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6 (7/118)

l:\소설 1\새 텍스트 문서 (06).txt

************************************************************************

윤도현씨가 밀착 오디션과 본산 2라운드 랭킹오디션에 관한 설명을 해준다. 밀착 오디션은 자기가 가고 싶은 엔터테이먼트에 가서 자신의 기량을 테스트 하는 것이다. 이 오디션을 통해 탈락 위기 스티커를 받은 사람은 더 열심히 연습하고 랭킹오디션에 임하면 된다.

누나의 충고에 따라 나는 SM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누나 얼굴도 볼 겸해서. 사실 나는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내 누나가 소녀시대 서현임을 밝힌 적이 없다. 당연히 k-pop 오디션 신청서에도 가족관계는 제대로 기입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숨길 수만은 없지만 처음부터 ‘내 누나가 서현이다!’라고 광고하면서 오디션에 참가하면은 보기 좋지 않을 것이다.

어찌됐든 나는 SM을 가기로 했고, 아쉽게도 하이는 JYP에 간다고 했다. 헤어지기 전에 우리는 그 동안 몰랐던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서로를 응원하면서 헤어졌다. 2박3일 간 진행되는 이번 오디션. SM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기분 좋은 설레임이 느껴진다.

SM에 도착하고 나서 회사를 구경하고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중에는 누나를 만날 수가 없으니 이 시간을 활용해야 할 것 같다.

[누나. 나 SM도착. 누나 어디야?]

[나 연습실. 안무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찾아갈게. SM후문에 가서 있어^^]

SM 후문에 가서 5분정도 기다리자 누나가 나온다. 그런데 저기 뒤에 몰라 따라오는 듯한 2명의 여자도 보인다.

“누나 저 뒤에 2명은 누구야?”

“누구? 헉. 언니들!”

뒤에 몰래 온 누나들은 소녀시대의 리더인 태연누나와 서현누나를 제외한 막내 윤아누나이다. 태연누나는 몰래 따라왔으면서 미안해 하기는 커녕 적반하장식으로 나를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왜 그래? 우리가 못 볼 것이라도 봤어? 그런데 누구야? 소개는 시켜줘야지.”

“안녕하세요? 서현누나 동생인 서휘입니다.”

“뭐야! 서현이 너 이렇게 잘생긴 동생을 두고서 지금까지 소개도 안시켜준거야?”

나를 소개시켜주지 않았다고 서현누나에게 화내는 윤아누나. 셋의 투닥거림을 보자니 누나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누나들과 함께 근처 카페로 가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카페에서 누나들이 ‘피부 관리 어떻게 하니? 나보다 좋은 것 같네.’, ‘인터넷에서 봤는데 노래 되게 잘부른다고 소문 났던데? 어떻게 연습한거야? 혹시 서현이가 알려줬어?’ 등등 질문을 하고 나는 예의 바르게 답한다. 적어도 누나 얼굴에 먹칠은 하지 말아야지. 이 외에도 ‘여자친구 몇 번이나 사겨봤니? 여자들 꽤나 울리게 생겼는데?’, ‘혹시 내 동생 안할래?’ 등 곤란한 질문도 몇 번 받아봤지만 미꾸라지처럼 잘 넘기고 다시 SM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부를 노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노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사람들에게 내 감정만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편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한다. 이런 느낌이 들게 하는 방법은 음공에서 감정의 ‘전달’로는 힘들다. 그보다 위에 윗 단계인 ‘주입’을 해야하지만 이제 겨우 본선 2라운드. 벌써부터 고난이도의 음공을 쓰기에는 아깝고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전달’로 감정을 일으켜야 하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무의식속에 묻혀두었던 전생에서의 약왕(藥王)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운휘 자네 잠깐 나 좀 도와주겠는가? 이번에 정사대전으로 사상자가 많아 우리 약왕곡이 하루도 쉴 날이 없다네.]

[나는 의술의 ‘의’자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도와주겠는가? 그리고 풍류음황인 내가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곳에 무엇하러 가겠는가?]

[내 이번에 약왕곡에서 기르던 약초에다가 한 번 실험을 해봤는데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네. 약초에 기쁜 음악을 들려주면 약초가 더 잘 자라고 슬픈 음악을 들려주면 시들해지는게 아닌가. 이걸 이용한다면 무인들의 상처도 좀 더 빠르게 회복하게 될 걸세. 하물며 음황(音皇)인 자네가 해준다면 그 효과를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허참. 자네 뭔가 착각하고 있나본데, 겨우 그깟 실험결과 따위로 나를 불러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어림도 없네.]

[내가 그럴 줄 알고 또 준비해온게 있지. 이것만 하면 아마 자네 음공의 성취도 향상될걸세. 자네 요즘 정체기간 아닌가. 믿져야 본전이니 딱 한 번만 나를 따라와보게. 정 아니다 싶으면 그냥 떠나면 되지 않은가.]

[알았네 알았어. 자네가 그렇게 조르니 내 한번 가봄세.]

그렇게 나는 약왕과의 대화를 나누고 약왕곡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인체를 연구하다보면 인간의 소우주에 한없이 감탄하고 의문이 들게 된다네. 이번 정사대전에서 양패구상한거는 자네도 알지? 그렇기 때문에 여기 모인 대부분의 무사들이 슬픔에 잠겼다네. 함께 하던 친우가 죽었는데 슬퍼하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지. 이들의 빠른 치료를 위해 아까 설명한 연구를 적용하려면 이들에게 편안한 음악을 들려줘야 할 텐데 자네의 실력 이상이 아닌 바에야 음악을 들려주면 저들은 짜증만 낼 걸세. 자기 기분은 슬픈데 남은 편안한 노래를 부르니 말일세. 그런데 자네 그거 아는가? 인간은 참으로 사회적인 존재일세. 내 옆에 한 사람이 웃으면 나도 모르게 웃게되고 울게되면 나도 모르게 슬픈 느낌이 난다네. 내가 자네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은 이걸세. 이걸 가지고 자네보다 한참 아래의 경지로도 여러 사람을 치유할 방법을 찾아보게나.]

그래...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전달’로도 충분히 편안한 느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