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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베 집안의 별장은 울창한 녹음에 쌓여있었다.
대지의 넓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타카유키로서는 짐작할수도 없었다. 바로 인근에는 멋진 일본식 정원을 갖춘 별장도 있지만, 여기는 광대한 잡목림이 그대로 남아 정원이 되어있다. 마사토의 조부는 별장을 지을때, 이 땅의 부유한 자연을 남기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한다.
건물은 몇년전에 보수공사를 마쳤다. 콘크리트와 대리석을 소재로 이용한 모던한 4룸의 1층짜리 건물이었다.견고한 철책뒤에는 유리코의 빨간 벤츠가 보인다.
밖에서 인터폰을 누르자 마사토의 대답이 있고, 곧바로 정원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왠지 두근두근한걸. 너무 멋진 별장이잖아」
「나도 최근까지 약간 망설였지만 마사토와 아줌마밖에 없으니까, 오늘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아. 약간 특이한 레스토랑에 왔다고 생각하면 될꺼야.」
「그건 유리코 아줌마에게 실례야. 일부러 초대까지 해 주셨잖아.」
사이나는 한번 본 것 뿐이지만 하세베 유리코의 신봉자가 되었다. 용모는 물론 몸가짐새도 훌륭하다. 성숙한 여성의 매력이 몸에서 넘치고 있다. 더우기 오늘은 프랑스 요리의 풀코스를 유리코 혼자서 준비했다고 들어, 더욱 더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정원을 지나 현관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처음보는 남자가 「어서오세요」 라며 반겨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러니까, 타카유키군과 사이나양이죠?」
어리둥절하는 두사람에게 남자는 친근하게 묻는다.
20대 후반의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였다. 머리는 빡빡 밀었고, 코뼈가 내려 앉은것이 권투라도 했던것일까?
푸른 스웨터를 아래위로 입은 몸은 마치 자신의 몸보다 작은 스웨터를 입은듯 꽉 죄어져 보인다. 키는 자신보다 크지 않으나, 근육의 모양이 전혀 틀리다고 타카유키는 생각했다. 마치 전문적인 트래이닝을 받은 육체가 아닌가. 남자가 그렇게 서 있는것 만으로 타카유키는 위압당한 느낌을 받았다.
「난, 유리카씨의 조카입니다. 마침 이 부근에 올일이 있어 들렸지요」
「아, 그러세요……안녕하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마침 식사준비가 다 되었고, 마사토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타카유키는 옆에 서있는 사이나의 눈치를 보며, 어떻할지, 어떻게 대처할지 작게 중얼거렸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가 있었기에 사이나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 또한 그렇다. 가능하다면 잘 알고있는 4명이서만 식사를 즐기고 싶었다.
타카유키가 신발을 벗어 집안에 들어갔을때, 남자가 갑자기 습격해 왔다.
왼손의 날카로운 잽이 가슴팍을 찔렀다.
「욱……」
숨이 멈는 듯한 격렬한 통증에, 타카유키는 참지못하고 상체를 굽혔다. 그러자 오른쪽 어퍼컷이 턱을 날렸다.
절묘한 원투였다. 하반신이 힘이 빠지며 털썩하고 쓰러져 무릎이 마루에 닿았다. 천천히 타카유키는 앞으로 쓰러져갔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이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종이처럼 새하얀 얼굴로 서있을 뿐이었다. 하얀 슬랙스에서 죽 뻗은 다리가 심하게 떨렸다.
「안으로 들어가지, 아가씨」
남자는 전혀 무표정한 얼굴로, 사이나의 어깨를 감쌌다.
「시……싫어요」
「호오. 말을 할줄은 아는군」
싫어하는 소녀를 힘으로 끌고가며, 남자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놓아줘요!」
「귀여운 목소리군. 좀더 소리를 질러봐」
「타카유키! 아아아, 도와줘, 누군가……」
사이나는 얼굴을 징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현관앞에 타카유키는 쓰러진 채로였다. 조금씩 머리를 흔들며 괴롭게 신음하고 있다.
「타카유키는 괜찮아. 살살 손 봐준거니까 곧 정신이 돌아올꺼야. 」
내가 정말로 맘먹고 때리면 턱뼈가 나가버리지. 그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처리한거야?」
또 한명의 남자가 복도 안쪽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굵은 목소리의 중년 남자로, 이 사람은 그레이의 스웨터 모습이었다. 좀 살이 쪘고, 금목걸이와 팔찌를 찬, 어떻게 보면 야쿠자 같은 분위기를 감돌게 한다.
「오홋, 이거 대단하군. 몹시나 아름다운 애가 아닌가. 헤헤헷」
「농염한 색기를 풍기는 유부녀외에, 이렇게 귀여운 보너스까지 생기다니. 우리들의 악운도 여기서 끝나나 봅니다, 다이고씨」
사이나의 감시역은 복서에게서 중년 남자로 바톤터치되었다.
「말 그대로군. 이 애는 너무 멋지군. 음. 아직도 이런 청초한 미소녀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
다이고라는 남자는 사아니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 손톱 끝부터 머리의 이마까지 핥듯이 쳐다보며, 음란한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이는 40 전후. 짧게 깍은 머리에는 흰 머리칼도 꽤 보인다. 얼굴이 꽤 크고, 품위없는 동그란 눈을 하고있다. 뺨에는 살이 덕지덕지 붙어 마치 불독을 연상시켰다. 사이나가 정말 마음에 드는지, 그 흉악한 얼굴이 지금은 흐뭇해하는 표정이다.
젊은 복서 쪽은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오츠카 타카유키의 상체를 일으켰다. 한쪽 손에는 수갑이 쥐여져있었다.
「다, 당신들, 누구예요? 여기에서 뭘하는 거예요?」
「뭐,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할까? 거실에 가보면 알거야. 다치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걸 잊지마.」
사이나는 숨을 죽였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다이고의 왼손에는 긴 칼이 쥐어져있어, 날카로운 칼끝은 살짝 움직일때마다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