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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등장입니다. 하하 방송 스틸 컷 보고 주변 반응이 어때요?”

내가 무대에 오르자 양현석씨가 질문을 해온다. 나는 ‘자기도 인터넷 봤으면 알텐데...’라고 속으로만 투덜대면서도 예의 있게 답한다.

“그냥 몇 일간 정신없이 보냈어요. 하하. 아직 싸인도 없는데 싸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가장 난감했었죠.”

“대답하는거 보니깐 하나도 긴장이 안 되보이네요? 마치 ‘내 노래를 들려주러 왔다’ 이런 느낌? 하하. 서휘군, 이번엔 무슨 노래 준비했어요?”

박진영씨가 내게 살짝 장난스런 말투를 건낸다. 저 멘트 하이한테도 써먹지 않았나? 하이가 말해줬던 에피소드랑 비슷한데?

“음...이번에는 제 자작곡을 준비했는데요, 제목은 ‘선인장’이라는 곡입니다.”

“그럼 시작해주세요.”

박진영씨의 시작하라는 말 뒤에 보아씨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잘 해야되!’라고 말한다. 그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자리에 앉아서 노래를 시작한다.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 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진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편안한 느낌은 사랑이나 이별 등의 느낌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절제를 하고 중도를 지켜야 한다. 적게 표현하면 편안한 느낌이 안 느껴질테고, 많이 표현하면 편안함을 넘어 자칫 졸린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특유의 깨끗한 목소리로 표현되는 가사. 태허무령심공 탓인지 노래에서도 전생에서보다 더 순수함이 느껴진다.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기타 간주부분이 나온다. 악기의 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예인, 요즘 말로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악기는 무사의 검과 같은 것. 무사가 검을 잘 쓰려면 검과 하나가 되는 경지인 신검합일이 되어야 하듯이 나도 악기가 하나가 된다. 그리고 감정을 전달한다.

[<...중략...>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노래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이 감았던 눈을 뜨고서는 웃어준다. 그리고 나도 따라서 미소를 짓는다.

“와...저 미소 진짜 반칙이네... 심사는 이거 한 마디로 해도 될까요?”

“네. 해보세요. 양현석씨.”

“아... 편안하다.”

방송에서 꽤나 직선적인 말을 일삼던 양현석씨가 편안하다고 하니 왠지 기분이 좋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일까? 저들이 나보다 몇 수 아래라는 것을 알면서도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좋은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 말 제가 서휘군 밀착 오디션에서 했던 말 인거 아세요? 정말 서휘군 목소리랑 이 노래는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다시 들어봐도 감동입니다.”

“제가 저번에 서휘군이 This Love를 불렀을 때 또래에서 최강이라고 했었죠? 이번 노래는 전 연령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건반 뿐만 아니라 기타도 잘쓰는 것에 놀랐네요. 다음 경연에서는 왠지 서휘군한테 헨디캡이라도 주어야 할 것 같네요. 하하”

내 노래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끝난 후 기타조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나를 부럽게 쳐다보는 눈길들. 여기서 몇 명이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음악인으로써 고배(苦杯)를 마셔야 한다니 약간 씁쓸한 느낌이 든다.

기타조에서는 역시 나와 김우성씨, 박제형씨 그리고 가까스로 장하늘씨까지 철연이 형을 제외한 모두가 합격을 받았다. 탈락한 형에게 뭐라 말해주어야 할까...

“...형,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거예요.”

동정이 아닌 진심이 느껴지도록 말해 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위로의 말 한 마디 뿐이다.

랭킹 오디션이 끝난 후 떨어진 자들을 빨리 잊으라는 뜻인지 제작진이 합격자들을 위해 에버랜드 케르비안 베이에서 신나게 놀 수 있도록 마련했다. 거기서 기타조 사람들 그리고 하이와 같이 즐겁게 놀고는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해서 부모님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고 누나에게도 합격 소식 문자를 보낸다.

[누나! 나 합격했어. 저번에 누나 만난 덕분에 편히 심사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사랑해 누나!]

[역시 우리 휘아! 누나는 네가 합격할 줄 알았다. 누나도 사랑해!]

남들이 보면 낯 뜨거운 문자를 보낸 후 부모님과 같이 합격의 기쁨을 나눈 후에 내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가 k-pop star 방송 시작이지? 곧 방송될 내용을 기대하면서 다음 무대에서 부를 노래를 생각하면서 잘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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