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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의 관계 이론 중에서 ‘흔들다리 효과’라는 것이 있다. 바로 공포심을 느낄 때 이성이 함께 있으면 곁에 있는 이성을 좋아하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하이와 내가 2번 만난 것 치고는 이렇게 빨리 친해진 것도 혹시 흔들다리 효과 때문일까? 나름대로 친해진 하이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웃음짓고는 무대위로 올라간다.

무대 위로 올라가자 대한민국 3대 엔터테이먼트 대표들이 보인다. 왼쪽에서부터 보아씨, 양현석씨, 박진영씨... 이들의 실력은 내게 못미칠 것이 뻔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목적은 완성된 보석이 아닌 원석을 발굴해 내는 것. 내 실력을 감추고 스테이지가 올라갈 때마다 내 실력을 점차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와~ 미소년이네 미소년!”

“무슨 좋은일 있어요? 웃는게 매력적이네요.”

보아씨와 양현석씨가 처음부터 내 외모를 칭찬해주신다. 

“네? 하하... 아니예요.”

“그럼... 무슨 노래 할거예요?”

“Maroon 5 의 This Love를 준비해왔습니다.”

양현석씨의 시작하라는 말에 나는 무대 위에 준비된 키보드 앞에 앉았다. 집에서 연습한 것은 피아노이기 때문에 키보드에 익숙해지려 잠깐 반주부분을 쳐본다. 그리고 한 번 숨을 내쉬고 연주를 시작한다.

음림곡에 들어가면 제일 처음 배우는 것은 바로 ‘이해’이다. 남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상대방의 기분에 따라 내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쁠 때 슬픈노래를 하고 슬픈데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면 당장 미친놈으로 취급되기 딱 좋을 것이다.

이해를 배우고 어느 정도 완숙의 경지에 들게 되면 배우는 것이 ‘전달’이다. 가사를 전달하고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나는 이것을 이번 무대에서 보여줄 생각이다.

[This love has taken it's toll on me.

She said goodbye too many times before.

And her heart is breaking in front of me.

I have no choice cause I won't.

say goodbye anymore.]

어느새 하이라이트 부분이 끝나고 간주 부분, 내 키보드 독주부분이 시작된다. 피아노(키보드)의 묘미는 바로 화음에 있다. 다른 악기들과는 다르게 혼자서도 수 백, 수 천가지의 화음을 만들 수 있는 악기가 피아노(키보드)이다. 그리고 피아니스트도 뺨칠 내 실력을 통해 아름다운 화음이 나온다.

[I'll fix these broken things.

Repair your broken wings.

......

Every inch of you.

Cause I know that's what you want me to do.

This love has taken it's toll on me.

......

I have no choice cause I won't say goodbye anymore]

노래를 다 끝내고 심사위원들을 살짝 바라보았다. 보아씨나 박진영씨는 감탄하는 것 같고...유일하게 양현석씨만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놀람’이라는 감정이 내게 전해진다.

“와... 만 17세가 맞나요? 서휘군. 뭐라고 흠잡을 데가 없는 것 같아요. 음색도 깨끗하고 음정, 박자, 리듬은 물론 가사전달, 감정전달에 키보드까지... 모든게 그 나이 또래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서휘군이 이번 오디션 우승 후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양현석씨 말처럼 모든게 완벽하고 말이죠. 정말 사람처럼 보이지 않네요. 다만 충고할 점은 이번 오디션을 통해서 그 나이 또래에서 비교했을 때만 최고가 아닌 정말 모두를 통틀어서 최고가 됬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혹시 서휘군은 바이브레이션을 못하나요?”

"아니요. 할 줄은 아는데, 왠만하면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요."

"음...사실 바이브레이션이 노래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바이브레이션은 같은 음을 길게 끌어주기 위해서 하는건데, 서휘군 같은 경우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바이브레이션은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결론은 너무너무 잘했다는 거예요. 하하"

“음... 제가 저 나이였을 때 보다 서휘군이 나은 것 같아요. 아니 확실히 나아요. 정말 제가 드라마 볼 때 숨도 안 쉬고 볼 때가 있는데 서휘군 노래도 숨도 안 쉬고 들은 것 같아요. 정말 잘 들었습니다.”

양현석씨, 박진영씨, 보아씨의 칭찬 릴레이를 들은 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무대 뒤로 나온다. 무대 뒤로 나오자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휴...사실 합격 스티커를 받으면 세러머니를 뭘로 하지...라는 생각에 고민을 잠깐 했었는데 어머니가 계심으로 인해 그냥 껴안는 것으로 세러머니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본선 1라운드를 가볍게 통과하고 이제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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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다음 참가자 세팅 중 잠깐의 쉬는 시간-

“와...아까 그 남자애 대박이지 않아? 완전 우승 후보던데... 벌써 우리 YG에 데려가고 싶은 생각이 쑥쑥 든다.”

“그러니까요. 비주얼도 대박에 노래까지 잘부르니...이 친구 진영오빠나 현석오빠한테 내주기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호호.”

“난 벌써 다음 스테이지가 기대되는거 있지? 아! 다음 참가자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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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본선을 합격 한 후, 집에 들어와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합격 소식을 전한 후에 침대에 누워서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해본다. 그러고보니 하이는 합격 했을려나? 합격하면 좋을텐데...하이의 합격 여부를 궁금해 하면서도 어느 순간 내 연애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여자를 밝힌다고 하더니 아무리 내 정신연령이 130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18년간 이 신체로, 서휘로써 살아가면서 정신도 여기에 적응하는 것인지 젊은 여자에게 시선이 간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내 여자친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좀 오버지...여러 잡생각을 하면서 점차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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