다. 잠시후, 후다닥 간호사가 달려오면서 내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나는 힘겹게 손을 들어 키리츠쿠를 가르키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 사람, 병원에서 도망친거 같아요."
친부 왈(曰)
"남자는 언제나 현실적으로 살아가야 한단다. 시로."
친모 왈(曰)
"당신은 아버지를 너무 많이 닮았어요."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보화산업시대를 추구하는 이 시대에서 마법사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키리츠쿠를 끌고가는 간호사를 보내면서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때에는 모르는 집이었다.
"어이, 일어났나봐. 꼬맹이."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어째서 유카타를 입은채 툇마루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키리츠쿠. 솔직히 당황했다. 무서웠다. 눈물이 흐를것 같았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납치라는 것을 깨닫고 침을 꿀꺽, 삼키고는 키리츠쿠에게 말했다.
"얼마를 원해요."
"하아?"
역시나 다를까.
키리츠쿠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그 표정에는 속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남자따위는 믿지 못할것이 된다. 물론 아버지를 빼고. 그렇기에 아버지에게 배웠던 대로 몸에 덮어져 있던 얇은 이불을 곱게 접은뒤, 키리츠쿠가 앉아 있는 툇마루로 천천히 걸어갔다.
"미안하지만, 전 납치범과 타협하지 않아요."
"하아?, 꼬맹아. 너 그게 무슨 소리인지나 알고 사는 소리냐?"
당연히 알고 있다.
당시 8세의 에미야 시로는 당돌했다. 그리고 부모님들께서는 타계하셨으니, 당신이 바라는 금액따위는 꿈도 꾸지 말라는 둥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키리츠쿠는.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어이없다는 듯 자신의 이마를 한손으로 탁,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 웃음에 담긴 슬픔과 분노를.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후, 그가 웃음을 멈춘뒤 내게 다시 말했다.
"나는 마법사야."
"당신 바보야?"
나는 그렇게 쏘아붙었고, 자칭 [마법사]라면서 위험한 상상을 하고 있는 정의의 아군인 키리츠쿠와 만나게 되었고, 결국 그의 양자가 되었다. 어느날, 그는 말했다. 여느때와 같은 달빛이 비추어지는 툇마루. 또르륵, 흐르는 빗방울. 아름다웠다.
"사실 아버지는 정의의 아군이 되길 바랬었어."
역시, 위험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시대에 있어서 있을수 없는 이상주의적 발언이었고, 친부에게 물려받은 선천적인 현실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있던 내게는 이해되지 않는 사상이었다.
"나는 시로가 더 행복해지길 원해."
거짓말.
누군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공짜로 바라는 사람따위는 없다고 친부는 말했다. 그렇지만, 죽는 사람의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을 못들어겠냐. 라는 생각으로 키리츠쿠에게 말했다.
"아아, 그렇다면 내가 정의의 아군이 되어줄께."
"정말?"
키리츠쿠는 피식,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피식, 웃으면서 천천히 툇마루에 기지개를 피면서 누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누으라는듯 툇마루를 쾅쾅,쳤다.
"아아, 아버지를 대신해서 정의의 아군이 되어줄께."
"하하─, 그렇구나. 시로. 고맙단다."
쏴아아, 어두운 하늘에서 비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키리츠쿠는 무어라고 중얼거렸지만, 천둥번개가 쳤기에 결국 그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영원히 말이다. 바닥에 누워서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키리츠쿠의 시신을 보면서 나는 말했다.
무언가가 터질것 같았지만, 꾸욱 참아냈다.
"크흠, 걱정하지마. 정의의 아군이 되어줄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키리츠쿠의 두터운 손을 억지로 약속을 하는 형태로 만들면서 새끼손가락을 꼬면서 천천히 중얼거렸다. 주르륵,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나를 찾아온 호랑이의 모피를 입고 있는 노인.
과연 야쿠자다.
"내가 도와주도록 하마."
