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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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꽤 선선해졌지만 난 지금 긴장으로 땀이 한 바가지. 오전 11시 쯤 깨어나 확인한 휴대폰엔 이렇게 메시지가 날아와 있었다.

‘외박 준비해.’

from. 무뢰한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줄 알고 이렇게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야, 이 남자는. 근데 외박을 준비하라는 얘기는 오늘 당장 나와 몸을 섞고 싶다는 뜻이겠지? 괜히 처음 겪어보는 일에 내가 오해한 거면 꼴이 아주 우습게 될 텐데. 이 문자가 무슨 뜻이냐고, 외박 준비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엄마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절친인 현수에게 물어보기에도 이 건은 좀 심하게 남세스러운 사안이다. 

검색 엔진에 물어보는 수밖에. 나는 녹색 창을 띄우고 ‘첫날밤 준비’라 검색어를 입력했다. 역시 대단한 지식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구만. 

‘남자친구와 첫날밤 준비 어떻게 해야 하죠?’, ‘신혼 첫날밤 준비 어떻게 해야 하죠?’. 철학자도 있네. ‘마음의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라는 답변이 떡하니 보여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진다. 아, 근데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게 마음의 준비 맞잖아. 

여러 글들을 읽어보다가 피임용품을 준비하고 겨털과 다리털을 정리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에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이 조급해져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내 마음이 ‘Yes’를 외치고 있다는 걸 그 오만한 남자는 본능적으로 감지한 모양이야. 오늘 어쩌면... 정말 어쩌면 모쏠 김정아가 32년 만에 처녀 딱지를 떼는 날이 될 수도 있겠지. 그야말로 거사가 아닐 수 없다. 

동네를 오가다 가끔 눈에 들어왔던 왁싱 하우스 간판이 떠올라 난 대강 몸을 씻어 내린 후 집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설프게 면도기로 밀었다간 괜히 수치스러울 수 있으니 깔끔하게 제모를 하는 게 좋겠지. 입간판에 쓰여 있던 문구처럼 제발 아프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우와... 내가 살면서 이만큼 긴장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어디 한 번 사겨봅시다.’ 선언을 할 요량으로 새벽까지 분명 들떠있었는데... 내가 괜히 날짜를 앞당긴 게 아닌가 하는 못난 후회가 들기도 한다. 초조한 마음에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집안을 서성이고 있자, 내 속을 모르고 있는 엄마는 그저 딸의 첫 데이트 소식에 신이 나서 웃는 얼굴로 마음에도 없는 꾸중을 날렸다.

“문 서방 앞에서도 그리 촐싹댈래? 결혼도 전에 소박맞는다, 너?”

“문 서방?”

“결혼하자고 했다며? 그럼 문 서방이지 뭐야.”

“아니,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고 했다는 거지 당장 결혼하자고 한 게 아니잖어. 제발 두 낫 드링크 김칫국, 오케이?”

“그게 그거지. 암튼 오늘 확실하게 매력을 뽐내고 와. 영어도 좀 쏼라쏼라 해보고.”

“뜬금없이 웬 영어?”

“니가 태어나서 여태껏 한 일이라곤 영어공부 밖에 없는데 이럴 때 써먹어야지 언제 써먹어? 문 서방도 영국에서 유학 했다니까 곧잘 하겠네.”

“어휴, 몰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그럼 뭐가 중요한데?”

“......”

이 남자가 오늘 밤 날 안 들여보내겠대요. 차마 엄마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말이다. 되도록이면 거절할 생각이지만, 정말 둘이 함께 밤을 보내기라도 한다면 엄마한테는 뭐라고 구라를 친단 말인가. 나를 재워줄 친한 여자 친구 하나 없는 마당에.

“암튼, 그런 게 있어. 엄마 오늘 놀러 안가? 출사 안 나가?”

“낼 새벽에 일출 찍으러 갈 거야. 왜?”

“오, 진짜? 몇 시에 나가는데?”

“네 시. 왜?”

“그럼 일찍 주무시겠네?”

“그렇겠지. 아, 왜?”

“아, 아냐.”

