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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어? 사장님이랑 꽤 오래 얘기 나눈 것 같았는데... 지루하면 그냥 네 연습실에 가지 뭐 하러 기다렸어?”

“괜찮아. 그냥 인터넷 하니까 시간 금방 가더라.”

아직까지도 기다리고 있는 하이의 모습에 이번에는 내가 하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연습이 힘든가 보네... 하이의 머릿결이 꽤나 푸석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 시간이... 좀 이르긴 한데 오빠랑 저녁 먹으로 갈래? 지금 저번에 네가 원했던 맛있으면서도 열량이 낮은 음식 사줄게.”

“진짜? 잠깐만 기다려 오빠.”

하이가 신난다는 듯이 말하고는 잽싸게 내 연습실을 나간다. 몇 분이 지나자 하이가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나왔다.

“자. 그럼 가자.”

사주는 사람은 난데 하이가 앞장서서 가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신났나보다.

“어딘 줄 알고 먼저 가? 킥. 오빠나 잘 따라와.”

내가 하이를 데리고 간 곳은 회사 앞에 있는 횟집. 대부분의 생선회의 칼로리가 1인분 당 100kcal를 넘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음식이 내가 하이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베스트 음식일지도 모른다.

“너 식단 보니까 맨날 닭가슴살히고 채소만 먹던데 이런 것도 좀 먹어봐. 1인분에 100kcal도 안되니까 걱정 말고 맛있게 먹으면 돼.”

내 말에 하이가 안심하고는 회 3접시와 사이다 1병을 시킨다.

“왜 3접시를 시켜? 2접시면 되는데...”

내 질문에 하이가 ‘나 1접시 오빠 2접시 먹으라구... 이거 열량도 적다며? 많이 먹고 우리 오빠 힘내야지.’ 라고 말한다. 그 모습이 기특해서 하이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하이가 오빠 생각도 다 해주고... 기특한데?’라고 말한다.

회가 나오자 하이가 젓가락을 들기 전 내가 사진 한 장을 찍자고 했다.

“왜?”

“우리 둘이 먹는 거 누가 인터넷에 올리면 괜히 구설수에 오른다고. 그냥 이런 건 핸드폰으로 찍어서 먼저 트위터에 올리는 게 나아.”

내 말에 하이가 ‘하여간 꼼꼼하기는...’이라고 말하면서 셀카를 찍고는 트위터에 올린다.

사진을 찍고 회를 맛있게 먹으면서 하이가 말한다.

“오빠, 그런데 어제 여자들한테 둘러싸이니까 좋았어?”

좋, 좋았다니... 그냥 카페에서 1시간 정도 떠들다 온 것뿐인데...

“그냥... 뭐 그냥 그랬어. 걔네 ‘94라인’ 보다는 나는 ‘플레이 보이즈’나 ‘쪼꼬볼’에 가입하고 싶던데?”

“에이 그게 뭐야. 솔직히 예쁜 여자 아이돌한테 둘러싸이니까 좋아 죽겠지?”

나를 살짝 째려보면서 말하는 하이의 말투 속에 ‘질투’라는 감정이 담겨있다. 하이가 나를 좋아하나? 솔직히 말해서 하이가 나를 좋아해주면 나야 나쁠 것은 없다. 다만 내가 아니라 하이가 문제가 되는 거지...

“응. 좋아 죽겠더라. 가니까 수지랑 진리랑 수정이랑 지영이가 있던데?”

내 말에 하이의 먹는 속도가 점점 줄어든다.

“그래도 나는 걔네들 보다 너랑 같이 있는 게 훨씬 편하고 좋더라. 걔네끼리 모아두니까 여자들 수다 소리에 너무 정신이 없더라 하하.”

하이의 감정을 받아줄 수는 없지만 데뷔를 앞둔 아이의 감정을 어지럽힐 수는 없는 일. 하이를 나름대로 안심(?)시키자 하이의 먹는 속도가 제 모습으로 돌아온다. 저렇게 감정이 밖으로 다 들어나서야... 쯧.

저녁을 다 먹고는 회사로 오는 길에 하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오빠 연습실 언제쯤 완공돼? 되게 기대된다. 회사 돈이랑 오빠 돈이랑 합쳐서 만드는 거라며? 그리고 오빠가 우리 회사 최고의 기대주인 만큼 대충 만들지도 않겠지?”

“한 2달 뒤쯤에 다 만들어진다네. 완공 되고 가구도 다 옮기고 나면 집들이에 너 초대해줄게.”

“오빠 영화 촬영 송중기 오빠 대신에 투입된 거라며? 혹시 송중기 오빠 만나봤어?”

“그럼, 내 연기 선생님인데... 일주일에 한 3번은 봐. 확실히 중기 형은 잘생기긴 했더라. 거의 나랑 비교되던데? 하하. 마지막 말은 장난이야.”

“헐... 왕재수. 그런데 오빠 나 송중기 팬인데... 싸인 좀 받아주면 안 돼?”

“알았어. 내일 내가 싸인 받아다 줄게.”

“오빠 팬 카페 회원 수 20만 넘은 거 알아? 아마 대부분이 여자 회원이겠지? 나중에 오빠 동방신기처럼 사생팬 때문에 고생하면 안 되는데...”

“걱정 마. 다 방법이 있어. 오빠 걱정하지 말고 네 관리나 신경 써. 아까 네 머리 만져보니까 좀 푸석해진 거 같더라.”

“오빠! 그런 건 말하는 거 아냐! 엄청 실례라구!”

그렇게 하이랑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회사에 거의 다 왔다. 그 때 하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오빠는 여자 친구 언제 쯤 사귈 거야?”

“글쎄... 한... 10년 뒤? 오빠는 만인의 연인이 될 사람인지라... 하하 만약 사귄다면 동갑이나 연상을 사귀고 싶네... 아직 내가 나이가 10대인지라 동생은 좀 그런 거 같아. 그런데 결혼을 연하랑 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아마 나중에는 달라지겠지?”

하이가 무슨 의도로 질문했는지를 알기에 ‘너는 안 된다.’라는 목적이 함축 된 말을 전한다. 다만 하이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혹은 상처를 받더라도 금방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미래는 너도 될 수 있어.’라는 여지를 남겨둔다. 이게 바로 희망고문인가? 하이의 마음을 갖고 장난치는 듯한 내 모습이 참 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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