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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부모님께 연락 드려서 먼저 상황을 알려드리고 인터뷰에서는 이 노래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곡이고,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말해 놓았다.
“야. 잘 진행되가냐? 킥”
윤현상... 저 자식은 ‘먼지가 되어’가 언터쳐블인 곡임을 알고 나서는 저렇게 나를 볼 때마다 피식 웃는다.
“잘 되가니까 신경쓰지마라. 나중에 못했다고 질질 짜지나 말고 니꺼에나 신경써.”
분명 저녀석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예의바른 소년이었는데... 저녀석만 보면 괜히 입이 거칠어진다.
“오빠들은 안 떨려요? 난 떨려 죽겠는데...”
오랜만에 같이 앉은 하이가 우리한테 묻는다. 난 하이가 떨린다는 말에 어깨를 주물러주는 척 하면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저 자식만 아니였으면 긴장했을텐데 말이지...”
하이에게 그렇게 말해주고는 오늘 공연할 노래를 생각해본다. ‘먼지가 되어’를 듣다 보면 왜 언터쳐블인지 알 수가 있다. 고(故)김광석님 만큼의 느낌을 살릴 수 없으니까. 물론 나는 제외하고 말이다.
이번 곡의 편곡은 락 장르로 하였다. 먼지가 되어서라도 당신에게 날아가겠다는 서글픈 의지를 표현했다고 해야할까... 하여튼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는 칼립소 리듬과 서정적인 사운드로 편곡을 해서 내 깨끗한 목소리와 잘 어울리도록 함으로써 시청자 투표의 주 대상인 2~30대뿐만 아니라 4~50대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생방송이 시작하기 6시간 전 쯤에 무대에 도착해서 메이크업 받고, 리허설도 해보고, 준비해온 곡을 연습 하면서 기다리니 어느새 생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공연하기 전 윤도현씨가 인터넷 사전투표 순위를 말해주는데 내가 1등, 하이가 2등을 차지했다.
공연 첫 차례는 백지웅. 이 형은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라는 곡을 부르고 혹평을 받았다. 그 뒤로 이미쉘, 백아연, 박지민은 호평을 받아 높은 점수를 얻었고, 이승훈, 박제형, 김나윤, 이정미, 윤현상, 이하이는 혹평을 받아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 내 차례. 시청률 때문인지는 몰라도 온라인 사전 투표에서 1위를 받는 내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되었다.
내가 공연 셋팅을 하자 전날 내 인터뷰 내용과 부모님 인터뷰 내용이 나온다. 내일이면 아마 난리가 나겠지. VJ가 찍은 가족 사진 속에서 서현 누나의 모습이 보이니깐 말이다.
역시나 가족사진이 나오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쓰지 않고 나는 기타를 메고 무대 위로 나갈 준비를 한다.
내 소개가 이어지고 무대에 올라가 인사를 한다. 그리고 내 기타와 드럼만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바하의 선율에 젖은 날이면
잊었던 기억들이 피어 나네요
바람에 날려간 나의 노래도
휘파람 소리로 돌아 오네요]
‘먼지가 되어’의 도입 부분은 잔잔하다. 그런 만큼 내 목소리도 본래의 깨끗한 목소리로 불러 감성을 돋운다.
[내 조그만 공간 속에 추억만 쌓이고
까닥모를 눈물 만이 아른거리네]
작은 가슴은 모두 모두와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곡의 중간부분. 점점 노래의 감정이 격해지고 내 목소리도 조금씩 더 슬프게 변한다. 1절이 끝나자 내 기타에 본격적으로 밴드 소리가 더해져 들려온다. 밴드 소리에 더해 1절과 같은 가사를 부르고 간주부분. 내 기타 솔로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다. 그리고 곡의 끝맺음 부분에서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스캣을 반복적으로 내뱉는다.
[뚜뚜루두 뚜뚜루두 뚜뚜루두 뚜바
뚜뚜루두 뚜뚜루두 뚜뚜루두 뚜바]
그렇게 노래를 끝나고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소리를 받으며 심사평을 기다린다.
“아까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서휘군 누나가 혹시 소녀시대의 서현인가요?”
노래가 끝나자마자 보아씨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 노래에 대한 평가가 아닌 가족관계이다.
“네... 하하 여기서 처음 밝혀지네요.”
내 확언의 대답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휘군. 내일 연예기사 1면 장식을 축하드려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연예기사 1면은 서휘군 가족관계도 나오겠지만 오늘 노래에 대해서도 나올 것 같네요. 굉장히 잘 불렀어요. 역시 서휘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할까? 락으로 편곡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나고 서휘씨의 청아한 목소리와 굉장히 잘 매치가 되네요. 그리고 서휘씨의 그 청아한 목소리도 오랜만에 들어보고요.
보아씨의 칭찬에 이어 양현석씨, 박진영씨도 칭찬을 한다.
“서휘군은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서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캐스팅 오디션에서는 랩을, 저번에는 일렉트로닉에 도전하더니 이번에는 서정적인 고딕 락에 도전을 했네요. 오히려 앞으로 서휘군이 도전할 장르가 없어질까봐 제가 걱정이 됩니다.”
“서휘씨는 굉장히 독특해요. 감정 전달이 정확해요. 사람에게는 일곱가지 감정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서휘씨는 그 일곱가지 감정 외에 더 다양한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요. 이번 노래 같은 경우에도 기본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깔려있고 거기에 당신 곁으로 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요.”
그렇게 칭찬을 받고는 오늘 최고의 점수인 95, 97, 96점을 받고는 무대 뒤로 내려간다.
무대에 내려가자마자 동료들이 ‘뭐야 네 누나가 서현? 왜 안알려줬어?’등을 물었지만 내 실력을 당당히 증명하기 위해 숨겼다고 하니까 대충 이해해주고는 모두 무대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오늘 생방송의 탈락자는 평소 실력 기복이 너무도 심한 김나윤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 김나윤을 위해 울어주고는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