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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기억하고 있는 무공 선천심공인 태허무령선천심공, 음림곡의 무공과 전생에 돌아다니면서 얻었던 무공 중 쓸 만한 것들을 엮은 음림곡서.

전생에 배웠던 후천심공(後天心功)은 정(精)을 이루고 그 후 기(氣)를 이루고, 신(神)을 이루는 무공인데 비해 선천심공(先天心功)은 정기신의 균형잡힌 성장을 추구한다. 후천심공은 정과 기 그리고 신을 이루는 과정은 빠를지 모르지만 정에서 기로 넘어가는 단계, 그리고 기에서 신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벽이 너무도 높다고 느껴진다. 반면에 선천심공은 정기신을 골고루 이루기 때문에 그 성장은 느릴지라도 벽이 잘 안 느껴진다는 장점이 있다.

태허무령선천심공은 본래 단계라는 것이 없으나 임의적으로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하도(下道), 중도(中道), 그리고 상도(上道).

하도는 무공의 기초인 몸(身)을 단련하는 단계로 1성부터 5성까지이다. 물론 단순히 단련한다의 의미가 아닌 그야말로 무공에 최적화된 신체를 만든다. 먼저 뼈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 다음 근육, 피부 순으로 진행 되는 것이 3성까지의 경지이다. 4성, 그리고 5성은 혈관을 단단하게 만드는 경지이다. 이 덕분에 본래 하루는 꼬박 걸리는 환골탈퇴의 과정을 나는 한 나절 만에 해버린 것이다.

중도는 6성부터 9성까지이다. 쉽게 말해 초절정부터 화경의 경지로서 마음(心)을 단련하는 경지이다. 이 경지의 특징은 도화(桃花)향이 난다는 것이다. 이것 마음 속에 하나의 나무를 만듦을 의미한다. 나무가 점점 커지고 두꺼워질수록 내면은 강철과 같이 단단해지고,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흥분을 하지 않게 되며 마음은 항상 명경지수처럼 맑게 유지가 된다.

상도는 10성부터 12성 끝까지이다. 나도 이 심공은 처음 익히는 것이고 아직 상도에 들지 못해(현재 나는 7성의 경지이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 현경과 생사경 혹은 신선의 경지일 것이다. 상도에서는 나와 우주가 하나로 되는 경지로 단순한 물아일체(物我一體)가 아닌 천지인(天地人) 합일(合一)의 상태이다. 이는 뜻을 품으면 바로 이루어지는 경지이다.

음림곡서(音林谷書)는 음악(音樂)편과 예인(藝人)편, 그리고 잡기(雜技)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음악편은 쉽게 말해서 음공에 관한 책이다. 음림곡의 음공은 깨달음의 무공으로, 기초 4단계와 활용 1단계, 그리고 무공 3단계로, 총 8단계로 이루어져있다.

기초 4단계는 이해(理解) - 전달(傳達) - 공감(共感) - 주입(注入)이다. 이해는 남의 감정을 아는 것이다. 전달은 내 감정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공감은 남들이 내 감정을 느끼고 이에 따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입은 내 감정을 남에게 강제로 불어넣는 것이다. 즉, 공감은 타인이 자발적으로 내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주입은 강제성이 있는 것으로써 사람을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슬펐다가 갑자기 기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활용 1단계는 환음(幻音)이다. 기초 4단계를 종합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내 노래에 맞춰 청중들이 스스로의 기억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내 음공에 의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살상음공이 시작되는 무공 3단계는 인음(人音) - 지음(地音) - 천음(天音)이라 칭한다. 

인음의 경지는 인간을 조종하는 무공이다. 사람의 신(神), 쉽게 말하자면 뇌를 건드려서(뇌와 신은 자세히 따지고 보면 다르다.) 인간을 파괴시키는 것이다. 

지음의 경지는 지상의 모든 생물체에게 적용되는 음공이다. 사람보다 감정의 폭이 적은 동물들조차 내 음악을 이해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동물 따위를 죽이는 것은 너무도 쉽기 때문에 이는 지음의 경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천음의 경지는 아직 아무도 도달하지 않은 경지이다. 이를 검의 경지로 표현하자면 무형검의 경지이다. 지음의 경지까지는 악기 혹은 내 목소리를 매개로 펼쳐지는 음공이라면 천음의 경지는 내 뜻이 서는 순간 이루어진다. 즉, 소리의 빠르기(324m/sec)를 넘어 빛의 속도와 맞먹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천음의 경지와 선천심공의 상도의 경지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한다.

음림곡서의 예인편은 풍류(風流)의 장과 예의(禮儀)의 장으로 나뉜다. 풍류편의 장에서는 멋스럽고 풍치가 있게 노는 방법을 배운다. 여기서 악기는 물론 노래를 부르는 방법(이것이 음악편과 섞이어 무공의 경지를 사용해도 살상력은 방출되지 않는다.), 대화의 방법과 걷는 방법, 뛰는 방법, 그리고 자신의 골격에서 최상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미인공(美人功) 등을 배운다. 이 모든 과정은 한마디로 폼생폼사로 보면 된다.

예의의 장은 본래 풍류의 장에 속해있던 것이었으나 7대 조사님 이후로는 이렇게 분리되었다. 예의는 단순히 유교에서 말하는 육예(六藝) 혹은 삼강오륜(三綱五倫)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음림곡에서의 예의는 자신을 신성하고 숭고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몸짓 하나하나에 기품이 들어가있으며 말투 한마디 한마디에 신의(信義)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는 오랜 기간의 연습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풍류의 장에서 뺀 것이다.

마지막으로 잡기편은 내가 그동안 모은 무공들 중 쓸모있는 것만을 간추려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정사대전에서 천변음마(千變淫魔)를 죽이고 얻은 최상급 역용공인 천변만환공(千變萬換功), 기초를 배울 때 조금은 빠른 무공 성취를 볼 수 있도록 집중력을 길러주는 청심공(淸心功), 그리고 여름에 쓸 수 있는 폼나는 선법(扇法)(전생에서 싸가지 없는 자식을 죽여버리고 얻은 무공이라 이름따위는 기억이 안난다.) 등이 담겨있다. 그리고 나는 이 중 천변만환공만을 익힌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내 경지는 태허무령선천심공 7성(화경), 음공은 지음의 경지(전생과 동일), 예인편은 완성, 그리고 천변만환공 9성(신체의 골격까지 조정 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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