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 (71/118)

l:\소설 1\새 텍스트 문서 (70).txt

************************************************************************

“우와 이렇게 금방 끝내도 되는거야?”

잠시 쉬러 녹음 부스에서 나와 물을 마시는데 준희 누나가 감탄한 듯이 말한다.

“운이 좋았죠. 저도 원래 녹음 금방 끝내지는 못해요.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이렇게 끝난 것 같네요.”

누나에게 약간의 거짓말을 하고 말을 튼 후 다시 얘기를 나눈다.

“역시 작사도 되게 잘하고... 너는 진짜 데뷔만 하면 금방 1위 하겠다.”

“에이... 신인이 데뷔하자마자 1위 하는게 어디 쉽나요? 그냥 내 노래에 취하고 노력하면 언젠가 주어지겠죠.”

“그렇겠지? 사실 나는 좀 걱정인게 회사에서 나를 제 2의 아이유로 미는게 좀 부담스러워. 아이유는 이미 국민 여동생인데 나는 이제 갓 데뷔하는 신인이잖아. 혹시 아이유랑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누나는 회사에서 하는 마케팅이 좀 부담스러운가 보다. 하지만 그렇게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사람이 많다. 가까운 가요계만 둘러봐도 티아라의 지연씨는 김태희 닮은 꼴로, 손담비씨는 여자 비로 데뷔를 했으니까. 그래도 많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니 내가 뭔가 말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걱정하지 마요, 누나. 그렇게 데뷔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사람들의 말에 신경쓰지 않고 누나의 음악을 추구하다 보면 제 2의 아이유가 아니라 주니엘로서 우뚝 설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아이유 누나가 누나랑 만나도 뭐라 말 할 성격도 아니고... 오히려 격려를 해줄걸요?”

“아! 그러고 보니 너 아이유씨랑 친분이 있었지? 진짜 너는 데뷔만 안했지 완전 연예인이라니까? 진짜 부럽다...”

“K팝스타 덕이죠 뭐... 진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을 때 가수를 꿈꿀 수 있다는게 정말 우연이 겹친거죠.”

그렇게 누나와 얘기를 나누다가 다시 녹음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화음을 맞추는 부분인 만큼 누나와 같이 녹음 부스로 들어간다.

“누나 파이팅.”

녹음 부스에 들어가면서 누나에게 파이팅을 외쳐준다. FNC 엔터테이먼트에서 이 노래의 가녹음 상태를 보여주었을 때 누나가 용화 형과 듀엣을 맞추어 본 것 같기는 하지만 내가 듀엣의 경험이 더 많은 만큼 누나를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응. 파이팅.”

그렇게 서로 사이좋게 파이팅을 외친 후 본격적으로 녹음에 들어간다. 화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트너와의 호흡인 만큼 누나와 눈빛 교환을 하면서 노래를 시작한다.

[Oh I love you love you love you, 

You love me love me love me 

알아(알아) 날 향한 너의 마음을~(너의 마음을) 

Oh I love you love you love you, 

Are you love me love me baby 

나도(나도) 너를 사랑하니까]

이번 노래는 듀엣이지만 그래도 누나가 주인공인 만큼 내 목소리는 누나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누나의 보컬이 돋보이도록 노래를 부른다. 누나도 그것이 느껴졌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오 좋은데? 용화랑 녹음할 때는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서휘씨랑 하니까 준희 보컬이 안정되보이네. 그런데 준희야. 너 첫 번째 소절 두 번째 ‘love you'부분 있지? 거기가 음이 반음 정도 내려갔다. 다시 녹음하자.”

아직은 화음이 익숙치 않은 듯 몇 번의 녹음을 거쳐서 겨우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녹음을 이어간다.

[난 바보 난 너만 보는 바보 

널 사랑해 누가 뭐라고 놀린대도 

너만 보는 바보가 될게 

바보 난 너만 보는 바보 

내 손을 잡아줘 나를 안아줘 

너만 사랑하는 바보~]

이번 파트에서 나는 코러스 역할을 한다. 코러스는 누나와 같이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갑자기 누나의 노래 중간에 끼어드는 만큼 화음을 잘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내 청각은 초인(超人)의 경지인 만큼 누나의 음에 화음을 넣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몇 번의 녹음을 더 하고 녹음을 시작한지 4시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녹음이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누나와 같이 녹음 부스에서 나오면서 프로듀서님께 깍듯이 인사를 한다. 이 바닥에서는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보다 이러한 PD님들의 입소문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더 좋다. 물론 나는 예의가 몸에 배어있어서 별 걱정은 없지만...

“네. 서휘씨도 수고하셨습니다. 준희 너도 수고했고. 이 노래 발표되면 조금 기대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녹음이 아주 잘 됬어.”

우리의 듀엣에 프로듀서님이 만족을 하신 듯 연신 고개를 끄덕으며 ‘음음’거리면서 말씀하신다.

“그러면 다행이고요. 하하.”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 내일부터 영화 촬영에 들어가는 만큼 회사로 가서 연기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서휘야. 혹시 너 번호 줄 수 있어?”

내가 갈 준비를 하자 준희 누나가 수줍게 내 번호를 물어본다.

“그럼요. 나중에 누나 데뷔하면 어디 가서 누나랑 연락하는 사이라고 자랑해야겠네요. 나중에 제가 연락하면 무시하면 안되요. 하하. 그럼 나중에 연락해요.”

그렇게 또 한 명의 예비 스타와 인연을 맺고는 회사로 돌아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