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45)

"지금 출발했습니다….."

아내가 출발하고 바로 남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알고 있습니다. 오분뒤에 호군씨 집 앞 큰길로 나오십시요"

"지금 그리로 가는 길입니다."

재빠르게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토요일이면 항상 늦잠을 자고 점심때 쯤이나 다 되어서 일어날텐데…

토요일 아침부터 아내를 마중하고 나역시 이런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선다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주말…토요일 아침이었다.

흥신소 남자가 오분뒤면 집근처에 도착한다는것은

이미 남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는게 아닌가?

알면 알수록 대단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길가로 나가니 남자가 검정색 승합차 앞에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남자는 나를 보더니 담뱃불을 끄고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에게 목례로 인사를 하고 승합차에 올라탔다.

외관상으로는 그냥 검정색 평범한 승합차 이지만 내부는 일반차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각종 전자장치들이 달려있고 뭐가 그렇게 주렁주렁 달린게 많은지

마치 티브이에서 본 비행기 조종석처럼 복잡하게 되어있었다.

"호군씨….제가 어제 팬션에 미리가서 준비작업은 다 해놓았는데 

지금 빨리가서 마무리 할것들이 있습니다.

자세한건 가면서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출발합시다."

차는 한시간 남짓 달려서 경기도 근교의 주변 풍경이 그림처럼 멋진 어느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내는 한시간 남짓 오는동안 쉬지 않고 나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단지 남자의 말을 듣고 있다는 경청의 표시로 가끔 네…네…하는게 

전부였다.

남자의 말은 정말로 놀라웠다.

남자는 그동안 자신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남자의 아내의 데스크탑 컴퓨터 내용을 해킹하고 휴대전화를 복제했다고 했다.

"스마트폰도 그런게 되나요?"

내가 조금 우매한 질문이지만 남자한테 물었다.

"스마트폰도 인간이 만든 겁니다….인간이 만든건 모든지 다 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지난 수요일 이후 남자는 오늘 아내가 일박이일로 이상한짓을 하러오는

장소를 찾아내었고 아내가 들어갈곳에 영상장비들을 설치했다고 했다.

물론 남자의 말로만 들으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남자는 가서 보면 놀랄꺼라는 말을 했다.

구불구분 포장된 도로를 올라가니 00산장이라는 팻말이 보이고

제법 멋지게 지은 팬션같은 건물이 나왔다.

그리고 그 팬션에서 비포장된 도로를 따라서 구불구불 길을따라서

조금 더 올라가니 마치 계단식 논처럼 평지가 있는곳마다 별채건물이 있고

또 그위로 평지와 별채건물이 있고 멋진 건물들의 장관이 펼쳐졌다.

차는 첫번째 별채건물을 지나서 그 위쪽 평지까지 차를 몰아서 위쪽 

별채건물로 갔다.

남자는 앞에 넓은 차가세울수 있도록 만든것 같은 주차장 자리에 차를

세우지 않고 그 별채 건물의 뒤로 가서 차를 세웠다. 

"오늘 여기서 보이는 바로 아래 팬션건물로 오는 남자들도 정말 대단한 놈들입니다.

저도 이런곳이 있을꺼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기는 관리하는 곳이 저기 맨 아래이기 때문에 이곳 별채는 어떠한 간섭도 받지않고

마치 고립된 요새같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남자가 이곳 팬션에 대해서 한참 설명을 했다.

아내의 일이 아니라면 이런곳을 알기나 했을까? 

산중턱에 자리잡아서 그런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치 그림책속에나 나오는 그런 산속의 멋진 별장같은 그런 풍경이었다.

"혜정씨의 이메일 계정을 보았고, 일부이기는 하지만 문자송수신 내역도

분석을 했습니다."

"모든 내용을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일단 이곳의 위치를

알게되어 나머지 내용분석은 미루어두었습니다."

"확실한것 하나는 이번 이 일박이일 모임에 배교수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배교수라는 사람은 아내를 이쪽 모임에 공급만 해준것 같습니다."

아내는 무슨 물건이 아닌데 공급한다는 말을 하니 좀 이상하게 들렸다.

공급? 아내가 물건인가? 아니면 노예인가….문득 옛날 미국의 노예제도라는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나쁜짓인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자가 우리가 차를세운 건물을 올려다보면서 말을 했다.

"이쪽 별채는 제가 예약한겁니다.

여기를 렌트해놓고 저쪽 옆동에 몰래 들어가서 영상장치들을 설치했습니다.