나는 당돌하게 말했다. 그리고 7년뒤 나는 당당히 고아원을 차릴수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할수 있는 현실적 정의의 아군이었다. 그리고 고아원에는 수많은 아이와 누나들이 찾아왔고, 당당히 대학을 붙어서 이곳을 나간 누나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소식이 없어서 가끔은 불안할때가 있다.
휘익──,
여러가지의 상념에 빠져있던 내게 붉은 무언가가 날라오는 것을 느끼고는 잽싸게 피해냈다. 어디선가 아쉬운 탄성이 터진듯 하지만 착각이라고 생각해두자. 투욱, 바닥으 떨어진 그것을 보니 가방이었다.
"시로오오오!!! 오늘은 왜 먼저 간거야아아아!!!!!!!"
에미야 고아원 옆 자리를 잡은 서양식 주택에 살고 있는 토오노가문의 자매들. 그런 그녀들을 보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중학생 주제에 너무 많이 기가 살았다. 이른바, 트윈스 츤데레 라고 해야 되는걸까?
"어째서 우리만 보면 한숨을 내쉬는건데에!!!!!!!"
퍼억──,
한순간 시키의 주먹과 아키하의 주먹이 내 얼굴에 박혔다.
키리츠쿠. 이래도 여자아이들에게 잘해줘야 되는거야? 안 그럼 내가 매일 맞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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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나갑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너희들. 사람을 보면 예의를 차려서 인사를 해야 된다는 건 안배웠어?"
그녀들의 강렬한 어택에 데미지 입은 양볼을 툭툭, 치면서 흥, 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키하와 시키(志貴)를 보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내말을 듣지도 않고 어째서인지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토오노가(家)
후유키시의 경제의 반을 책임을 진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고 할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명문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일찍히 돌아가 메이드들이 키워주었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상 그 메이드들과 얼굴을 마주친적이 없었다.
토오노가(家)의 당주를 맡고 있는 아키하.
윤기가 좔좔 흐르는 탐스러운 검은 머리를 허리까지 내린채 푸른 색이 가미된 교복을 입은채 언제나와 같이 흥흥, 거리지만 실상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토오노가(家)의 장녀인 시키(志貴)
워낙 시키(式)와 비슷한지라 단번에 이름을 외울수 있었으나, 이름 때문인지 성격또한 비슷하다. 머리를 길게 내린 아키하와는 다르게 어깨까지 머리를 짧게 짜르고 둥근 안경을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면 모에, 라고 할수는 있으나 실상 그 본질은 흉칙한 악마에 비교된다고 할수 있다.
"시로,"
"시로,"
두개의 입이 열려 나를 불렀다. 무심코,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나를 탓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녀들의 눈빛이 새파랗게 빛이 나고 있다. 그래도 예전에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이었지만, 요즘 와서는 자꾸만 흥흥, 거리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아파온다.
"아아, 미안. 그럼 갈까?"
부드러운 영업용 미소를 띄우면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들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감기가 걸린것 같아서 그녀들의 이마에 양손을 올려놓았다가 양쪽의 뺨을 맞은건 여담으로 해두자. 아키하 왈. 숙녀의 얼굴은 함부로 만지는게 아니에요. 라나.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는 그녀들의 모습에 가끔은 고개를 끄덕인적도 있었다. 왠지 모르게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랄까.
그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문득 어젯밤 꾸었던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해야될까. 무언가를 예언하는 것 마냥,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키리츠쿠에게 주워져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어딘가의 조폭과 연관이 되어 미약을 얻게 되었는데,
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능욕
능욕의 파티였다. 그리고 가끔 노란 수건을 목에 건채 푸른 운동복을 입고 있는 아저씨도 꿈에서 보인것 같았다. 여하튼 별다른 스토리는 없고, 그저 삼류 에로게의 특징이라고 할수 있는 섹스씬밖에 없었다. 가끔이야 알퀘이드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마법의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느니 뭐니 하는 설정도 섞여 있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폭소가 터진다.
