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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이 끝나고 양현석 사장님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다음 경연에서는 사람들을 울리고 싶다’였다. Top 4 경연에서도 애절한 느낌이 잘 표현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내 실력을 더 들어내기로 한 이상 사람들을 거의 울릴 정도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 네가 만약 다음 경연에서 그럴 수 있다면 세미파이널은 그냥 통과할거야. 그런데 그게 과연 마음대로 될까?”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죠. 하하”
마음속으로는 ‘그냥 하면 되는데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열심히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양현석사장님은 내 포부에 대해 굉장히 흡족해 하시는지 이번 경연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고...
이번 경연에서는 단 3명만이 노래를 부르는 만큼 시간이 남아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영상을 많이 만드는 것 같다. 화요일인 오늘, 열심히 메이크업 받고 가는 곳은 바로 ‘정재형, 이효리의 유&아이’ 녹화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게스트로 참여해서 데뷔체험을 한다고 한다.
유&아이 녹화장에 도착하고 우리 셋은 가수 린 선배님을 만났다. 가서 여러 가지 충고도 듣고, 열심히 하라는 응원도 받았다. 이제 곧 녹화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떨려한다.
“오빠 나 떨려. 막 두근두근 거린다.”
“저두요, 오빠 지금 막 떨려서 미치겠어요.”
여느때와 같이 나는 그저 아이들의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내 기운을 불어넣어 긴장을 풀어준다.
“후... 역시 오빠 손은 약손인가? 어깨만 주물러줘도 긴장이 풀리네.”
“그러게요. 언니. 역시 오빠손이 약손인가 봐요. 나중에 써먹어야지.”
어느덧 린 선배님의 무대가 끝나가고 우리의 차례가 다가왔다.
“요즘 K팝스타 아시죠?”
린 선배님의 질문에 관객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신다.
“그 프로그램의 Top 3분들이 여기 유&아이를 찾아오셨습니다. 박지민씨, 이하이씨. 서휘씨를 소개하고 저는 무대에 내려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린 선배님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가면서 이제 우리가 무대 위로 올라간다. 우리가 무대위로 올라가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프로 가수들만이 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긴장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내 기운을 받고도 긴장한 듯이 조심스럽게 계단을 밟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K팝스타 Top 3입니다.”
내가 이들중 그래도 가장 연장자인 만큼 먼저 운을 땐다.
“네, 처음으로 서휘오빠가 오빠라서 먼저 부르게 됐는데요...”
그렇게 시작된 나의 무대. 나는 그저께 부른 노래인 <남자를 몰라>를 부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서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 90도 인사에 관객들이 박수를 쳐준다.
“제가 부를 노래는 바로 그저께 불렀던 ‘남자를 몰라’라는 노래인데요, 사실 그저께는 너무 떨어서 제가 좀 실수를 했어요. 그런만큼 이번 무대에서는 제 열정과 혼을 담아서 더 잘부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객들에게 약간의 거짓을 말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매번 늦어도 이해할게
누굴 만났니 먼저 묻지 않을게
고집스런 내 사랑
너의 말은 변명이라도 믿고 싶을 테니]
이 노래는 남자의 맹목적인 사랑을 담은 노래이다. 그런 만큼 내 목소리도 애절하게, 그리고 이제는 내 실력을 더 개방하기로 한 만큼 그저께 부른 노래보다 더 애절하게 부른다.
[눈 비비는 척 눈물 닦아내고
다음 약속도 잡을 이유 만들지
니 맘보다 한숨과 친해져도
널 보기 위해 난 사니까]
음림곡의 음공에서 어느 정도의 경지를 지나면 음공으로 공격받는 사람들은 마치 환검(幻劍)의 소유자와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즉, 노래를 듣는데 눈 앞에 환영이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 환음(幻音)의 아주 초보적인 경지를 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게 되었다.
[수 없이 어긋난대도 기다릴게
아무리 가슴 아파도 웃어볼게
떠나선 안 돼 서둘러 저버리진 마
날 밀어내도 깊어지는 이 사랑을 봐
내 입을 막아도 세상이 다 아는데
왜 너만 몰라 왜 널 지킬 남자를 몰라]
노래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이 점차 내 노래에 빠져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 이건데... 단순히 내 노래에 공감하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노래라는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듯한, 관객들의 눈이 풀려버린 모습이 내 감각으로 느껴진다.
[<...중략...>
Yeah 널 원해야만 견뎌내는 내 가슴이야
날마다 울어도 볼 때마다 행복해
왜 너만 몰라 왜 강한 내 사랑을 몰라]
내 노래가 끝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 느껴지는 박수를 받는다. 단순히 나의 팬이라서 보내는 박수가 아니라 진심으로 내 노래에 감격한, 가슴에서 나오는 박수를 말이다.
“하하... 관객분들이 노래를 즐길줄 아시는 분이라 그런지 저번 생방송 보다 오늘 더 잘부른 것 같아요. 노래 괜찮았나요? 이제 다음 무대는 박지민 양의 무대입니다. 큰 박수 부탁해요.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무대 인사를 마치고 나는 내려가고 지민이가 무대 위로 올라온다.
“와... 오빠, 이러기야? 다음에 내 차례인데 어떻게 하라고...”
내가 무대를 내려오자 지민이가 잠깐의 틈을 타서 나한테 말하고는 재빠르게 무대 위로 올라간다.
“오빠. 완전, 진짜 대박이었어. 나 눈물 날 뻔 했다니까? 내가 화장만 아니였으면 진짜 펑펑 우는건데...”
하이 또한 내 노래에 감격했는지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다.
“진짜 다음 경연에서 오빠가 이정도 하면은 오빠 Top 2에 진출하겠다...”
하이의 불평 아닌 불평을 듣고는 무대 위에 선 소감을 K팝스타 카메라를 보고 말한다.
“제가 아직 정식 가수도 아니고... 말하자면 아마추어에 불과한데, 관객 분들이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거예요. 거기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그런 만큼 노래를 부르는 동안 행복했고요. 아직도 흥분이 안 가시는 것 같아요. 더욱 더 가수에 대한 꿈이 간절해진 느낌입니다. 이 느낌 그대로 경연에서도 열심히 노래를 부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