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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티저 영상 촬영장이다. 촬영장에 도착하니 수많은 스태프 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휘씨 꽤 빨리 오셨는데요? 하하. 그럼 신세경씨 오실 때 까지 메이크업 하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평소에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나를 맞아준 스테프분 말대로 다른 날들 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다. 왜냐하면 아침부터 시작된 누나의 질투 때문이다.

[휘아야! 잘 지냈어?]

아침부터 누나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가 평소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기는 해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침에는 몸이 찌뿌둥하기 때문이다.

[웬일로 아침에 전화했어?]

[그냥. 아침에 일어났는데 우리 휘아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히히]

누나가 이렇게 나를 귀여워해주고 아껴줄 때 마다 이런 누나가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 나 어제 녹음했는데...]

그렇게 시작된 어제의 이야기. 나는 어제 녹음 중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고 누나는 그에 맞장구 쳐주면서 자신의 에피소드도 이야기해주는 형태로 통화를 지속했다.

[...그리고 어제 세경누나가 피자를 사줬는데 거기서 누나가 나랑 남매하자고 했다?]

[뭐! 남매?!]

내 말에 갑자기 소리치는 누나. ‘왜 그렇지?’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응? 응. 그래서 그냥 그러자고 했지.]

[감, 감히 내 휘아를...]

누나의 목소리에서 질투심이 폭발하는게 느껴진다. 평소 나에 대한 애착이 다른 가정의 남매들과는 달리 좀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휴대폰에서 누나의 질투심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하, 하하. 피는 물 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잖아? 나한테는 누나밖에 없는거 알지?]

누나를 이렇게 달래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누나의 잔소리는 피해갈 수 없었다. 연예계에서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많아서 몇 번을 만나고 친분을 터야한다는 둥, 특히 나는 여자들한테 함부로 웃어주면 안 된다는 둥, 혹시 자기 말고 다른 여자가 있으면 자기한테 바로 알려줘야 한다, 요즘 믿을 수 없는 여자들이 너무 많다는 둥 여러 잔소리를 받으며 촬영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생각보다 빨리 촬영장에 도착해서 ‘나 촬영 들어가야 해서... 그럼 나중에 전화할게.’라고 말하고는 겨우 잔소리의 파도 속에서 헤엄쳐 나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신세경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 멀리서 세경 누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 동생! 오늘 꽤 멋있는데? 그러고 보니 일찍 왔나보네. 이렇게 메이크업까지 다 받은걸 보면.”

“누나도 시간에 딱 맞춰서 오셨네요?”

“내가 원래 약속 시간은 잘 지키지. 히히”

누나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세경 누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어차피 나는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만큼 그 사람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기 때문에 누나가 걱정하는 만큼 위험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티저 영상 시나리오 보니까 꽤 간단하던데요? 생각보다 일찍 끝낼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 생각은 안하는게 좋을걸? 티저 영상도 광고같이 재생 시간이 짧은 만큼 사람들의 시선도 끌 수 있고 궁금증을 폭발시켜야 하거든.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촬영하는 경우가 대다수야. 그러니 그냥 아주 잘 해야 제 시간에 끝난다고 생각해야 돼.”

확실히 세경 누나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소녀시대가 광고를 찍을 때 거의 하루가 걸렸다고 누나가 말해줬었지? 내일 FNC엔터테이먼트에 녹음을 하러 가기 전에 조금 쉴려고 했더니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촬영 곧 들어가겠습니다! 준비해주세요!”

한 스테프분이 촬영 시작을 알리자 우리는 그만 인사를 나누고 나는 다시 한 번 대본 체크를, 누나는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다.

이번 티저 영상의 내용은 세경 누나가 무심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나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귀에 대고 "넌 달콤했어."라고 부드럽게 속삭인 후 세경 누나는 자리를 뜨고, 갑작스러운 고백을 들은 나는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오. 누나, 굉장히 예쁜데요? 드레스가 굉장히 잘 어울려요.”

누나는 메이크업을 하고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확실히 누나가 청순한 인상을 가져서일까? 새하얀 드레스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히히. 고마워. 너도 머리 올리고 정장 차려입으니까 엄청 멋있어 보이네? 티저 영상 공개되면 난리 나겠는데? 이러다가 나 돌 맞는 거 아냐? 내가 너랑 하는 공식적인 촬영의 첫 주인공이잖아.”

“설마요. 하하. 어쨌든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오늘 촬영도 열심히 해요.”

이번에는 남성적인 면을 보이기 위해서 머리를 모히칸 스타일로 올렸다. 이 스타일이 내 미소년적인 외모에 가려질까봐 걱정했는데 누나의 말을 들어보니 다행히 꽤나 잘 어울리나 보다.

그렇게 누나의 메이크업이 다 끝난 후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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