관리동에서는 손님이 없을때는 여기 올라오지 않고 손님이 묶고 가면

그때나 청소하러 올라오기때문에 아무런 간섭없이 모든일을 마칠수가 있었죠."

"하늘이 도운겁니다….일반 모텔방에 장비설치할때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이 별채까지 빌리셨을정도면 비용이 많이 드셨을텐데…."

남자가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호군씨…..호군씨는 취미가 뭔가요?"

"저…저요…..마땅히…."

그렇다 마땅히 대답할 취미거리가 없었다.

예전에 취미삼아 사회인 야구를 한적이 있지만 그것도 몇년전 이야기이다

"저는 말이죠….사실 저도 마땅히 취미가 없습니다. 하지만…무언가 좋아하는것이

있으면….미쳐버릴정도로 집중을 합니다."

"호군씨 아내일이기도 하지만…이제는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비용같은건 걱정하지 마세요…."

남자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었으나 그때 남자가 아내와 관계를 맺은걸

생각하니 그렇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미안하시다면…..호군씨 나중에….나중에 말이죠

혜정씨랑 딱 한번만이라도…..더 해보고 싶습니다."

"………….."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 남자는 지금 나한테 대놓고 아내랑 한번만 더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세상이 미쳐가고….아내도 미쳐가고…..나도 미쳐가는것 같았다.

"제 물건을 이렇게 만든후에……관계한 모든 사람들중에…..정말 뭐랄까….

미쳐버릴정도로 딱 맞는다는 쾌감을 준게…….그런 느낌을 준게….

혜정씨입니다…."

"요새 잠을 잘 못잘정도로 그립습니다…..혜정씨의 육체가요….."

"버블 스튜디오 사장이 어제밤에 문자가 왔더군요…..이번주 혜정씨와

퍼포먼스를 하지 못해서 미쳐버리겠다고 하더라구요…."

"아내분…..혜정씨한테 미친 남자들이 하나 둘이 아닐겁니다…"

"힘내십시요…."

나는 남자에게 다른 어떤말도 해줄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무언의 허락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힘내라는건 그냥 할말이 없어서 한것뿐인데…남자는 내가 아내와의 또다른

한번의 관계를 허락하는것으로 스스로 결정해버린다.

뭐라 할말이 없었다…정말로…

남자와 차에서 내려서 승합차의 뒷칸으로 갔다.

승합차의 뒷칸은 정말 새까맣게 선팅이 되어있어서 안을 전혀 볼수가 없었다.

앞자리와 조수석에서도 승합차의 뒷칸은 전혀 볼수가 없었다.

뒷칸으로 들어가니 정말 놀라웠다.

영화속에서나 본듯한 자동차였다.

모니터가 여러 개 있었고 각종 전자장비가 가득했다.

운전석도 전자장비가 그렇게 많았었는데 뒷칸은 정말로 전자장비가 더 많이

가득찬 그런 자동차였다.

가운데 빈공간에 의자가 여러 개 있었다.

남자가 의자에 앉고 나도 따라 앉았다.

남자가 전원을 켜자 모니터들에 화면이 들어왔다.

너무도 생생하게 모니터에 화면이 잡혔다.

아마도 저 아래 건물의 내부에 설치한 카메라가 찍어대는 영상을 보는것 같았다.

거실에는 두개의 카메라가 설치된건지 두개의 모니터에 각기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거실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정말 어제 하루에 다 준비하신건가요?"

"정확히는 이틀이죠 조사부터하고 준비까지 한거니까요…"

흥신소 남자가 별일 아니라는듯이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노트북을 이것저것

조작하면서 말을 했다.

"호군씨…사람이 말이죠…정말로 원하는 일이 있으면….그리고 그일에 미쳐버리면

세상에…안될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흥신소 일이 적성에 잘 맞으시나보죠?"

내가 조금은 우매한질문이지만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요….제가 지금 미친 대상은 흥신소 일이 아니라….호군씨 아내..즉 혜정씨

한테 미친겁니다…."

"…….." 

나는 딱히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모니터는 총 네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모니터 두개에서만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지난 이틀동안 작업한겁니다. 하늘이 도운건지 이 팬션은 팬션보다는 

별장이라는게 더 어울리겠더라구요….

관리하는 집이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니 정말 마음편히 작업을 했습니다."