"아키하. 만약에 마술이라는게 있을까?"
"하아? 무슨 소리. 마술같은게 이런 시대에 있을꺼라고 생각하는거야? 시로?"
"내버려둬. 아키하. 시로가 저런 엉뚱한 질문을 한게 한두번이 아니잖아."
"그래도 시키언니, 이런 사람은 일찍부터 정신을 잡아주어야 해요. 이대로 크다가는 정신병원에 가둬질지도 모른다구요."
"아아, 고마워. 아키하. 내 인생은 정신병원행으로 가는구나. 아, 그럼 난 간다."
에미야 시로의 인생은 병원행으로 직행이다. 라고 말하는 아키하를 보면서 쓰게 웃고서는 두갈래의 길이 나오자 얼른 오른쪽길로 빠진다. 아키하와 시키는 아직 중학생이기 때문에 왼쪽으로 빠지고 난 고등학생이니까, 당연히 고등학교로 간다.
오늘은 너무 빨리 나왔던것일까.
학교에 가는 동안에는 사람을 단 한명도 발견할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다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생각따윈 없었다. 이런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여, 에미야구우운~"
다다다닥─, 누군가 달려오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다. 고개를 돌리고 그 누군가가 미츠즈리 아야코 라는 사실을 알고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아야코. 오늘은 상당히 빠르잖아?"
미츠즈리 아야코.
짙은 갈색빛의 짧은 머리와 상당히 미인형이라고 할수 있는 얼굴. 아마 학교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토오사카 린과 맞먹을수 있을 정도의 매력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풍문으로는 토오사카와 라이벌이라고 들리고는 있지만, 본인의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 라고 말했다.
"우웃……."
"아야코. 왜 그래?"
갑작스레 아야코의 얼굴이 붉어졌다.
슬슬 겨울이 다가오니까, 감기가 걸린게 아닌가 싶어서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려두었다. 그러자 그녀의 이마에서 전해져오는 후끈한 열기.
"감기구나. 아야코. 몸 건강히 하는게 좋을꺼야."
정문에 들어서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아…, 기대한 내가 바보였어."
그녀는 어깨를 추욱, 늘어트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내 어깨에 한쪽 손을 올리면서 중얼거리는 듯이 말했다.
"시로,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하아?, 무슨 소리야."
알수 없는 소리를 하는 아야코의 말에 무심코, 눈을 찡그리면서 추궁하는 것 마냥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아야코는 왠지 모르게 우울한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면서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시로, 너 여자랑 만난적 있어?"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여자?"
여자.
꿈.
능욕의 파티.
암캐.
"거,거짓말……."
아야코의 놀란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그런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다. 덕분에 어젯밤 꾸었던 격렬한 능욕의 파티가 생각이나 무심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고간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닥──,
이스케이프(도주) 루트를 선택했다. 그 뒤로 아야코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발기가 된것을 숨기기 위해 허리는 점차 숙여질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돼었다.
쏼라쏼라쏼라쏼라.
외계인의 언어.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라고 태클을 먹여주고 싶지만 이탈리어 따위는 배우고 싶지 않기에 그냥 그대로 푸욱, 책상에 얼굴을 뭍었다.
쏼라쏼라쏼로쏘랄라라랄
끝이 없는 외계인의 언어.
빼꼼,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떨구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내 옆에 앉아 있는 사에구사 유키카는 눈을 반짝,이면서 외계인의 문자를 공책에 받아적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사에구사 유키카.
뭐랄까, 에로게에서는 소꿉친구라면 가끔은 고백 이벤트라도 일어나야 정상이지만, 전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물론,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남자에게 무슨 피해의식이라도 있는 것 마냥 남자들앞에 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동물화 시켜본다면 귀엽고 깜찍한 강아지로 변화될것 만 같은 그녀의 외모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
"어이, 유키카."
유키카를 지긋이 불러본다. 흠칫,하면서 그녀는 나를 불안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오른 손바닥을 내밀면서 빠르게 말했다.
