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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휘씨. 송중기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말 놓으세요. 저보다 형이시잖아요.”

내 연기 선생님으로 오신 분은 이 영화의 원래 주인공인 송중기씨이다. 권위있는 연기자 분을 섭외할까도 했지만 아무래도 이 시나리오를 계속 봐왔고 주인공에 대한 연구도 한 만큼 나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송중기씨를 초빙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 나신 거는 괜찮으세요?”

“응. 한 십일 전에 다친 거라서 이제는 이 정도쯤은 움직일 수 있어. 그래도 몇 주간은 요양을 취해야하지만...”

“왠지 제가 죄송한 느낌이네요...”

“그러면 네가 꼭 오디션 통과하던가, 하하 그럼 수업 시작하자. 나도 처음 가르치는 거라서 조금 그러네...”

그렇게 시작된 중기 형과의 연기수업. 며칠 뒤에 바로 오디션을 봐야하는 만큼 최대한 엑기스만을 가르쳐준다고 한다.

“그래도 기초는 빼놓을 수 없으니까 오늘 하루는 기초를 배우는데 신경을 쓰자. 일단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대본이야. 너도 갑자기 영화계에 뛰어든 만큼 나도 평범한 대학생에서 갑자기 연기자로 뛰어들었는데 그때 제일 처음 배운 게 ‘대본 만큼만 하라’는 거였어. 애드리브처럼 즉흥적으로 나오는 연기가 때로는 굉장히 좋을 때도 있지만 우리 같은 초보는 대본만큼만 하는 게 가장 좋은 것이거든. 그래서 우선은 대본에 충실히 따르려는 노력이 필요해.”

“연기를 할 때는 너의 모든 습관을 버려야해. 이것도 대본을 따르는 것과도 연결되는 것인데 네 습관이 카메라에 찍히면 관객들은 몰입하기가 어려워져.”

“노래에서도 호흡과 발성이 중요하지? 연기도 똑같이 호흡과 발성이 중요해. 시청자들에게 내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하거든.”

“표정연기의 기본은 네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거야. 너 노래할 때 감정표현을 엄청 잘 하던데? 그 감정을 노래가 아닌 너의 얼굴을 통해 표현한다고 생각해.”

“눈빛연기는 네가 이 캐릭터에 몰입을 해야지만 나올 수 있는 연기야. 네가 여기에 나와 있는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연기를 해야 돼.”

폭풍과 같았던 중기형의 연기수업이 드디어 끝났다.

“이거 몇 일만에 배우려고 하니까 너무 힘드네요...”

“그래도 그거 하려고 얼마나 공들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에 비하면 너는 축복받은 거지.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 돼. 그럼 내일 열심히 연습하고, 모레 다시보자.”

중기 형과의 연기수업이 일주일 정도 진행되자 어느새 오디션 날이 다가왔다. 오디션 심사로는 여주인공인 박보영씨와 남주인공이었던 송중기씨, 그리고 감독님인 조성희씨와 오역석 프로듀서님, 그리고 카메라 감독님께서 심사를 보신다고 한다.

“긴장은 안 돼?”

몇 일전 소개받은 내 매니저인 승우 형이 차를 운전하면서 내게 물어온다. 아직까지는 내가 로드매니저까지 끌고다닐 정도는 아닌지라 일단은 매니저형 한 분을 사장님께서 배정해주셨다.

“에... 그냥 생방송보다는 안 떨리는데요? 하하.”

사실이 그렇다. 애초에 생방송도 떨지는 않았지만 생방송 때에는 설레임이라는게 있어서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지금은 오디션이라 그런지 설렘보다는 ‘잘 해서 중기 형을 실망시키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간이 크네... 너 같은 놈은 진짜 세상에 없을거야.”

세상에 무공을 배운 사람이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지... 내가 안 떠는 것도 태허무령심법이 중도에 들어서서 마음이 항상 차분해지기 때문인데...

“다 도착했다. 그럼 오디션 잘 보고... 끝나면 전화해.”

어느새 오디션 장에 도착했다. 입고 온 옷과 헤어 샾에서 한 머리를 다시 한 번 정리 한 뒤 오디션 장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오디션 장에 들어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봤던 연기자분도 계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보이고... 내가 들어오자 다들 내게 눈길이 쏠렸지만 내가 가수여서 그런지 살짝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자기 연기연습에 매진한다. 쯧... 저러다가 한 번 큰코다치지...

오디션 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연기를 하는 사람은 바로바로 잘라내는지 내 대기번호가 102번이었음에도 불고하고 금방 내 차례가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서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 녀석이 중기 네가 가르친 놈이라고?”

보통 첫 만남인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녀석’이니 ‘놈’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게 예의인데 감독님은 나를 보자마자 바로 그 단어를 내뱉는다. 하지만 그 말투 속에는 악의는 느껴지지 않고 긴장을 주기위한 그런 느낌이 숨어있었다. 저러니까 오디션 장에서 벌벌 떨고 연기도 못한 채 내쫓기지...

“그럼 이번 심사에서 중기 너는 빠지거라.”

“그럴게요. 감독님.”

다른 심사위원분들과 중기 형은 이미 얘기를 끝마친 상태인지 이번 심사에서 빠지라는 말에 중기 형이 당연한 듯이 수긍을 한다.

“그럼 오디션 시작하자. 지금 바로 늑대소년인 네가 인간에게 발견된 듯한 모습을 연기하면 되. 그럼 해봐.”

감독님의 말에 나는 바로 ‘잠시 만요’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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