무언가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엄마를 애써 무시하곤 난 다시 몸을 돌려 내 방으로 들어왔다. 설마 내 속을 읽은 건 아니겠지?

엄마가 사진작가라서 다행이다. 새벽 촬영이 있는 날이면 보통 아홉 시에 주무시곤 하니까 어쩌면 일을 치르고 서둘러 엄마의 기상 전에 집에 들어올 수도. 아, 이런. 아주 외박할 생각으로 의지가 똘똘 뭉쳐있네. 더러운 모태솔로 김정아. 갑자기 그간 가슴 한 구석에 차곡차곡 담아왔던 야동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드디어 그 자세를 체험해보는 건가? 아, 이런.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이 그쪽으로 쏠린다. 더러운 모쏠 김정아.

걷잡을 수 없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이도저도 못한 채 엄지손톱만 깨물고 있을 무렵, 오만한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 상단에 떠오른 시간은 정각 7시이다.

“네.”

-내려오지.

“네.”

10초도 안 되는 짤막한 통화 후 나는 떨리는 가슴을 한 차례 손으로 쓰다듬곤 거실로 움직여 소파에 널어두었던 핸드백을 집어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힘겹게 현관으로 발을 움직이자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엄마가 내 뒤를 바짝 따라 나선다.

“가서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해. 드라이브도 하고. 우리 딸 파이팅이다!”

“으응... 땡스 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줄곧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얼마의 얼굴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휴... 벌써부터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 든다. 오늘따라 내려가는 속도는 왜 이리 빠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에 도착한 난 조심스레 걸으며 무뢰한을 찾아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나를 먼저 발견한 무뢰한이 차를 스르르 움직여 내 옆으로 같다 붙인다.

“안녕하세요.”

잔뜩 소심해져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지만, 이 캐릭터 분명한 남자는 아주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일 분 다정한 인사치레조차 돌려주지 않는다. 체념하고 조수석에 앉아 벨트를 매니 차가 부드럽게 움직여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어디로 가요?”

“점심은 먹었어?”

“네... 대충.”

“배고픈가?”

“아니요.”

“그럼 와인이나 할까?”

“와인?”

“와인 마시나?”

“마시긴 하는데 밥도 안 먹고 술부터 마셔요?”

“곁들이 음식이 있으니까. 아니면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건 아니지만...”

“그럼 내가 아는 곳으로 가지.”

“... 그러세요.”

니 맘대로 하세요. 

이놈이 나 술 왕창 먹여서 덮치려고 그러나. 왠지 껄끄러운 기분이었지만 적당히 마시면서 상황을 살피면 되겠다는 생각에 난 구태여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아 가슴을 대각선으로 지르는 벨트를 양손으로 꼭 붙잡으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정면만 바라보았다.

강남의 어느 높은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와인바이다. 건물을 꽤나 높이 올린 덕에 불빛 찬란한 야경이 꽤 그럴싸하게 눈에 들어와 박혔다. 은은하고 몽롱한 분위기에 취한 건지, 와인을 몇 모금 마시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차분해진 기분이었다. 눈앞에 놓인 부르스게타를 한 잎 베어 먹곤 핏빛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나를 줄곧 바라보고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여기 좋네요.”

“나도 마음에 드는 장소야.”

“자주 와요?”

“최근엔 안 왔어.”

“바빠서?”

“같이 올 사람이 없어서.”

“아...”

그럼 혹시 전엔 다른 여자랑 왔다는 건가? 품격 있는 분위기에 다소 흥이 났던 기분이 갑자기 촤악 가라앉는 것 같다. 뭐, 그게 뭐 어쨌다고 니가 그러는 건데?  

“그래서.”

“네?”

“대답은?”

“아아... 대답.”

살며시 눈웃음 지으며 바라보자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남자가 날 주시한다. 전에도 몇 번 봤던 그 사람 특유의 사나운 눈빛이었다. 어이어이, 사장님. 그렇게 애교 없이 노려보고 있으면 내가 쉽게 대답할리 있겠어?

“생각을 해봤는데요...”

“......”

“뭔가 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비현실적?”

“네. 사실 좀 그렇잖아요?”

“뭐가?”

