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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누나도 강심장에 나와?]

[글세... 나는 나가고 싶은데 우리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서... 그 때가 와바야 알 것 같아. 그런데 우리 휘아 그럼 예능 첫 출연이네? 히히. 누나는 예능 첫 출연일 때 되게 많이 긴장했었는데...]

[그래? 난 별로 긴장은 안되는데... 혹시 조심해야할 것 같은게 있을까?]

집에 돌아와서 누나와 통화를 한다. 이렇게 한 번씩 통화를 걸어주어야 누나의 잔소리를 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음... 뭐가 있을까... 그냥 남의 말에 리액션 크게 해주고, 또 네가 카메라에 안 잡히더라도 경청하는 자세는 계속 유지 해야돼. 왜 그때 있잖아. 예전에 수정이랑 진리 태도 논란 있었잖아. 걔네는 그냥 무표정이었는데 보는 사람들은 불만어린 표정으로 보였나봐. 그래서 결국 사과까지 했잖아. 그러니까 너도 그런 일 안 당하게 조심 해야돼.]

사실 경청하는 자세야 내 몸에 베어있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지만 카메라가 안 돌때까지도 그래야 한다니 일반인이 연예인을 한다는 것은 역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뭐 시키면 빼지 말고 열심히 하고... 원래 예능은 좀 유머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나나 너나 둘 다 감각이 떨어져서 힘들겠다. 그래도 너는 따지고 보면 신인이니까 열심히 해야돼. 알겠지?]

[...응. 알았어.]

통화를 끝마치고 누나가 내게 유머감각이 없다는 말을 잠시 생각해본다. 이상하다. 전생에는 내가 말주변이 좋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고, 이 때문에 여성들한테도 꽤나 인기가 많은 편이었는데... 내 외모가 한 몫 하긴 했겠지만 전생에서 후기지수들은 왠만하면 다들 잘생겼기 때문에 내 인기는 말주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유머감각이 없다고 하다니...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괜히 정신연령 130대라고 들먹거린 것도 없지 않아 있고... 나이 먹은게 벼슬도 아닌데 괜히 무게만 잡은게 아닌가 싶다. 풍류를 배웠을 때도 너무 과묵하면 사람이 차가워 보이고, 말을 가벼워하면 사람도 가벼워 보이니 그 중도를 유지하라고 배웠었는데 이건 어디에 버려버렸는지... 사람이란 언제나 실수를 하는 법. 그러나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내 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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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늘따라 왠지 좀 달라보이는데?”

“그래? 뭐... 조금 달라지긴했지.”

“진짜? 오빠가? 어디가, 어떻게?”

“그냥... 이젠 앞으로 조금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말이야. 그동안 내가 너무 무게를 잡았나 싶기도 하고. 원래 내가 이런 성격이 아닌데 말이지... 그런데 네가 왜 이렇게 흥분해?”

어느덧 강심장 녹화 날. 역시 하이랑 숙소생활도 같이 해봐서 그런지(비록 떨어져서 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같이 한 기간만 6개월이다.) 확실히 내 변화를 잘 캐치해낸다.

“아니, 뭐 그냥... 하여튼 오빠는 좀 유머러스하게 변할 필요가 있었는데 잘됬다. 너무 나이에 맞지 않게 과묵하다니까?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지지 말고. 난 지금 모습도 좋으니까.”

“그건 걱정 마.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너 좋으라고 변하는거 아니니까 너무 설레발치지 마세요. 아가씨.”

“헐. 이건 좀 아닌데? 그리고 내가 언제 오빠 모습이 좋다고 했나?”

“아까는 지금 내 모습도 좋다며?”

이렇게 하이랑 장난도 치니 확실히 더 친해진 느낌이 든다. 역시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말을 해야하는데 내가 너무 과묵한 ‘척’을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없는 사이에 둘이 무슨 대화를?!”

어느덧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나갔던 지민이가 돌아오고 하이를 추궁한다.

“글세 오빠가 이제 좀 유머있게 변한다고 해서.”

“진짜? 오빠가?”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꽤나 놀라는 표정을 짓는 지민이. 그런데 금방 그 눈에서 장난기가 어린다.

“그럼. 날 웃겨봐.”

...사람이 ‘나 바뀐다.’ 하고 주변에 알리는 것은 좀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요일 밤엔 강- 심장!”

어느덧 녹화를 시작하고 오프닝 멘트를 출연진이 다 같이 외친 후 곧바로 셀프소개로 들어간다.

“먼저 이성미씨부터 시작해보죠.”

“아동복 입는 늙은 애입니다.”

“XL사이즈 입는 최배달입니다.”

이성미씨와 노사연씨의 셀프소개를 보고는 ‘저렇게 해야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비해 내가 준비해온 셀프소개는 좀 무난하고 평이한데... 옆에 하이랑 지민이도 그 생각을 했는지 약간은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깝춤을 담당하고 있는 막내 박지민입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반전소울 이하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민이도 ‘폭풍고음’에서 ‘깝춤을 담당한다’라고 바꾸어 말했으며, 하이 또한 앞에 유치원생들 노래를 저음으로 부르는 부분을 넣어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시청자분들게 말해줄게 많은 서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결국 나 역시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 할려다가 오늘 폭로를 예견하는 소개로 바꿔서 말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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