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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설득해 k-pop star 오디션 참가 신청서를 작성한지 몇 주가 지나고, 드디어 예선 1차날이 밝아왔다. 부스 안에서 카메라를 보고 노래하는게 전부이기 때문에 긴장은 되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다고 긴장하는것도 아니지만...

누나가 스케줄상 ‘휘아야! 열심히 하고와~’라고 문자를 보내주었다. 예전에 성의없이 ‘ㅇㅇ’이라고만 답장했다가 케로로펀치라는 이상한 기술 몇 대를 맞고 나서부터 누나에게 보내는 문자는 신경쓰기 시작했다.

[알았어. 응원해줘서 고마워 누나. 누나도 스케줄 열심히하고 오늘 하루도 파이팅!]

문자를 보내고 집을 나선다. 서울 1차 예선장인 잠실운동장으로 가는 도중 사람들이 간혹 나를 쳐다본다. 하긴 전생에서도 나는 미인공의 영향으로 소년 때 별호가 ‘옥면공자(玉面公子)’였지...심지어 현생에서는 태허무령심공으로 향긋한 체취도 나고 말이다. 이러한 시선은 이미 익숙한지라 아무렇지도 않게 시선을 무시하고 예선장으로 향한다.

예선장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이게 다 몇 명일까? 만명? 이만명? 전생에서 정사대전에 참가했을 때에도 무인 삼 천명이 모인 것도 엄청 많아보였는데... 나름 인구쇼크(?)를 먹고는 내 차례를 기다린다.

2시간 째 기다리자 곧 내 차례가 다가온다. 내 옆에 앉은 여자아이는 내 앞번호인데 알굴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굳어있는게 무척 긴장하는 것 같다.

‘저러면 제 실력이 안나올텐데...’

보다못한 내가 결국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긴장되?”

“네? 아..아니오...”

말도 더듬는게 ‘나 긴장했어요.’라고 광고하는 것 같다. 저런걸 도와주는게 요즘말로 매너남이겠지?

“킥. 그래? 되게 긴장되보이는데... 잠깐만 날 따라해봐. 후읍하아 후읍하아...”

내 호읍을 따라하는 여자애... 이제서야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 살짝 미소를 짓는다.

“이제 긴장이 좀 풀린 것 같아?”

“네. 조금..”

“혹시 믿는 종교 있어?”

첫 만남부터 종교를 묻는 내 모습...본래라면 이상하겠지만 소녀는 못알아차린건지 신경을 안쓰는건지 그냥 대답해주었다.

“저 하느님 믿어요...”

“그래? 그럼 너 시작하기 전에 기도할래?”

“네? 네...그래요 그럼...”

내가 예수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기도를 하자고 한 것은 그녀의 긴장을 완전히 풀어주기 위해서다. 바로 나만의 심공 태허무령심공을 통해...

“손 잡아.”

“네...”

“우리가 각자 믿는 신께 빕니다. 오늘 저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오디션을 보러 왔습니다. 많은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그동안 노력해왔던 것들이 헛되지 않게 제 실력이 나오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마주잡은 손을 통해 내 순수한 기운이 소녀의 몸을 한 차례 순환한다. 이정도면 긴장이 완전히 풀렸겠지?

“이제 긴장 풀렸지?”

“네!”

“하하 잘됐다. 그럼 열심히해!”

그렇게 그 여자애를 부스 안으로 보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내 옷깃을 잡는다.

“저기...이름하고 나이 좀 알려주세요...”

“내 이름은 서휘야. 성이 서씨고 이름은 휘. 열 여덟 살 이고. 너는?”

“전 16살, 이하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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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대에 살면서 많이 놀라면서도 좋아라했던 것은 수 많은 음악장르와 악기, 그리고 체계화된 음악이다. 전생에서는 악기와 음악 양식 모두 대동소이(大同小異)하고 작곡을 해도 내가 음을 기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따라하지 못했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음황(音皇)이라는 별호도 얻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현대의 음악은 따라하기도 쉽고 전생에서 보다 많은 음악을 작곡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두 번째 삶을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무인이 아닌 일반인들을 상대로 음공을 펼치기 때문인지 사람들을 좀 더 쉽게 감동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나는 특정 음악장르만을 고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주 연주하는 장르는 락과 포크음악이다. 락은 사람들을 흥분시키는데 탁월한 장르이다. 가수와 청중 모두 다같이 노래를 즐기면서 부를 수 있다. 포크는 전생에서 내가 금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추억일 상기시키기 때문에 끌린다. 비록 현재 금은 연주할 기회가 없지만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각설하고... 부스 안에 들어가자 스테프가 카메라를 보고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이제 부를까요?”

“예. 시작하세요.”

내가 부를 노래는 Maroon 5의 This Love이다. 2003년에 발표된 곡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초대박을 친 Maroon 5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이다. 

[I was so high I did not recognize...]

누군가가 인간의 목소리는 그 어떤 악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천상의 악기라고 말했다. 나 또한 그 사람의 말에 동의한다. 지금 내 목소리가 바로 천상의 악기이기 때문에.

[The fire burning in her eyes. 

The chaos that controlled my mind.]

음림곡의 음공은 독보적이다. 보통 음공의 원리는 음에 기를 실어서 귀의 고막을 터트려 불구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고수가 된다면 마치 고난도 수법의 장법처럼 내부 장기를 터트릴 수 있다. 그러나 음림곡의 음공 원리는 상대방의 뇌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 인체의 명령자인 뇌를 조종 혹은 파괴함으로써 상대방을 즉시 불구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이것은 적을 상대할 때의 이야기이고, 풍류를 즐길 때는 사람들의 뇌를 자극해서 나의 노래에 공감하게 만든다.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게. 그리고 음림곡의 무공이 이 시대에 처음으로 실현되려 한다.

[This love has taken it's toll on me.

She said goodbye too many times before.

And her heart is breaking in front of me.

I have no choice cause I won't say goodbye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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