음... 정말 몰라서 묻는 것 같으니 친절히 나의 정황을 설명해주는 수밖에 없으려나. 이미 자존심 따윈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이니 이 남자에게 더 굴욕적일 것도 없다.

“문성훈씨 같은 매력적인 남자가 저 같은 애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는 것도 좀 못 미덥고...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요?”

“......”

“그리고 제 얼굴이 야해 보인다니...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거든요.”

“......”

“문성훈씨 취향이 독특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저한테는 좀 부담스러운 제안이긴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타지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난 너와 사귀어보겠다 이거야. 내 이야기를 듣고 좀 전보다는 사나운 기가 좀 누그러진 듯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 뒤의 말을 이으려던 순간이다.

“그럼에ㄷ...”

“정말 실망스럽네.”

“... 네?”

“난 오늘 아침에도 그쪽 생각하면서 싸고 왔는데.”

“...... 네?”

싸, 싸고 와? 뭘? 설마... 자, 자위하고 왔다는 얘기야? 나를 생각하면서? 레알? 

“허... 헐...”

“그쪽. 처녀야?”

뭐라는 거야, 이 놈이.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건데? 사나운 기색이 누그러졌던 게 아니라 아주 고요하게 활활 불타오르는 거였어. 남자는 사납다 못해 곧 폭발할 듯 뜨거운 눈빛으로 날 노려보며 눈빛만으로 추궁했다. 겁이 덜컥 난다.

“...... 그, 그건 왜요?”

“역시... 차라리 잘 됐네.”

“뭐, 뭐가요?”

“일어서지.”

“네? 아직 다 안 먹ㅇ...”

“먹히긴 해?”

“......”

“나와.”

슈트에 쌓인 커다란 몸을 거침없이 움직인 그는 멍하니 바라만 보는 내게 다가와 손목을 붙잡고 의자에서 끌어냈다. 그리고 의자 등받이에 걸려있던 내 가방을 들어 붙잡히지 않은 다른 손에 들려준 다음 손목을 붙잡은 채 카운터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었다. 

말도 한 마디 못한 채, 내가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깨닫기도 전에 그는 결제까지 마친 상태였으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와인바를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겁에 질린 난 터질 듯 뛰어대는 심박소리를 들으며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고, 곧 딩동댕 벨소리가 들린 후 승강기의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러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잔뜩 화가 난 듯한 남자는 텅 빈 기체 안으로 나를 이끌며 한쪽 벽으로 거세게 나를 밀어붙이곤 송곳니를 드러내 늑대가 으르렁거리듯 이야기했다.

“넌 니가 얼마나 자극적인 모습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지금부터 난 너에게 키스를 할 거야. 그쪽한테 경험이 있건 말건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동안 내가 상상 속에서 널 어떻게 범했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겠지. 내가 이러는 게 싫다면 내 입술을 세게 물어서 날 물러서게 해 봐. 그게 아니라면 그냥 입을 벌리면 돼.”

“......”

그가 꽉 붙잡은 내 손목이 얼굴 옆 벽에 붙어 오들오들 떨리고 있다. 아니, 몸 전체에 힘이 꽉 들어가 떨리는 느낌이다. 이건 필시 그때와 같은 두려움일 거야. 얼마 전 그의 차 안에서도 느꼈던 그런 위험한 기분. 다행히 그 땐 이 남자가 나의 거부를 받아들여 멈춰주었지만, 오늘은 도망칠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든다. 분명. 대답 없는 나를 사납게 노려보던 그는 자비 없이 돌진해 내 입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물어야 해. 아주 세게 깨물어야만 그가 물러날 거다. 하지만 너무나도 절박하게 입술을 짓누르는 그의 행위가 내 안의 낯선 감각을 일깨우고 있어 쉽게 이를 드러낼 수 없었다. 아랫배를 누르는 그의 도드라진 감촉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 배꼽 안쪽이 묘하게 조이는 느낌이 들었고, 그의 상체에 닿은 젖가슴에서도 야릇한 감촉이 점점 크게 부풀어 올랐다. 

