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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사장님, 서휘 씨께서 찾아오셨는데요?”

“어, 들어오라 그래.”

사장실을 들어가기 전, 예쁜 비서누나에게 사장님을 찾아왔다고 이야기 한 후 사장실에 들어간다. 비서누나는 나를 사적으로는 친동생 대하듯이 하지만 회사에서는 좀 딱딱하게 대하는 편으로 직업정신이 굉장히 투철한 편이다. 그러니 YG라는 큰 회사의 비서자리를 꿰차고 있는 거겠지...

“서휘, 너 달.콤 프로젝트 오디션 통과했다며? 잘했다.”

“아... 하하, 제가 중간에 갑자기 껴서 최종 단계까지 남은 사람한테 미안할 뿐이죠... 그래서 그런데 최종 단계까지 남은 가수가 홍대에 ‘스웨덴 세탁소’라는 인디밴드인데요, 나중에 앨범 제작하게 되면 제가 프로듀서 역할 좀 맡아준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되죠?”

“흠... 곤란한데...”

양심상 당연히 프로듀서 역할을 허락할 줄 알았던 사장님이 곤란하다고 말씀하신다.

“사실 그런 것도 회사의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이거든. 지금이야 이미 벌어진 일이고, 또 우리가 달.콤 프로젝트 자리를 빼앗은 거니 조용히 넘어간다만 다음번에는 나한테 물어보고 해줬으면 좋겠다.”

“그, 그런가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네요.”

전생에서는 내 마음대로 행동해도 됐었는데 지금은 회사에 묶이니까 마치 전생에 무림맹 놈들을 보는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이럴 때 가끔씩 든다.

“아, 참. 여기 3일 뒤 녹음할 악보가 팩스로 왔다.”

사장님께서 주신 종이를 보니 확실히 배우를 메인보컬로 정해서인지 노래 구성이 간단한 듯하다.

“아, 그리고 너 녹음실이 될 후보를 우리고 3곳 정도로 추려놨거든? 한 번 봐봐.”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고는 사진 3장을 보여준다.

“첫 번째 사진은 그냥 일반 녹음실 형태이고, 두 번째 사진은 녹음실을 확장해서 네 말대로 침대하고 냉장고, TV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고, 세 번째 사진은 그냥 일반 가정집이다.”

“네? 가정집이라뇨?”

녹음실을 꾸미는데 왜 가정집을 추천하시는지... 그 이유를 물어봤다.

“너 여기를 숙소로 쓸 거라며? 그러면 이런 가정집이 나을 수도 있어. 우선 이 아파트가 계단식인데, 심지어 한 층당 한 가구밖에 없어. 이유를 물어보니까 이 동은 아파트를 다 짓고 땅이 남아서 한 개 더 지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좁아서 가구를 한 층당 하나씩 만들었다고 하네. 우리한텐 운이 좋은 거지. 게다가 부동산에 나온 집이 맨 꼭대기 층이라서 복층이야. 그리고 소리가 위로 올라가는데 이 집이 꼭대기인지라 주민들의 신고도 덜 받을 수 있을 거고... 아마 방음벽으로 인테리어를 하면 신고 받을 일은 없겠지.”

사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확실히 이런 것도 좋을 듯하다. 아파트 한 채의 가격에 2층 집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이게 흔하지 않은 24평 투룸이라서 하나는 네 드레스 룸, 하나는 방을 확장해서 네 녹음실로 쓰고, 그리고 안방은 위층에 두면 될 것 같아.”

“그럼 이걸로 할게요.”

사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이보다 좋은 녹음실이 없을 것 같아서 이 집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럼 여기에 언제쯤 들어가 살 수 있을까요?”

“음... 방음벽으로 인테리어 하고 네 녹음기계 다 들여놓고 하면 2달이면 될 것 같네.”

2달이라... 2달만 지나면 나도 독립을 할 수 있다는 건가?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게 좋다는 것은 알지만 나도 이제 곧 20대. 전생에 이어 다시 한 번 청춘을 즐겨야하는데 집에 부모님이 계시면 조금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어차피 난 스케줄이 널널할테니까 부모님을 자주 찾아뵈면 되겠지...

“그럼 3일 뒤에 신세경씨랑 녹음하고 다음날 티저영상 찍고 6월 7일부터 영화촬영 들어가는 거다. 영화촬영 들어가면 미안하지만 2주 정도는 굉장히 바쁜 거 알지?”

“네. 알죠. 걱정 마세요 제가 선택했으니까.”

“그래. 하여간 널 보면 꼭 애늙은이 같단 말이야. 요즘 다시 송중기씨한테 연기수업 잘 받고 있지?”

내가 늑대소년 오디션에 합격하자 중기 형이 자처해서 나를 가르치겠다고 했다. 자기 말로는 병원에 있는게 심심해서 날 가르쳐준다고 했지만 나로서는 참으로 고마울 뿐이다.

“그럼요. 열심히 수업 받고 있죠. 중기 형이 절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니까요? 왜 이렇게 실력이 팍팍 느냐면서 말이죠. 하하”

“아 참, 그리고 주니엘 양과의 듀엣은 6월 6일로 정해졌다. 아무래도 그때 밖에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지... 그쪽 입장에서도 6월 안에 미니 앨범을 발매해야하니까...너한테 영화 촬영 전에 하루 정도는 쉬게 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그래도 SHAPE 잡지 모델 촬영은 7월로 잡아놨다. 네가 6월에는 어느 정도 바뻐야 말이지...”

주네일씨와의 듀엣이 벌써 잡혔나 보다. 노래 제목이 아마 <바보>였지?

“괜찮다니까요. 그럼 가녹음 음원이랑 주니엘 양이 쓴 가사는 있죠?”

내 말에 사장님이 있다고 한다.

“그럼 주세요. 참고해서 얼른 가사 쓰고 연습해야죠. 이래봬도 싱어송라이터인지라 가사도 꽤 쓰는 편이고, K팝스타 음원 녹음할 때 사장님도 봤듯이 저는 녹음 금방 끝내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그렇게 사장님과의 이야기를 끝낸 후 다시 내 연습실로 가자 아직도 하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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