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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이 무대에 오르기 전 양현석씨가 먼저 운을 뗀다.
“이제 최강의 두 팀만 남은건가요? 이 팀 굉장히 기대되네요.”
양현석씨의 기대된다는 말에 하이가 티는 안내지만 살짝 긴장을 한 듯 하다.
“안녕하세요. 서휘입니다.”
“안녕하세요. 이하이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부를 곡은 서휘오빠의 자작곡인 ‘그대와 나, 설레임’이라는 노래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노래를 부르기 몇 시간 전, 붙인 제목. 그대와 나, 설레임. 이 노래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 같다.
“그럼 한 번 들어보죠.”
먼저 내 기타 연주 속에서 하이와 약속했던 애드리브가 나온다. 그리고나서 노래는 내가 먼저 시작한다.
[나 그대가 너무 좋은데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나]
[나도 그대가 너무 좋은데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나]
하이와 내가 서로 노랫말을 한 번 주고 받고 화음이 시작된다.
[사랑해 말하고 싶은데
이렇게 속만 태우다가
그대가 떠나가 버릴까
늘 바보같이 걱정만 하는 우리]
화음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역시 팀원 간의 조직력, 그리고 서로의 영역을 양보하면서 보완해주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는 1달 전쯤부터 안면이 있었고 실력도 뛰어난 만큼 화음도 굉장히 잘된다.
[<...중략...>
그대 눈길보면 당황해서 나 눈을 돌리고
그대 앞에서면 바보같이 얼굴 붉히고
그대를 사랑한다 수없이 연습하고 연습했는데
말도 못하고]
하이와 내가 2절을 부른 다음 회심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짰던 스토리. 서로 눈 마주치면서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연기가 나온다. 그래서 하이를 바라보고 노래를 부르는데 하이의 얼굴이 빨게진다. 내 노래를 부르느라 하이의 감정을 못 알아챘기 때문에 저게 진심으로 빨게 진 것인지 연기로 빨게 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사랑해 말하고 싶은데
이렇게 속만 태우다가
그대가 떠나가 버릴까
늘 바보같이 걱정만 하는 우리]
우리 둘의 콜라보, 표정연기 모든게 만족스러웠던 무대가 끝났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을 바라보니 모두가 미소를 짓고 있고 객석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져나온다.
“아... 외로워.”
“둘이 사겼으면 좋겠다. 이 노래 너무 좋은데? 내 mp3에 소장하고 싶어.”
박진영씨의 외롭다는 말과 보아씨의 칭찬이 나오고 우리는 ‘감사합니다.’라고 고개 숙이며 말한다.
“저번에 말 했었죠? 제가 서휘군한테 핸디캡이라도 줘야 할 것 같다고... 이번 무대로 확실해 진 것 같네요. 하하”
“연습한지 24시간 만에 어떻게 이런 화음이 나올 수 있죠? 특히 둘이 마주보고 노래부를 때는 진짜 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깜짝 놀랄만한 무대였습니다. 혹시 둘이 이성적인 관계는 아니죠? 하하.”
박진영씨의 간접적인 칭찬과 양현석씨의 놀라움이 담긴 평가가 끝나고 하이와 무대 뒤편을 통해 객석으로 돌아가 앉는다.
“하이야, 잘했어. 역시 우리 팀이 대박날 줄 알았다니까?”
“오빠 덕이죠, 뭐...”
하이와 내가 서로 덕담을 주고 받는 사이에 수벌스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이미쉘씨의 소울풀한 목소리와 이승주양의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박지민양의 위풍당당(威風堂堂)한 고음처리와 이정미씨의 진실된 보컬이 돋보인다.
“와... 진짜 잘한다...”
애초에 우리와 장르도 다르고 보컬 방식도 다르다고 하지만 수펄스에게 전해지는 엄청난 환호소리와 칭찬을 듣고 괜히 시샘이 난다. 나도 다음 번에는 파워풀한 노래를 해볼까? 하지만 파워풀한 노래는 나중에 생방송 때 써먹으려고 내버려둔 노래를 단순한 내 시샘만으로 써버릴 수는 없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팀의 재조합 시간. 앞서 말했던 박진영씨의 말과 달리 우리 팀은 유지되고 한 명이 추가되어 수펄즈의 대항마로 꼽혔다. 그 한 명은 바로 거미의 어른아이를 부른 무대에서 감성적인 보컬로 주목받은 최반석씨이다.
팀 재조합 시간도 모두 끝나고 우리 셋은 모여서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바로 수 펄스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음... 제 생각에는 저희가 수 펄스에게 밀린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저희도 파워보컬로 맞부딪히는게 좋을 것 같아요.”
반석이 형과 하이 모두 내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는지 내 의견에 동의해주고 내일부터 바로 연습에 돌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모두 헤어지고 나서 공교롭게도 하이와 나는 집이 같은 방향이라 버스를 같이 타게 되었다.
“하이야, 아마 다음 무대에서는 네가 승부를 결정짓는 역할을 맡을 것 같아. 오늘 무대에서 지민이가 높은 고음을 부르니까 우리 객석에서도 모두 놀란 것 봤지? 분명 심사위원들도 깜짝 놀랐을거야. 수 펄스에서도 그러 다음 무대에서 활용할 확률이 높고.”
“걱정 마, 오빠. 나도 노래 잘부르는 편이라니까? 그리고 내가 못하면 우리 천재 오빠께서 고쳐주면 되지.”
수펄스의 대항마로 떠오른 우리 팀. 내일 연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