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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촬영 때문에 몇 일간 못 갔던 학교를 갔다온 후 오늘은 촬영장 대신 보영 누나에게 기타를 가르쳐주려 한다. 내가 누나의 회사에 가겠다고 했지만 누나가 소속된 기획사는 아직 신생 기획사라 연습할 공간이 없다면서 누나가 YG로 오겠다고 하셨다.
연습실에서 한 30분 쯤 기다렸을까? 누나가 회사 앞에 왔다고 문자를 보냈다. 외투를 입고 회사 정문으로 나가자 벤 한 대가 회사 앞에 있길래 똑똑 두드렸더니 보영 누나가 나왔다.
“누나 안녕하세요?”
“응. 안녕.”
누나를 데리고 회사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화려하면서도 사람은 몇 명 없는 회사 내부의 모습에 누나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없네?”
“네. 다들 숙소에서 쉬고 있어요. 회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연예인이기 보다는 연습생이나 트레이너 선생님들, 매니저, 신인 개발팀 사람들이에요. 그럼 어서 들어가죠.”
누가 볼세라 누나를 빨리 연습실로 이끈다. YG에서 나랑 동갑인 연예인이 슈퍼스타K 출신인 강승윤과 2NE1의 공민지인데, 이 둘과 모두 친하게 지내고 있다. 특히 승윤이는 같은 남자인지라 서로 죽이 잘 맞는데 툭 하면 나보고 ‘부러운 자식. 넌 언젠가 하렘을 만들거야.’라고 놀린다. 아마 보영 누나의 모습을 보면 ‘진짜 하렘을 만들 생각이냐?’라고 놀릴테지...
“악보 가지고 연습은 해 봤어요?”
“아니 아직. 어제서야 악보를 받았거든. 그래서 그냥 악보 보기만 했어. 그런데 꽤 어려워 보이던데?”
“해보면 그렇게 안 어려울거에요. 4번줄 운지만 바꿔주면서 연주하면 되거든요. 그럼 연습 시작하죠.”
누나를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누나의 목소리가 참 차분하고 맑다는 것이다. 비교하자면 K팝스타의 백아연 누나와 비슷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누나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번 OST와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누나 기타 칠 때 피크를 사용해요? 아님 핑거링으로 연주해요?”
“난 핑거링.”
핑거링을 하면 적응이 될 때까지 손가락이 아프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핑거링을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누나가 핑거링을 한다고 하니까 꽤나 의외이다.
“다행이네요. 이 곡은 핑거링이 어울리거든요. 그런데 손 아플텐데 용캐도 핑거링으로 하네요?”
“그래서 손가락에 골무 끼고 해. 어차피 내가 어디 가서 기타 칠 데도 없으니까.”
누나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곡에 대한 설명을 하고는 연주법을 가르쳐준다. 그런데 자신이 기타를 잘 친다고 자부했던 누나의 실력은 꽤나 허당이었다. ‘이게 이거였나?’라고 고개를 갸웃이며 연주를 하는데 자꾸만 틀린다.
“에휴... 누나가 했던 말이랑 다른데요? 생각보다 미숙하네요.”
“기타를 놓은지 꽤나 돼서... 히히 미안. 삐진거 아니지?”
“삐지기는요... 제가 다 가르쳐 줄테니까 잘 보고 따라하세요.”
누나에게 기타 코드 잡는 법을 보여주고 따라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생각보다 잘 못따라하는 것 같았다. 누나가 잘 친다고 했길래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수업을 진행했는데 마음처럼 안되자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누나의 손을 잡아서 코드를 짚어주며 차근차근, 상냥히 가르쳐주었다.
“누나, 이렇게 해야죠.”
“어, 어. 그, 그렇지. 아 맞다, 이, 이거였지? 이제야 기억이 나네... 고마워...”
그렇게 누나를 가르쳐주고, 집에서도 연습하라면서 내가 누나의 휴대폰 카메라로 내가 연주하는 동영상을 찍어주었다.
“오, 역시 K팝스타 우승자라는 건가? 한번에 성공하네?”
“그럼요. 제가 만든 곡인데... 이제 누나 갈 시간이죠?”
“응. 아쉽네... 그럼 내일 촬영장에서 보자.”
누나가 혼자 나가려고 하길래 내가 회사 정문 까지는 데려다준다고 말하면서 같이 연습실을 나갔다. 그렇게 무사히 회사를 빠져나가나 싶었더니 내가 만날까봐 가장 두려워했던 승윤이를 로비에서 만나버렸다.
“여- 오랜만이다? 어? 이, 이분은 박보영님?”
보영 누나를 보자마자 말을 더듬으면서 말하는 승윤이를 보니 꽤나 놀랐나보다.
“안, 안녕하세요. 강승윤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박보영이라고 합니다.”
승윤이가 보영 누나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에 ‘승윤아 이따가 보자’라고 말하고는 보영 누나를 재촉해 회사를 빠져나간다.
보영 누나를 차에 태우고 회사로 돌아오자 승윤이가 로비에서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사귀는 사이?”
“사귀는 사이는 무슨... 영화 촬영에서 기타치는 씬이 있어서 기타 좀 알려줄려고 불렀다.”
“근데 왜 하필 그 선생님이 너냐?”
“감독님이 나한테 부탁했는데 어떡해? 그리고 그 곡도 내가 만든거거든?”
“그렇게 행동하면서 차근차근 하렘을 만들 생각이잖냐. 나중에 내가 데뷔해서 예능에 나가면 다 불어버릴테다.”
“제발 이상한 소문 좀 내지 마라.”
승윤이의 말에 내가 이마를 짚으면서 말을 하자 승윤이가 ‘사실이잖아!’라고 말을 한다. 승윤이도 잠깐 쉬러 나왔는지 금방 연습하러 돌아갔고 나는 짐을 챙기고 집으로 간다.