"손."
착,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내 손바닥위에 손을 올려두었다. 역시 조교가 잘된 유키카의 머리를 쓰윽쓰윽, 쓰담아주고서는 책상에 다시 얼굴을 뭍었다. 그렇지만, 어디선가 나를 노려보는 느낌이 온몸을 지긋이 관통하고 있었지만 간단하게 무시해버렸다.
부럽다면 부럽다고 말하길 바란다.
콰앙, 옥상의 문을 거칠게 열면서 숨을 다스린다. 그리고는 옥상문을 닫는것과 동시에 문을 잠궈버린다. 남자아이 주제에 자존심없게 시리 팬클럽이나 창단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닥치고 가서 잠이나자!!"
남자에게는 너그럽지가 않기에 간단하게 욕설을 내뱉고서는 몸을 돌린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면서 주르륵, 옥상의 문을 타면서 주저앉았다.
"자, 그럼 식사를 해볼까나?"
내 손안에 들린 자그마한 도시락.
그동안 음식을 해준 내게 미안하다면서 처음으로 도시락을 싸준 알퀘이드의 수작.
음음, 고개를 끄덕이면서 도시락을 풀었다.
화악, 콧가를 간질이는 달콤한 냄새에 무심코, 침을 꿀꺽 삼킨다.
자그마한 돈가스와 그리고 샐러드와 밥.
젓가락을 들어 그것을 천천히 입에 가져다 된다.
먹으면 안돼──,
갑작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이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는. 그러나 데자뷰따윈 없어. 라고 생각을 하면서 돈가스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으음, 역시 데자뷰가 아니었어."
달콤한 돈가스의 소스를 만끽하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반죽이 된 돈가스를 식도로 꿀꺽, 넘기고서는 샐러드를 먹으려고 하는 순간.
꾸르르르륵──,
"커억───,"
내장이 비틀림.
울부짖는 위의 고통.
제발 사람다운것을 먹어달라며 끊임없니 내 위장을 잡고 뒤흔든다.
인간이 먹을 만한 것이 아니다.
울컥, 무언가를 내뱉으면서 그 자리에 격침했다.
꿈을 꿨다.
어두운 공원에 차디찬 달빛이 비추어진다.
그리고 그곳에 서있는 검정색의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 그런 회색빛 머리를 짧게 짜른 남자의 앞에 서있는 나. 쏘아져 나간다. 텅 비어져 있던 손에서는 기다란 장검이 만들어진다. 낯설지가 않다.
차차차차차찻───,
늘어트린 장검의 뾰족한 날이 바닥을 스치면서 앞으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향해 벤다. 그렇지만, 그 남자는 그것을 간단히 피해낸다. 울컥, 어떠한 것이 자신의 몸속을 꿰뚫고 지나간다.
"그르르르──,"
그것은 동물의 목소리. 그렇지만, 나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감미로운 고통만이 몸속을 헤닙고 다닌다. 빙긋, 웃을 뿐이었다.
"아……."
꿈은 거기까지 였다.
자연스럽게 눈꺼풀이 열리면서 붉은 노을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타이밍좋게 내 몸을 스쳐가는 싸늘한 바람에 부르르, 몸이 떨렸다. 붉은 노을 아래의 학교옥상. 자살방지라는 명목아래에 설치된 철조망 사이로 붉은 햇볕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도 불안한지를 알수가 없다.
"돌아가자."
해야 할일이 많다.
청소도 해야되며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되는것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마냥 놀고 있을수 없다. 잠겨져 있던 옥상문을 열고서는 계단을 빠르게 지나간다. 간간히 복도를 뛰어가는 동안에도 붉은 노을이 자그마한 창문을 통해 나를 비춘다.
"어이, 에미야. 오랜만이잖냐."
운동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는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한순간 눈을 찡그린다. 그리고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뒤를 바라본다.
"여기서 너 뭐하는거냐? 집에가서 밥할 시간 아니냐?"
