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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3차 경연 미션은 ‘내 우상의 노래’입니다.”

제형이 형이 미션지를 받고 모두에게 읽어준다.

우상이라... 사실 내게 우상이라 할 인물은 없다. 깨달음을 얻어 겸손해지기는 했지만 전생에서 음황이였던 만큼 내가 누군가를 존경할 만한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 노래를 불러야하나... 이번 라운드는 선곡부터가 어렵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누굴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고심하다보니 예전에 누나와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휘아야. 저분 정말 멋있지 않니?]

[누구?]

[반기문 UN사무총장님 말야. 같은 한국인으로써 너무 자랑스럽고 멋있어보여. 반기문님이 내 우상이잖아.]

[그래? 보통 가수들은 다른 가수를 우상으로 생각하지 않나? 용화형도 자기 우상이 본 조비(Bon Jovi)라고 하잖아.]

[우상이 꼭 한 명일 필요가 있니? 반기문 UN사무총장님은 내 인격의 우상이시고, 가수로서의 우상은 R.켈리야. 이분 노래는 정말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하나? 내 mp3에 들어있는데 한 번 들어볼래?]

누나에게 R.켈리에 대해서 듣긴 들었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R.켈리에 대해서 인터넷에 쳐본다.

[R.켈리(R. Kelly, 본명:Robert Sylvester Kelly, 1967년 1월 8일 ~ )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 프로듀서이다. 리듬 앤 블루스를 주 장르로 하고 있다. 또한 힙합,레게,소울 뮤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표곡으로는 〈I Believe I Can Fly〉, 〈Bump 'N Grind〉, 〈I'm A Flirt〉,〈Been Around the World〉 등이 있다. 2008년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가장 성공한 가수 50인'중 한명으로 뽑혔다.] - 위키백과 中

박지민양이 K팝스타 본선에서〈I Believe I Can Fly>를 불렀었는데 그게 R.켈리의 노래였나보다.

그렇게 내가 부를 노래의 가수를 정한 뒤 이제 어떤 노래를 고를까 보는 중에 전화가 왔다.

[오빠. 잠깐만 밴치에 나와주시면 안되요?]

전화를 건 사람은 하이다.

“많이 기다렸어?”

전화를 받고 숙소 앞 공원 벤치에 나가자 하이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아뇨. 저도 막 도착했어요.”

“그런데 왜 나오라고 했어?”

나를 왜 불러냈느냐고 질문을 하자 하이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오빠... 혹시 오빠가 가고 싶은 회사가 따로 있어요?”

아직 K팝스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기획사에 대해서 물어오는 하이다.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계속해서 하이의 말이 들려온다.

“오늘 낮에 정미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요, 벌써 기획사에서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심사 보는 3개 기획사는 간접적으로만 말하고 다른 회사에서는 직접적으로 자기네 회사로 오라고요.”

하긴. 그럴 만하다. K팝스타에서 TOP 10에 든 것만으로도 실력은 어느정도 보장이 되어있고 공중파를 탄 이상 얼굴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다른 신인가수들과 달리 마케팅만 잘 한다면 인기를 쌓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이다.

“아직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아직 K팝스타가 진행 중이잖아? 너도 이번 경연에만 신경써야지.”

“그건 그렇긴 한데 정미언니 말 듣고 ‘난 어디 갈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하이가 ‘그리고...’를 내뱉다가 ‘아니, 아니에요.’하고는 입을 닫아버린다.

“왜? 말해봐. 오빠가 다 들어줄게. 우리 소심남매잖아.”

‘소심남매’는 우리가 쇼케이스 때 듀엣을 한 무대를 보고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하이가 소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노래 가사만 보고 지어준 별명인 것 같다.

“그렇죠? 우린 남매죠... 그러니까... 나중에, 나중에 말이에요, 기획사를 선택할 때가 되면... 저랑 같이 가면 안 되요?”

하이의 목소리에서 애써 용기내서 말하는 것이 느껴진다. 생방송이 몇 일 남지 않은 지금, 만약 내가 하이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어쩌면 하이가 이번 경연을 잘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확답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무도 미래의 일은 모르기 때문에 하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글세... 아직 우리가 그걸 논할 시기는 아닌거 같아. 그래도 하이가 특별히 부탁했으니 이 오빠가 별 일 없으면 들어줄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별일 없으면’이라는 조건을 달고는 하이와 곧 헤어져서 다시 숙소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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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어딜 그렇게 다녀오시나? 혹시 그녀를 만나러 간 건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현상이의 장난스러운 목소리. 평소 같았으면 헛소리하지 말라면서 장난을 쳤겠지만 아까 하이가 한 말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선곡을 못 해서인지 현상이의 장난이 귀찮을 뿐이다.

“또 그 소리냐? 나 노래 정해야되니까 방해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는 ‘분명 뭔가 있는데...’라고 중얼거리는 현상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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