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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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밀착오디션. 내 차례이다. 사실 ‘전달’은 말 그대로 내 느낌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난 이런 느낌인데 넌 어때?’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전달을 통해서 전달보다 위에 윗단계인 ‘주입’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약왕곡에서의 깨달음을 통해 더 이상 음공에서 구분이 없어졌었지...

“서휘야. 이번엔 무슨 곡을 준비했니?”

밀착오디션의 시작. 보아씨가 친근하게 내게 물어온다.

“이번엔 자작곡을 준비했는데요. 제목은 ‘선인장’입니다.”

“그래? 음... 한번 들어보자.”

기타를 잡고 잠깐 손을 풀으려 살짝만 연주해본다. 그리고 헛기침으로 목을 푼 뒤, 노래를 시작한다.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 하게만 주고...]

여자는 남자보다 감정에 민감하다고 알려져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남자나 여자 모두 감정을 느끼는 정도는 똑같다. 그런데 그 차이가 나는 이유는 남자는 어렸을 때 ‘울면 안돼’ 등 남성적인 교육을 받았고 여자는 ‘인형놀이’등 여성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즉 나처럼 사람들을 굽어볼 수 있는 경지에 있다면 남자나 여자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남자든 여자든 한 명만 내 노래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만 있다면 곧 그 느낌이 퍼져 나간다. 세상을 오시하는 내 경지와 여자인 보아씨의 존재는 내가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는 놀이터이다. 그리고 나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온 것이다.

“짝짝짝”

“와...완전 힐링뮤직(Healing Music)인데? 내 마음이 다 편안해지네.”

“서휘야 너무너무 잘했다.”

보아씨의 환호와 박수 그리고 특별 심사위원인 강타와 동해씨, 안무가 심재원씨가 모두 칭찬을 했다. 결국 밀착오디션은 내 놀이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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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반전소녀! 밀착오디션은 잘했나?]

반전소녀는 하이가 1라운드 무대에서 얻는 별명이다.

[응. 나보고 소울풀(Soulful)하다던데?]

하이의 결과가 궁금해서 날린 문자 메세지. 하이도 생각보다 잘했나보다.

[근데 오빠, 요즘 저 이상하게 긴장이 안되는거 있죠? 저번에 대기실에서만 해도 엄청 긴장했었는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졸려보인다고 그러고...]

[그래? 이제 적응했나 보네 하하.]

사실 하이의 문자를 보고 뜨끔했다. 후천심공의 기는 자연에서 얻은 것이라 내 몸이 남의 몸에 가면 밖으로 나가려는 성질이 강하다. 그런데 선천심공의 기운은 다른 것일까? 선천심공의 기운을 맛 본 하이가 이제는 안 떨린다고 한다. 이제 조심해서 사용해야겠네...

이제 내일이면 본선 2라운드를 시작한다. 본선 2라운드는 조별심사이다. 기타조, 키보드조, 파워보컬조, 그룹조, 어린이조 등등 특징이 유사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심사를 본다. 그런만큼 아마 돋보이기 힘들 것이고, 평범하다고 평가받는 순간 탈락일 것이다.

기타조끼리 모여 내일 있을 무대 연습을 하는 도중에 꽤나 잘하는 친구가 눈에 보인다. 박제형, 김우성... 당연히 나에게는 상대가 안되지만 일반인 기준에서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서로 노래를 부르고 I'm Yours도 같이 불러보고... 서로 파이팅 하면서 내일 랭킹오디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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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조금 있으면 시작하네. 오빠 1조지? 조금 있으면 시작하니까 엄청 떨리겠다.”

문자 메시지를 나누다가 하이에게 말을 편히 하자고 한 이후 부터는 나를 마치 친오빠 대하는 한다.

“그러게..”

“뭐야. 하나도 안 떨려 보이잖아?”

랭킹오디션 시작 1시간 전. 조끼리 뭉치기 전에 하이와 간단한 말을 주고받는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벌벌 떨었으면서 이제는 나한테 말도 걸고...

“오빠 기타 들고 있네? 저번에는 키보드 치더니... 키보드조 배신한거야?”

“배신은 무슨... 그냥 이번에는 기타로 할려고. 그러는 너는 무슨 노래 준비했어?”

“힛. 비밀인데. 나중에 방송으로 봐. 아! 이제 조끼리 모여야되네. 나중에 봐요!”

방송 녹화 30분 전. 어제까지만 서로 형, 동생하던 기타조에는 침묵이 흐른다. 가장 연장자인 철연이형이 먼저 나서서 파이팅하자고 한다. 조원들이 파이팅은 하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보인다.

기타조에서 제일 먼저 하는 사람은 김우성. 이 형은 세븐의 열정이라는 곡을 편곡해서 부른다. 내가 눈여겨봤던 사람답게 심사위원들에게 칭찬을 받고 돌아선다. 그 다음으로 에디 전, 김철연, 박제형이 연주를 한다. SM에서 같이 밀착오디션을 한 제형이형이 돋보인다. 앞의 두 명과 다르게 이 형은 칭찬을 받고 돌아선다. 그리고 올해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후보에 오른 Bruno Mars의 Grenade를 감성있게 부른 장하늘과 자신의 자작곡을 부르는 이승호, I Don't Care를 부르는 줄리 사브롤의 차례가 끝나고 기타조 마지막 차례인 내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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