푸른 머리를 미역마냥 길게 늘어트린 호남형의 얼굴을 가진 소년. 마토우 신지였다. 어릴적에는 상당히 친하게 지냈던 걸로 기억이 되지만, 요즘은 그다지 친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다.
"네가 신경쓸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신지."
"하아?, 이 몸은 선도부라고. 에미야. 조금 공경을 보여주는 게 좋아."
"예이, 예이~"
언제 선도부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거만한듯 허리에 양손을 올리는 신지에게 얼렁뚱땅, 대답을 해주고는 몸을 돌리고는 운동장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신지의 시선이 불쾌해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 학교에서 벗어났다.
"흥, 재수없는 자식."
어릴적에는 상당히 친하게 지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에미야와는 다르게 고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신지는 혀를 차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어느 텅 비어있는 교실에 들어간다.
부우우웅──,
무언가 울리는 듯한 진동소리에 신지는 싸늘하게 웃었다.
"하아…, 흐윽……, 하아……."
가녀린 신음소리에 신지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교탁으로 걸어가 교탁밑에 쪼그려서 앉아 있는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마토우 사쿠라였다. 보랏빛의 긴 머리가 땀에 절어서 그녀의 얼굴에 뭍어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두개의 유방에는 자그마한 바이브레이터가 테이프로 고정이 되어있었고, 그녀의 허벅지에 걸쳐진 치마안에는 팬티를 입지 않았는지 그녀의 비소와 항문에는 두개의 바이브레이터가 춤을 추고 있다.
그녀의 눈빛속에 담겨져 있는 무기질의 감정.
마치 백치와 같은 모습에 신지는 싸늘한 쾌감을 맛보면서 바이브레이터의 강도를 올린다.
"흐읏!!, 하아, 하악, 흐갹!!!"
사쿠라의 얼굴이 점차 붉어지면서 요염한 색정을 품어내기 시작했다. 신지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입꼬리를 오른쪽으로 올려 상당한 불쾌감을 자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잠시후, 텅빈 학교의 교실에는 가녀리고 요염한 신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렇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감당치 못할 슬픔이 담긴 역설적한 신음소리였다.
"하아……, 다녀왔어. 알퀘이드."
현관문을 삐걱, 열면서 무언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마냥 눈을 반짝이는 알퀘이드에게 한쪽 손을 들면서 인사를 해주고 신발을 벗어 고이 나두고서는 알퀘이드의 옆을 스쳐지나간다. 알퀘이드의 눈이 찡그려졌다.
"잠깐!!, 오늘 내가 해준 음식의 평가를 해줘야지."
미안해. 최악이었어.
냉정하게 분석을 내려 알퀘이드의 어깨를 잡으면서 말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한다면 은근히 소심한 면이 있는 알퀘이드는 소생불능상태가 될꺼 같아 적당하게 꾸며준다.
"아아, 괜찮았어. 그렇지만, 소스가 조금 덜 된것 같아."
"흐응, 그렇구나. 응!!, 알았어. 내일도 힘내볼께!"
알퀘이드는 빙긋, 웃으면서 부엌으로 걸어가 저녁식사를 만드려고 하는 그녀를 간신히 말린후, 저녁식사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사쿠라가 올 시간이 됬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혹시나 해서 현관으로 와서 문을 빼꼼히 열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이, 시로. 왔어?"
부엌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내게 말을 건 여자.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을 하는 료우기 시키. 그런 그녀에게 아아,라고 대충 응대해준다음에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그러는 도중에도 가슴 한켠이 불안한 이유를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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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타락몬스터 재미있더군요.
띵동, 현관의 차임벨이 들렸다. 아마 사쿠라 일것이다. 지금 시간이 얼추 여섯시 정도 되었으니까, 상당히 오늘은 늦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나?
간단한 국을 끓이던 도중, 사쿠라가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부엌으로 들어오자 빙긋, 웃으면서 사쿠라를 맞아준다.
