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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아야... 우리는 정말 인연이 없는걸까? 왜 이번에는 우리 회사가 아니라 YG로 간건데... 히잉...]

유&아이 녹화를 끝내고는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느끼는 관객들의 몽롱한 시선을 곱씹고 있는데 갑자기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누나가 내게 하는 것은 바로 투정이었다.

[왜 그러는데 누나?]

[이번에 글쎄 너희 Top 3하고 각 기획사 소속 가수들하고 합동 공연을 짠다잖아. 거기에 우리 태연언니랑 미영언니도 됬는데... 만약 네가 SM에 왔으면 내가 한다고 했을텐데...]

[하하... 이것도 내 탓 아닌거 알지? 양현석 사장님 바꿔줄까?]

[헉. 아냐아냐. 누나가 그냥 아쉬워서 하는 소리야... 그래도 아쉬운 걸 어떡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우리 둘이 꼭 같이 무대에 오르자. 소녀시대 팬 미팅 있으면 날 불러. 내가 가서 누나 도와줄게.]

[그래? 그럼 그럴까? 아... 아니다. 우리 팬미팅에는 남자분들이 많아서 너를 싫어할지도 몰라. 수정이나 수지나 여러 여자연예인들이 너 응원하잖아. 그냥 우리가 같이 예능 나갈 때 할 수 있으면 하자.]

[알았어. 누나. 정 안되면 그렇게 하면 되니까... 아 참 오늘 나 유&아이 녹화에 게스트로 갔었는데...]

오랜만에 누나와의 통화. 비록 내 정신연령은 130살이 넘었지만 가족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힘이 되는 것 같다.

다음날, 이번 경연의 곡을 비롯해 합동공연을 연습하러 아침일찍 YG로 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봄누나도 왔네. 누나도 안녕?”

사장님께 인사하러 사장실에 가니 박봄누나도 있었다. 박봄누나는 원래 나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경연에서 합동공연을 하기로 한 만큼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말을 놓기로 했다. 누나에 대해 알면서 내가 가장 놀란건 나보다 10살이나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는 내가 ‘이모!’라고 불렀다가 정말 많이 맞은 기억이 난다.

“응. 안녕? 마침 잘 왔네. 지금 우리가 할 무대에 대해서 상의하고 있었거든.”

“아. 그래요? 그런데 이번 무대에서 그냥 봄누나 노래인 'You And I'부르기로 했잖아요.”

“응. 그렇긴 한데 내가 다른 팀들 알아보니까 완전 장난이 아니더라고... 그래서 이걸로는 좀 부족한 감이 있어서 우리 노래 중에 'I Don't Care'있지? 그거랑 자연스럽게 커넥트(connect)할려고 하는데... 넌 어때?”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오히려 'I Don't Care'을 넣으면 관객들 유도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편곡은 어떻게 하게요?”

“그걸 지금 회의 중이야. 천재씨, 혹시 막 악상이 떠오르지 않나?”

누나가 나를 천재라고 치켜주면서 은근슬쩍 내 아이디어를 빌리려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지만 사실 나로써도 창의적인 편곡이 막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음악인으로써 생활한 세월도 길고 현대에는 없는 음공을 배운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작곡하는데 뛰어난 면모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곡을 원할 때 바로바로 떠오르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농담이시죠? 저 방금 왔는데 갑자기 편곡을 물어보시면 뭐라 답해드릴게 없네요.”

“하, 하하.. 당연히 농담이지. 너도 얼른 와서 앉아. 빨리 회의 끝내고 노래 연습하자.”

편곡에 대해 여러 가지 방향이 나왔지만 딱히 좋다고 할 만한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몇 분간 손으로 팬을 돌리면서 생각해보다가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누나, 레게 어때요?”

누나가 눈을 크게 뜨면서 ‘레게?’라고 반문한다.

“'You And I'가 꽤나 비트감이 느껴지는 노래잖아요. 'I Don't Care‘을 레게로 리믹스(remix)해서 커넥트하면 꽤나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거 좋다. 노래는 내가 이어볼게. 레게 편곡은 사장님이 해주세요. 서휘는 노래 연습해야되잖아요.”

사장님의 ‘알았다’는 말씀에 우리는 ‘나이스!’라고 외치면서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누나, 그럼 나중에 뵈요.”

“응, 그래.”

그렇게 누나와 헤어지고는 내 연습실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사장님에게 선전포고(?)를 했듯이 사람들을 울릴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만큼 멜로디도 슬프게 하고 내 목소리도 슬프게 느껴져야 한다. 그리고 가사도 슬프게 만들고...

‘무슨 주제로 할까...’ 생각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편적으로 슬픈 정서는 이별의 상황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별쪽으로 주제를 잡았다.

작곡을 하다가 아침을 일찍 먹어서 배가 약간 허기지길래 부모님이 싸주신 샌드위치를 가방에서 꺼내는데 편지가 ‘툭’ 떨어졌다. 편지의 내용을 보니 고생하는 아들을 격려하는 내용이다.

‘가만... 편지?’

편지를 생각하자 갑자기 가사가 내 머리 속에서 마구 떠오른다.

[.......날 사랑해준 그대

전하지도 못할 편지 또 써봤어요

안녕]

‘음... 괜찮은데? 이정도면 해볼만하겠어.’

어머니 덕분에 꽤나 마음에 드는 가사가 나왔다. 나중에 꼭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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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또 보여주기용 녹화인가...?’

Top 3 생방송을 이틀 앞둔 오늘. 갑자기 PD님이 지민이와 하이 그리고 나를 부르더니 고양 국제 꽃 박람회로 데려가신다. 여기서 우리에 대한 인터뷰도 하고 꽃 축제도 관람하라고 나름대로의 휴식시간을 준 것이다.

“우와. 언니 꽃 축제 가보신 적 있으세요? 전 오늘 처음 가보는데...”

“나도 처음이야. 오빠는요?”

“물론 나도 처음이지. 그럼 오늘 꽃 축제 보면서 마음 편히 쉬어야겠네.”

아무리 보여주기용 녹화라도 나름대로의 휴식시간이 있는 만큼 확실히 즐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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