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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래는 정해진거야?”
“아니... 나도 이번 컨셉 회의 들아거봐야 알 것 같아. 그래도 이번에는 SM색깔을 입힌다고 했으니 아마 아이돌같은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수정이의 말에 내가 답한다. 아이돌 노래라는게 딱히 정해져있지 않지만 대중적인 노래로 후크송과 댄스 퍼포먼스가 들어 갈 것이라고 예상된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몇 마디 못나눈채 헤어진 F(x)분들을 뒤로하고 이번주 경연 컨셉을 정하러 SM회의실에 간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먼저 와있던 보아누나가 환영해준다.
“드디어 왔구나. 서휘야. 누나는 잘 만나고 왔어?”
“네. 오래만에 만나서 기분이 좋네요.”
“자, 그럼 회의도 기분 좋게 시작해보자.”
평소 자작곡이 특징인 나는 이번에도 자작곡으로 들고 나갈까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경연은 시청자들의 신청곡을 받아서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자, 그럼 시청자들이 신청해준 곡들을 봐볼까?”
시청자들이 신청해준 곡들은 수백, 수천가지이지만 아직 컨셉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르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찾기인 것 같아서 보아누나에게 먼저 컨셉을 정하자고 했다.
“일단 컨셉을 정하고 나서 정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그건 나중에 말하고... 사실 너도 예상했다시피 이번 컨셉은 아이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물론 네가 다른 방향을 원하면 그렇게 해주겠지만... 그래도 SM이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대의 아이돌 기획사잖아? 그런만큼 누구보다도 이쪽 방향에서는 너를 최고로 만들어줄 수 있어. 이번 경연에서 1등해야지. 소속사의 자존심이 걸려있는데.”
역시나 컨셉은 아이돌 쪽. 누나가 대한민국 탑 걸그룹 아이돌인만큼 아이돌 노래를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자주 듣는 편이지만 내가 이러한 노래를 부른 경험은 몇 없기에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한다.
“일단, 서휘군이 혼자인 만큼 무대를 크게 쓸 수 있는 댄스로 구성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서휘군이 가창력도 되니까 가창력도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럼 레이디가가나 저스틴비버 같은 스타일 어때요? 서휘군이랑 잘 맞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서휘군이 꼭 아이돌쪽으로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어느 방송에서나 볼 수 있는 아이돌 스타일보다는 오히려 서휘군이 중독성 있는 노래를 편곡해서 그것을 서휘군만의 스타일로 나타내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그거 꽤 괜찮은데? 서휘야, 넌 어때?”
회의실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토론을 지켜보다가 스타일리스트 누나의 마지막 말에 보아누나가 좋다고 말한다.
“음... 확실히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무대에서 춤추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거든요.”
“그럼 이제 네가 한 번 골라볼래?”
“음... 잠시만요. 조금만 보고요.”
보아누나가 건내준 갤럭시 탭을 넘기는데 이번 컨셉에 꽤나 잘 맞는 곡이 추천되어있었다.
“보아누나, 이거 어떨 것 같아요? 전 이게 끌리는데...”
보아누나의 ‘이거 괜찮을 것 같네’라는 말에 내가 재빨리 기타를 부탁한 다음에 기타를 치면서 가이드 송처럼 흥얼흥얼 거리면서 대충 편곡을 한 노래를 들려준다.
“오, 그거 괜찮은데? 그럼 그걸로 하자. 역시 너는 천재구나. 바로바로 편곡 방향이 나오는 것을 보니까.”
그렇게 편곡 방향을 정한 뒤 SM연습실로 가는데 하이에게 문자가 왔다.
[오빠! 나 내일 라이오 출연한데. 어떡해?]
하이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박진영 사장님의 배려로 하이가 박소현씨가 진행하는 라디오은 ‘러브게임’에 출연한다고 한다.
[그래? 잘됐네. 그런데 잘할 수 있겠어?]
[모르겠어... 심지어 나 혼자 출연인데... 게다가 보이는 라디오래. 지금 완전 긴장중이야.]
문자만 봐도 하이가 긴장했다는게 느껴진다. 그랬기 때문에 하이에게 긴장을 풀어주려 전화를 해본다.
[여보세요? 오빠?]
[응. 너 너무 긴장하는 것 같아서 긴장 좀 풀어주려고 전화해봤어.]
[오빠가 전화해줘서 조금 괜찮아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너무 떨린다. 오빠랑 같이 라디오 출연하면 당연히 안되는거겠지?]
[네가 출연하는 라디오도 박진영 사장님 부탁으로 가는거잖아. 나는 이번에 SM으로 캐스팅 된터라 아마 못갈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응원해줄게. 라디오가서 할말 없으면 나에 대해 막 얘기해도 되고, 정 안되겠음 나랑 전화연결한다고 해.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 그럼 적어도 방송사고는 안내지 않을까?]
[으... 오빠 알았어. 나 진짜 오빠말대로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마.]
[그래그래. 난 네가 방송사고 낼까봐 걱정된다. 그렇게 떨려서 어떻해? 생방송까지 경험한 애가 그렇게 떨어서 되겠어?]
[그거랑 이거랑 엄연히 다르지. 그리고 박소현님은 대선배님이잖아. 내일 어떻게 인사해야되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냥 겸손하게 인사하면 되지. 허리는 90도로 숙이고, 눈 내리깔고. 거기서 뭐가 더 필요하겠어? 너무 걱정하지마. 너 항상 떨다가 막상 방송하면은 잘했잖아. 내일도 그럴거니까 걱정하지말고...]
그렇게 하이랑 통화를 끝내고 다시 내 연습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하이가 라디오에서 그렇게 사고를 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