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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뒤, 뉴욕에 계신 박진영 사장님과 화상통화로 곡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어우, 너무 좋은데? 이번에도 악기 들고나갈거지? 혹시 기타나 건반 말고 다른 악기 배워둔게 있니?”
“아뇨... 배우고는 싶은데, 배울 기회가 없어서요.”
“그래? 그럼 이번에는 한 번 악기를 안들고나가는게 어때? 너는 항상 악기를 들고나갔기 때문에 이번에 안 들고 나가는 것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게 될 수도 있어.”
박진영 사장님이 악기를 안들고 나가는 것을 제안했지만 전생에서부터 현이나 퉁소 등을 불면서 노래를 즐겼기 때문에 노래를 부를 때 악기가 없으면 어색하다. 이런 이유로 거절을 하고 곡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나눈 뒤 화상통화를 끊고, 원더걸스 누나들과 무대의상 회의를 가졌다.
“이번에는 나름 성인남녀의 이별 후 이야기니까 그냥 정장입고 부를게요. 나머지는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알아서 해주세요.”
나는 간단하게 무대의상 컨셉을 정장으로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원더걸스 누나들이 거세게 반발한다.
“아무리 정장을 입는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만하고 가는게 어디있니? 그거 서현언니한테 배운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옷은 한 번 정도 입어는 봐야지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이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하지. 그리고 혹시 알아? 캐주얼한게 어울릴지도?”
겨우 옷 입는 것 하나가지고 누나의 얘기까지 나오니, 누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은 이상 나로서는 원더걸스 누나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와.. 이것도 잘 어울리네?”
“이것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역시 옷걸이가 되니까 옷발이 사는구나.”
“이거 한 번 입어보자.”
우리 누나도 내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갈 때면 나를 마네킹 취급했었는데 원더걸스 누나들도 그럴 줄이야...
“누나.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요? 벌써 1시간이 넘었는데...”
“이제 한 시간밖에 안 지났어? 우리는 무대의상 정하는데 보통 2시간은 걸린단 말이야. 네가 그렇게 부탁하니까 지금은 놓아주지만 한 번만 더 의상을 대충 정하기만 해. 우리들이 옷 고르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 줄 테니 말이야.”
유빈누나의 말 속에서 과장이 느껴지지만 마지막 말에는 진짜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누나들 앞에서 옷을 한 번이라도 입어보고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 의상도 정했겠다, 이제는 마음 놓고 어제 완성한 곡을 연습하려 하는데 갑자기 유빈누나가 나를 부른다.
“서휘야, 오늘 Miss A가 스케줄이 없는 날인데, 어때 만나볼래? 어제 너가 완성한 곡도 들려줘서 평가도 받아보고 말야.”
Top 8 생방송 경연 이후 수지와는 전화번호를 주고 받고나서 가끔 문자를 하는 사이로 발전(?)을 했지만 서로가 바쁜 탓에 만나지는 못했었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오랜만에 가볼까?’
“그럼 가죠. 누나.”
“역시 너도 남자구나. Miss A 보러 간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오지?”
내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나? 유빈누나의 놀림을 받으면서 Miss A의 연습실로 걸어간다.
“얘들아, 언니왔어!”
보통 방에 들어가기 전 노크를 하는게 예의인데, 이 누나는 참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연습실 문을 확 열어젖힌다. 하긴... JYP는 다들 친하다. 심지어 박진영 사장님도 ‘오빠’라고 부르니 말이다.
“언니 왜 이제 왔어요? 그나저나 서휘는 어딨어요?”
“이게, 오자마자 언니한테 인사는 못할망정 서휘를 먼저 찾네. 니네들 부탁대로 서휘 데려왔다. 옛다, 서휘.”
그렇게 내가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라고 인사를 하니 Miss A분들이 환호해준다.
“‘안녕하세요’가 뭐야. 우리 친구잖아. 빨리 친근하게 인사해봐.”
“너만 나랑 나이가 같잖아. 다른 분들은 누나니까 예의를 지켜야한다고.”
수지의 말에 내가 반박하자 바로 내 옆구리를 꼬집는다.
“아, 알았어. 안녕. 수지야?”
굉장히 형식적인 인삿말을 건네면서 미소를 지어주니 ‘그래. 그렇게 해야지. 앞으로 그렇게 인사 하는거다?’라고 수지가 말하자 Miss A분들이 자기들한테도 누나라고 편하게 부르고 그렇게 인사해 달라고 한다.
“자자, 인사는 그만 나누고. 사실 서휘가 어제 곡을 완성했거든. 그래서 내가 여기서 들려달라고 했지.”
“언니. 진짜 잘하셨어요.”
그렇게 시작된 나름대로의 리허설. ‘완전 좋다.’, ‘작곡 능력 대박.’ 등등의 말을 듣다가 수지가 말한다.
“이번에는 악기 안 들고나가? 왜 그냥 노래만 불러?”
“여기에 악기가 없잖아. 그리고 아직 기타로 할지 건반으로 할지 정하질 않았어. 어떤게 좋을 것 같아?”
내 물음에 유빈누나랑 민누나는 기타를 추천했고 지아누나랑 페이누나는 건반을 외쳤다. 그리고 수지의 발언만이 남은 상태. 사실 무슨 악기를 하던 내 마음이지만 어쨌든 유빈누나가 밀착 멘토링을 해주는 이상 누나의 충고는 담아들을 필요가 있었다.
“난 건반으로 했으면 좋겠어.”
수지는 건반으로 택했다. 내가 ‘그래? 한 번 생각해볼게.’라고 답하자 갑자기 수지의 눈에 불이 나는 듯 했다.
“뭐 생각? 생각은 필요 없고 무조건 이걸로 해. 알았어? 안하면 꼬집힘 당할 줄 알아.”
사실 다음 캐스팅에서는 JYP에 못 오기 때문에 별 걱정은 안 되지만 수지의 귀여운 협박에 ‘알았어. 그렇게 해줄게.’하고는 웃어준다.
“하여튼... 말은 잘해요.”
내가 웃어주자 수지가 얼굴을 붉히면서 작게 대답했다. 그렇게 JYP소속 연예인, 프로듀서분들도 만나서 의견도 들어보고 내 곡도 연습하면서 Top 6의 생방송 날이 되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