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1/14)

야수가 숨어있는 저택

1

플렛홈에 내려서니, 인심좋게 시원한 바람이 두사람을 반겨주었다. 주변의 공기에는 짙은 수목의 향기가 배어났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기분 좋아」

 신선한 공기를 뱃속 가득히 들이키며, 사이나가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강한 햇살의 샤워를 받아, 등을 덮은 긴 흑발은 보석같이 빛을 발하며, 찰랑찰랑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그 아름다운 머리칼과 함께 나비가 같이 놀기나 하듯 춤춘다.

「여기에 와서 다행인 것 같아」 

「정말이야. 방금 도착했지만, 벌써 기분이 다른걸」 

 후지시마 사이나는 눈부신 듯 실눈을 뜨고, 주변의 자연을 감상하고 있다.

 타카유키는 실눈을 뜬 사이나의 그 표정이 참을수 없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검고 아름답게 아치를 그린 눈썹이 그때만은 살짝 찡그려졌고, 까만 눈동자가 자리잡아, 언제나 시원스럽던 눈주변도 주름이 생겨보였다. 더우기 입술은 약간 벌려져 흰 이가 보인다. 그야말로 성숙하고 섹시한 표정으로 변했던 것이다.

 둘은 도쿄에서 신간선을 타고와서 아타미에 내렸다.거기에서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때, 습하고 피부를 끈끈하게 하는 불쾌스런 더위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듯 믿지못할 정도로 상쾌하게 느껴졌다.

그 역은 레이코우다이역이라고 한다.

 아타미에서 이즈반도 쪽이 아니라, 산을 통과하는 미시마 방면으로 향한 작은 열차의 4번째 역이었다. 양질의 온천이 넘치고, 스루가완과 미시마 시내를 한눈에 볼수 있는 그곳은, 옛날부터 최고급 별장지로서 알려져 있다.

 사회적 신분을 위해 레이코우다이에 보육원을 가지길 원하는 법인은 많지만, 오너는 대대로 이어진 자산가뿐이라서 파는 건물은 거의 나와있지 않다.

「여기서 어느 정도 걸어야 하는거지?」 

「5분정도. 잠깐 런치타임을 갖도록 해. 마사토의 어머니, 요리솜씨가 대단하다는거 알고 있었어? 아, 또 배가 고파지는걸」 

「뭐. 조금전에 먹었으면서」 

 사이나가 웃는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식사를 못했다는 타카유키는 신간선을 타고오면서 2인분인 샌드위치를 한입에 먹어치웠던 것이다.

 중학교까지 본격적으로 수영을 한 것만으로 오츠카 타카유키는 키가 꽤 큰 편이고, 어깨도 넓다. 하지만 그만큼 식욕도 대단했다. 인상은 나쁘지는 않다. 얼핏 보기엔 남자든 여자든 모두 좋아할만한 타잎이다.

 레이코우다이의 역전에는 썰렁한 상점이 4,5채 있을뿐. 택시 운전수도 무료한지 차밖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토산품점을 살짝 쳐다보며, 두사람은 낮은 경사의 언덕을 걷기 시작했다.

 타카유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사이나는 조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타카유키를 바라보더니, 손을 바꿔 잡았다.

   

(아아, 사이나. 이렇게나 예쁠줄이야)

 여름방학의 마지막을 사이나와 함께 보낸다는 행복에, 타카유키의 가슴은 터질것만 같았다.

오늘밤은 아타미의 호텔에서 보내게 될 예정이다. 하세베 마사토의 양친이 소유한 별장에서는 저녁식사까지만 할 예정이고, 그후는 호텔에서 두사람만의 시간을 보내게 될것이다. 물론 사이나는 이미 버진을 바칠 것을 약속해 주었다.

 타카유키과 사이나는 고교 2학년이다.

 다니는 학교는 다르다. 오츠카 타카유키는 동경대 합격의 출신교별 랭킹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이름있는 명문사립인 유우세이 학교에 다니고, 후지시마 사이나 역시 귀한 집안의 딸들이 많이 다니기로 이름난 히메사 고교의 학생이었다.

 만난것은 1학년때. 유우세이 고교의 종합전에서 타카유키는 마사토들과 밴드를 만들어 록을 연주해 대호평을 받았는데, 수많은 관객 중에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 정도의 미소녀가 있다는 것을 재빨리 발견했다. 연주를 마치고 가장 앞줄에 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것이 사이나였다.

