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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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펄스는 영화 의 OST를 불렀다. 과연 명불허전. 박진영씨의 평가처럼 이 넷은 노래 올림픽이 있다면 거기에 나가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다. 그리고...

“다음 팀 나오세요.”

라는 말과 함께 우리의 차례가 시작되려 한다.

“형, 걱정하지 마세요. 수 펄스가 역시 저희가 예상했던대로 노래했잖아요. 우리가 실수만 안한다면 분명히 이길 수 있어요.”

“그래... 후... 내가 연장자로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돼는데... 마지막으로 파이팅하고 무대로 올라가자.”

“하나. 둘. 셋. 파이팅!”

그렇게 수 펄스의 대항마인 우리팀. 오퍼짓 펄스(Opposite Pearls)가 무대 위로 올라간다.

무대 위로 올라가자 보아씨와 박진영씨의 ‘예쁘다, 멋있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양현석씨가 노래를 시작하기전 운을 뗀다.

“이 팀 또한 우리 심사위원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팀이죠. 기대만큼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죠. 그럼 자기 소개부터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퍼짓 펄스의 리더 서휘입니다.”

“안녕하세요. 오퍼짓 펄스의 홍일점 이하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오퍼짓 펄스의 제일 연장자이며 정신적 지주를 맡은 최반석입니다.”

우리 팀의 이름이 오퍼짓 펄스라는 것에 대해 양현석씨가 재치있다고 칭찬해준 후 노래를 시작하라고 한다.

“그럼 노래를 들어볼까요?”

양현석씨의 말이 끝나자 각자 위치를 잡는다. 나는 준비된 피아노 앞에. 그리고 하이는 피아노 옆에 살짝 걸터앉고, 반석이형은 하이에게서 옆으로 다섯 발자국 떨어진 정도에 서서 준비한다.

이번에 준비한 노래는 가사가 영어로 되어있다. 팝(pop)적인 요소를 살짝 섞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번 우리의 목표는 복합된 감정을 전달하는 것. 마치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후각이 일반인들 보다 더 발달되듯이 가사를 잘 못 알아듣는다면 감정을 잘 캐치해낼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그러한 점에서 영어를 못하는 양현석씨는 우리의 좋은 타겟이 된다.

내 반주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 내가 먼저 가사를 읊는다.

[I see the crystal raindrops fall 

And the beauty of it all 

when the sun comes shining through 

<...중략...>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if we try 

Just the two of us 

Just the two of us 

Building castles in the sky 

Just the two of us 

You and I]

이번 라운드는 팀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화음도 중요하지만 캐스팅 오디션인 만큼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각자 노래를 할 수 있게 총 3절로 만들었다.

[We look for love, no time for tears 

Wasted water’s all that is 

And it don't make no flowers grow 

<...중략...>

Just the two of us 

Building castles in the sky 

Just the two of us 

You and I]

나의 노래가 끝나고 반석이 형이 이어받는다. 처음에는 긴장한 듯 음정이 조금 떨렸지만 곧 제 페이스를 찾아간다. 나도 뭐에 홀렸는지 기운을 깜박하고 불어넣어주지 못한게 마음에 걸렸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석이 형의 노래가 끝나고 잠시 피아노 간주부분을 거친 뒤 하이의 소울풀(soulful)한 목소리와 함께 3절이 시작된다.

[I hear the crystal raindrops fall 

On the window down the hall 

And it becomes the morning dew 

<...중략...>

Just the two of us 

Building big castles way on high 

Just the two of us 

You and I]

하이의 부분까지 끝나고 시작된 화음. 어제서야 겨우 완성했는데 잘 할지 살짝 걱정이 되지만 한 팀의 리더로서 팀원들을 믿고 노래를 한다.

[Just the two of us 

We can make it if we try 

Just the two of us 

<...중략...>

Just the two of us 

Building castles in the sky 

Just the two of us 

You and I]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화음부분에서 반석이 형이 무리를 하다가 음이탈을 낸 것이다. 연습 때부터 캐스팅이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화음을 깨트리기도 했었지만 어제는 잘 되었기에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심사위원석을 보자 얼굴을 살짝 찌뿌리는게 보였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노래를 이어간다.

노래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기다린다. 녹화장에 박수소리가 가득하지만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는지 반석이 형은 연신 미안한 얼굴을 한다.

“형. 괜찮아요. 겨우 마지막에 하나 실수한 거잖아요. 프로들도 음이탈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마음 편히 가지세요.”

보다 못한 내가 위로를 했지만 형은 연신 불안해 한다.

“잘하셨어요. 아주 잘하셨어요. 서휘군이나 이하이양도 너무나 잘해주었지만 최반석군의 새로운 면을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다행이 칭찬으로 시작하는 심사평가. 그러나 실수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반석이 형에게 질책을 가하는 박진영씨다.

“반석씨가 뭘 잘못했는지 아시죠? 화음부분에서 왜 혼자 그렇게 앞질러가셨어요? 그리고 사실 반석씨가 이번 무대에 묻혀간 점이 없지않아 있어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캐스팅 시간. 무대에 올라가기 전 인터뷰에서 나는 다 같이 붙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남은 캐스팅 가능 인원 수를 보아 한 명은 떨어질 것 같다. 그리고 그 한 명은...

“저희 YG에서는......”

“저희 SM에서는......”

“저희 JYP에서는 패스하겠습니다.”

결국 하이는 YG에 캐스팅이 되었고, 나는 SM에 캐스팅이 되었다. 모두 붙었다면 주현누나의 소원이 이루어져서 기뻤겠지만 2주간 같이 생활했던 팀원인 반석이 형이 떨어졌다는 씁슬함이 더 크게 가슴에 와닿는다.

“...형,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거예요.”

예전에 랭킹 오디션에서 철연이 형을 떠나보낼 때처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위로의 한 마디 뿐이라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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