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 (17/118)

l:\소설 1\새 텍스트 문서 (16).txt

************************************************************************

나름대로 랩에 대해서 강의도 듣고 기계도 배워보고, 카메라 테스트 등을 하면서 4일을 바쁘게 보낸 후, 캐스팅 오디션 파이널 D-2인 오늘 밤. 보아씨와의 최종 점검이 있다. 김우성씨, 백아연씨, 이승훈씨 그리고 나와 함께 카페에 앉아 각자가 만든 곡을 mp3를 통해 들어보는 보아씨.

“음... 너희가 준비한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별거 아니라면 너희는 분명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하긴 하지만 이왕 믿는거 너희들을 끝까지 믿는다.”

옆에 앉은 사람들도 걱정되면서도 기대된다는 듯이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그렇게 참가자들에게는 지옥같은 캐스팅 오디션 파이널이 다가왔다.

우리의 곡에는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 무대를 맡는게 최상책이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되었다. 우리의 공연 순서를 확인하고는 내가 음향감독님께 따로 모종의 일을 부탁하고는 다른 참가자들의 공연을 보기도 하면서 우리가 준비한 노래를 연습하기도 한다.

“오빠, 이번에는 무슨 자작곡이에요?”

옆에 앉은 하이가 내가 묻는다. 항상 자작곡을 준비했기 때문일까. 이제는 너무나 당연스럽다는 듯이 어떤 자작곡을 준비했냐고 묻는 하이이다.

“랩이야.”

내 말에 깜짝 놀라는 하이. 그 모습이 나름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가 랩을 한다고요? 되게 기대되는데요?”

랩을 준비했다는 말에 오히려 기대된다는 하이의 말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현상씨의 자작곡과 박지민양의 폭발적 무대. 그리고 리듬을 갖고 노는 듯한 이미쉘씨 등의 무대를 보고 마지막으로 하이와 나의 무대만이 남았다. 하이가 무척이나 떨길래 손을 잡아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역시 오빠 손은 뭔가 있는게 분명해요. 오빠 손만 잡으면 안 떨린다니까...”

하이가 그렇게 말하고는 무대 위로 올라간다.

“너, 이하이랑 친해? 부럽다?”

승훈이 형이 살짝 장난을 걸어보지만 ‘무대에나 집중하세요’라고 말하고는 하이를 바라본다.

하이는 예상외로 락 장르의 ‘너를 위해’라는 곡을 불렀다. 남자도 따라하기 힘든 곡인데다가 평소 소울장르를 추구하던 하이가 락을 한다는 것에 꽤나 놀랐지만 하이는 굉장히 잘해주었다. 박진영씨가 비록 이번 라운드에서 최고로 잘한 것은 아니였지만 자신에게 생소한 장르에 도전했다는 것을 높이 산다고 하면서 하이를 캐스팅해갔다.

내 생각에도 자신이 잘하던 고음을 부른 박지민양보다 처음 락 장르를 접해본 하이가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곧 우리차례. 심사위원들의 말 소리가 들린다.

“승훈이하고 서휘를 묶었어? 게다가 랩을 해?”

“네. 한번 고생 좀 해보라고 그렇게 묶었어요.”

“잘 묶었네. 잘 묶었어. 되게 기대되는데?”

양현석씨의 기대된다는 말 소리가 들리고 박진영씨가 “다음 참가자 들어오세요.”라는 말에 내가 형의 손을 잡고 살짝 기운을 불어 넣어주면서 ‘화이팅’을 해준다.

“와우... 의상이 되게 잘 어울리네요?”

이번에 가사에 맞춰 춤을 추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가사에 나온 대로 의사가운을, 승훈이 형은 셀러리맨처럼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사실, 저도 이 팀의 완성된 곡을 들어보지 못했어요. 보여달라고 해도 지금 보면 재미없다고 보여주지도 않고... 만약 이번에 저를 놀래키지 못하면 괘씸해서라도 탈락시킬테니까 열심히 하셔야되요. 알았죠?”

말로는 괘씸하다고 하는 보아씨이지만 눈빛으로는 우리를 걱정하는게 보인다. 그리고는 내가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뒤 노래 부를 준비를한다.

“저희가 준비한 곡은 자작 랩이고, 노래 제목은 ‘행복합니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노래 부를 준비를 하자 각자 이어폰을 끼시는 심사위원님들. 내가 음향감독님께 부탁한 두 가지중 하나가 이 이어폰이다. 심사위원들이 이어폰을 낀 것을 확인 하고는 음악을 틀어달라고 사인을 보낸다.

[난 책상을 다시 정리하고

새로나온 프로그램 설치하고

아들에게 전화해서 괜찮냐고 묻고

<...중략...>

걷고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치고

아 죄송합니다 말하고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또 입을 다물고 소리쳐]

내 랩에 승훈이 형이 춤을 춘다. 어느새 랩을 다 읊고는 랩을 할때와는 다른 목소리로 내가 후크(hook)부분을 노래한다.

[나 지금 하고있는거에 맞춰 그런거죠 

근데 왜 자꾸 이렇게 눈물이 나죠 

도대체 왜]

사실 이번 곡은 원래대로 하자면 3명이 필요한 곡이다. 하지만 우리는 둘 뿐이기에 임시방편으로 후크부분은 내가 하얀색 반가면을 쓰고 부르기로 했다.

[책상에 졸다가 일어나고 화장실로 걸어가 세수하고 

테이블의 차트를 정리하고 

흰가운에 청진기를 손에 잡고 

<...중략...>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말하고 괜찮을꺼에요 웃어주고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도착해 

담배를 물고 가슴을 부여잡고 오늘도 소리쳐]

내 후크부분이 끝나고 승훈이형이 랩을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춤을 춘다. 그리고는 다시 후크부분을 부르고 이제 하이라이트 부분을 준비한다. 먼저 각자의 가사를 읊는다.

[오늘부터 담배를 끊어야지 새로운 것을 배워야지 

이 회사에서 한 획을 그어야지 오늘도 숨죽여살아야지]

내가 먼저, 그 뒤에 형이 가사를 읊는다. 

[오늘부터 긴 한숨을 쉬고 차가운 물로 목을 적시고 

이 어린 아이의 손목을 손에 쥐고 

설마 제가 당신을 버릴까요]

그리고는 하이라이트 부분. 먼저 읊은 가사들을 각자 엇박으로 읽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음향감독님께 두 번째로 부탁했던 것이 바로 내 목소리는 오른쪽 이어폰으로, 승훈이형 목소리는 왼쪽 이어폰으로 들리게 해달라는 것이였다. 그리고 이것이 안됬으면 곡이 조금 어색해질 수도 있었으나 역시 SBS답게 따로 장비가 있어서 가능하게 되었다.

[오늘부터 담배를 끊어야지(오늘부터 긴 한숨을 쉬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지 (차가운 물로 목을 적시고)

이 회사에서 한획을 그어야지 (이 어린 아이의 손목을 손에 쥐고) 

오늘도 숨죽여살아야지(설마 제가 당신을 버릴까요)]

우리가 기획했던 것은 바로 가사를 엇박으로 불러서 ‘숨을... 끊어야지...’, ‘목을...베어야지(베워야지)’ 등 잔인한 가사가 나오도록 한 것이다. 이것을 두 번 반복한 후 노래 제목과 같은 가사라 노래를 마친다.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죽을만큼 행복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