아, 이래선 안 돼. 입술을 깨물어야... 이렇게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있다간 돌이킬 수가 없을 것이다. 난 흐려지는 정신을 채근하며 그의 입술을 물기 위해 굳게 닫혔던 입을 살짝 벌렸는데, 순간 매끄럽고도 뜨거우며 축축한 무언가가 찌르듯 내 입 안쪽으로 밀려들어왔다.  

“흐읏.”

알싸한 와인향이 배인 낯선 감촉에 놀라며 날카로운 숨이 후두를 관통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지독한 혼란이다. 무릎이 곤죽이 된 듯 흐물거려 난 그의 재킷을 꼭 쥔 채 매달리듯 서있었다. 

뜨거운 숨결과 함께 질척한 물기가 입속에 고였지만 혀가 자꾸만 그에게 빨리는 바람에 삼킬 수조차 없다. 난 질식할 듯 그의 만행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남자는 내가 질식하든 말든 본인의 욕망을 채우는 것 밖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야릇한 이물감과 함께 점점 흐려지는 의식에 난 슈트 앞섬을 붙잡고 있던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입술을 더욱 찍어내릴 뿐, 반응이 없기에 짓눌리고 있는 고개를 좌우로 힘껏 저으니 그제야 내 뜻을 이해한 남자가 ‘쩍’ 소리를 내며 들러붙었던 입술을 떼어냈다. 

“하아, 하아...”

“후으...”

이런 망할 놈. 저도 숨이 찼던 주제에 웬 폭군 짓이나 하고 말야.

“손 좀 놔줘요. 아파요.”

“아, 미안.”

그가 거세게 붙잡고 있던 내 손목을 놔주자 이제야 피가 통하는 듯 손이 찌르르 아파왔다. 그에 난 얼굴을 찡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들러붙은 그의 가슴팍을 밀어낸 후 아픈 손을 주물렀다. 그렇게 정신을 한 가닥씩 수습하며 위로 밀려 솟았던 옷을 매무시한 후, 바닥으로 떨구었던 가방을 집어 들었다. 

굽혔던 몸을 세우고 눈을 올려 층수를 바라보니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지 꼭대기 층 그대로이다. 어휴, 저기 CCTV도 있는데 이게 무슨 추태람. 얕은 한숨을 내뱉곤 다시 고개를 돌려 키가 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제정신을 찾았는데 이 남자는 진정하기는커녕 좀 전보다 더 무지막지한 욕망이 서린 얼굴로 내 행동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봐요, 문성훈씨.”

“... 얘기해.”

내 싸늘한 부름에 조금 움찔거리며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내 입에서 무슨 안 좋은 소리가 나올지 잔뜩 주눅 들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랄까. 일 저지르고 지레 겁먹은 채 경계하는 고양이 같기도 하고. 아니 표범인가? 하지만 긴장이 가득하면서도 나를 갈구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그의 표정이 지금은 왠지 썩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모쏠 김정아의 첫 키스가 그리 나쁘지도 않았고... 아니, 강렬했지? 암. 강렬했어. 

그래서 난 핸드백을 열고 아까의 현실적인 조언을 받아 마련한 무언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손 안에 받아 든 게 무엇인지 깨달은 듯, 굳어있던 그의 표정이 서서히 웃음으로 그라데이션 되었다.

“구질구질하게 차 안이나 화장실 같은데서 하긴 싫어요.”

“......”

“하려면 적어도 모텔이나 호ㅌ...”

“내 집으로 가지.”

“그쪽 집이요?”

“앞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내 집에서 보내게 될 거니까.”

“헐...”

내 몸을 스치며 지하 주차장 층수를 누른 그는 돌아와 옆에 나란히 선 후 내 손을 가볍게 붙잡았다. 아까는 긴장감으로 잘 몰랐는데 코 끝에 와 닿는 향기가 왠지 좋은 것 같아. 나도 참, 이 무슨 대담한 짓을 벌이는 건지. 아까 마트에서 콘돔을 샀던 것도 그렇고. 곁을 흘끗 바라보니 남자는 내가 준 콘돔 박스를 소중한 물건인 양 꼭 쥐고 있었고, 여전히 바지 앞섬이 불룩한 채였다. 

아흣. 긴장, 긴장, 초긴장. 곧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그의 외제차로 뛰듯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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