"아직 혜정씨가 오려면 멀었습니다. 아직 거리가 멉니다.…"

남자가 보여주는 노트북 화면을 보자 지도같은것이 나와있고

그곳에 빨간 점같은것이 표시되어 있었다.

"혜정씨의 휴대폰 위치정보 입니다. 아직 오려면 한시간은 더 있어야 겠네요…"

남자와 팬션건물안에 들어가서 한바퀴 둘러보았다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1층은 넓은 거실과 주방으로 

되어있었고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가자 우와 하는 탄식이 나왔다.

티브이에서 가끔 보아온 팬션의 내부였다 2층은 거실가운데 커다란 욕조가 있었다.

2층은 가운데가 거실이 아니라 커다란 욕조를 놓은 가족이나 연인들이 이용하는

그런 곳 같았다. 상당히 멋진 인테리어였다.

남자가 팬션을 데리고 다니면서 카메라가 설치된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1층 거실에 두개의 카메라 그리고 2층 욕조있는 거실에 한대의 카메라

그리고 2층 침실에 한대의 카메라 이렇게 총 4대의 설치된 카메라를

보여주었다.

남자가 거기에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있는줄 알지 겉으로는 전혀 표시가 없었다.

남자의 기술에 다시한번 혀를 내둘렀다.

이층 욕조 앞에는 커다란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창밖의 경치를 보면서 목욕을

할수 있도록 되어 있는것 같았다.

통유리 밖으로 아래쪽 평지에 있는 팬션건물이 보였다.

저 건물에 이따 남자들과 아내가 올것이다…

새로울것은 없었지만….그리도 버블스튜디오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는

무슨짓을 하는지 호기심도 들었다.

"남자가 휴대전화를 보더니 말했다."

"혜정씨가 오고있군요….거리상으로 볼때 30분 이내로 도착할껍니다."

남자와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흐른것 같았다.

남자가 나를 팬션건물 옆쪽으로 이끌었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아래쪽 팬션

건물의 앞마당이 훤히 보였다.

정면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래 팬션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하얀색 승합차가 한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남자가 휴대전화 화면을 보더니 말했다.

"저 차에 혜정씨는 타고 있지 않네요…아마 차가 한대 더 올껀가 봅니다."

하얀색 승합차에서 남자들이 내렸다.

남자들의 대가리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둘….정말 딱 여덟명이었다. 그리고 운전하던 사람까지 내리니

모두 아홉명의 남자들이 내렸다.

버블스튜디오의 남자들이 모두 40대 이상의 나이가 지긋한 남자들이라면

아래 팬션앞에 내린 남자들은 각양 각색이었다.

50줄을 훌쩍 넘긴것 같은 사람도 있지만 30대의 젊은 남자들도 섞인것 같았다.

남자들은 차에서 맥주박스와 이것저것 박스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술과 음식들을 잔뜩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남자들이 부지런히 박스들을 팬션안으로 옮기고 있을때

팬션앞으로 은색 승용차가 한대 들어왔다.

고급 세단이었다.

그리고 차가서고 한참동안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은색차는 진한 선팅이 되어있어서 내부가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먼저온 남자들은 은색차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열심히 상자들만 나르고

있었다.

그때 은색차에서 남자가 내렸다.

세련되어보이는 골프웨어 같은 옷에 단정히 가름마를 탄 머리

그리고 금테안경을 쓰고 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남자의 인상이 정말로 어디선가 많이 본것 같았다.

아……정확하지는 않지만…저 남자 분명히….그남자였다.

아내의 두장의 시디중에서 아내가 많은 남자들과 마지막으로 퍼포먼스를 할때

황금열쇠를 남자들이 아내에게 줄때 분명히 저 남자도 금테안경을 끼고

거기서 같이 박수를 치고 있던것이 생각이 났다.

분명했다.

시디를 지금 다시 볼수는 없지만….너무 단정하고 세련되게 생긴사람이라서

그리고 그때 그 남자들이 다들 배가나오고 볼품없었지만 그래도 개중에

제일 몸매관리가 잘된사람이어서 그랬는지 기억에 오래 남는것 같았다.

그 남자가 내리고 남자가 조수석문을 여니 이런…..

아내가 내렸다.

아내는 아침에 집에서 입고나간 투피스 정장차림 그대로 였다.

무릎위 살짝오는 단정한 투피스정장에 평소보다 조금 높은 하이힐…

분명히 아내였다.

하지만 아내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다.

얼굴전체를 가리는 가면이 아닌 눈만 가리는 가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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