 클래식 음악 밖에 흥미가 없었던 사이나는, 친구들에게 억지로 끌려와, 타카유키의 음악을 묵묵히 듣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타카유키의 와일드하고 표현력 풍부한 보컬에 임팩트를 받았던 것 같다. 마지막 공연에 와달라는 타카유키의 권유에 한동안 머뭇거리고 얼굴을 붉혔지만 가겠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둘의 교제는 시작되었다.

 현재 친한 친구인 마사토와 그 모친이 기다리는 별장으로 향하며, 타카유키는 가끔 슬며시 사이나를 훔쳐보고 있다.

 그야말로 숨을 고르기 힘들 정도로 사이나는 아름다웠다. 여느 노는 애들처럼 머리를 염색하거나 화장은 하지 않는다. 그 천연의 미백, 이상적인 발란스로 위치한 눈, 콧대는 화장같은 것이 조금도 필요하지 않았다.

 청초한 미소녀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사이나였지만, 조금전 눈을 가늘게 떴을 때처럼 문뜩 보이는 표정에는 타카유키를 두근거리게 할 정도의 어른스런 색기가 흘렀다. 눈썹이 짙어 정감적이고, 구별이 확실한 쌍꺼풀 아래로, 누가 뭐래도 매력적인 눈동자가 있다.

신장 160, 체중 42kg. 신체는 아직 42kg로 날씬하지만, 타카유키가 보았을때 바스트는 아마 80cm 라 생각될 정도로, 멋진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잘 어울리는 청초한 하얀 면바지에, 켓즈의 운동화를 신고있다. 하지만 굽이 15센치나 되는 샌들을 신는 소녀들보다 다리가 더 길게 보인다. 작은 힢은 살짝 들어올려져 있어서인지 더욱 더 스타일이 좋아 보인다.

 시원스레 빨간색을 바탕으로한 꽃무늬 노슬립에서, 가늘게 미끌어진 팔이 뻗어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모양좋게 튀어나온 가슴의 융기를 쳐다보자, 타카유키는 더욱더 진정할수 없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근처의 나무그늘에 들어가, 사이나의 아름다운 몸을 안고싶은 충동이 생긴다. 달콤한 과실같은 그 입술에 키스하고 싶었고, 가련한 가슴을 애무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경한 사이나였기에, 이런 옥외의 장소에서 패팅하는 것은 분명 싫어할 것이다.

(역시 밤까지 참기로 할까. 이미 지금까지 1년간을 참았지 않은가)

 그렇게 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보니, 괜히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호텔에 들어가면 아침까지 둘만 있게 되지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타카유키는 둥실둥실 구름위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사이나의 속옷 모습도 충분히 볼수있을 것이고, 좋은 냄새가 나는 피부에 마음껏 얼굴을 묻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 아직 아무도 본적도, 닿은적이 없는 사이나의 그곳을, 오늘밤 사랑해 주게 되는 것이다.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때야말로 처음으로 사이나는, 진정한 의미로 나의 것이 되는것이다. 하나로 포개져 끝없이 깊고 깊게 연결되며, 영원한 사랑의 증표를 나는 주사하게 되는것이다.

「……있잖아, 마사토는 모르고 있는거지?」 

「응? 뭐를?」 

 감미로운 망상에 젖어있었던 탓인지, 첫부분의 말을 듣지 못해 버렸다.

「그러니까, 나랑 타카유키가 오늘, 아타미에 묵게되는 거 말야」 

「무, 물론…그녀석에겐 아무말도 안했어. 아마 내가 곧바로 도쿄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 다행이야. 왜, 괜히 창피하잖아. 우리들이 오늘밤 도대체 무엇을 할까, 그런 눈으로 마사토가 힐끔힐끔 쳐다본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해주셔도 식욕이 나지않을것 같아」 

 하얀 볼을 살짝 붉힌 사이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야말로 사이나답다며 귀엽게 생각되는 한편, 타카유키는 약간 켕기는 기분이 든다. 사실 마사토에게 오늘밤의 예정을 모두 말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머리좋은 마사토이니까, 설마 사이나 앞에서 그런 천박한 농담을 말하지는 않겠지만--많이 먹어둬. 오늘밤을 위해 정력을 축척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라는 식의 말--별장에 도착하면, 혹시나 모르니 입을 막아두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