정말로 착한 아이다.
마토우 사쿠라.
마토우 라는 성에서 알수 있듯이 방금전, 학교에서 만났던 마토우 미역(신지)의 여동생이다. 그러나 신지의 지랄같은 성격과는 다르게 정말로 순수하고, 조신한 어딘가의 명문가 자제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여자아이였다.
"아아, 사쿠라 오늘은 상당히 늦었네. 무슨 있는 일이 있는지 알고 걱정했잖아."
"아뇨, 무슨 일이라뇨.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
사쿠라는 빙긋, 웃으면서 내 옆으로 다가와 음식을 조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사실, 요즘걱정이라면 걱정일까. 날이 지나갈수록 요염해지는 사쿠라의 모습을 보자면 두근 거리는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성은 잃지 말자. 시로.
"어라……."
즐거운듯 흥얼 거리면서 무를 썰고 있던 사쿠라의 보랏빛머리에서 걸쭉하고 새하얀 것을 발견했다. 정액이랄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남자의 정액이 어째서 사쿠라의 머리에 있는지 알수가 없다. 국을 끓이고 있던 자세에서 그대로 멈춰 무심코 사쿠라를 바라보았다.
"선배?"
자신을 계속 봐라보아서 그런것인지 사쿠라는 나를 부르면서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얼버무린다음에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혹시 남자친구라도 생긴걸까? 이성과의 만남은 변화를 일으키는 하나의 모험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사쿠라에게는 그러한 변화따위…… 요즘 따라서 색기가 가득한게 그것 때문일까?
"사쿠라, 요즘 무슨 일이 있어?"
"아뇨, 선배. 오늘따라 왜 그러세요? 학교에서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쿠라.
무슨 일인지 알수가 없다. 그렇지만, 내색을 할정도로 어리숙하지 않기에 그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부드럽게 사쿠라의 머리를 쓰담아주면서 그녀의 머리에 뭍어 있던 정액을 감쪽같이 가져왔다.
"우읏, 선배~"
무언가 몽롱한듯이 나를 바라보는 사쿠라.
여전히 같은 사쿠라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화장실로 걸어가 손을 박박, 씻었다.
"시로오오~ 배고파아아아~"
"시로, 빨리 밥 가져와."
식탁에 어느새 앉아 있는 고양이 한마리와 사나운 맹수가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녀들의 모습에 쓰게 웃으면서 반찬을 가져와 식탁에 널어놓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인지 사쿠라도 쓰게 웃으면서 된장국, 달걀 부침등의 반찬을 늘어놔 간다.
그리고 적당한 양이 담겨있는 밥그릇을 알퀘이드, 그리고 시키(式)에게 주고서는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젓가락을 들자 사쿠라, 알퀘이드 그리고 시키또한 젓가락을 들어 합장을 한뒤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짧다면 짧은 것이라 할수 있고, 길다면 길다고 할수 있다.
"우으으……, 맛있어~"
감격이야!!, 라는 단어를 얼굴로 표현할줄 아는 알퀘이드를 만난것이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이제는 뭐랄까, 가족이란 느낌? 나이는 나보다 많다고는 하지만, 실상 연상인 여동생에 불과하다.
그녀의 첫만남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언제나와 같이 학교에 가려고 하여 현관문을 열었을때, 그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알퀘이드가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는 날카로운 무언가로 관통된듯한 상처가 있었기에 혹시 몰라 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을 시켰다.
그러나 그녀의 신상정보는 어느곳에서 찾을수가 없었기에, 결국 후지무라 할아버지에게 부탁을 해서 입원을 시킬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깨어났을때,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침을 삼키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뭐죠."
"알퀘이드 브륜스터드."
외국인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당분간은 안정을 해야되니 갈곳은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내쉬면서 결국,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그 당시에는 수십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입양되기를 원하고 있었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그녀를 고용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3년동안 지속이 되었다.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 아닌 가족이라는 느낌을 받는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내 앞에서 젓가락으로 계란부침을 먹으면서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료우기 시키(式)와의 만남은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희극적이었다. 그녀또한 이곳에서 머문지 약 2년이 다되어간다.
