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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장소는 청담동의 어느 한 카페였다. 성인이면 술집에서 룸을 빌려서 놀면 될 텐데 아직 미성년자이다 보니 이렇게 카페에서 종종 만난다고 들었다.

카페에 들어가서 수지가 자기 이름으로 예약됐다고 말하면 안내해준다고 했는데... 카페에 그런 게 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카페에 들어가 점원에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여기 배수지로 예약되있다고...”

“네. 여기로 오세요.”

점원을 따라가자 어느 한 방으로 안내해준다. 도대체 언제부터 카페에도 룸이 생긴 거지?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 점원에게 물어본다.

“카페에도 룸이 있어요?”

“네? 룸이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그냥 여기는 회사 사람들이 모여서 커피 한 잔 하시면서 회의하라고 만든 공간이에요. 여기가 엄청 인기가 좋아서 이렇게 방을 쓰시려면 몇 일전부터 예약을 해야 해요.”

점원의 말에 대충 수긍을 하고는 싸인 해 달라는 요청을 들어준 후 방에 들어간다. 방에 들어가자 여자들의 수다 소리가 들린다.

“어! 우리 서휘 왔다!”

“서휘가 뭐니 서휘가. 우리 ‘휘아’지.”

방에 들어가자 수지가 제일 먼저 나를 반겨주었고 그 뒤에 수정이가 나를 ‘휘아’라고 부른다.

“‘휘아’가 뭐야?”

“주현언니가 서휘 부르는 애칭.”

수지가 자기도 애칭을 부르게 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에 그냥 그러라고 가볍게 허락을 해주고는 다른 연예인분들과도 제대로 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서휘입니다.”

내 말에 다들 인사를 해주고는 수지가 대표로 친구들을 소개시켜준다.

“에프엑스의 수정이랑 진리는 알 테고, 여기는 카라의 강지영. 그리고 포미닛의 소현이는 바빠서 못 온데. 원래 다 모여야 재밌는데...”

94년생 모임에는 대부분이 여성 멤버라는 단점이 있지만 꽤나 많은 연예인들이 소속되어있다. 남자 연예인으로서 이 멤버에 든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겠지만 나로서는 이 그룹보다는 멤버들이 다 모이면 영화제 레드카펫 재현이 가능하다는 연예인 야구단인 ‘플레이 보이즈’나 ‘쪼꼬볼(쪼끔 싸이코같지만 볼수록 매력 있는 사람들의 모임)’ 이런 데가 더 재밌어 보이는데 말이지...

초면인 강지영씨 한테는 격식을 갖추어서 인사를 하고 수정이랑 진리한테는 간단하게 ‘안녕’이라고 인사해준다.

“하여간 그 성격은 어디가도 못 고치는구나. 지영이도 우리랑 동갑이니까 편히 대해. 지영이 너도 서휘를 편하게 대하고.”

수지의 중재 덕에 지영이랑 말을 튼 후 수지가 나를 부른 이유를 묻는다.

“그런데 나 왜 부른 거야?”

“왜 부르긴. 연예계 신인인 너에게 고참인 우리가 특별히 신경 써서 네가 좀 더 연예계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랄까?”

수정이가 거창하게 이야기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인사시켜줄려고 부른 거다. 그렇게 인사를 끝낸 후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저번에 우리 청춘불패에서 블루베리 사업을 하시는 분이 왔는데 그 때 그 분이 수지한테 뿅 갔었잖아. 쳇. 왜 내 팬은 안보이는거지?”

“그야 나는 국민 첫사랑이니까. 히히”

그렇게 나를 제외한 넷이서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진리가 나에게 묻는다.

“그런데 너 왜 YG간 거야? 주현언니도 SM인데...”

“기사에 나온 그대로야. YG랑 음악적 색깔이 가장 맞을 것 같아서.”

“우리 SM도 너라면 아마 빵빵하게 밀어줬을 것 같은데...”

“그건 우리 JYP도 마찬가지거든?”

진리의 말에 수지가 대꾸를 하고 지영이는 ‘우리 DSP는 왜 오디션을 안 열어서...’라고 불평을 한다.

“그건 어른들 문제니까 여기서는 이야기 하지 말자.”

“우리도 몇 개월만 있으면 어른이거든?”

“맞아 맞아.”

수정이의 말에 진리가 호응을 해주고 다들 고대를 끄덕인다.

“그럼 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자. 아는 만큼 친해진다고 하잖아?”

이 그룹에서 MC는 수지인지 자꾸 진행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내뱉다니... 나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자니... 무슨 프로그램 진행도 아니고 현실에서까지 이러는 것을 보니 어쩌면 저것도 직업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키가 어떻게 되십니까?”

“몸무게는요?”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혹시 여자 친구는 있나요?”

“혹시 발 사이즈가...? 내 발보다 작으면 너 죽어!”

“학업 성적은 어떻게 되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우리도 다... 윽!”

마치 자기들이 기자라도 된 마냥 질문하는 모습에 나도 그냥 기자회견하는 사람처럼 대답을 해준다. 그리고 몇 주 전 인터넷에서 크게 회자되던 수지의 발 크기와 관련된 질문과(285는 붐씨가 장난을 친 거고 실제로는 250이라고 수지가 소리친다.) 지영이의 마지막 질문에 옆에 있는 수지에게 펀치를 맞은 것은 내 웃음을 자아냈다.

“나 생각보다 공부 잘했는데?”

수지가 넘기려고 했던 지영이의 질문에 내가 대답해준다.

“진짜? 거짓말.”

“나 그래도 10등 안에는 드는데...”

“어디에서? 반에서?”

“전교에서.”

내 말에 갑자기 방 안의 분위기가 싸해진다. 괜, 괜히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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