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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3라운드 캐스팅 오디션이 끝나고 각자 캐스팅 된 회사 대표들과 만남을 가졌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회사 대표님들에게 다음 라운드때 부를 곡을 받는다. 나를 캐스팅한 SM에서는 1:1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셀프 체크 다이어리를 주었다. 그것을 받을 때 보아누나가 ‘너는 다른 애들보다 실력이 좋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적어야되. 그래야 발전을 할 수 있지. 아 그리고 이번에는 너랑 승훈군이랑 묶어서 랩 시킬거야. 이번엔 좀 힘들겠지?'라고 말했다. 마지막 말에서는 장난기가 느껴지지만 역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가수는 뭐가 달라도 다른걸까? 끝없는 발전을 추구하는 모습이 이 세계 가수들을 경시했던 나에게 자극을 주었다.
대표님들과의 만남이 끝난 후, 집이 같은 방향인 하이와 버스를 같이 타고 집에 도착했다. 오늘이 마침 일요일. 기분도 꿀꿀한데 저번에 연습하느라 못 본 k-pop star 2회와 오늘 방송한 3회를 다운 받아서 본다. 2회에서는 이미쉘의 패기있는 무반주 노래와 담담하듯이 노래하는게 인상적인 윤현상, 반전소녀라 불리는 하이의 노래가 눈에 띈다. 또 3회에서는 최고의 잠재력을 가졌다 평을 받은 박지민과 어린 신동 최래성군의 무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방송을 다 본 후 하이에게 한 번 문자를 보내본다.
[하이야, 너 1라운드 때 대기실 구석에서 조용히 연습하던 노래가 Bust your windows였어? 되게 잘불렀네?]
[헐. 이제서야 안 거예요? 하긴 그땐 오빠는 자리에 앉아서 눈감고 가만히만 있었지...]
[너 랭킹 오디션에서는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왜 안알려주는거야? 어차피 방송으로 나올테니까 그냥 미리 알려줘봐.]
[어차피 방송으로 나올 테니까 기다렸다 보세요. 킥]
그렇게 하이와 문자를 한 후 곡을 어떻게 편곡할지 생각하면서 서서히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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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학교에 무사히(?) 갔다 온 후 기타와 피아노를 곁에 두고 곡을 구상하는데 쉽게 되지 않아 짜증을 느끼던 중,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휘야. 너 어제 결과는 어떻게 됬어? 누나가 바로바로 전화하랬지?]
[하하, 누나 미안. 어제는 무사히 잘 했고, 누나가 원했던 SM으로 캐스팅도 됬어. 그러니 조금만 봐줘.]
누나의 전화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누나는 항상 나를 미소짓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휘야 지금 시간 있어?]
[나 연습하던 중이였는데... 왜?]
[아니... 내가 저번에 우리 언니들 소개시켜준다고 했잖아? 오늘 마침 스케줄이 없길래 소개시켜줄라고 했지.]
[그래? 그럼 당연히 없던 시간도 내야지. 어디로 갈까?]
대한민국 최고의 걸 그룹인 만큼 아무리 변장해도 사람들이 알아봐서 거리에 나가기 힘든 누나들 대신 내가 숙소에 찾아가기로 했다.
숙소에 다 도착한 후 누나에게 전화를 한다.
[누나 나 현관문 앞인데?]
“휘아야, 왔어?”
전화를 하자마자 나를 반기면서 문을 열어주는 누나. 그 뒤로 8명의 여자들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서현누나 동생 서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8명과 인사를 일일이 나눈 후 거실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한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누나들이 얘기를 꺼낼 줄 알았지만, 서로 속닥거리기만 하고 본격적으로 얘기를 꺼내지를 않는다. 물론 감각이 발달된 내게는 다 들리지만... 결국 내가 먼저 묻기로 했다.
“혹시... 저한테 궁금한거 있으세요?”
이 말을 꺼내자마자 바로 달려드는(?) 누나들. 저번 카페에서 들었던 질문인 ‘피부관리 진짜 어떻게 해?’와 ‘노래는 왜 이렇게 잘하는거야? 비결이 뭐야?’ 등을 비롯해 ‘우리 서현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 라는 이상한 질문도 던진다.
누나의 소울 프랜드라고 할 수 있는 소녀시대 멤버들에게 대충 대답할 수는 없는 일.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한 뒤에, 누나가 쿠키와 마실 것을 가지러 간 사이 티파니 누나가 내게 부탁을 해온다.
“혹시 이 자리에서 기타치고 노래 불러주면 안돼?”
벌써 데뷔 5년차가 되어가는 가수가 나한테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해오는게 이상했지만 자신들은 기타를 못쳐서 기타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한 번 보고싶었다는 말에 알았다고 한다. 아 그러고 보니 기타를 안가져왔는데...
“그건 걱정마. 서현이가 예전에 용서방한테 기타 선물로 받았었잖아.”
결국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길 1시간. 누나가 ‘휘아 k-pop star 노래 연습해야된단 말이예요. 이러다 휘아 목 상하면 언니들이 책임 지실거예요?’라고 소리치는 덕에 겨우겨우 풀려나왔다.
“미안해 휘아야... 이럴려고 부른게 아니였는데...”
“괜찮아, 누나. 나도 오랜만에 재미있었는걸?”
미안해하는 누나를 달래고 집에 돌아와서 오늘 있었던 일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전생에서 음황이었던 시절, 혼자서 흥얼 거리던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노래를 부르던 무대는 언제나 수 백, 수 천의 관중이 몰려들었었다. 거기에 익숙해진 탓이었을까? 이 세계에 살면서도 k-pop star에서 노래를 불렀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에서 단 한 번도 노래를 부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나는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있었을지도...
‘내가 예인으로써의 본분을 잊은 건 아닐까?’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지다 무아지경의 상태에 든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쾅’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신체가 변화되어지는게 느껴진다. 아기 때부터 선천심공으로 단련한 몸인지라 불순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보다. 전생에서보다는 확실히 덜 하지만 그래도 옷에 때가 묻는게 보인다.
더러운 옷을 빨고나서 침대에 앉아 몸 속의 기운을 순환해본다. 오늘 얻은 깨달음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는지 6성의 경지를 지나 태허무령심공에서 말한 화경의 경지인 7성의 기운이 느껴진다. 전생에서 서른 중반 즈음에 이루었던 화경이라는 경지를 이 세계에서 18살 끝자락에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