그리고 그녀와의 첫 만남은 공원이었다.
일상의 탈피를 원했다.
처음으로 학교를 가지 않았고 신토의 거리로 빠져들었다. 그리고는 도착한 공원에는 푸른색의 기모노와 붉은 점퍼를 입고 있는 여자가 벤치에 앉아 싸구려 에다가 영양소도 풍부하지 않은 빵을 우물우물, 양손으로 잡은채 먹고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결국 내 눈을 피한건 그녀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째서? 라는 의문이 들지만,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였다.
그리고 그다음날에도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같은 빵을 우물우물, 씹고 있었다.
다음날도.
모레도.
결국, 한숨을 쉬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서 일하지 않을래?"
"하아. 나보고 메이드라도 하라는 거야? 앙? 왜, 밤봉사까지 해줘?"
삐딱하게 나오는 그녀. 날카로운 눈빛.
변태취급을 당한건 여담으로 해두자. 결국, 오해가 풀렸지만, 그녀의 행동은 언제나 초지일관(初志一貫])이었다. 가끔이라도 나와 욕탕에서 마주치면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고 하는듯 일본도를 들고 나를 쫒아왔으며, 가끔이라도 그녀와의 신체접촉이 있었다면 또다시 나를 죽이려고(진심) 쫒아왔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상하게 들리질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다룰수 있는 경지에 이르었기때문에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선배? 괜찮으세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사쿠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피식,웃으면서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왠지 모르게 알퀘이드와 시키(式)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마토우 사쿠라.
그녀의 만남은 중학교 시절.
그리고 죽어있는 그녀의 눈빛.
솔직히 말하자면, 소름이 끼쳤다.
공포가 아닌 즐거움.
동정이 아닌 즐거움.
그렇지만, 그것은 감정적.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자면인 간이 그러한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슬픈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다가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친해지려고 했었고, 죽어있던 그녀의 눈은 어느때부턴가 활기를 띄는 것을 보면서 친해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시로, 너. 약이라도 먹은거냐?"
"무슨 소리야. 시키(式). 이태까지 태어나 감기한번 걸려본 사람이라고."
"아니, 그런거 말고. 왜 있잖아. 환각제라던가. 그런거."
"어이, 사람을 마약중독자 취급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치만, 너, 실실 웃고 있잖아."
"예이, 예이~"
갑작스런 시키의 태클에 당황하지 않고 적당하게 얼버무린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움찔 거리는 세 사람. 뭐야, 나 마약같은거 안한다니까. 라고 말해준다음에 개수대에 그릇들 살며시 놓고 다시 식탁으로 다가왔다.
"잘먹었습니다."
"잘먹었어~"
"잘먹었다."
사쿠라,알퀘이드,시키 순서대로 각자 식사의 감상을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시키와 알퀘이드는 거실로 다가가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하였고, 그런 그들의 흔적을 치워야 하는 사쿠라를 도와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아, 벌써 시간이……."
식탁에 앉아서 사쿠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사쿠라가 급하게 고개를 돌려 시간을 보자 안색이 푸르스름해진다. 그런 그녀의 안색을 빠짐없이 바라보고 있던 나는 괜찮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담아주면서 말했다.
"오늘은 자고가."
"예?, 예?!"
갑작스런 내 말에 그녀의 안색이 홍조를 띄기 시작했다. 어라, 말을 잘못 한건가? 싶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사쿠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전 돌아가야 할꺼 같아요. 오라버니께서 화를 내실꺼에요."
그리고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알퀘이드와 시키가 없는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문 앞에 서서는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어쩔수 없구나.
"아아, 지금은 늦었으니까, 데려다 줄께."
"아,아아뇨. 괜찮아요. 선배도 주무셔야죠."
"어이, 사쿠라. 너 여자애야.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떻해."
