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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이 오빠가 진짜...”
내가 아무리 카톡을 날려보아도 오빠는 답장도 없고 심지어 확인도 하지 않는다. 에휴... 그만해야지.
후... 오빠가 여자들에게 둘러싸이는 것이 너무 싫다. 분명히 여자들이 너무도 잘생긴 우리 오빠를 가만 놔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서휘오빠를 좋아한다고. 내가 언제부터 오빠를 호감 있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첫 만남부터일 것이다. 첫 만남 때부터 오빠는 비주얼 쇼크였지... 분명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 기도를 해줬다면 내가 ‘아, 됐어요.’라고 말하고 뿌리쳤겠지만 오빠의 외모의 오빠만의 분위기 때문에 같이 기도를 했고, 실제로 오빠 말대로 긴장도 풀렸었다.
내가 오빠를 진짜로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캐스팅 오디션 쇼케이스 때이다. 그 때 노래하다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표정연기를 해주는데 그 연기를 보고 나도 모르게 마이크를 놓을 뻔했다. 비록 그 표정이 연기라는 것을 알지만 내가 저 표정의 주인공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후로 오빠와 팀을 이루어 캐스팅 오디션에 도전하고부터 나는 오빠에게 은근슬쩍 대쉬했다. 같은 기획사로 가자고도 말해보았고 연습 때도 종종 오빠를 좋아하는 표시도 내었다. 손도 덥석덥석 잡았고... 하지만 내 나이와 특히 키 때문일까? 오빠는 나를 동생 대하듯이 한다.
그래서 방송에다가 스캔들을 터트릴 목적으로 라디오 스케줄 때 오빠가 제일 편하고 좋다고 얘기했었는데 그게 ‘서휘 오빠가 편해서 기대기 좋다’라는 식으로 기사가 났었다. 오빠가 SNS로 나를 동생 같다고 한 얘기도 영향을 줬을 테고...
오빠가 94클럽에 간다는 말에 얼른 인터넷을 켜서 ‘94클럽’이라고 친다. 그러자 이상한 글들만 나온다. 안되겠다 싶어 연관검색어에 있는 ‘94라인’을 클릭한다. 94라인이라고 검색창에 치자 제일 위에 ‘걸 그룹 94라인’이라는 블로그 글이 눈에 띄어 한 번 클릭해본다.
“헐. 대박.”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이쁠수가 있지? 94라인은 에프엑스의 크리스탈과 설리, 카라의 강지영, 미쓰에이의 수지, 포미닛의 권소현 이렇게 구성되어있단다. 그리고 요즘 떠오르는 신(新)94라인이라고 해서 걸스데이의 혜리와 치치의 수이, 에이핑크의 홍유경과 같은 그룹 멤버인 손나은, 그리고 달샤벳의 수빈이라고 쓰여 있다.
“아냐! 신은 공평하니까 뭔가 못난 점이 있을 거야.”
신이 공평하지 않으면 무한도전 오빠들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인기만은 짱인 무한도전 오빠들을 생각하면서 신은 분명히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에 이들의 못난 점을 찾아본다.
“맞아. 얘네 들은 나보다 노래 못 불러.”
나 스스로 말해놓고도 뭔가 무안하다. 요즘은 비디오형 가수도 가수인데... 심지어 노래는 잘 못해도 연기돌이라고 해서 연기에 두각을 보이는 가수들도 있잖아? 특히 수지는... 어제 건축학개론에서 보니까 완전 대박이었는데... 국민 첫사랑이라고 칭할 만 하더만...
에휴... 이들의 못난 점을 찾기는 갖다 버려버리고 컴퓨터를 끈다. 잠깐... 오빠가 94라인 모임에 갔으면 성비가 안 맞잖아? 최대 10:1이 될 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연예인인 이상 이제 오픈된 공간에서 만나지는 않을 텐데... 내 머리 속에서 어제 본 건축학개론의 납득이가 키스 강의를 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키스란 건 말이야. 그 입술이 딱 붙잖아. 걔 혀, 니 혀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들어온다고. 스르르 뱀처럼 말이야. 어? 스네이크 있잖아. 스네이크. 그리고 둘이 만나. 그리고 서로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막 섞여. 걔 혀, 니 혀가 하나, 둘이 하나가 되는 거야. 그리고 비벼. 어? 막 비벼. 존나 비벼. 일로 갔다 절로 갔다 막...]
“으악!”
나도 모르게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이거 분명히 성비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간거 맞겠지? 그렇겠지? 이거 완전 바람둥이에 카사노바에 나쁜 남자에 아주 그냥 못된 놈 아냐? 이 세상 모든 여자의 적이네 적.
좋, 좋아. 부처가 말했지? 내가 지옥에 안가면 누가 가겠어? 내가 기독교 신자지만 만류귀종인법. 신은 신끼리 통할거야. 그러니까 내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희생을 염려해서 오빠를 차지해야겠네. 이건 내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모든 여자를 위해서라구.
그런데 오빠를 어떻게 차지해야 되지? 내가 귀염상이긴 해도 94라인한테 밀릴게 뻔하고, 그렇다고 오빠보다 잘나가는 것도 아니고... 아냐 서현언니가 엄청 예쁘니까 오빠는 오히려 예쁜 얼굴에 면역이 돼 있을 수도 있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야! 이하이! 빨리 안와!”
헉.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나중에 생각하고 빨리 트레이닝에 들어가야겠다. 오빠가 좀 불안하긴 하지만 시간은 많으니까. 설마 오빠가 그렇게 쉽게 여자들한테 넘어가겠어? 오빠가 카사노바였으면 서현언니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야...
“네. 가요!”
빨리 연습이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