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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숙소 안-

“서현아, 왜 말 안했어?”

“아니.. 그게...언니들 죄송해요!”

에휴... 결국은 언니들에게 내 귀여운 동생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데뷔했을 당시 우리 그룹 가족끼리 모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내 동생을 꽁꽁 감싸고 간신히 소개를 안시켜줬건만 이렇게 들킬 줄이야... 동생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내가 너무 들떴던 것 같다.

“근데 동생 되게 잘생겼던데? 네가 동생 때문에 남자를 돌아볼 틈이 없었구나. 킥킥”

“그렇게 잘생겼어? 우리 소속사 연예인보다?”

태연 언니의 말에 다른 언니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하긴 내 동생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긴 하지.

“응. 우리 소속사 연예인 중에 샤이니 민호 걔랑 비슷한 나이인데 걔 보다 잘생겼다니까? 키도 한 180 정도 되보이고... 불륨 펌 했는데 완전 귀여워 보이는거 있지?”

하긴 동생한테 볼륨 펌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내가 추천 해줬지. 아 또 휘아가 보고싶네...

“참. 그러고 보니까 네 동생 k-pop star에 나온다고? 그럼 우리 그거 꼭 봐야겠네”

“그래. 그러자. 보아 언니도 나오는데 우리가 안보면 되겠어?”

윽... 자꾸 동생을 언니들에게 노출시키면 안 되는데... 그룹의 막내인 내가 언니들을 저지 할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언니들이 동생이 나온 방송을 보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와... 기사 말에 따르면 잘생겼지, 노래도 잘하지... 여기 정 자매 저리가라 할 정도인데?”

“왜! 나랑 우리 수정이가 어때서!”

“수정이가 어떻다는게 아니라 그만큼 서현이 동생이 뛰어나다는 거야.”

“참. 서현아 그런데 왜 지금까지 동생 우리한테 소개 안 시켜줬어?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거야?”

윽...티파니 언니... 그런 질문은 곤란하다고요... 이 언니는 평소 맹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가끔씩 날카로운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그 순간이 하필 오늘일 줄이야...

“아니... 그게...”

예전에 휘아한테 ‘언니들이 너를 잡아먹을지도 몰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걸 그대로 알려줬다가는 나는 아마 괴롭힘 당하겠지? 방송에서도 이걸로 나를 놀려먹을지도 몰라...

빨리 변명을 생각해내야되 서주현. 내 동생과 내 생존(?)이 달린 일이야.

“음... 사실 동생이 저를 엄청 싫어해요. 부끄러워하고요. 연예인 누나가 있다는게 조금 스트레스인가봐요.”

“그래? 저번에 우리가 카페에서 봤을 때는 전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는데... 보통 자랑하고 다니는게 정상 아닌가?”

“제 동생이 좀 성숙해요. 그래서 자기 누나 얼굴에 먹칠하기 싫다고 제가 누나인 것을 밖에서 한 번도 말한 적도 없고요.”

“아하... 그럼 그럴 수도 있겠네. 동생이 의젓한데? 역시 바른생활 소녀의 동생 답네.”

다행히 태연언니가 속아 넘어가고 그 자리에 없었던 나머지 언니들도 수긍을 한다. 휴...지은아 고마워. 네 에피소드를 이렇게 써먹는구나. 그런데 윤아 언니는 어디갔지?

“언니! 이것 봐요! 꺄악! ‘누나 사랑해’래!”

“뭐가? 뭔데?”

헉. 윤아 언니가 들고 나오는 것은 내 휴대폰. 설마 동생과의 문자를 열어 본 것일까? 아니 그보다 어떻게 패턴을 풀었지?

“주현아. 너 언니한테 뭐 숨기면 금방 들키는 것 알지? 후훗 바른생활 소녀는 거짓말 하면 금방 티나. 그리고 내가 너랑 생활한지가 몇 년인데 패턴을 모를 줄 알았니?”

결국 들켜버렸다. 내가 동생에게 보낸 문자와 동생이 내게 보낸 문자를 보며 꺅꺅 거리는 언니들이 미울 따름이다.

“뭐? 동생이 너를 싫어한다고?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니? 우리한테도 그렇게 숨기고 싶었어?”

“어떻게 남매 간에 이런 표현을 쓰지? 주현이 너 혹시 브라콤 아냐? 아니 혹시가 아니라 확실한 것 같네.”

“시카언니. 혹시 언니도 수정이랑 이런 표현 써요?”

“설마. 아무리 자매이고 아끼는 동생이지만 이 정도는 아니라구.”

내 생에 최악의 날 중 하루일 것 같은 오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날씨는 좋은지... 결국 언니들에게 모든 것을 실토하고 나서야 일단락이 났다.

“뭐야. 막내 말만 들어보면 완전 대박이잖아? 외모에, 노래에 심지어 성격까지 갖췄다니...”

“우리 수정이한테 딱 맞는 신랑감인데? 킥킥”

“악! 그건 안되요! 언니. 우리 휘아는 이제 겨우 18살 이라구요.”

“뭐 어때? 수정이도 18살인데.”

“언니~ 저희 왔어요!”

헉...왜 하필 F(x)까지 숙소에 놀러온가야...

“꺄악~ 얘들아 이거봐봐. 글쎄 막내가 지 동생이랑 이런 문자 주고받는거 있지?”

“서현 언니가요? 와... 완전 쇼킹하네요. 언니한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진짜? 어디 봐봐. 나도 좀 보자.”

동생과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할 것 같다. 휘아야 미안해... 너를 끝내 지켜주지 못했구나. 하지만 걱정하지마. 이 누나가 너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없게 할게... 이렇게 들킨 김에 이젠 그냥 보란 듯이 휘아랑 통화할까? 날씨는 좋은데 내 맘은 점점 헝크러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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