자리에서 일어나 사쿠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흠칫, 그녀의 몸이 떨렸지만, 이내 몸에서 힘을 빼고는 내게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는 베시시,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그럼, 중간까지만이에요."
"예이, 예이, 알아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사쿠라와 함께 집을 나섰다. 문을 열고 밖으로 사설때 우리를 덮치는 싸늘한 바람과 사람을 거부하는 듯한 어둠에 잠시,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렇지만, 사쿠라는 태연하다. 깜박,거리는 전등아래로 우리는 지나간다.
"사쿠라,"
"예, 선배?"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내게 이야기 해줄래?"
"당연하죠. 선배. 선배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말을 하겠어요."
"아아, 고마워."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서 멈춰서서는 나를 바라보면서 힘차게 말하는 사쿠라. 그런 그녀의 뒤로 스물스물, 나타나는 어두운 기운을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끝없는. 미로와 같은 어두운 골목을 걸어간다.
"여기까지에요. 선배. 딱 중간."
그녀는 멈칫, 자리에서 멈추고서는 나를 바라보면서 빙긋,웃었다. 그리고는 나의 가슴을 양손으로 살며시 밀어내면서 말하였고 그리고는 나를 보면서 천천히 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아,……, 잘가 사쿠라."
"예, 선배. 내일 아침에는 일찍 올께요."
그리고는 다시 몸을 돌려서 사라지는 사쿠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세계. 그녀가 들어가는 골목에서 수천개의 팔이 빠져나와 그녀를 끌어당긴다. 그렇게만 느껴졌다.
울부짖고 있었다.
사쿠라는.
그렇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평범하고, 아름답고. 푸르던 잔디와 같은 나의 일상,
나의 세계가 점차 일그러지는 것을 느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할래?
나의 목에 손을 두르며 그 부드러운 입술을 내 귓가에 가져가대 속삭이는 나의 호기심. 그런 그녀의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채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몸을 돌려서 환한 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모르겠어……, 키리츠쿠."
성대를 쥐어짜듯이 허약한 나의 목소리가 어두운 골목을 울린다.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다. 착각일수도 있다. 그저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환상일수도 있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이 불안감은 육체의 어디선가 과대분비 되는 호르몬의 이상에서 발원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불안감은 계속 하여 증폭된다.
어두운 밤하늘. 세개의 별이 반짝였다.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을때에는 어느새 불이 꺼져 있었다. 이제 10시가 다 되었으므로 일찍 자는 습관에 길들어진 그녀들은 각자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활동은 이제부터.
고아원에서 일한다는건 다재다능(多才多能])의 경지에 이르는 기술이 필요하다. 나이가 어렸을 당시 모든것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능숙하게 물건을 고칠수가 있다. 겨울이 다가온다.
툇마루에 나가 싸늘한 흙바닥을 밟으면서 토광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문을 끼익, 열었다.
푸화아악, 싸늘한 어둠이 답답했는데 잘되었다는 것 마냥 나를 향해 쏟아져 나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안으로 들어가 어제 고치다만 스토브를 앞에 두고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드라이버와 여러가지 공구를 가지고 고치기 시작했다.
"으음, 그냥 전선이 끊긴거잖아."
열을 공급을 해주는 모터의 부분에 전선이 끊긴 부분을 간단하게 고쳐버린다.
지이잉──,
"크윽……."
머리를 스쳐가는 장면.
마토우의 저택으로 숨어들어가는 나.
능욕당하는 사쿠라.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어두운 놀이터 그네에 앉은 채로 울고 있는 사쿠라.
그리고 잡혀가는 신지.
"뭐,뭐야?."
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구해줘
끊임없는 들리는 사쿠라의 비명소리.
"크흐윽……."
연이어 스쳐지나가는 기억들. 그러나 그 어떠한 것조차 포착할수가 없다.
머릿속이 가득차 뻥,하고 터지는 느낌.
그래도 바닥으로 격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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