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치고 한복을 입기위해 펼쳐놓으니
나를위해서 디자이너가 특별히 만든 옷이란다.
보통의 속치마가 아닌 망사형으로
레이스가 달려있는 하얀 속치마와
겉의 치마저고리 또한 백의민족임을
자랑하듯이 너무나도 희고고운 색상이다.
우리내 여인들의 옛풍습처럼
당연하듯이 속옷은 입지 않고 걸쳐보았다.
속치마만을 입고서 전신거울을 바라보니
실크로 만든 슬립보다도 더 야하다...
그위에 치마로 가슴을 조여감싸며
치마만을 입고 거울을 보니...
약간 아래로 내려입어서 그런지
가슴 윗부분이 더욱 봉긋이 솓아있다.
그리고 저고리마저 걸치고 거울앞에서
빙그르르 돌면서 나를 바라본다.
옷은 다 입었지만 나는 그저
치마가 조여주는 부분만 느낄듯
전혀 옷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있다.
머리까지 뒤로 묶어서 올려보니
전형적인 한국의 아낙네의 모습이다.
한가지 내가 간과한것은
불빛이 비춰지면 옷이 완전히 투영된다는 것!
불빛이 비치는 반대편에서 보면
마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의 바디라인이 그대로 보이고있었다.
작은 백을 들고 스카프 숄더를 걸치고서
친구와 함께 로비에 꾸며놓은
만찬장으로 이동하였다.
로비에는 그동안 여행을 함께 즐겼던
모든 이들이 밝은 얼굴로 모여있었고
무대에서는 다양한 춤과 노래로
공연을 펼쳐보이고 있었다.
정해진 자리에 앉아있으니
그동안 우리들에게 봉사해준 크루들이
코스요리를 운반하고있었고...
그중에서 나에게 룸서비스를
멋지게해준 크루도 있었고...
헬스클럽과 수영장에서의 그 커플
나를 초대해주었던 회장님 부부...
선장은 멋진 모자와 함께 파이프를 물고
무대앞에 나와서 오늘의 이 파티를
마음껏 즐기라는 인사를 남기고
내가있는 테이블로 다가온다.
테이블에 함께있는 분들과
건배제의를 하고나서는
내곁으로와서 친구와의 사이에 서서
허리를 굽혀서 너무나 아름답다고
너스레를 떨고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은...
"식사가 끝나고나면 제방에서
가면파티가 이어질겁니다.
두분을 정중이 초대합니다."하며
초대장을 대신하는 눈만을 가리는
가면을 손에 쥐어준다.
그녀와 나는 서로 번갈아 마주보다가
눈웃음을 지으며 선장에게 OK싸인을 준다.
그리고 이어져나오는 산해진미를 맛본다.
테이블 가운데 놓여있는 와인으로
나와 친구의 양볼은 노을이 지는
석양의 붉은 빛보다 붉어지고있었다.
그렇게 두시간가량의 식사와 함께하는
공연까지 다 보고 나니 크루즈의 밖은
완전히 어두움 뿐이었다.
아직은 선장의 초대한 파티의 시간이 남아서
친구와 함께 선상의 최상층에 있는
갑판으로 나가서 밖의 풍경을 즐겼다.
그렇게 푸르던 바다는 온통 검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있었지만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니
너무나도 아름답게 반짝이는
정말 많은 수의 별들을 보았다.
친구와 함께 감탄을 하면서
하늘의 별을 바라다보고있다보니
우리둘의 곁에 약간 떨어져있는
서양인 남녀들의 무리가 눈에들어온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이 너무나 이상하다.
우리처럼 별을 보러 갑판위로 왔을텐데
하늘은 바라보지 않고
그들은 우리 둘만을 멍하니 바라보고있다.
남들이 보면 연애인을 바라보듯하는 눈빛이다.
우리둘은 서로 마주보며 왜 그러지?하듯
한참을 멍하니 서있고나서야 알게되었다.
나는 친구가 나를 바라보고 나서야
이야기해줘서 알게되었지만...
지금 내뒤로 비춰지는 조명때문에
나의 몸매가 다 들어나서
서양인들이 서있는 저 거리에서는
내가 완전히 누드로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나의 옷이 너무나도 얇고
속이 다 비추이는 하얀색이라는걸
다시한번 상기하게되었고...
그렇다고해서 그자리를 갑자기
피하는 것도 너무나 모습이 이상할듯...
어짜피 바라보는 자기들이 꼴리지~
내가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니까...하며
우리는 별들이 쏟아져내리는
하늘을 계속해서 만끽하고있었다.
선장이 제공하는 파티시간이 다가오자
우리둘은 그자리를 벗어나서
선장님이 안내해준 방으로 이동한다.
방앞에는 멋진 남자크루 한명이 서있었고
그는 우리 손에 들려있는 가면을 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반갑게 맞는다.
"지금부터는 그 가면을 쓰고입장하시고
안에들어가서는 절대 벗지마세요..."라는
안내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준다.
그말을 듣고 손에들고있는
영국 귀족이 즐겨쓰던 것같은
가면을 쓰고서 열어주는 방으로 입장한다.
이미 방안에는 십여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와 함께
모두 가면을 쓴체로 한손에는 술잔을 들고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파티를 즐기고있었다.
문에 들어서니 가장먼저 선장님이 다가왔고
이곳에서는 서로 소개하거나 인사는 나누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마음가는대로 즐기면된다며
우리들에게도 격식같은건 따지지말고
편하게 즐기라고하며 가면속으로 윙크를한다.
우리는 선장의 안내로 음식이 있는
테이블로가서 입맛에 맞는 술과
안주를 천천히 음미하고있었다.
어느순간 음악이 바뀌었고
그 음악에 맞추어서 옆에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댄스를 즐기는 분위기이다.
뒤쪽에서 다가온 손은 나의 손을 잡아쥐었고
나를 춤추고있는 무리들로 인도했다.
이런 음악에는 춤을 춰본일이 없는 나인지라
당황하면서 끌려가듯하니...
그 남자는 나의 손을 놔주면서 내앞에서
음악과는 관계없는 자신만의 막춤을 춘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우습기도하고
나를 배려하는 모양새인지라 그자리를 뜨지않고
그와함께 마주보면서 가볍게 몸을 흔들어주었다.
그런 나의 반응에 힘을 얻었는지...
다음곡으로 바뀐 R&B풍의 음악에 손을내민다.
나는 그의 뜻을 존중하여 그손을 가볍게 잡아주니
자신이 스텝을 인도하며 나를 가볍게 안아준다.
큰키의 그남자 품에 안기어서 춤(?)을 추고있다보니
이미 나의 뒤쪽에는 친구도 다른 남자와 함께
춤을 즐기고있었다...
그런데 친구는 춤이라기보다는 서로의 몸을
밀착하여 부비고있었다는게 맞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