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 (61/118)

l:\소설 1\새 텍스트 문서 (60).txt

************************************************************************

“헐. 대박.”

“너 진짜 그러는거 아냐.”

“아이돌은 공부를 좀 못 하는게 미덕인데...”

“맞어맞어. 아이돌이 공부까지 잘하면 좀 세상이 불공평하지.”

내가 전교에서 10등 안에 들었다는 말에 애들이 갑자기 굳어진 표정으로 말을 한다.

“뭐, 뭐가? 너희는 연습생 생활을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아니잖아.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이였다고. 만약에 나도 연습생 생활을 거쳤으면 전교 100등은커녕 300등 안에도 못 들었을 걸?”

내가 연습생 생활을 했어도 선천심공 덕에 머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탁월하게 맑은지라 성적은 그대로 유지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숨긴체 이렇게 변명을 한 후 겨우 다시 분위기를 띄어놓았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떠들다가 이제 우리들도 19살인지라 수능과 대학에 대한 얘기도 나눈다.

“난 대학교 가고 싶은데...”

“나는 별로... 우리는 너무 바쁘잖아?”

수정이와 지영이는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반면 설리와 수지는 대학을 안가겠다고 한다.

“휘아... 아 이거 왠지 좀 이상하다. 애칭은 그냥 안 부를래. 역시 서현 언니는 취향이 좀 특이한 것 같아. 아, 이게 아니지. 서휘 너는 대학 어떻게 할 거야?”

“나는 가야지. 나는 심리학과에 가고 싶은데...”

“심리학과?”

내 말에 다들 ‘거긴 왜?’라고 묻는 듣한 눈을 하고는 반문한다.

“응. 뭐... 노래로 감정을 자극하는 만큼 심리에 대해 배워보고 싶기도 해서... 아직 모르겠다. 연예인은 대부분 연극영화과에 가는 만큼 좀 더 고민 해야될 것 같아. 그리고 스케줄 문제도 있고... 어쨌든 나는 수능 열심히 공부해서 잘 볼려고. 그러는 너네는 왜 대학에 가고 싶고 또 왜 안가고 싶은데?”

“우리가 너무 일찍 데뷔한 탓에 연예인 친구를 제외하면 친구가 몇 없어. 학교에 가면 얘들이 우리하고 선을 그어놓고 대하거든. 그래서 대학에 가면 그런 편견이 없어지지 않을까 해서. 또 고등학교 때 못간 수학여행 대신해서 MT도 가보고 싶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싶고...에... 또 미팅도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고. 히히”

글쎄... 지영이의 말에 나는 좀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 사고방식이 대학교 때 갑자기 바뀔 리가 없지 않은가. MT에 같이 간 같은 학과 친구랑은 친해질 수도 있겠지만 대학에서 미팅이나 이런 건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학창시절에 친구들과의 추억이 없는 것도 동정이 되고...

“우리는 그냥 스케줄도 바쁜데 대학 가기도 귀찮고 해서... 물론 대학 수업을 듣고 싶기는 한데 회사에 묶여있는 아이돌인지라 국내 스케줄뿐 아니라 해외 스케줄도 너무 많아서 대학에 자주 갈 수가 없거든. 그리고 간다고 해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이런 점에서 주현언니는 참 대단한 것 같아. 밤을 새서라도 리포트를 제출하잖아.”

어떻게 보면 설리의 말도 맞긴 하다. 스케줄이 묶여있는 이상 대학에 자주 가기는 힘들지...

“그럼 사이버 대학은 어때? 인터넷 강의 형식으로 수업듣고 몇 달에 한 번 가서 시험만 보면 되잖아.”

“그런 것도 있어? 그런 거면 해볼 만하긴 한데... 아 몰라 몰라. 어차피 수시는 9월부터 시작이니까 그때 생각해도 돼. 오늘은 신나게 놀자고.”

수지가 머리 아픈 듯이 고개를 흔들며 이야기한다. 그 말에 애들이 ‘맞아. 오늘은 신나게 놀아야지.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라고 말하면서 잠시 다운되었던 분위기를 살린다.

“그런데 넌 군대는 어쩔거야?”

지영이의 말에 다시 한 번 분위기가 싸해지긴 했지만...

그렇게 다시 한 번 수다를 떠든 후 카페 밖으로 나가기 전 뭐하고 놀지 얘기를 나눈다.

“노래방 갈까?”

“안돼. 서휘가 여자 무리 속에 있어서 괜히 이상한 의심을 받을지도 몰라.”

겨우 내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자 아이돌과 같이 있는게 이상하다는 취급을 받을 수 있다니... 진짜 얘네들만 아니면 역용공을 써서 신나게 노는 건데...

“그럼 숙소로 갈까?”

“그게 제일 나은 선택인가...”

애들이 나로 인해 놀 장소가 없어지는 걸 보고 오늘은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됐어. 난 그냥 갈게. 안 그래도 이제 막 계약한 신인이라 아직은 트레이닝을 받아야하거든. 다음에 또 만나자.”

애들이 ‘아냐. 그냥 계속 놀자.’라고 하면서 붙잡았지만 그냥 인사를 하고는 회사 쪽으로 걸어간다.

‘내 녹음실이 회사 밖에 있었다면 애들을 내 녹음실로 초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방송에서 1세대 아이돌들이 연예담을 말해주는데 주로 데이트하는 장소가 차 안이거나 자신의 집이었다고 한다. 확실히 연예인이면 놀데가 그런 곳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전에 누나한테 들어보니까 얼굴을 다 가려도 다리보고 소녀시대인 것을 알아봤다고 하던데...

설마 벌써 내 녹음실 공사를 시작한건 아니겠지? 아직 공사한다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사장님께 내 전용 녹음실을 회사 밖에 만들어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